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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18세부터 25세의 어린 인재들이 다니는 왕립 학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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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팬드래건 아카데미라고 더 자주 부르는 아카데미는 일종의 사관학교와도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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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신분은 관계없이 오로지 학도이자 생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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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서 무얼 하고 왔건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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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는 예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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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됐건 이러한 특성이 있다 보니 아카데미에는 무수한 인간군상이 모이며, 신분의 한계를 뚫기 위해 입학한 여러 학생도 즐비하기 마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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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아카데미 시험은 어렵기 그지없으며, 설사 입학하는 데 성공했다고 해도 졸업하는 것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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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 이수는 물론이지만, 일정 특기 과목에서 평균 점수를 획득하지 못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기준치 미달이라면 퇴학당하는 경우도 흔한 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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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졸업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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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이 입학할지언정 졸업할 때는 단 100인이 졸업하는 드문 광경을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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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졸업만 한다면 왕국의 고위직까지 올라갈 길이 열리는 격이니, 귀족이라 한들 아카데미를 쉽게 그만두지 않는 실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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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토록 어렵다고 한들, 입학생들은 겁을 먹지 않았고, 도리어 자신감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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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자신이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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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라면 무조건 졸업할 수 있다는 믿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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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게 그들은 ‘재능’을 인정받은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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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어릴 때부터 영재나 수재 소리 듣던 이들이 대부분이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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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들은 오만하게도 퇴학당하리란 걱정 따윈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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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고가 되리란 자신감은 현저히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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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게 이번 학기에는 역대급 천재란 이들이 대거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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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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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여성이 바로 그 마법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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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만으로 주문세계를 열었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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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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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아름다운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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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신비 종족인 요정을 연상케 하는 아름다움이었으나, 그러한 아름다움보다 더욱 돋보이는 건 그녀의 몸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물빛 물결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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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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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인간만이 타고나는 마법사의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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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나는 것만으로도 귀하기 그지없으며, 자연의 축복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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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 윈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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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민 출신이며 이번 입학생 중 단 열 명밖에 없는 마법사 중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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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 재능이 열 명 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이기에 모두가 그녀를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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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나온 신문 내용이 사실이라면 무려 그 갈라하드 공작이 수양녀로 삼았다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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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그녀에게 시선이 모이는 건 당연한 수순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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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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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남들의 시선을 즐기는 성정은 아닌 것인지. 아이린 윈들러는 시선을 쑥스러워하며 고개를 슬쩍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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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자동적으로 다른 이들의 시선은 또 다른 인물들에게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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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왕의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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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공가의 장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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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상가의 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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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인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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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종족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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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말해 저들이야말로 이번 학기 최대의 대어가 아닐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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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을 하는 건 역대 기수들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이번 기수는 확실히 말해 풍요롭다 못해 엄청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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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아니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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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에서도 벌써 주목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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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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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저런 쟁쟁한 이들 중에서도 이번 학기 수석은 저자가 아닐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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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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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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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쟁하기 그지없는 인재들 사이에서도 유난히 빛나는 인물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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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하기까지 한 분위기와 수려한 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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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분위기로 무장한 남성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조각상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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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 드미트리 드 라이오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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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가의 서자. 하지만 서자란 신분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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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실력은 이미 웬만한 기사와 맞먹는다 알려졌으며, 투기법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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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 윈들러를 향하던 시선이 신비함과 놀라움이었다면 로엔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에는 희미한 질시와 경탄이 반반씩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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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자란 신분을 가진 그를 어떻게든 이기고 싶다는 저열함을 드러내는 이들도 많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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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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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도 그의 얼굴에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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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미가 없는 얼굴은 언뜻 차가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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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난 너희와 다르다’고 온몸으로 주장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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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아마 그를 좀 더 비호감이 들게 하는 요소일 테지만, 평범한 이들은 그를 동경하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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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한 핏줄과 압도적인 재능. 그동안 쌓은 경력과 수석 입학이란 성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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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을 비롯해 귀족까지 그에게 동경을 품은 눈길을 보내는 자들은 상당한 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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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입학식을 거행하겠습니다. 생도 여러분은 자리에 착석하여 주시고, 보호자 및 내빈 여러분 또한 앉아주시길 바랍니다. 다시금 말합니다. 지금부터 입학식을 거행하니, 보호자 및 내빈 여러분은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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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파란을 예고하는 쟁쟁한 생도들을 뒤로 하며 드디어 입학식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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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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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 윈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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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애써 참고 있지만 온몸이 오들오들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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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게 그녀는 이러한 관심이 상당히 불편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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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같아선 아카데미고 뭐고 상관없이 그냥 다니고 싶지 않고, 아늑한 보금자리에서 놀고먹고 싶은 게 다인 애완 다람쥐 같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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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이린 윈들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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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아이린 윈들러는 이 아카데미를 다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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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다름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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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아린아, 이것 좀 봐! 사람이 정말 많아, 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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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지 마. 