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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언뜻 보면 트롤을 닮은 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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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김새부터 시작하여 몸의 구조까지, 오늘 생도들과 싸운 바위 트롤과도 언뜻 닮은 듯하니, 저 생물의 종족명은 트롤이라 함이 옳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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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저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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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토록 거대한 트롤이 존재할 수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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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트롤의 다섯 배가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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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어쩌면 더 클지도 모를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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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피부는 검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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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또한 원래는 암석처럼 우둘투둘한 것이 정석이건만, 저 트롤의 피부는 마치 뱀의 비늘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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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트롤에 비해 수배는 큰 덩치와 뱀의 비늘을 연상케 하는 검붉은 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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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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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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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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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동자 전체가 피가 고인 것마냥 붉게 물들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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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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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는 놈이 내뿜는 피어에 가까스로 저항하면서도 다리가 후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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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무서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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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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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래, 난…, 저게 뭔지를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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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고서적이 많은 스승의 방에서 읽은 어느 오래 된 문헌의 내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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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전설을 모아둔 엉터리와 같은 내용과 그 고서적에서 보았던 어느 고대종에 대한 ‘악몽(惡夢)’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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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귀왕(鬼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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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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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감히 트롤이라 정의할 수 없는 놈의 이명을 부르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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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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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서 몸을 일으키는 놈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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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깊은 호수이거늘, 몸이 반밖에 빠지지 않았으며 놈은 몸을 일으키고 팔을 허우적거릴 때마다 홍수가 난 듯 물이 흘러넘쳤으며, 파도처럼 출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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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저항 따윈 없다는 것처럼 행동하는 녀석이었고 그 생김새를 확인한 마법사는 점차 뒷걸음질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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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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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나무마냥 떨고 있는 마법사를 향해 기사가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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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트롤에 대해 알고 있느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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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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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치곤 거창한 호칭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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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 멍청한 소리하지 마라! 귀, 귀왕은 일반적인 트롤이 아니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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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왕, 마물 따위에게 붙이기엔 오만한 이름이 아닐까 싶었으나, 저 트롤이 해낸 일들을 생각하면 마법사가 공포에 질리는 것도 타당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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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도망쳐야 한다! 노, 놈은 단순한 마물이 아니야! 귀왕이다, 귀왕! 천 년 묵은 트롤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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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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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들의 챔피언! 오거를 잡아먹는 괴물! 불사의 힘을 지녔다는 생명체! 왕국 살해자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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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천 년 전, 팬드래건보다 더욱 번영을 누리던 왕국 하나가 하루아침에 멸망한 사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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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 속에만 존재하는 사건이기에 진실인지는 그 누구도 몰랐으나, 시간이 흘러 멸망한 왕국의 유물들이 발견되면서 그 기록은 어느 순간 정설에 가까운 기록이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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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루아침 새 왕국을 멸망시킨 것이 다름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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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의 트롤이 일으킨 참사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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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 마물이 벌인 사건이었다고 하며, 그 마물은 놀랍게도 트롤이라 전해지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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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 마물은 단순한 트롤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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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을 산 트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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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를 품은 나무와 호수, 바람과 화산 등이 오랜 세월 존재하므로 영성을 얻듯이, 마물조차 천년을 버티면 저렇듯 마물로 정의 내리지 못할 재앙적인 존재가 됨을 고대의 인간들은 멸망이란 재앙을 통해 깨달아야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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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 천 년의 신비를 통해 진화를 이룩한 생물, 모든 트롤의 왕인 동시에 마물의 정점이 바로 저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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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붉은 비늘로 물들어진 블랙 스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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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트롤의 대략 스무 배가 넘는 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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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 불, 마법과 어떠한 병기로 상처를 입혀도 죽지 않는 불사신과 다름없는 재생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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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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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이라 불려도 무방하지만, 그 모습이 마치 귀신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명이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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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인간 따위가 건드려선 안 되는 살아있는 자연재해와 같은 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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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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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도망가야 한다! 지금이라도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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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가 공포를 느끼는 건 생물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하는 생존본능일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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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모든 설명을 들은 기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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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배? 아무리 봐도 다섯 배밖에 안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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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드렁한 표정한 표정을 지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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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가 마법사의 설명을 무시하거나 한 귀로 흘려들어서 이러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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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물을 무시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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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겁을 먹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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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론 안 보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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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설명과 달리 왕국을 멸망시킬 힘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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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설명을 들으며 두려움에 떠는 대신 기사는 눈을 가늘게 뜨며 [적]을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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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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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트롤보다 커 보이긴 하지만, 들은 것보다 작아 보이는데, 이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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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마 영양분이 부족한 게 아닐까 싶다. 귀왕은 원래 사람의 발길이 닿을 수 없는 대륙의 끝자락에서 수백 년의 긴 수면기를 취한다고 하였으니까. 거대한 몸을 항상 유지하는 것은 연비가 맞지 않으니, 잠을 오래 자는 것이 아닐까 예측된다. 그리고 지금 귀왕은 소환마법에 의해 강제로 오랜 수면기를 깨고 억지로 이 자리에 나왔다. 