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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장이 펼쳐진 콜로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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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도망가려고 발버둥 치며, 본인이 먼저 빠져나가기 위해 사람들을 밀치고 넘어트리는 등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레이스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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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아이나 부모, 연인을 구하기 위해 몸을 바치는 숭고한 이들도 있었으며, 혹은 마물이 뿜어대는 피어에 의해 혼절하거나 정신을 놓고 침을 흘리는 이들도 더러 있을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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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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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를 초월한, 인간은 감히 대항할 수 없는 마물의 등장이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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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의 연속이며, 제정신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힘겹기 짝이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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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참담한 위기의 현장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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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실패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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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평화로워선’ 안 될 노릇인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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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한 현장을 평화롭다 평하는 2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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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수라장 속에서도 유일하게 좌석에 앉은 채 평온한 대화를 나누는 두 남자의 모습은 이질적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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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더욱 이질적인 건 두 남자가 신전의 사제복을 입은 사제란 점이었고, 한 사제의 경우는 고위사제의 사제복을 입고 있는데도 어느 누구도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는 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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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아무도 그들의 존재를 눈치 못 챈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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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무하는 비명을 음악 삼아 듣던 고위사제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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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한 대로 되지 않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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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겐 참담한 광경임이 분명하지만, 고위사제가 ‘계획’한 참혹함은 이토록 미적지근한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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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희생]이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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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해야 했고, 피가 낭자하며, 무수한 절망의 낯빛을 지은 어린 양들이 가득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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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지금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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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한 희생양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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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상황 자체가 혼란의 도가니일지라도, 절망과 죽음은 없는 미적지근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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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위 혼란은 언제라도 수습될 것에 불과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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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사제는 실망하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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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과 많이 틀어진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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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죄송합니다, 대장. 신경 쓴다고 신경 썼는데, 이런 차질이 생기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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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하위사제가 송구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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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기 많은 하위사제도 지금만큼은 죄송함을 감추지 못하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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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고위사제는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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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어찌 너의 탓일까. 오만하게도 모두 계획대로 돌아가리라 믿었던 나를 탓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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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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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너무 자신을 책망하지 않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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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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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는 되었다. 그보다 지금은 계획과 달리 ‘제물’들이 다 빠져나가고 있으니, 어쩔 수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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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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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소환진을 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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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소비가 너무 심한 것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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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저만한 거대한 마물을 소환하는 데 든 품이 만만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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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왕국의 반년 치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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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더 많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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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그 상황에서 추가적 소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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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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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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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라.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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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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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하게 명령을 내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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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은 온전히 자기가 진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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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저도 모릅니다,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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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 사제는 묵묵히 상관의 명령을 따르며 품에서 지팡이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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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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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물처럼 탁한 마력이 움직였고, 고위사제는 그제야 고개를 주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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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잠시 시선만 줄 뿐, 그의 시선은 다시금 콜로세움의 중앙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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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증스러운 기사 따위가 감히 대업을 방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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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증스럽고 증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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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같아선 직접 나서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발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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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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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대는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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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서진 못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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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죽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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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 천문학적인 출혈이 생길지언정, 저 기사만큼은 반드시 죽이리라 그는 신께 맹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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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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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속 공간에서 놈은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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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rr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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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거대한지 가늠이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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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가 얼마나 거대하면 목소리만으로도 학술원 전체에 불온한 소리를 울려대고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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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놈의 덩치보다 끔찍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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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르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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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물…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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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은 여전히 뜨겁게 타오르고 있음에도 재생되는 중이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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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재생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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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놈, 그것이 어떤 일격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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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마법사 오드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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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기사를 경멸하지만, 기사의 실력조차 파악 못 하는 얼간이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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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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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무식한 기사 놈이 날린 발리스타는 최고위 마법사가 직접 나서도 재현하기 힘든 일격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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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웬만한 대형 마물조차 그 자리에서 즉사하는 게 