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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는 얘기지만, 원래 학기평가 마지막 날에 기대 받는 주역은 1학년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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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학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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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법을 본격적으로 갈고 닦으며, 제 역량을 한계까지 올렸을 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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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몰려드는 게 당연하단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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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선지 매해 1학년들의 평가 시간에는 사람의 숫자가 상당히 적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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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형편없는 전투를 벌일 놈들을 봐서 뭐하겠냐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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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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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많은 숫자의 군중이 모여들었고, 그 숫자는 줄어들긴커녕 계속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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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 중엔 일반 시민들도 많았지만, 귀족들의 비중도 만만치 않은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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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목적이 있기에 이토록 많은 이들이 모여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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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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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애야? 와아, 소문보다 더 미남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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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 공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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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맹한 사자에게 영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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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오넬이여 영원하라! 왕국의 용맹한 사자에게 영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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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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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오로지 한 남자의 얼굴을 보기 위해 이토록 많은 군중이 모여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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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높여 울부짖는 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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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의 수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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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스러운 흑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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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의 영원한 전우이자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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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대에서 가장 기대 받는 사자에게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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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부디 그 위대한 핏줄에 걸맞은 거룩한 결투를 벌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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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환성, 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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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무형의 것들이 기세가 되어 쏟아졌고, 누군가가 이런 상황을 마주한다면 현기증이 날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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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 중앙에 선 흑발머리의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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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은 오로지 자신이 상대해야 할 적만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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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도록 굳건한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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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가 된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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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은 홀로 중얼거리며 나지막한 조소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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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기분이 그다지 유쾌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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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남들 앞에서 실력을 내보인다는 건 그다지 현명한 일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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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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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거면 최선을 다해라. 장난처럼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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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어딘가 초췌하고 피곤한 낯빛으로 나타난 스승은 생도 전원을 모아 격려하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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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할 거면 제대로 하라고, 또 기왕이면 다치지 말고 몸을 아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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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이상한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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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하라면서 다치면 안 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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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그가 자신들을 신경 써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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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로엔은 다치지 말라는 발언이 다른 생도들에게 한 것이고, 앞서 말한 ‘최선’이란 발언은 자신에게 향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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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속내를 꿰뚫어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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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참여하지 않을 생각이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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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권할 마음이 가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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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깟 놀음에 어울려서 뭘 할까 싶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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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로엔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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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빚쟁이 주제에 어찌 명령을 거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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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그때 빚을 다 갚았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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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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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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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은 잘 벼려진 롱 소드를 천천히 늘어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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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를 잡는 대신 어딘지 몸이 축 늘어진 것만 같은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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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봤을 때는 장난인가 싶을 수도 있으나, 눈썰미가 있는 이들은 눈을 부릅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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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토록 흐느적거림에도 허점이 없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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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 따위에겐 과분한 처분임을 알아라, 증오스러운 마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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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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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트롤은 이성이란 게 존재하지 않았고, 로엔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슨 뜻인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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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상대를 때리고 부숴야 한다는 ‘본능’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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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바위 트롤은 피하려는 자세조차 취하지 않는 로엔을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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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 배리와 싸웠을 때처럼 그냥 무작정 돌진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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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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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 움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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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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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은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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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까지 괴물이 다가왔거늘 방어나 공격적 태세를 조금도 취하지 않는 그의 행동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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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들이 무어라 소리치기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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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기(劍氣), 난 그렇게 이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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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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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 칼날이 번쩍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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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이를 보고 있던 모든 이들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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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칼날에서 빛이 명멸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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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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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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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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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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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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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트롤은 단말마도 제대로 못 지르며 그대로 기능이 정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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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하면서도 꿈과 같은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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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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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사람들 입장에선 대체 뭐가 지나갔는가 싶을 따름이었고, 5초의 정적이 끝난 후에야 그들은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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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와 심장, 그리고 배 등이 정확히 뚫려 있는 바위 트롤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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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찔렸는지도 모를 세 곳의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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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보며 다시금 정적이 일어날 뻔했으나, 그보다 놀라운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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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야, 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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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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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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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지금 그게 뭐였지? 