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431 lines
15 KiB
Markdown
431 lines
15 KiB
Markdown
|
||
충격적 발언!
|
||
|
||
2번 병아리는 사실 악녀였다?
|
||
|
||
올해 최고로 놀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진실에 이한은 잠시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
||
|
||
다른 애도 아니고.
|
||
|
||
‘저 개복치가 중간보스?’
|
||
|
||
다른 것보다 중간보스가 충격적이다.
|
||
|
||
툭 쳐도 죽을 애가 아닌가?
|
||
|
||
기사의 관점이 아니라, 암살자의 방식으로 접근해도 죽일 방법이 널렸는데.
|
||
|
||
‘저걸 어디다 써먹는다고?’
|
||
|
||
……이벤트용 보스인가?
|
||
|
||
하긴, 주문쟁이는 원래 이벤트용으로 써먹기 좋긴 할 테니.
|
||
|
||
지극히 상식적인 주문쟁이 차별 발언과 함께 이한의 표정이 괴상망측해지고 있을 때쯤.
|
||
|
||
“저, 저기….”
|
||
|
||
태창이 녀석은 그의 표정변화에 당황하며 다급히 변명 아닌 변명을 내뱉고 있었다.
|
||
|
||
아무래도 제 발언이 이간질로 여겨질 수 있다 싶었는지, 재빠르게 수습하려 말을 덧붙이려는 듯했다.
|
||
|
||
“무, 물론 예, 예전 이야깁니다. 호, 혹은 제가 사람을 잘못 봤을 수 있을 노릇입니다. 그러니 크게 마음에 담아두지 마십시오, 예에….”
|
||
|
||
“그렇게 변명하니까 오히려 더 이간질 같다만.”
|
||
|
||
“…저도 아차 싶었습니다.”
|
||
|
||
무어라 말하건 이미 의심의 새싹을 마음에 심은 바.
|
||
|
||
놈은 이게 아닌데 하며 울상을 지었으나, 녀석의 착각과 달리 이한은 새로운 사실을 추가로 알 수 있었다.
|
||
|
||
‘…이제 보니 상황이 웃기게 돌아가고 있네?’
|
||
|
||
상태창 이 녀석.
|
||
|
||
‘2번 병아리가 빙의자인 걸 모르고 있다.’
|
||
|
||
굳이 아이린의 이름을 꺼낸 저의가 뭐겠는가?
|
||
|
||
본인이 알던 아이린과 지금의 아이린이 다른 사람이기 때문일 테지.
|
||
|
||
하지만 태창이는 아이린이 달리진 이유를 짐작하지 못하고 있다.
|
||
|
||
‘스테이터스’ 스킬이란 치트키를 가진 주제에도.
|
||
|
||
이는 의미하는 바가 크게 두 가지란 뜻이다.
|
||
|
||
‘하나는 스킬 성능이 내가 예상한 것보다 나쁠지도 모른다는 거고, 또 하나는 쿨타임이 제법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거겠지.’
|
||
|
||
밸런스 패치.
|
||
|
||
너무 사기적인 스킬이기에 제한이나 쿨타임이 길어 자주 사용하지 못한다면, 병아리의 정체를 모를 만도 했다.
|
||
|
||
그게 가능성이 가장 높기도 했고.
|
||
|
||
‘그런 거라면 이 녀석, 회귀자나 빙의자보다 나를 가장 먼저 찾아왔다는 얘긴가?’
|
||
|
||
이놈도 웃기다.
|
||
|
||
일개 교관에게 수상함을 느낄 게 무얼 있다고, 그 소중한 스킬을 낭비하는지, 원.
|
||
|
||
‘하여튼 병아리도 그렇고, 시건방진 검정머리 도련님도 그렇고….’
|
||
|
||
하나같이 괴상한 녀석들이 아닐 수 없다.
|
||
|
||
* * *
|
||
|
||
이후에도 이한과 데릭의 일문일답은 계속되었다.
|
||
|
||
“그, 그럼 로엔 공자님과도….”
