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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창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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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무협지를 보면 단골처럼 나오며, 대체적으로 쾌검 위주의 무공을 다루는 구파일방의 일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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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때 당직을 서며 무협지를 주야장천 읽었던 이한에게도 나름 기억에 남는 이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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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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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을 쏘고, 꿰뚫는다…. 이야, 허구여도 멋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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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쏘아 맞히겠다는 사일검법, 해를 떨구고 말겠다는 낙일도법, 해를 꿰뚫고 말겠다는 관일창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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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의 이름만큼은 기억에 잘 남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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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기억에 남을 뿐, 점차 점창파에 대한 걸 읽으며 실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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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르게만 휘둘러서 어떻게 해를 떨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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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빠르게 휘두를 뿐인, 쾌검술에만 빠져 사람만 베려고 악을 쓰는 검수들의 모습에 한차례 실망하며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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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이럴 거면 검법 이름을 사일(射日)이 아니라 사인(射人)검법으로 바꾸는 게 나은 게 아닐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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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들 아이덴티티 지킬 거면 하늘에다 창이라도 날리는 시늉이라도 할 것이지. 하여튼 이름만 거창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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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말이 쉬울 뿐, 사람의 몸으로 어찌 태양에 닿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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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의 몽둥이란 미사일조차 성층권밖에 가지 못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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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검법 이름과 달리 사람만 베는 건가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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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한은 잠기운 때문에 이상한 상상이나 한다며 자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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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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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설마 실천하게 될 줄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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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만 했던 일을 실천하는 순간 그건 더는 상상이 아니게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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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지금 이 순간 관일(貫日)을 재현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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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하다 못해 그밖에 못 하는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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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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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만 더 기합을 넣어, 노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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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노예가 아니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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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불리기 싫으면 잘 좀 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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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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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처럼 악을 지르는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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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왈 버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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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부의 교수가 공중으로 나무를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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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kg 질량 덩어리를 공중으로 띄우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고 비현실적인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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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마법사가 단신으로도 전장의 공포로 불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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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아무리 염동력이 강할지라도 한계는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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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은 무한하지 않았으며, 저만한 무게를 들고 세우는 것만 해도 온 정신을 집중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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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한은 놈이 얼마나 고생하는지는 상관치 않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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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의 저항력을 최대한 없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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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술식은 적어 놨다! 인챈트도 무려 세 개나 넣었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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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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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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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란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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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 겨우 10일만 주고 어떻게 다섯 개 이상 인챈트를 하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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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이 한 요구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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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체의 내구력 강화와 공기 저항력, 그리고 돌파력 증가 및 화염 마법 추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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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아예 결전병기를 뚝딱 맞들어내란 것과 동등한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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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는 왕국의 어느 마법사를 데리고 와도 난색을 표할 명령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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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물체에 걸 수 있는 인챈트의 숫자는 정해져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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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단 10일 만에 3개의 인챈트를 건 오드왈의 실력은 분명 비범한 것이 분명했고, 그 고생도 이루 말할 수 없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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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의 증거로 안 그래도 노안이 심했던 오드왈의 얼굴에는 검버섯이 다 피어날 지경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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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자라고 믿을 수 없는 몰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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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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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게 최선이라면 어쩔 수 없지. 쓸모없는 노예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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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주문쟁이의 고생은 알 바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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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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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 이 자식아, 내 집중 흐트러지면 너부터 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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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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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주문쟁이의 발악 따윈 가뿐히 무시하며 그는 오로지 하나의 대상을 향해 집중력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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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걸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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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가질 수 없는 것에 미련을 두는 바보짓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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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마련된 준비물로 최상의 효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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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추어진 것은 탄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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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왕녀에게서 뜯어낸 다량의 화약을 채워 넣은 발리스타에만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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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 이토록 거대한 발사체를 때려내어 하늘 높이 튕겨낼 발사대는 왕국에도 없기에 이 시도가 성공할지 누구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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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한은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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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튼튼한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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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지금부터 거대한 발사체를 타격할 공이가 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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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모든 일에 자신만만한 그일지라도 이런 묵직한 걸 찰 엄두는 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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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면 부수었지, 저 연약한 걸 안 부수고 어떻게 던질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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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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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동력으로 코팅된 이상 마냥 불가능은 아닐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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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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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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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거나 부수는 게 아닌, 물체를 밀어낼 뿐인 타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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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손바닥으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한은 