혹시 오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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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무리 천재라도 저 나이에 오러 유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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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야, 오러는 아니야. 오러는 아닌데, 대체 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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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반응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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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어떻게 이겼는지도 모른 채, 마냥 감탄하는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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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의 식견이 있는 자들의 경우는 아예 혼란에 빠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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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 보았던 오러와 비슷한 힘이 무엇이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는 않는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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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 부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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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명에다 유형화된 기세를 섞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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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두 개의 기예를 섞었을 뿐만 아니라, 쾌검식과 변검식, 환검식마저 섞인 것 같군요. 거기다 경을 써서 부족한 부분을 메꿨습니다. …저런 기술을 저토록 자유롭게 다룬다는 면에서 입맛이 쓰군요. 저는 저렇게 못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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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둥이 강하다. 진짜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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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해낸 것을 알아보는 정말 극소수의 재능 많은 검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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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자라 자부할 수 있는 자들은 로엔이 펼쳐낸 검기가 무엇인지 서서히 깨달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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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과 검사의 공명현상을 이용하여 검격의 파괴력을 극한까지 올리는 ‘검명’ 현상과 투기법의 달인이 되어야만 펼칠 수 있는 ‘기세의 유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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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가지 기예를 동시발현한 후, 쾌검식과 변검식, 그리고 환검식 등의 세 가지 검식을 일순간 검에 전부 담아 쏘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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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설명하면 마냥 쉬워 보이지만, 말도 안 되는 기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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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명이나 기세의 유형화나 하나같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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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추가적으로 경을 보조 수단으로 삼아 세 가지 검식을 단번에 펼쳐낸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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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두 손으로 동시에 각기 다른 내용을 필기하며 하모니카 연주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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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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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불가능을 해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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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는 노력이나 열정으로 어찌 할 수 없는 분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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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재능의 영역이자, 검명과는 다른 지극히 새로운 관점의 경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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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기상인(劒氣傷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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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이 내뱉은 기세만으로 능히 사람을 벨 수 있을 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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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름 붙인다면 적절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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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게 투기법의 신기원을 연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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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데도 우리보다 어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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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랄!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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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실력을 보며 2,3학년 생도들은 절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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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은 익히 들었으나, 솔직히 북부에서 지어낸 거짓으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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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진지한 결투로 가면 망신살을 충분히 줄 수 있으리라 여겼는데, 그게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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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아직 검명조차 펼쳐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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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자격도 갖추지 못하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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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세 살배기 아이와 어른만큼의 격차가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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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상대는 이미 검명과 기세의 유형화를 넘어 이를 공존시키는 기예를 터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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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을 바친다 하여도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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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검과 투기법에 바친 인생이 부정당하는 감각이었고, 의욕이 팍 꺾이다 못해 절망감이 엄습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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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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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너무 큰 재능을 목도한 자들은 마음이 꺾이고 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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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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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신기하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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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좀 애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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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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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하고 마음이 꺾인 선배들과 달리, 이번 해 신입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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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한의 밑에서 구르고 또 구른 1학년들은 미묘한 시선을 던질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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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투기법이 투기법한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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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그들이 검술에 무지하거나, 경지가 낮아 내뱉는 평가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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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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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내뿜는 듯한 검기는 굉장한 기술임은 분명 맞지만, 어딘지 ‘정상적’으로 보인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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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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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보다 백보신권이 더 신기하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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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보 밖에 있는 물건을 격타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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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금강을 좀 더 높게 평가하고 싶은데, 오히려 교관님이면 저 검기를 맞아도 멀쩡하지 않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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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사형. 제가 봤을 때 궁신탄영으로 피하시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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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과 화살이 날아와도 피부에 박히지 않거나, 화살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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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사자후면 끝날 것 같은데? 대사부라면 기합 한 번으로 검기도 지울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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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하고 싶은데, 그 양반은 왜 될 것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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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인외(人外)의 기술을 너무 많이 접한 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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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생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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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영애들마저 로엔의 기술을 그저 ‘화려한 기예’로 평가하며 심드렁하게 대하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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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님이 더 신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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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걸로 놀라기엔 그들의 교관이 보여준 기술이 더 경악스러우며 창의적이고, 기괴하기 짝이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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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가르침을 받은 지 3개월도 안 됐으나, 지나치게 눈이 높아진 검술학부 1학년 일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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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박하구먼, 이것들. 