|
||
|
||
“학술원에서 처음 만났다. 그 전까진 인연조차 없었지.”
|
||
|
||
“그, 그렇군요.”
|
||
|
||
“왜 그러지? 혹시 그 건방진 검은머리 도련님과도 아는 사이였나?”
|
||
|
||
“…그래도 대공의 자식인데 그런 식으로 부르셔도 됩니까?”
|
||
|
||
“건방진 놈을 건방지다 하지, 그럼 무어라 할까.”
|
||
|
||
“으음.”
|
||
|
||
데릭은 볼을 긁적이며 정말 막 나가는 사람이 아닐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
||
|
||
그러면서도.
|
||
|
||
“…제가 아는 로엔 공자님은 원래 북부에 있으셔야 합니다. 북부대공의 완전한 후계자가 될 중요한 시기니까요.”
|
||
|
||
착실하게 답변을 이었다.
|
||
|
||
“그래봤자 막내아들에다 서자이지 않나.”
|
||
|
||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라이오넬에게 중요한 건 오로지 핏줄과 고귀한 영혼뿐입니다. 그것만 충족된다면 누구나 후계자 자격이 주어지죠. 그런 의미에서 지금 북부는 한창 후계자 자리를 건 정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데 로엔 공자님이 중앙에 계신다면, 후계자 자리에서 내려왔다 선언하시는 것과 같죠.”
|
||
|
||
“나중에 찾겠지, 뭐.”
|
||
|
||
“…그래도 대공 후계자인데, 너무 쉽게 가질 수 있다 하시는 거 아닙니까?”
|
||
|
||
“쉽지 그럼, 도리어 그 정도 능력이 있는데도 빼앗긴다면 그놈의 한계가 딱 그 정도란 거겠지.”
|
||
|
||
“가, 가차 없으시군요.”
|
||
|
||
“사실을 말하는 거지. 도리어 넌 너무 남의 일에 관심이 많아. 네가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
||
|
||
“…그, 그냥 아까워서요.”
|
||
|
||
“뭐가 아깝다는 거지?”
|
||
|
||
“그, 그건….”
|
||
|
||
“하하, 됐다. 말을 아껴도.”
|
||
|
||
“……네에.”
|
||
|
||
아무래도 반응을 보아하니, 검은머리 도련님 녀석은 원래대로라면 차기 북부 대공이 되었어야 하나 보다.
|
||
|
||
‘이 세계의 원작 설정에선 아무래도 병아리는 악역 영애고, 도련님 녀석은 북부대공이 됐어야 했다는 건데, 어디선가 차질이 생겼다는 거군.’
|
||
|
||
데릭의 반응과 지금까지 얻은 정보를 통해 이한은 대충 자기 방식대로 정보를 정리했고, 정리된 정보는 많은 사실을 명시하고 있었다.
|
||
|
||
‘녀석이 아는 것과 달리, 원래의 병아리는 빙의자가 아니었고, 회귀자는 회귀자가 아니었다는 거겠지.’
|
||
|
||
정보의 오차가 있으나, 그렇다고 완전히 달라지지도 않는 세계.
|
||
|
||
이런 개념을 보고.
|
||
|
||
‘멀티버스라고 하던가?’
|
||
|
||
한때 영화로 많이 접했던 주제다.
|
||
|
||
흥미로운 얘기였고, 남들이었다면 궁금증이 마음껏 도졌을 테지만.
|
||
|
||
‘그럴 수도 있겠지, 뭐.’
|
||
|
||
이한은 더는 복잡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
||
|
||
애초에 그가 정보를 얻으려고 했던 것은, 얼마나 더 골치 아픈 사건사고가 발생할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였지, 멀티버스니 하는 걸 알아보려고 했던 게 아니었으니까.
|
||
|
||
“그럼 슬슬 일어나도록 하지.”
|
||
|
||
“…예에?”
|
||
|
||
“토론회도 끝나가는 것 같으니, 더 대화를 나누어 봤자 무얼 할까.”
|
||
|
||
“…….”
|
||
|
||
“왜 그리 보지?”
