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345 lines
12 KiB
Markdown
345 lines
12 KiB
Markdown
|
||
학기평가가 시작되면 뜻밖에도 호황을 누리는 업계는 다름 아닌 채석장이었다.
|
||
|
||
학기 시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는 [바위 트롤과의 승부].
|
||
|
||
이 때문에 채석장에서 캐낸 질 좋은 대리석이나 단단한 암석 등을 학술원에서 대량으로 구매해주는 것이었다.
|
||
|
||
허나 채석장을 관리하는 귀족이나 상단주가 호황을 누릴 뿐.
|
||
|
||
그 밑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경우는 전혀 호황이 아니었다.
|
||
|
||
도리어 과로가 심해지는 시기였지.
|
||
|
||
콰앙! 콰아앙!
|
||
|
||
마땅한 채석 장비조차 없는 얄팍한 시설.
|
||
|
||
있는 거라곤 곡괭이와 거대한 해머, 대못 등이 자리를 차지할 뿐이었다.
|
||
|
||
산을 깎아내어 드러나 거대한 돌산을 채석꾼들이 쉴 틈 없이 두들기고 있었다.
|
||
|
||
“순서대로 두들겨! 자세 흐트러지지 말고!”
|
||
|
||
“이 멍청한 새끼야! 얼타지 마! 이 씨…!”
|
||
|
||
“긴장 풀지 마, 잘못하면 목 분질러진다!”
|
||
|
||
고성 섞인 일갈이 난무한다.
|
||
|
||
한 번의 실수로 목숨이 위험해지는 직종들의 경우 아무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
||
|
||
그래도 이것도 거대한 바위를 온전한 형태로 캐내야 했기에 예민할 뿐이지, 평소엔 그들도 나쁜 이들은 아니었다.
|
||
|
||
그저 돈을 벌어야 하고, 목숨도 소중하기에 일할 때만큼은 과격할 뿐.
|
||
|
||
그러던 도중.
|
||
|
||
파직!
|
||
|
||
“이 멍청한 새끼가!”
|
||
|
||
오늘 신입으로 들어온 일꾼 하나가 기어이 사고를 쳤다.
|
||
|
||
결을 잘못 쳐서 전체적으로 돌산 일부에 균열이 일어났고, 그 균열이 점차 커져갔다.
|
||
|
||
쩌저적-!
|
||
|
||
“어, 어어?!”
|
||
|
||
“머저리처럼 어버버 거리지 말고, 대피해 이 머저리들아!!”
|
||
|
||
입이 걸걸한 작업반장의 호통소리.
|
||
|
||
한 번의 실수로도 큰 사고가 일어나기에 매뉴얼이 있기 마련이었고, 무작정 안전한 곳까지 도망가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매뉴얼이 아닐 수 없었다.
|
||
|
||
그렇게 다급히 모두가 줄행랑을 칠 때.
|
||
|
||
“자, 잠시만…!”
|
||
|
||
초보 일꾼 하나가 다리가 굳었다.
|
||
|
||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다리 힘이 풀린 것이리라.
|
||
|
||
“구스…!”
|
||
|
||
일꾼의 이름을 부르며 어느 동료가 다급히 도와주려 했지만, 이미 타이밍은 늦은 바.
|
||
|
||
콰과과광!
|
||
|
||
균열이 일어난 바위만한 암석들이 연달아 추락했다.
|
||
|
||
낙석 사태와 같은 재해 앞에 인간은 한없이 무력해지는 법.
|
||
|
||
사람들은 창백해진 얼굴로 오늘 사람 한 명이 한줌의 핏덩이가 되겠구나 싶었으나.
|
||
|
||
덥석!
|
||
|
||
한 사람이 일꾼의 목덜미를 잡아채며 그대로 낙석을 피해냈다.
|
||
|
||
“…어?”
|
||
|
||
“정신 차려 이 양반아. 언제까지 얼타고 있을래.”
|
||
|
||
“…….”
|
||
|
||
“당신은 이 일에 영 안 맞네. 다른 일을 찾아봐.”