발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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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의 근력보다 다섯 배 이상의 근력과 파괴력을 지닌 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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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전신 무게 이동을 이용한, ─경의 한계를 시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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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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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다리가 터져나가지 않을까 싶은 소리가 났지만, 지금은 무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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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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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끝의 응축된 힘과 원심력, 그리고 평범한 인간은 결코 가질 수 없는 육감과 직감의 도움이 더해지며 발차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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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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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발사체를 밀어낼 거력을 발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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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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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화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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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다리가 터져나가는 것을 감수해야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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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 할지라도 저만한 발사체를 날리는 데 희생이 없을 수는 없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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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한 짝이 피로 물들었고, 이한은 순간적인 고통에도 미소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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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고통을 즐기는 변태여서 이러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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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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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날아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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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직감했기에 웃음이 나오는 것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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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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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스트가 창던지기용 창처럼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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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적 처리를 가미한 통나무 창은 온전한 상태로 먹구름까지 닿았고, 기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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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우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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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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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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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손목 부분 중앙을 정확히 꿰뚫으며 그의 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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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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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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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장난스러운 도발에 타이밍을 맞춘 듯이 그대로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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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심전력의 힘을 담아둔 창은 그의 힘을 온전히 머금고 있었으며, 그 자체만으로도 거대한 폭탄이 되기에 충분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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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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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르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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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한 창 내부에 있던 막대한 양의 화약에 불이 붙어 거인의 손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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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일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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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독자적인 해석이 들어간 창날이 태양 대신 마물을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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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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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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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할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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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상에 존재하는 거인과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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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멸살했다고 전해지는 기사왕과 사자왕 등은 거인과 악마를 단번에 반으로 갈랐다는 전설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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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설은 전설일 뿐, 이를 실재하는 얘기로 믿는 이들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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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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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설이 사실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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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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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설은 사실 허구의 얘기가 아니라, 실존하는 얘기를 토대로 만들어진 전승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사람들은 마냥 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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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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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킬링의 전설을 보이는 어느 기사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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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 중앙에서 굳건히 서있는 그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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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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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곰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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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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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사람들 대피하는 것 좀 도와라. 조교 녀석이 지금쯤 사람들 다 대피시키고 있을 거긴 한데, 그놈만으로는 아무래도 역부족일 것 같거든. 검술학부 애들 다 동원해서라도 어떻게든 다 빠져나가게 해, 알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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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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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쩝, 역시 이 정도론 턱도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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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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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기색이 역력했고, 레비 폴트는 저게 무슨 말인가 싶어 눈을 끔뻑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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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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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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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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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설명하는 대신 직접 보는 게 나을 거라며 하늘을 향해 손가락질했고, 레비 폴트는 왜 그가 대피하라는 명령을 내렸는지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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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물…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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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 힘겨웠지만 거인의 팔은 불타는 와중에도 꾸역꾸역 재생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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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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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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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소환’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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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하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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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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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하십시오, 대피! 멍 때리지 말고 대피하라고 이 평민 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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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우월주의가 만연한 데미안 폴렛이었지만, 사상과 말이 험한 것과 달리 하나의 목숨이라도 구하기 위해 노예 조교는 열심히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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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사람들을 대피시켰고, 도중 몸을 가누기 힘든 임산부와 노인을 직접 엎거나 안은 채 밖으로 이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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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비명을 질러댔지만, 그는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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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 놔뒀다간 피해자가 얼마나 속출할지 모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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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며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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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그 양반 말대로 됐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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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정신병이라도 걸린 줄 알았던 교관의 말이 사실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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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폴렛은 10일전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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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그를 비롯한 마법학부 교수 오드왈을 데리고 와서 명령을 내렸을 때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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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가일 마지막 날, 어디에선가 마물이 나타날 예정이다. 