정상적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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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여전히 멀쩡할 뿐만 아니라, 데미지조차 입지 않은 채 꾸역꾸역 회복하는 저것은 결코 정상이 아니었고, 이는 곧 공포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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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떤 자가 저만한 마물을 소환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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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백년 단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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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형 마물들은 오래 살았을수록 그 덩치가 커지긴 마련이며, 그 포악성과 힘 또한 만만치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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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저놈은 최소로 잡아도 백년 이상을 산 마물임이 분명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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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백년 이상을 살아왔다는 것 자체가 마물이 가진 강함을 증명하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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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살았다는 건 곧 먹고 먹히는 자연의 생태계에서 살아남았다는 뜻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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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이라니, 그만한 개체가 아직도 대륙에 남아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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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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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한 개체는 이미 선왕의 치세에서 다 멸절시켰다고 여겼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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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노예야 하나만 물어보자. 저거 마법 같아 보이는데, 어떻게 못 지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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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하다 못해 화병이 나는 소리를 하는구나, 소환마법은 ‘절대적 약속’에 의해 발동한다. 하니, 저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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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못 하면 못 한다고 하면 되지 뭐 이리 혓바닥이 길어, …쓸모없는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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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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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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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만 못 하는 게 아니라, 어떤 마법사를 데리고 와도 절대 저 마법을 파훼하지 못할 터인데, 왜 자신만 갈군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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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의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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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처럼 내지른 말대로 실력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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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소환마법은 틀림없이 막대한 제물을 통해 발동했을 것임이 분명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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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물을 통한 소환마법은 절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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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이 세상에 강림하는, 어떤 식으로도 뒤집을 수 없는 ‘약속’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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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저 마물은 반드시 세상에 강림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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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지나치게 거대한 몸뚱어리 때문에 구멍 속에서 나오지 못할 뿐이지, 언제라도 출현할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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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도망가야 한다! 아니면 당장 왕국에 지원군을 부탁해라! 저 마물은 결코 네놈 혼자서 잡을 수 없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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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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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이처럼 굴지 말란 말이다! 영웅이라도 되고 싶은 거냐, 네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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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왈은 악다구니를 지리듯 기사를 설득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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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살고 싶었다,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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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그놈의 ‘맹약’ 때문에 저놈의 명령을 거절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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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애원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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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도망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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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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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도 슬슬 다 도망간 것 같고, 우리도 튀어도 될 것 같긴 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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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드디어 멍청한 소리를 하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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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말이야, 아무래도 저놈은 우리를 보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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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헛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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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가 아니라,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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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 무슨 짓을……,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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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도망조차 허락하지 않는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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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우악스러운 손길에 의해 목이 꺾일 것처럼 하늘로 시선이 향한 오드왈은 어디 무례한 짓이냐며 소리치려 했지만, 곧장 말문이 막히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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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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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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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소환마법진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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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두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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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저것을 본 사람들은 우박이라 오해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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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거나 녹빛을 띤 우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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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를 거부감을 주는 우박이었고, 그것이 점차 떨어질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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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마물이 하늘에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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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박의 정체를 아는 것도 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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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게 몸을 만 채 공중에서 떨어지는 생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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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천적이요, 공존이 불가한 타고난 식인귀들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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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은 거대한 마물만을 토해낼 뿐만이 아니라, 작은 마물조차 토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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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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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물이 비처럼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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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지 가늠조차 가지 않을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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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해도 수백 마리를 거뜬히 넘는 숫자였고, 이를 보며 대경실색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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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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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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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개의 개체가 수십 미터 상공에서 지상으로 추락하며 거대한 먼지구름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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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으로 인해 죽었더라면 좋을 테지만, 소환마법이란 건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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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약한 놈들을 소환하지 않고, 소환된 놈들은 마물 중에서도 강력한 놈들인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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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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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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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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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미터 상공에서 떨구어졌다고 해서 죽을 정도로 생명력이 약한 놈들이 없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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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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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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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하이에나 등을 섞어 놓은 것만 같은 이형의 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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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 전체가 오물 독으로 뒤덮여 있으며, 질병을 퍼트리고 다니는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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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독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죽조차 두꺼워 활에 맞아도 잘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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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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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아이와 여인을 숨겨라!