|
||
|
||
“…가, 감사합니다.”
|
||
|
||
“감사 인사도 너무 늦고.”
|
||
|
||
“…예에.”
|
||
|
||
일꾼은 저를 구해준 남자의 조언에 느릿하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
||
|
||
그 말대로 체질이 아닌 건 맞는 듯해서.
|
||
|
||
* * *
|
||
|
||
“로한 씨! 정말 고마워요, 당신 아니었으면 송장 하나 치웠을 거야.”
|
||
|
||
“송장은 무슨, 송장도 못 건졌겠지.”
|
||
|
||
“거 재수 없는 말 좀 그만하지?”
|
||
|
||
“고마우면 수당이나 더 챙겨주든가.”
|
||
|
||
일꾼 로한은 퉁명스레 대꾸하며 묵묵히 다시 진행되는 작업에 몰두했다.
|
||
|
||
그토록 큰 낙석 사고가 있었는데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다시 일이 시작되다니.
|
||
|
||
이 광경도 어찌 보면 공포였으나, 노동자들은 그러려니 했다.
|
||
|
||
사고가 있긴 했지만, 그래봤자 불의의 사고였을 뿐.
|
||
|
||
노조는커녕 노동자 인권마저 없는 세상에서 사고 좀 났다고 누가 걱정이나 해줄까.
|
||
|
||
솔직히 이런 사고는 일상다반사와 같았고, 도리어 떨어진 다량의 암석들 덕분에 일이 빠르게 끝날 것 같다며 좋아하는 사람이 있겠다면 믿겠는가?
|
||
|
||
“알지, 내가 위에 말해서 더 챙겨줄게. 어차피 사고 친 놈 노동비는 안 줘도 되니까, 당신한테 다 몰아주지, 뭐.”
|
||
|
||
“그건 확실히 괜찮은 감사의 표시군.”
|
||
|
||
캉! 콰직!
|
||
|
||
“…이야, 솜씨가 제법인데? 혹시 다른 곳에서도 일 좀 했어?”
|
||
|
||
반장은 일꾼 로한에게 주목하던 중, 그의 솜씨를 목격하고 감탄을 연발했다.
|
||
|
||
그 정도로 솜씨가 범상치 않았기에.
|
||
|
||
“그냥, 이곳저곳에서 쌓은 경험이 있는 거지.”
|
||
|
||
“허허, 경력자셨구먼, 그것도 아주 훌륭한!”
|
||
|
||
채석 작업의 본격적인 시작은 암석 등을 마차 등에 실을 수 있도록 다듬는 데 있었다.
|
||
|
||
아무래도 너무 무거운 건 옮기지도 못하니까.
|
||
|
||
그리고 암석을 다듬는 도구는 오직 곡괭이 하나만 주어질 뿐, 다른 도구는 그다지 없었다.
|
||
|
||
하여 오로지 숙련된 작업자의 힘과 기술 등이 필요했고, 항시 목숨 등이 위험한 채석장에서 실력 좋은 베테랑은 귀한 인력이었다.
|
||
|
||
‘보통 녀석이 아니야, 저 일정한 타격을 보게?’
|
||
|
||
콰직! 콰지직!
|
||
|
||
곡괭이가 지나갈 때마다 암석이 다듬어진다.
|
||
|
||
마냥 힘이 좋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요령과 기술이 필요한 솜씨였음이다.
|
||
|
||
훌륭하다!
|
||
|
||
‘돈을 좀 더 주는 한이 있더라도 스카우트 해야겠어!’
|
||
|
||
인재난은 어느 업계나 있었으니.
|
||
|
||
작업반장은 눈을 빛냈다.
|
||
|
||
‘…서글퍼 죽겠군, 이상하게 아저씨들만 날 너무 좋아해.’
|
||
|
||
돌을 다듬는 일꾼 로한.
|
||
|
||
아니, 잠시지만 개명을 하고 채석꾼이 된 일꾼 기사는 떨떠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
||
|
||
뒤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시선의 주인을 확인하니 서글픔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
||
|
||
어느 태창이 놈은 미인 귀족 영애한테 저런 강렬한 시선을 받던데, 나란 놈이 받는 거라곤….