|
||
|
||
“…아, 아무것도 안 물어 보십니까?”
|
||
|
||
“무엇을?”
|
||
|
||
“…….”
|
||
|
||
…태창이의 표정이 황망하게 변해갔다.
|
||
|
||
‘……뭘까, 이 사람은?’
|
||
|
||
분명 그들은 다양한 대화를 나누었다.
|
||
|
||
일문일답 형식이었지만, 데릭은 이 대화가 일문일답보단, 그냥 평범히 속내를 풀어내는 대화에 가까웠음을 알았고, 데릭이 일방적으로 말을 토해내는 형국이었으니까.
|
||
|
||
‘이 사람은, 그냥 묵묵히 들어줄 뿐이었어.’
|
||
|
||
실상 대화 중 이한의 질문은 별것 없었다.
|
||
|
||
대체적으로.
|
||
|
||
‘저 보라돌이랑은 사귀는 사이냐?’ 라며 놀리거나, ‘투기법을 익혔으면 검술학부로 와야지 왜 역사학부에 있냐?’와 같은 언제든 답변해줄 수 있는 것만 물어보았다.
|
||
|
||
마치 친근한 동네 형이 상담해주는 것과 같았고, 실제로 데릭은 그런 느낌을 받았다.
|
||
|
||
‘…내가 질문하고도 이상한 질문밖에 없었으니까.’
|
||
|
||
왜 아이린 윈들러에 로엔 공자에 대해 언급한 것도 그렇고.
|
||
|
||
신전과 스킬에 대한 것도 은밀하게 흘리고 말았다.
|
||
|
||
…미친 것이 틀림없다.
|
||
|
||
어쩌자고 이런 수상한 물음만 던진 걸까?
|
||
|
||
누가 봤다면 대놓고 수상한 인물임을 알아달라고 안달이 난 것 같지 않은가.
|
||
|
||
허나 그런 수상한 자신보다 더 이상한 건….
|
||
|
||
‘한 번도 날 이상하게 보거나 의심하지 않았어.’
|
||
|
||
이 사람.
|
||
|
||
이한이야말로 그보다 더 이상한 인물임이 분명하다.
|
||
|
||
그는 시종일관 데릭의 얘기를 진지하게 들었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
||
|
||
의심?
|
||
|
||
그런 건 보이지 않았다.
|
||
|
||
감히 공작가의 공녀와 대공가의 유력한 후계자를 입에 담았음에도 그는 데릭의 주장을 이상한 미신이나 이간계 따위로 정의하지 않은 바.
|
||
|
||
하여 황망하였다.
|
||
|
||
이 사람은 대체 생판 처음 보는 낯선 이의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일까?
|
||
|
||
또한 어찌 하여 친근하게 다가와주는 걸까?
|
||
|
||
‘내가 한풀이 하는 걸 들어주는 것처럼.’
|
||
|
||
어쩌면 오늘 데릭은 생각 이상으로 많은 걸 풀어냈을지도 모른다.
|
||
|
||
해선 안 될 얘기를 했을지도 모르고.
|
||
|
||
수상하단 이유로 내일이라도 기사단에 잡혀갈지도 모른다.
|
||
|
||
허나 속만큼은 개운했다.
|
||
|
||
지금껏 누구에게도 풀어내지 못하던 속내를 처음으로 타인에게 은근히 털어내는 것만으로도 속이 시원했으니까.
|
||
|
||
…그래서 물어보고 싶었다.
|
||
|
||
“더, 더 묻고 싶은 것은 없습니까? 전 수상한 놈입니다. 그런 놈이 이상한 말을 계속 내뱉는데도 왜 아무것도….”
|
||
|
||
묻지 않는가, -그렇게 말을 이으려니.
|
||
|
||
“거짓말을 입에 담았었나?”
|
||
|
||
“…예에?”
|
||
|
||
“네가 했던 말 중 거짓이 있었느냔 말이다. 혹은 나에게 적대감이 있어서 다가온 거냐?”
