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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렇게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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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단검을 들고 부드럽게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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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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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 끝에서 꽃잎이 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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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도들은 그 아름다운 꽃잎을 멍하니 바라보며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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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물품도 아닌, 평범한 단검임을 확인했는데도 꽃잎이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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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동화 속 마법 같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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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들은 동화에 젖은 소녀처럼 눈망울이 촉촉하게 변했고, 곰돌이와 도련님은 옛날 음유시인들이 영지나 마을에 들를 때마다 얘기해준 기사의 무훈시 등을 떠올리며 어릴 적 웅심이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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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으로 꽃잎을 흩뿌릴 뿐만 아니라, 이를 공격의 수단으로 사용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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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무훈시 속 기사들이 내보일 법한 기예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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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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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은 흙바닥에 닿으며 눈송이처럼 녹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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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녹은 그 자리에 남은 건 꽃잎 모양 그대로 움푹 파인 바닥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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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위력 또한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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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소녀들은 동경 어린 눈길로 매화검법을 보았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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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저런 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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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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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다시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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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콜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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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좀 하면 안 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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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번째 앵콜이었고, 이한은 슬슬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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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마냥 쉽게 하는 것 같아도 체력 소비가 엄청 심한 것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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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광대가 얼마나 힘들건 관객은 신경 쓰지 않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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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한 번 만요, 네에?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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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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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울상을 짓는 병아리들의 애원을 거절할 정도로 그는 매몰찬 어른이 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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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내 팔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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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게 광대가 된 이한은 그렇게 다시금 검으로 매화를 꽃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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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길거리 공연 하면 대박 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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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게 짭짤한 수익을 올릴 재능을 꽃피우는 이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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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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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이 이토록 광대 노릇을 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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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 교관님, 그, 그 기술 가르쳐주실 수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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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검법을 간절히 소망하는 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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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투기법 하나면 된다던 엘리트 녀석들마저 매화검법에 대한 욕심을 슬쩍 드러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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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로 검법이 매력적이란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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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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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으로 매화 피우는 건 못 참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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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으로 꽃을 피우고 그걸로 공격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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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멋이란 멋은 다 채워놓은 검법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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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전생 시절에도 화산파 애들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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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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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한데, 이거 아직 못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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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스럽게 말했던 근본 무협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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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문제는 이 기술이 아직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가르칠 수 없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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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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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검법은 사용방식도 그렇지만, 오로지 이한의 특수한 감각과 직감을 통해 깨우친 그만의 오리지널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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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으로 정립할 시간도 부족했을 뿐더러, 그조차 아직은 한없이 어설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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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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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사용하고 나면 기가 너무 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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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로엔이 보인 검기가 천재성이 돋보이는 기술의 복합적인 결합으로 완성된 예술작품이라면, 이한의 검기는 그냥 무작정 온몸의 기력과 검을 대가로 사용하는 검력(劍力)의 발현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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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일회용에 불과하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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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일회용일 뿐만 아니라 리스크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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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력을 사용한 뒤에는 검을 무조건 잃을 전제가 따라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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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에서 무기를 잃는다는 게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지는 설명하기도 입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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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이뿐만 아니라 사용한 뒤 어마어마한 피로가 뒤따르기까지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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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 모양인데, 쟤들은 절대 감당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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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기사의 열 배에 달하는 체력을 자랑하는 그조차 이토록 버거운데, 저들이 사용하면 몸에 어떤 장애가 생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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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신만으로 끝나면 다행이지 목숨의 위험부담도 클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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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웬만해선 기술을 가르치는 데 인색하지 않은 그이지만, 이번만큼은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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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충분하고도 타당한 이유를 설명해주었고, 생도들도 이해해주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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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그럼! 