나 지금 긴장해서 토할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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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이는 너무 소심해서 그래, 상황을 즐기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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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 같은 인싼 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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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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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너 같은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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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이는 가끔 못 알아들을 소리만 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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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 윈들러의 뇌리에 울려 퍼지는 시끄러운 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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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음성의 정체는 무려 7년간 그녀와 함께한 어느 여성의 음성이며, 동시에 이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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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현재는 그녀가 차지한 ‘본체’의 주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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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보았다면 정신분열증이 아닌가 의심하겠지만, 아이린은 정신분열증이 아니었으며 그녀에겐 자신이 원래 살고 있던 세상에 대한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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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그녀는 반드시 돌아갈 필요가 있으며, 이 몸 또한 원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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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천사, 반드시 찾아내서 그 날개를 다 뽑아버리고 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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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이 세계로 끌고 온 장본인을 떠올리며 아이린은 이를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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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아린아. 이제 와서 의심하는 건 아닌데, 정말 이 아카데미에 네가 말한 가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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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 무조건! 원작 막바지에서 여주를 돕기 위해 등장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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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 공작님의 친딸이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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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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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공작님의 친딸이라,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하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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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생각이 단순해서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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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골치가 아파 죽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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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원작대로 진행되고 있어, 그러니 여주도 무조건 등장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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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확인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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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내용이 착실히 진행되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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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마지막 순간 천사를 잡아 천사를 제압하든, 혹은 협박해서라도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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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복잡하기 그지없는 동거를 끝내고 서로가 해피엔딩으로 나아갈 방법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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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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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남주가 여기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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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 윈들러가 이해할 수 없는 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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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다름 아닌 저 한쪽에서 고고하게 기세를 발산하는 어느 남성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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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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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남주이자, 원래 같으면 아카데미가 아니라 대공가에서 반란을 일으키고 대공가를 젊은 나이에 차지했을 철혈의 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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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원작과 달리 로엔은 피의 반란을 일으키는 대신 수도에, 그것도 아카데미에 입학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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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보며 아이린은 속내가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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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과 다른 흐름이 어떠한 나비효과를 안겨줄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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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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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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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 아이린의 시선을 알아차린 건지 로엔이 눈동자가 그녀를 향했고, 아이린은 재빨리 시선을 회피하듯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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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칼날 같은 시선이 이어지는 건지 정수리 부근이 따끔따끔하지만, 쳐다보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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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이, 겁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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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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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잉, 아린이 나쁜 말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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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짜증나는 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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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이나 어린 게,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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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 꼰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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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애를 7년 동안 상대하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성격이 조져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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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빨리 원래의 착한 성격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그녀는 천사를 잡을 그날이 오길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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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깃털을 모조리 다 뽑아 원한을 갚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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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수능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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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전날 고3을 이 세상으로 데리고 온 천사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라도 그녀는 포기할 마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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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생의 분노는 한없이 깊고도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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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아린아, 저것 좀 봐! 선생님들이야,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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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아니라 교수님들이야. 말은 좀…. 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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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 윈들러는 순간 눈을 끔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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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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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대로 자기소개를 하는 교수들을 확인하던 중 왠지 모르게 분위기가 남다른 이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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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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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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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 속에 왜 톰 하디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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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톰 하디가 영화 속에서 연기했던 어느 마피아 역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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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는 그녀만의 착각이 아니란 것처럼 사람들은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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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 장르가 바뀐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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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잘못 입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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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단정한 복장을 갖추고 오라기에 맞춘 연미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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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파티도 아니니, 대충 어떤 옷을 입을까 싶다가 대충 양복 비스름한 걸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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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깔끔하기도 하고 단정한 복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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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추가로 향유까지 머리에 발라 넘겨주니 제법 괜찮다 자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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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지저분한 건 아니었고, 첫 인상도 나쁘지 않을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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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좀 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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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쪄서 그런 게 아니라, 요새 근육이 좀 더 커져서 그런지 팔뚝부터 가슴까지 딱 달라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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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만든 재단사의 솜씨가 좋았는지 다행스럽게도 신축성이 있었고. 터지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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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전히 뭔가 미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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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진짜 편한 복장일 줄 몰랐지,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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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인간들은 그냥 정말 깔끔한 복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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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니 연미복이니 하는 걸 입은 양반은 드물었고, 대충 가벼운 옷을 입은 이들이 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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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너무 과도하다는 느낌이 아닐 수 없었고, 이게 느낌이 아니란 걸 증명하듯 그가 단상에 서니 일순 침묵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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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가면 이거 당장 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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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딱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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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정면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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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로엔이란 놈에게만 시선을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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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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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필요가 있고, 시선이 중구난방 퍼지는 것보다 한 놈만 보는 게 도리어 더 시선이 안정되기에도 좋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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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한은 대충 적어온 대본을 펼치며 간단히 제 소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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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좌천된 기사 주제에. 뻔뻔하게 얼굴을 들이미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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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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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 강당 안은 다른 의미로 침묵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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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저가 떠들고도 너무 시끄러웠음을 인지한 어느 생도는 제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그걸 보며 이한은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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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답지 않게 뭔 대본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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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가자, 나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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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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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단이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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