|
||
|
||
‘놀 같다, 염병.’
|
||
|
||
욕지기가 치밀어 오르는 그였지만, 그는 묵묵히 채석 작업에 열중했다.
|
||
|
||
입에는 채석가루 등을 막기 위한 두터운 마스크를 쓴 채 연신 곡괭이질을 하는 것이었다.
|
||
|
||
“후우욱! 후우욱!”
|
||
|
||
숨 쉬기가 버겁다.
|
||
|
||
마스크 자체가 특수제작된 것으로, 채석가루와 미세먼지 등을 99.9% 확률로 막아주지만, 대신 빌어먹게 숨 쉬기 힘들다는 연금술사 상인의 말이 사실이었던 모양.
|
||
|
||
그래서인지 격하게 몸을 움직일수록 평소보다 체력의 소비가 빨라진다.
|
||
|
||
허나 그는 이 빌어먹을 마스크가 더할 나위 없게 만족스러웠다.
|
||
|
||
이쯤 해야 한계를 느끼기 좋으니까.
|
||
|
||
카앙! 카아앙!!
|
||
|
||
‘빌어먹게 단단하네!’
|
||
|
||
다른 돌보다 유난히 더욱 단단한 돌을 깨려고 하니, 손이 다 울린다.
|
||
|
||
작업반장은 그가 마냥 쉽게 돌을 깨는 것처럼 보일 테지만, 전혀 쉽지 않았다.
|
||
|
||
곡괭이질이란 건 원래 하면 할수록 더욱 체력을 뺏어가는 것이며, 특히 단단한 것을 깰수록 몸에는 충격이 전해지는 바.
|
||
|
||
그런 뜻에서 남들의 다섯 배 넘게 돌 깨기를 진행 중인 몸은 금세 한계를 느끼는 중이었다.
|
||
|
||
혹사당하는 손목과 팔목에서 올라오는 통증.
|
||
|
||
부상이 언제 발생할지 모를 신호였다.
|
||
|
||
평소였다면 이런 신호도 대수롭지 않겠지만, 지금만큼은 무척 고단했고 정신이 아득해져만 갔다.
|
||
|
||
아무리 회복력이 좋아도 한계란 놈이 있는 것이기에.
|
||
|
||
‘역시 하루 18시간 훈련은 고문이네.’
|
||
|
||
그는 벌써 여드레란 기간 동안 온종일 지금과 같은 페이스로 훈련에 몰두하는 중이었다.
|
||
|
||
일어나자마 러닝 두 시간.
|
||
|
||
통나무 등에 지고 절벽 오르기 세 시간.
|
||
|
||
무기술 연마 다섯 시간.
|
||
|
||
틈틈이 밥을 먹으며 일곱 끼 이상을 챙겨먹고 쪽잠.
|
||
|
||
그리고 남은 시간에는 온전히 다 채석장에 썼으니.
|
||
|
||
조금의 휴식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고, 그는 슬슬 정신이나 체력이나 바닥을 드러내는 중이었다.
|
||
|
||
육체가 가진 타고난 재생력만 믿고 버티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그게 8일이 넘어가자 슬슬 바닥을 드러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
||
|
||
“…….”
|
||
|
||
카아앙! 캉!!
|
||
|
||
허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
||
|
||
도리어 더 힘차게, 더 강하게 돌을 때렸고, 깨트리길 반복했지!
|
||
|
||
불끈!
|
||
|
||
힘을 죄이는 요령은 이미 안다고 생각했으나, 시도하면 시도록할수록 새로운 감각이 온몸에서 곤두선다.
|
||
|
||
힘의 이동과 흐름, 그리고 집중과 체화(體化).
|
||
|
||
반복 숙달할수록 이러한 체화는 더욱 깊어지고 진해진다.
|
||
|
||
아마 오로지 자신만이 가능한 훈련법이리라.
