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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말도 안 되는 능력치를 확인하며 경악을 감추지 못하는 상태창, 아니 데릭과 달리 이한은 생각한 것보다 덤덤히 그를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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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만날 수도 있다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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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갑작스러운 상태창의 등장에도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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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빠르건 늦건 언제 한 번은 반드시 만나리라고 여겼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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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예측대로 상태창과 만났고, 이한이 느낀 감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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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성 한번 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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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놈이 전형적인 북부대공 막내아들 같은 놈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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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속 빙의자 여주도 전형적인 출생의 비밀과 특별한 재능 따위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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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만난 주연들은 개개인의 캐릭터성이 그 역할에 알맞은 분위기가 감돌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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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전생인지 빙의인지 모를 상태창의 경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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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우울한 놈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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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함이 진득하게 깃든 놈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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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신선한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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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을 많이 가리는 녀석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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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힌 타인을 상대하는 게 버거운 것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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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증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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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게 저기,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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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말을 걸자, 당황하며 버퍼링나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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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외톨이 아웃사이더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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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들 같으면 답답해하거나, 여러 오해를 불러일으킬 유형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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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 놈들 한두 명 겪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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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려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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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직업 군인으로 10년을 보내며 그가 겪은 사회 부적응자의 숫자만 못해도 천 명은 넘어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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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명은 너무 과장하여 말하는 게 아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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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농담이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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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이런 유형은 얌전하기라도 하지, 개똥같은 신념이랑 별 같잖은 정치질이나 해대는 병신들이 진짜 끔찍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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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한은 잠자코 그가 말하길 기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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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 유형은 비록 말은 느릴지언정 화내거나 언성을 높이지 않고 기다려주면 성실하게 답해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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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그는 이한의 믿음에 보답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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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제가 일부러 접근한 걸, 아, 알고 계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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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기가 힘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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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몰래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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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이 조용하긴 하더군, 기척조차 안 느껴질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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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아, 아신 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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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좀 예리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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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확실히…. 그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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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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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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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이 의미심장한 시선을 던지자 놈은 먹이를 훔치다 들킨 다람쥐처럼 화들짝 놀라며 움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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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며 속을 꿰뚫어 보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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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예측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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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 내 상태창을 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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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이미 상태창이 무엇을 했는지 대충 예측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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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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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관찰은 재밌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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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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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부턴 그러지 말도록. 처음 만나는 사이에 그러는 건 실례지 않을까 싶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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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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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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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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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사과하니까 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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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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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수건 줄 테니 땀이나 좀 닦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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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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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할 때마다 상태창은 움찔거렸고, 이한은 기어이 피식거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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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대화조차 제대로 나누지 않았지만, 그래도 사과도 제대로 하고, 반응이 진솔한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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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은 아닌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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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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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뽑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이한은 어느새 뽑았는지 모를 나이프 한 자루를 품속에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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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내 스킬을 꿰뚫어본 거야,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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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으로선 아연실색할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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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타인이 자기가 스킬을 쓰는 걸 알아본 게 아닐까 하는 놀라움에 심장이 벌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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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데릭은 상대가 정확히 저가 무엇을 봤는지 모르리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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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상대의 특성에는 특성이 없었어. 그렇다면 이 세상의 주민이란 뜻이야. 그, 그러니 의 존재는 모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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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데릭이 3개월에 한 번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스테이터스 스킬을 도박수처럼 던지며 이한에게 접근한 이유는 무엇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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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속으로 의심하던 또 다른 플레이어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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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접근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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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터스 스킬로 상대방의 특성칸에 항목이 있다면, 이는 그가 자신의 동향인이란 증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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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도박수를 던질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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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플레이어의 존재가 어떤 변수가 될지 모르고, 그가 악인이라면 큰 문제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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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각오를 다지며 확인해본 결과 이한의 특성칸에는 다행스럽게도 ‘플레이어’란 글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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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그가 플레이어가 아니라 이 세계의 주민이란 증거인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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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으로선 아쉬움과 동시에 반가움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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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아직까진 자신이 유일한 플레이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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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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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 들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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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하자마자 날아오는 날카로운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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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스킬의 기척을 느꼈다는 의미심장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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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이 서늘한 