한 번 구경이라고 할 수 없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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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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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세상에서나 대리만족의 개념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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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검법을 당장 배우진 못해도,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인 그들이었고, 이한은 정이 든 녀석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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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말대로 내가 좀 정이 많았던 성격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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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펼쳐진 매화검법의 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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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왕이랑 싸웠을 때처럼 전력으로 펼친 건 아닌지라, 단검이 금방 부서지진 않았으며, 온몸의 기력을 모조리 탕진하지도 않은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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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게 매화검법의 수련도 되는 상황이었고, 대략 여덟 번째 매화검법 시범에선 이제 가벼운 손동작만으로도 꽃을 피우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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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완숙해진 대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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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야, 나 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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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교관님, 괜찮으세요!? 여기 물이랑 음식 좀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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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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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기진맥진하여 쓰러진 이한은 풀밭에 누워 아이린 윈들러가 주는 음료와 샌드위치 등을 먹으며 기력을 회복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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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한을 보며 아이린 윈들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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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 당신들 이게 무슨 짓이에요! 안 그래도 전날 그렇게 고생하신 분을 이렇게 고생시키면 어떻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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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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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하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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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변명도 안 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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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같이 화를 내는 소녀였고, 생도들은 시선을 푹 숙이며 눈치를 살피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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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이한이 수련 삼아 더 신나서 일이 이렇게 된 것이지만, 연심에 눈이 먼 소녀에겐 다른 생도들이 악당에 불과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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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으르렁거렸고, 생도들은 더 없이 기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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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아이린 윈들러가 으르렁거려봤자 포메라니안마냥 귀여울 따름이었지만, 지금은 또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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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으로 자연재해를 일으키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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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마법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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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심기를 건드리면 안 돼. 괜히 건드렸다 우리 영지도 박살 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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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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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체력 고자로만 생각한 소녀가 마법으로 호수 전체를 조종하며, 더 나아가 돌풍마저 조작하여 용오름을 일으켰던 전율적인 마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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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작은 용오름이라 해도, 중소 영지쯤은 쓸려나갈 위력이었고, 이를 생각하면 소녀에게 대드는 건 절대 해선 안 될 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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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친근해져서 그렇지, 역시 아이린 윈들러 또한 로엔과 마찬가지로 규격 외의 천재라 불릴 만한 괴물임을 새삼스레 인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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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한테 너무 뭐라고 하지 마. 도중엔 나도 신나서 검기를 펼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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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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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런 괴물 소녀를 조련하듯 진정시키며, 누웠던 그가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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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피로한 낯이지만, 그래도 교관으로서 해야 할 일은 해야겠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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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며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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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질리도록 감상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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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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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박하는 게 아니야. 물어보는 거다. 이 검법을 본 감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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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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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교관이 그들을 타박할 마음이 없고, 진지하게 물음을 던진다는 걸 깨달은 생도들이 잠시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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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이런 질문을 던지는가 싶어도, 아무런 이유도 없이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진지하게 고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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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있지 않아 우등생의 대표격인 파란 머리 소녀가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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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 틈이 많은 기술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꽃잎처럼 검기가 퍼트려지니 확실히 위협스럽지만, 그래도 회피하거나 방어할 수단이 없는 건 아니니까요. 아, 물론 제 수준으로 가능하단 애기는 아니에요. 그저 아르노 님이나 쿤타 님, 아니면 가란드 님이나 로엔 공자님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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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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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시선이 닿았고, 네 사람은 각자 자신에게 붙는 경어가 낯간지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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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쿤타면 된다. 그리고 곰순이 말대로 막을 순 있다. 대신 팔이나 다리 중 어딘가는 희생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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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히 말씀하시죠, 영애. …저도 답하자면 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틈이 확실히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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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간지럽게…. 크흠, 다른 녀석들처럼 대항 가능한 건 맞수다. 다만 마물에겐 확실히 위력적인 수단이 맞을 것 같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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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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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발언이었고, 생도들은 눈을 끔뻑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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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화려하고 강력한 기술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들으니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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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말했잖아. 근본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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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강한 기술이란 느낌이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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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이 마냥 매화검법을 저평가했던 게 아니었고, 광대 노릇을 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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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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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이 한없이 낮은 마물에게야 통할 테지만, 인간을 상대론 미묘한 기술이 아닐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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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할 뿐, 아직은 가성비가 극악인 기술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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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법이나 격투기나 겉모습이 화려하다 하여 실속마저 있는 경우는 그다지 없다. 본 교관이 존경하는 어떤 무인이 말하길, 천 개의 발차기 기술을 쓰는 사람보다, 한 개의 발차기를 천 번 연습한 사람이 무섭다고 했다. 이처럼 검술 또한 몇백 개의 검술을 알고 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한 번의 베기를 어느 정도로 제대로 연마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지. 그러니 기본을 중시하고, 다른 녀석들이 검기를 쓰는 것을 부러워하지 마라. 