|
||
|
||
“아, 아니요! 그, 그건 절대 아닙니다!”
|
||
|
||
다급히 즉답했고, 그는.
|
||
|
||
“그래, 그거면 된 거다. 서로의 답변과 질문에 거짓이 없었다. 그거면 충분하지.”
|
||
|
||
“…….”
|
||
|
||
“납득이 가지 않나 보군. 그럼 추가로 더 말해주마. 이건 네가 몰입하고 있는 검은머리한테도 한 얘기지만, 때론 사람은 너무 호기심을 가지고 살면 안 되는 법이기도 하다. 호기심이란 때론 독보다 무서운 ‘마물’이니까.”
|
||
|
||
“…마물.”
|
||
|
||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조언이지만, 너무 어렵게 살아가려 하지 마라.”
|
||
|
||
“?”
|
||
|
||
“무슨 사정이 있는지 모른다. 네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 복잡하게 살아가려 한다면 그 또한 문제인 거다. 오히려 단순하고도 직관적으로 살아가는 게 삶의 질을 올리는 방법이거늘, 사람들은 너무 복잡하게 살려고 노력하지.”
|
||
|
||
“…….”
|
||
|
||
“다시 말하지, 단순하고도 직관적이게 살려고 노력해라. 사소한 데 목숨 걸려고 하지 마. 난 오늘 궁금증 많고 좀 여러 가지 특이한 생도 녀석을 만났을 뿐이다. 그리고 우린 대화를 나누었다.”
|
||
|
||
“…….”
|
||
|
||
“단지 그뿐인 거다.”
|
||
|
||
“…허.”
|
||
|
||
데릭은 일장연설과 같은 조언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
||
|
||
저건 뭐.
|
||
|
||
“…그건, 바보로 살라는 것과 다를 바 없잖습니까?”
|
||
|
||
단순하게 살라는 것, 혹은 어려운 건 그냥 회피하란 식으로도 들렸으니까.
|
||
|
||
그렇게 재차 반박을 이으려는 순간.
|
||
|
||
“대신 행복하게 살 수 있지.”
|
||
|
||
“…….”
|
||
|
||
…말문이 막혔다.
|
||
|
||
일순 보인 그의 해맑은 미소가 더할 나위 없이 상쾌하였으며, 어딘가-.
|
||
|
||
‘아….’
|
||
|
||
남의 눈치도 보지 않으며, 그저 제 삶을 당당히 살아갈 뿐인.
|
||
|
||
그런, 부럽기 짝이 없는.
|
||
|
||
‘나도 저렇게 살고 싶었었구나.’
|
||
|
||
자신이 가지지 못한 동경하는 삶의 태도에 깊이 감명 받고 말았기에.
|
||
|
||
* * *
|
||
|
||
‘내가 생각해도 꼴값을 떨었네.’
|
||
|
||
크흠….
|
||
|
||
이한은 낯간지러운 말을 했다 자각하며 연달아 헛기침을 내었다.
|
||
|
||
어린놈이 세상 복잡하게 사는 모습에 좀 속이 긁혔나 보다.
|
||
|
||
‘어휴, 교관 일을 해서 그런가?’
|
||
|
||
진짜 교육자도 아닌데, 발끈하듯 일장연설을 내뱉고 말았다.
|
||
|
||
딱 봐도 상태창은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어린 녀석이었다.
|
||
|
||
여기저기 치이고 살았을 녀석.
|
||
|
||
거기다 말투도 어눌한 부분이 있으니 타인보다 더 치이고 살았지 않을까 싶었다.
|
||
|
||
그걸 느끼게 되자 이한은 오지랖을 부리고 말았다.
|
||
|
||
살며 후회만 남았던 회사 선배가 술에 취해 옛날을 회상하며 되도 않는 조언을 하듯이.
|
||
|
||
아마 저 녀석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해서 그런 것일까?
|
||
|
||
‘…내가 딱 저랬었지.’
|
||
|
||
정확히는 전생의 나.
|
||
|
||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고아가 되어.