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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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아기와 젊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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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가장 증오스러워하며 역겨워하고,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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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그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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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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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이 넘게 모여 있었으며 일제히 하울링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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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e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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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탈한 갑옷과 도끼 등을 착용한 놈들이 침을 질질 흘리며 충혈되다 못해 붉게 물든 눈으로 갑작스럽게 등장한 가장 좋아하는 먹이들의 냄새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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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들 입장에선 눈을 깜빡이고 보니 만한전석이 눈이 닿는 곳곳에 펼쳐진 판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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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골라도 먹음직스러움을 알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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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잖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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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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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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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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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은 순간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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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옆에 있던 동료 하나의 목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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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모션처럼 보이는 그 광경 속에서 서서히 놀 한 마리가 고개를 돌리며 인생 마지막으로 본 광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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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짖지 마, 냄새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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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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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무서운 수컷 인간이 휘두르는 도끼의 궤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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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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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추가되는 머리와 몸이 분리된 놀의 시체였고, 중상위 마물인 놀을 마치 허수아비처럼 쉽게 베어내는 도끼 전사,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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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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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 드미트리 드 라이오넬, 여기 있습니다, 교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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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상황이니 경이라고 부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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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하십시오, Sir, 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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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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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없을 분노에 찬 표정을 지은 기사가 거기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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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처럼 놀 한 마리를 처리하고 곁까지 다가온 로엔이 명령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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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누구 짓인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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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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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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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모든 것을 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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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냉정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눈동자 속 떨림을 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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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또한 지금 상황을 모른다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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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조차 모르는 사건이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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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지금 이한에게 중요한 건 회귀자조차 모르는 사건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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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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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너를 믿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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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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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수한 칼잡이 하나가 필요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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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부터 명령한다. 널 내 대리인으로 삼을 것이고, 레비 폴트를 부관으로 삼아 지휘권을 가져가라. 멀쩡한 애들 데리고 어떻게든 이 역겨운 새끼들 다 없애버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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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로엔이 쉽사리 답하지 못할 때, 놀 열 마리가 은밀하게 기척을 죽인 상태로 이한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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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Ki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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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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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적으로 성인 장정의 두 배 덩치를 자랑하는 놈들이었고, 위협스럽기 그지없는 순간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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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푸화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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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알았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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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냥 경께서 다 죽이셔도 될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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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의 도끼가 횡으로 그어지며 놀 아홉 마리가 순식간에 핏덩어리고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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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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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한 놈의 경우는 이한의 한 손에 잡혀 발버둥을 쳤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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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우두두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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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다섯 손가락이 두개골을 파고들었고, 놀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그대로 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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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은 더러운 흙먼지를 털어내듯 가볍게 놀을 털어낸 뒤, 고개를 저었다.
|
||
|
||
“난 따로 상대해야 할 놈이 있어서.”
|
||
|
||
척 하고 하늘을 가리키는 손가락.
|
||
|
||
로엔은 낯빛이 어둡게 물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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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자서 괜찮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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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진 못해도 버텨는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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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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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래서, 대답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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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을 따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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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를 믿어주고 뒤를 맡겨주는 사내가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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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응답하지 않는다면 어찌 자신이 북부의 전사라 할 수 있겠는가.
|
||
|
||
로엔은 그립으로 제 심장을 치는 경례를 올렸다.
|
||
|
||
심장을 바쳐서라도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북부식 경례였다.
|
||
|
||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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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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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이한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는 동시에 숨을 있는 힘껏 들이키며.
|
||
|
||
후우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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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백팔나한은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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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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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방 일대를 쩌렁쩌렁 울릴 포효를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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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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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자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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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의 사자후가 일순 콜로세움 전체를 진동시키며 날뛰려던 놀 무리를 무력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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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을 향한 살의가 담긴 사자후의 기백은 놀 전체를 잠시 마비시킬 위력을 선사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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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토록 쩌렁쩌렁한 사자후 속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은 기사의 제자들이 토끼 눈을 뜬 채 주목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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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엔 드미트리 드 라이오넬과 레비 폴트, 이 두 사람을 임시적으로 내 대리인으로 임명하겠다. 싸울 수 있는 자들은 모두 지휘에 따라 이 구역질나는 새끼들 전부를 도륙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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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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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나, 한 놈도 안 남기고 전부다! 모조리 다 없애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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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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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팔나한, 아니 검술학부 1학년 생도 전원은 자신들의 신분과 관계없이 전원이 답변하며 경례와 함께 칼을 뽑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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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학년 80명의 생도 중, 도망가는 이들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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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혼자서 못 하시는 거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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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하나만으로 놀 수백을 압도하는 기백을 선보이는 그를 보며, 재차 자신이 나설 의미가 있나 되묻고 마는 로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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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투전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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