주군이 기껏 보여준 건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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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주군 로엔이 북부의 유력한 후계자로 불리게 된 이유가 저 기예 덕분이었는데, 이상하게 심드렁한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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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기를 보며 그 막시무스 경마저 눈을 부릅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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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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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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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분명 처음 봤을 땐 경악했는데, 지금은 그저 그렇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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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은 저마저도 그들의 평가에 동의하는 자신을 발견하며 다른 의미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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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양반 밑에서 구르며 워낙 기막힌 광경을 수두룩하게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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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며 문득 드는 평가는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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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군이 천재라면, 그 양반은 그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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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 그러니까 코끼리나 호랑이 등이 우연치 않게 사람의 지혜를 얻고 책을 읽은 후, 논문마저 발표하여 박사학위를 딴 걸 본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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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정신 나간 소리냐고 할 테지만, 아마 1학년 동기들은 모두 ‘이게 맞다!’ 동의할 평가가 아닐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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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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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 안타깝게도 박사 학위 얻은 코끼리에 비하면 주군은 평범한 범부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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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은 하필 시대를 잘못 타고난 저의 주군을 안쓰럽게 바라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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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동정 어린 시선을 마주한 천재 범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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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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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이 왜 이래,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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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를 섭섭함이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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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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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를, 아니 정확히는 1학년 동기들을 바라보며 남몰래 응원하는 소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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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대단하다. 내가 이런 사람 많은 곳에 서있으면 움직이지도 못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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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이 네가 남들 시선에 약하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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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 윈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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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인식저해 마법을 펼친 상태에서 몰래 콜로세움에서 평가전을 구경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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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친한 지인들이 많아 응원의 목적으로 온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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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님이 없으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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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보니 많이 피곤해 보이시던데, 괜찮으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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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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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안타깝게도 그는 오늘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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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만 10일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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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와 유령은 기사를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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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자신과 같이 돌아다닌 이후로 어딘지 표정이 굳어 있던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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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갑자기 집중 수련 기간이라며 자취를 감추기까지 하여 이웃사촌인 자신조차 만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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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추가로 어제는 집에 있다고 하여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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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님이요? 죄송해요, 피곤하셔도 하루 종일 잠만 자고 계세요. 가끔 일어나도 밥만 드시고 주무시더라고요. 깨우고 싶어도 못 깨우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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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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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 자신이 불편하여 피하는 게 아닐까 싶을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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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 같아선 시녀님처럼 같이 살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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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상한 말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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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맞는 말만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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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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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소녀가 귀를 속삭이며 이상한 소리를 내뱉자 아이린은 발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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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 같이 산다니, 아무래도 그건 아직 좀 이른 감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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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또 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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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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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자신은 아무런 말도 안 했다며 어깨를 으쓱이는 유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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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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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 윈들러는 괜히 얼굴이 새빨갛게 익어가며 다시금 소리치려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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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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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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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하늘에 먹구름이 언제 저렇게 깔렸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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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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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만 해도 맑았던 하늘은 어느 순간 검게 칠해진 것처럼 먹구름이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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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라도 한판 쏟아질 분위기였고, 아이린은 눈을 끔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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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 아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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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구름,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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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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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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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 윈들러는 푼수 같고 실수도 많으며 게으른 소녀이지만, 마법적 소양만큼은 또래 마법사들 중에서 비견되는 이가 없는 우수한 마법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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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이린은 바람과 물의 적성을 가진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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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마력은 수증기로 이루어진 먹구름에서 곧장 이질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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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적으로 생성된 게 아닌 것 같은데?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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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은 저 먹구름이 뭔가 싶어서 자세히 관찰했고, 어느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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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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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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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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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지, 내가 잘못 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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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부정하는 소녀였지만, 이미 한 번 깨달은 사실을 어찌 부정할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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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얼마 가지 않아 창백해진 얼굴로 인정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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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먹구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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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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