이는 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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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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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은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못해 화가 잔뜩 났을 것이며, 억지로 깨어난 스트레스에 의해 막대한 공복감을 느끼고 있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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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나 분석에 의한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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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마법사가 내뱉는 분석은 틀리는 경우가 그다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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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으로 세상을 읽은 마법사들의 특기였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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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마법사의 분석이 정확하다면 틀림없이 저 트롤은 분노와 허기에 의해 대량의 영양분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였으며, 그 영양분을 품고 있는 대상은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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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거창해도 근본은 트롤이란 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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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마물은 인간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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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중에서도 인간을 특히 더욱 특별히 더 먹어치우는 놈들이 바로 트롤, 식인귀라 불리는 마물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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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다 먹히고 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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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머리는 하고 싶지 않을지라도 계산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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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과 비교하여 귀왕이 원래의 몸을 되찾기 위해 섭취해야 할 인간이 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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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계산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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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에 있는 시민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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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놈이 저 호수에서 벗어나는 순간, 왕도에는 풀 한 포기 남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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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다 끝이다, 귀왕이라니, 전설상의 귀왕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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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는 자포자기하며 허탈한 절망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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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이 빠른 마법사인 만큼 이길 수 없는 상대에 대한 포기도 빠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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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는 마력을 일으킬 생각도 못 한 채 전의를 상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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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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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저놈. 엄청 약해진 상태란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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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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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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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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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멋대로 절망하고 허탈해 하는 마법사를 둔 채 당당히 호수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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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며 포션 다섯 병을 한 번에 들이키고, 포션이 든 주사기를 다리에 그대로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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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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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면 포션의 하루 정량은 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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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상을 마시면 중독 증상과 환각 증상 등이 나타나야 하지만, 기사는 이를 무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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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고통이나 부작용 따위를 걱정할 판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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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보다 다행스럽게도 그의 몸에는 트롤의 인자가 돌고 있으니, 부작용은 생각보다 덜 할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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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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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이제야 좀 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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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가 너무 잘 들어 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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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둑, 뚜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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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가벼워지는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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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각성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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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지고 터졌던 두 다리의 뼈는 붙고, 피부는 재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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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도 어느 정도 보충된 것 같았고, 기사는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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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봤자 트롤은 트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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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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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왕은 인간의 언어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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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저 미물이 무슨 말을 내뱉었는지 이해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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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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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 귀왕의 후각은 냄새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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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냄새는 다름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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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포션? 네 동족 새끼들 사냥해서 만든 건데, 어떻게, 잘 만든 것 같냐? 30%나 희석돼서 좀 아쉽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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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통해 불어오는 동족의 냄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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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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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왕은 저것이 그저 연금술사들이 트롤의 피를 복제하여 만들어낸 포션임을 몰랐지만, 중요한 건 그딴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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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이 도발임이 중요한 것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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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먹이 따위가 왕을 도발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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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왕은 분노하며 당장 눈앞에 미물의 양팔을 잡아 찢어발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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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고통스럽게 죽인 후 잘근잘근 씹어 감히 동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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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자신을 도발한 놈을 죽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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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수면기를 다 채우지 못해 머리끝까지 열이 받은 귀왕이 달려들려 하는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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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얼간이라서 다리 하나 희생하면서까지 너를 호수에 빠트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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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가 하늘을 주시하며 빠르게 가까워지는 점을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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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교관님! 가, 가지고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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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떨어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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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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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칠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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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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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는 소리와 힘께 아이린 윈들러가 염동력으로 실어 나른 수십 개의 대형 작살을 쏟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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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경용으로 쓰이는 대형 작살 열세 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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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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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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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떨어지는 작살을 잡아채며 여기까지 작살을 가지고 와준 아이린 윈들러에게 가볍게 감사 인사를 전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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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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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힘을 모아 작살을 있는 힘껏 던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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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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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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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활동하는 시대엔 인간이 아직 고래를 잡지 못하던 시대였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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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천 년 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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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잔인함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보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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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을 가른 작살이 귀왕의 어깨를 때렸고, 귀왕은 아픔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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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그의 비늘을 뚫지는 못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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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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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격돌로 