나의 길을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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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생도들에게만 주는 가르침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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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투를 통해 느낀 거지만, 이한은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 놈인지를 인지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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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가 발타르처럼 단칼로 마물의 목을 벨만한 검기(劍技)를 수련했었다면 과연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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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토록 허무하게 패배하진 않았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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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위력만 믿어서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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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육체의 기능만을 믿는 게 아니라, 이제 자신이 가진 것을 더 파고들어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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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도 기본이지만, 기술의 성취도를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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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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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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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신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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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보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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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중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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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일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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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에 얻은 매화검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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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걸 깊게 수련하여 위력이 아닌 기술에 대한 완성도를 끌어 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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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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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귀왕이건 뭐건 내 손으로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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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운명을 결정짓게 하지 말자는 결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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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부디 제 제자들이 자신처럼 중요한 것을 뒤로 미루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라였고, 제 나름 가장 중요한 가르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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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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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어느새 꿔다 놓은 보따리 신세가 된 데릭은 한숨을 쉬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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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쩌다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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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운동부 타입이 아닌데, 왜 이 세계관 운동부의 끝판왕에 와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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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빚쟁이의 삶이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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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을 갚을 거면 몸으로 갚든가, 아니면 정보로 갚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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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발언으로 그를 강제로 검술학부로 편입시킨 그였고, 데릭으로선 한없이 당혹스러우나 그에게 저지른 게 있으니 그가 무리한 요구를 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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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냥 데릭이 빚 때문에 그의 곁에 머무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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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주도적으로 움직여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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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로 깨달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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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방관자일 수 없고, 이번처럼 도와주길 기다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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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믿음직한 사람이 있고, 주역들이 모인 곳에 있는 게 옳은 선택지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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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발생한다면 대응이라도 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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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검술학부에 온 것은 마냥 빚을 갚기 위해서만이 아닌, 먼저 움직여보자는 큰 각오가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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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이렇게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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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제 보니 네임드만 모여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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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은 검술학부에 모인 인원들이 하나같이 네임드 클래스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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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리안과 검공의 핏줄, 용병왕의 제자 등은 최고의 조력자가 될 수도, 적이 될 수도 있는 인물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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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면 에서 큰 활약을 펼칠 인물들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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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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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 영애도 악역 영애가 아닌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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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루트가 꼬인 건지, 악역 영애 캐릭터는 없어진 것과 같았으니, 다른 중요 조역들이 앞으로 어떤 인물이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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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대공도 그렇고, 악역 영애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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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아는 것과는 이미 180도 달라진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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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은 골이 아파왔지만, 애써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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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나비 효과에 의해 북부 대공이 되어야 할 남성이 아카데미 생도가 됐는지, 악역 영애가 순진무구한 소녀가 됐는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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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한다면 운명을 뒤집을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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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분이 보여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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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도 보도 못한 영웅 클래스가 보여준 운명에 대한 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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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본 이상 데릭은 더는 이 세상을 마냥 게임으로 여기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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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당장 중요한 건 자기가 아는 정보를 써먹되, 휩쓸리지 않고 적절히 사용하는 현명한 길이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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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예를 들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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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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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거물이 될 사람의 불행을 막아야할지. 아님, 내버려둬야 할지를 결정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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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의 시선은 푸른색 머리칼이 잘 어울리는 어느 소녀에게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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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알던 얼굴과 너무 달라서 처음엔 알아보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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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름을 듣고, 소녀의 성을 확인하며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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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 로엔이나 아이린 윈들러보다 중요할지 모를, 기획 단계에서 ‘2부 주인공’을 맡겨보자 했던 흥미로운 설정을 가진 소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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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를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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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용병왕이 죽은 후, 용병들의 성녀로 등극할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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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여왕 [레비 잔 다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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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후, ‘혁명전쟁’의 선봉장으로서 귀족들의 공포라 불릴 소녀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데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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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엔딩에는 이름에 걸맞도록 해피엔딩이 없음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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