|
||
|
||
특별한 체질과 함께 이러한 과정을 수년 동안 반복한 그만이 할 수 있는.
|
||
|
||
그리고 어느 순간…!
|
||
|
||
‘보인다.’
|
||
|
||
내 바닥이.
|
||
|
||
일꾼 로한은, 아니 기사 이한은 집중했다.
|
||
|
||
지금 이 순간, 자기 바닥이 보이는 이때가 기로였으니까.
|
||
|
||
성장이 될지, 아니면 퇴보가 될지 모르는 갈림길.
|
||
|
||
화아아악!
|
||
|
||
‘왔다!’
|
||
|
||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
||
|
||
자신이 기다리던, 어떤 전사의 경우 평생 한 번만 겪어도 행운 취급하는 ‘그것’이 찾아왔음을…!
|
||
|
||
몰아(沒我)의 상태.
|
||
|
||
혹은 무아지경.
|
||
|
||
스스로를 극한까지 몰아붙여 강제로 일으킨 상태였다.
|
||
|
||
이한은 나라는 존재와 몸이 움직이는 행위마저 잊고 마냥 곡괭이를 휘둘렀다.
|
||
|
||
이제 이한조차 결과를 모른다.
|
||
|
||
이 강제로 일으킨 몰아의 상태가 그를 어떠한 길로 인도할지.
|
||
|
||
그러나 이한은 스스로를 믿었다.
|
||
|
||
그동안 노력하며, 오로지 자신이 목표했던 바를 이루기 위해 한계까지 내몬 자신의 노력을, 세월을 믿는 것이었다.
|
||
|
||
쿠웅!
|
||
|
||
카앙!
|
||
|
||
콰직!
|
||
|
||
반복되는 동작들.
|
||
|
||
아니, 동작마저 잊으며, 눈의 초점이 사라진 채, 오로지 몸을 관조하는 데만 쓰이는 현재.
|
||
|
||
이한의 몸속 내부에서 자그마한, 아주 사소한 변화가 일어났다.
|
||
|
||
우우웅-!
|
||
|
||
미세한, 아니 미세하게 일어난 흐름의 변화.
|
||
|
||
그리고 그것은.
|
||
|
||
서걱!!
|
||
|
||
─최상의 결과를 이루어냈다.
|
||
|
||
“……아.”
|
||
|
||
뒤늦게 초점이 풀렸던 동공이 다시 정상화하며 이한은 한차례 다리 힘이 풀릴 뻔했다.
|
||
|
||
“이봐, 로한 형씨. 적당히 해, 너무 무리하다 골로 가는 수가 있어.”
|
||
|
||
“…내가 얼마나 이러고 있었습니까?”
|
||
|
||
“응? 한 1분도 안 지났는데?”
|
||
|
||
“1분….”
|
||
|
||
“지, 진짜 뭐 문제 있는 거 아니지? 지, 지금이라도 돌아갈래?”
|
||
|
||
“…….”
|
||
|
||
귀중한 에이스가 몸이 상할까 전전긍긍하는 작업반장이었고, 반대로 이한은 자기가 해낸 결과를 보았다.
|
||
|
||
‘…그래도 도전해본 가치는 있었던 건가.’
|
||
|
||
그가 내려쳤던 암석.
|
||
|
||
분명 단단하기 그지없었고, 지금까진 그저 깨트리는 수밖에 없던 것이었다.
|
||
|
||
한데 지금.
|
||
|
||
“어라? 이거 돌 단면이 왜 이래, 이거?”
|
||
|
||
“로한 형씨, 이거 어떻게 한 거야?”
|
||
|
||
“…그냥, 뭐.”
|
||
|
||
곡괭이는 암석을 깨는 것이 아닌 나무 장작을 패듯 깔끔하게 여러 갈래로 갈라내었고, 이를 확인하며 이한은.
|
||
|
||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네요.”
|
||
|
||
마냥 어깨를 으쓱거리며 답을 주었다.
|
||
|
||
학기평가 12일차의 밤.
|
||
|
||
만약을 대비한, 본인만의 ‘벌크업’을 끝낸 기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