갑옷과 같던 비늘에 금이 갔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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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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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왕은 그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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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먹이가 만만치 않은 사냥감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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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묵은 식인귀 대 인간의 악의가 빚어낸 개조인간은 그렇게 맞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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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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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살을 대포처럼 발사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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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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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살의 형태를 한 대포가 쏘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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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력은 블루 웨일, 그러니까 흰수염 고래라 불리는 거대한 고래마저 사냥하는 포악하고도 잔인한 힘을 발휘하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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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대항해 시대가 열리며 여러 왕국에서 고래 사냥을 위해 발명된 무기였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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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족의 죽음에 분노한 바다의 수호신 에 의해 여러 왕국이 물에 잠기고 인간들이 먼저 자비를 구하며 용서를 구한 후로부터는 웬만해선 쓰인 일이 없는 무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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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사람이란 기껏 만든 발명품을 그냥 놔두는 족속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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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작살을 대형 마물을 잡을 수 있도록 개조하거나, 그도 아니면 마물화한 해양 마물 등을 잡기 위해 개조하면 개조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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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작살의 형태를 한 대포는 여전히 현장에서 잘 쓰이는 바였으며, 그 위력과 흉포함은 포경(捕鯨)을 할 때보다 도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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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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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흉악해진 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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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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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왕은 흥분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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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에서 벗어나고 싶거늘, 여전히 저를 옭아매듯 작살이 그를 덮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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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으로 똑바로 날아오는 작살의 위력은 귀왕조차 무시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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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상태가 정상적이고 영양분을 하나라도 섭취하면 모를 터이지만, 안타깝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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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입을 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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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물고기 한 마리를 섭취하려는 귀왕이었으나, 이한은 정확히 빈틈을 노리듯 귀왕의 입속에 작살을 꽂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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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정확도와 빠르기, 그리고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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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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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차례 귀왕의 턱이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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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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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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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전설상으로 전해지는 마물답게 귀왕은 작살에 반응하며, 포탄처럼 날아오는 작살을 이빨로 받아내는 묘기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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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 못지않은 힘, 아니 무시무시한 치악력(齒顎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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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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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란 놈. 그러니 네가 트롤이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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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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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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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에에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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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왕은 작살에 묻은 액체가 입안으로 들어오자 혀와 목구멍 등에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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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늘 수천 개가 쑤시는 듯한 격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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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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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롤에게 웬만한 독은 통하지 않지만, 저 독은 통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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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에서도 특별히 제작되어 얼마 생산되지 않는 연금술사의 극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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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 싫어하며 인상을 찌푸리는 어느 왕녀 누님에게 생떼, 아니 극적인 타협 끝에 가져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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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했지, 인간의 잔혹함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보여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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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약속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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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세월 발전한, 생존 경쟁을 통해 생태계의 정점에 군림하려는 인간의 욕심은 무수한 산물을 만들어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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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년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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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물의 왕 소리를 들으며 불사의 재생력마저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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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같잖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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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너 같은 것도 사냥하는 게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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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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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란 생물은 언젠가 달마저 자원으로 이용할 놈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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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은 지극히 오연한 자세로 귀왕을 몰아붙였고, 그 광경을 보며 어느 소녀 마법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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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뭐지? 누가 악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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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아닐까?]
|
||
|
||
…그 말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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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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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들이 참 미안한 광경이네….’
|
||
|
||
대체 누가 악이고 선인지를 분간하지 못하며 아연실색함을 드러내는 아이린 윈들러였다.
|
||
|
||
─그러나.
|
||
|
||
꽈지직!
|
||
|
||
“어?”
|
||
|
||
[자, 작살을 씹어 먹고 있어…?]
|
||
|
||
소녀가 따지는 선과 악조차 그저 인간의 오만함임을 증명하듯, 마물의 정점이라 불린 귀신은, 흉악함을 갖춘 마왕(魔王)은 살벌한 기세를 품으며.
|
||
|
||
[[[죽…인…다.]]]
|
||
|
||
언어를 구사하며 돌진했다.
|
||
|
||
날아오는 작살마저 모두 견뎌내며.
|
||
|
||
그렇게 기어이 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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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쿠구구궁!
|
||
|
||
지상을 밟았다.
|
||
|
||
[[너,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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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새끼, 겁나 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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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끼리 세 마리를 합친 것만큼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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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할 뿐만 아니라 압도적인 기세와 악의 어린 살의가 느껴지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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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전노장조차 간담이 서늘하다 못해 가슴을 부여잡고 피를 토해버릴 위압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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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마주한 감상이었으며, 이건 이기라고 내놓은 생물이 아니란 듯 고개를 젓고 마는 그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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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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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선지 이한은 질려하는 표정과 달리 칼을 뽑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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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찔끔찔끔 원거리 공격이나 하려니까 좀 그렇긴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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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기사란 놈이 언제까지 보병 같은 짓을 할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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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칼을 허공에 몇 번 휘저으며 시원한 미소를 머금은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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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토하도록 베다 보면 언젠가 죽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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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수불퇴(一手不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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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나 전투나, 물러서는 순간 패배만이 남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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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의 물러섬도 없이 담담히 각오를 내뱉으며 나아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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