|
||
|
||
당장의 삶이 불안하고 급급하며 군대에 갔고, 상관들에게 이리저리 치이다가 기이어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던 삶.
|
||
|
||
그래서 이한은 저의 전생을 ‘동정’한다.
|
||
|
||
후회하진 않는다.
|
||
|
||
그때는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으니까.
|
||
|
||
허나 동정은 한다.
|
||
|
||
내 삶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그저 남의 시선만 신경 쓰며 살 수밖에 없던 내가, 항상 복잡하게 살다가 고생만 하며,
|
||
|
||
행복이란 게 뭔지도 모르고 살았던 내가 처연하여.
|
||
|
||
‘너는 그렇게 살지 않길 바란다.’
|
||
|
||
어쩌면 동향인일지도 모르는 어린 후배.
|
||
|
||
저처럼 남에게 휘둘릴 뿐일지도 모르며, 복잡하게 살고 있을지 모르는 동생보단,
|
||
|
||
그래도 그가 좀 더 경험이 많다 자부하기에 조언을 해주며….
|
||
|
||
이한은 그가 바뀌기를 바라였다.
|
||
|
||
긍정적인 방향으로.
|
||
|
||
그래도.
|
||
|
||
“…미안하다, 꼰대 짓을 하고 말았군.”
|
||
|
||
“아니요, 오히려 가슴이 시원했는데요, 뭘.”
|
||
|
||
“마음에도 없는 소리.”
|
||
|
||
“지, 진짠데….”
|
||
|
||
“아부는 그만 됐다. 그보다 얼른 가보도록. 저 보라돌이가 널 기다리는 것 같으니.”
|
||
|
||
“으음….”
|
||
|
||
어느새 토론이 끝나고 멋진 활약을 펼친 소녀에게 사람들이 몰려가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
||
|
||
한데 이상하게도 소녀의 시선은 정확히 상태창에게 꽂혀 있었다.
|
||
|
||
관계를 부정했지만, 역시 보통 사이가 아닌 듯했다.
|
||
|
||
“…그런 거 아닙니다.”
|
||
|
||
“그럼 썸이라고 생각하마.”
|
||
|
||
“끙…!”
|
||
|
||
“됐다, 사람 염장 그만 지르고 얼른 가라. 나중에 트집 잡히기 싫으면.”
|
||
|
||
“…네에.”
|
||
|
||
그렇게 태창이는 일어서며 터벅터벅 걸어갔다.
|
||
|
||
마치 아내에게 기를 못 피는 가장 같은 느낌.
|
||
|
||
벌써부터 저러니, 미래가 좀 안쓰럽다.
|
||
|
||
……아니, 내가 더 안쓰러운가?
|
||
|
||
그런 그때.
|
||
|
||
멈칫.
|
||
|
||
“…교관님.”
|
||
|
||
“얼른 안 가냐?”
|
||
|
||
“그, 그게 아니라, 바, 반드시 해야 할 말이 남은 것 같아서요.”
|
||
|
||
“뭘?”
|
||
|
||
“또, 또 이상한 말을 하는 자각은 있지만, 그래도 말하겠습니다. ……시험 마지막 날, ‘식인귀’가 나타날 겁니다. 조심하십시오.”
|
||
|
||
“…….”
|
||
|
||
“그,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
||
|
||
“…….”
|
||
|
||
…녀석은 다급히 달려갔다.
|
||
|
||
자기가 쓸데없는 말을 한 자각은 있는 것 같으나, 그래도 한 점 후회는 없다는 듯이.
|
||
|
||
누구에게도 말 못 했던 것을 선언하니 기분이 상쾌해보였다.
|
||
|
||
그러나 반대로.
|
||
|
||
“…태창이 녀석, 마지막에 폭탄 발언을 해버리고 가네.”
|
||
|
||
시험 마지막 날.
|
||
|
||
이 말을 즉.
|
||
|
||
“우리 애들 시험 날이잖냐….”
|
||
|
||
하필 걸려도 재수 없게 걸렸다며 이한의 표정은 사정없이 구겨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