그러니 너희는 온몸을 바쳐 날 도울 준비를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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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이라도 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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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친놈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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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그때만 해도 데미안이나 오드왈이나 미친 헛소리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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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이 헛소리를 하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니, 그저 그들을 괴롭히려고 일부러 그러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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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데미안은 놀리듯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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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럴 거면 차라리 학장님이나 왕성에도 알리시죠? 마물이 나타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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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보고했다. 그런데 놀 짖는 소리하지 말고 꺼지라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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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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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이 생각보다 더 미친놈이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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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보고를 올렸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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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짓도 이렇게 해야 ‘진짜’ 소릴 듣는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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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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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는 지인을 통해 오러 유저를 보내 달라 요청했지만, 하필 오러 유저들 모두가 자리를 비운 상태더군. 발타르 그레이스의 경우는 왕을 지켜야 하기에 왕성을 벗어날 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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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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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 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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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의 이름이 나온 순간부터 더는 이를 미친 짓이라 주장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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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은 어디까지나 진지했고, 진심으로 평가일 마지막에 마물이 나타나리라 확신하며 안광을 빛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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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 우리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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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 우리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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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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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과 오드왈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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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다른 사람도 많은데 왜 하필 우리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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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물음에 교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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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너희 목숨 내 거잖아? 그럼 마음대로 좀 써도 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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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이 의심 되는, 아니 정말 그들을 무슨 범죄노예 취급하는 발언을 내뱉었고, 그들은 화병이 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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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아니! 그래도 왜 우리가, 아니 교관님이 나서십니까! 교관님이 언제부터 그렇게 영웅심에 심취한 사람이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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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은 울화가 터져 두들겨 맞을 각오를 되새기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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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아는 교관은 그토록 영웅적인 사람이 아니었고, 단순히 인성 터진 인간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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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왜 이리 자기희생적인 행보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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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리지도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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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맞을 것을 대비하며 눈을 질끈 감는 데미안이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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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들은 살려야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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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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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뜻밖에도 화를 내는 대신 짜증 어린 투덜거림을 내뱉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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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윗대가리 새끼들이 증거가 없으니까 내 말을 못 믿겠다고 한다. 그리고 아무도 도움을 안 주는 상황이다. 어쩌면 우리 애들만이 아니라, 그날 우리 애들 구경 올 애기들까지 다 초상날지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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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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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너희 말대로 이건 가능성일 뿐이겠지. 그냥 내가 미친 걸지도 몰라. 괜한 걱정을 하는 걸지도 모르고. 하지만 말이다, 아니면 어쩔 건데? 진짜 그날 마물이 나타나면 누가 책임질 거고, 누가 그 애들 도와줄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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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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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없어. 없다고, 시발…! 누구도 손해 보면서 도와주기 싫어한다고, 그럼 어쩌겠냐? 내가 움직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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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 어째서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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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의 물음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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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무도 믿어주지 않고, 과대망상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도망가지 않고, 싸우려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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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가 데미안은 궁금했고, 교관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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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명분 타령 하는 윗대가리 새끼들처럼 사람 목숨 숫자로 보기 싫어서 움직인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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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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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미안은 압도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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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언변도 아니고, 무언가 타당한 논리나 명분도 없는 그저 무식할 정도로 진솔한 발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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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어째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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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괴변에 그의 가슴이 들끓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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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데미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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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뭘 하면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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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되물었고, 교관은 처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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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미안 폴렛, 네가 해야 할 일은 하나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살려라. 나와 주문쟁이는 싸울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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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아니 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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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닥쳐, 이 주문 노예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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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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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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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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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도망치라고,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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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상 실제상황이 터지니 입술이 다 굳을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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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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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이, 이름 불러준 게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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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은 자신조차 왜 이토록 열심히 움직이는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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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교관이 그에게 불어넣은, 기사도와는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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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지 이질적이지만, 동시에 옳게 가야 할 신념이 그를 죽음의 공포 속에서 움직이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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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데미안이 느끼는 기사도와 다른 이 신념은 아마도 이 세상 사람들에겐 생소한 개념이 아닐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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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이 억지로 불어넣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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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기대지도, 이유나 명분을 쫓는 게 아니며, 그저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하기에 어떠한 이익도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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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보다 심장이 두근거리며 자신의 삶이 당당하다 외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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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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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좀! 발등에 불나게 도망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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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俠義)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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