것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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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야, 완전히 들킨 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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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금 냉정해지니 그가 가진 [맹수의 육감]이나 [노력한 직감]을 통해 자신의 시선에서 이상함을 감지한 게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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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한 레벨의 특성들이라면 그의 스킬이 내뿜는 이질감을 눈치챌 우려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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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스킬 자체가 들킨 상황은 아닐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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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진짜 위험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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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위험한 상황임은 분명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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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사람이 이질감을 감지하자마자 바로 공격을 감행했다면 그는 어쩔 도리도 없이 ‘순삭’ 당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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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스펙으론 Lv.7 전사를 당해낼 재간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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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한 것처럼 난폭한 분이 아닌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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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은 이 사람이 생각보다 냉정하고 이지적인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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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적인 기운을, 스킬을 느꼈을 터인데도 불쾌감 없이 봐준 것도 봐준 거지만, 무엇보다 그가 인상 깊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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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배려해주고 계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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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더듬이, 벙어리 등으로 불리며 왕따를 당했던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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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나기를 말투가 어눌하며 느릿하고, 성격이 모났다며 타인들은 그에게 언성을 높이거나 화를 내기 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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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으로선 억울함 가득한 과거였고, 좀 더 천천히 차근차근 말할 기회만 준다면 얼마나 고마울까 싶은 순간들이 많았던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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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껏 데릭의 인생에서 그의 얘기를 차근차근 끝까지 들어주며 기다려준 이는 딱 두 명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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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은 지금 토론회장 중앙에서 멋지게 연설하는 카린이었고, 또 한 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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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참 닮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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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같을 줄 알았던 2년의 군생활 중 만났던 은사(恩師)와 같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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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대장님이랑 좀 닮은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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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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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 중사님’과 좀 닮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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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대장님이 환생이라도 하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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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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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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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죽은 지인이 다른 세상에서 환생하여 만날 확률은 말도 안 된다며 데릭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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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회귀자나 빙의자를 만나면 또 만났지, 그런 클리셰가 있을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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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은 자기가 생각해도 정말 말도 안 되는 상상이라며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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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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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좋은 사람을 만난 걸 행운으로 여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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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만나는 ‘좋은 사람’을 향해 데릭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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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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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데릭입니다. 역사학부 1학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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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게도 상태창은, 태장이 녀석은 이제야 막 성명과 소속을 밝혔고, 이한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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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빨리도 밝히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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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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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됐다. 그보다 역사학부 소속이라, 흠, 요즘 역사학부는 투기법도 가르치나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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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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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제법 고위 투기법이야. 귀족들, 그것도 고위 귀족들이나 익힐 법한 걸 익히고 있군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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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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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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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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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힐 수 없다는 거군. 점점 더 수상한 녀석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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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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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창이는 침음을 삼키며 한차례 더 기죽은 모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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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힐 수 없는 정보가 많다는 것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상대방에게 불신감을 안기는 법임을 아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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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봐도 보이는 곤혹스러움과 초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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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그의 기분이 상했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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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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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나니처럼은 안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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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이미 이 녀석이 소문으로만 전해지던 망나니 2왕자임을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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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투기법도 투기법이지만, 누님과 비슷한 분위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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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드래건 왕족만이 가진 고유의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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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지라 이한은 그가 왕족임을 확신했으나, 지금만큼은 일부러 태창이의 신분을 모른 척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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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뭔가 더 아는 티를 내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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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압박하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나 반론할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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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녀석은 강압적으로 나가기보단, 자연스럽게 정보를 뽑아먹는 게 좋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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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무수한 군상에게 정보를 뽑아먹은 경력자가 이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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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과 협박 등의 수단도 있지만, 그것도 통할 상대가 있고, 안 통할 상대가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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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상태창은 지극히 후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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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보를 토해낼 타입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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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박하기에 단순하고, 경계심만 풀면 알아서 다 뱉어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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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가 지금 해야 할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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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 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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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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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데릭 생도의 수상함에 대해선 잠시 접어놓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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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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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데릭 생도 본인도 알 거다. 본인이 얼마나 수상한 인물로 비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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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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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목적이 있어 내게 접근하였다는 건 알겠다. 적의나 살의가 느껴지지 않았기에 본 교관은 데릭 생도를 위협하지 않고 있지만, 수상함이 느껴지는 건 확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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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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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안하는 거지만, 일문일답 형식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게 어떨까 싶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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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문일답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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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차례대로 물어보도록 하자는 거다. 먼저 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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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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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촉하지 않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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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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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 적막감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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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제의였으나, 상태창 녀석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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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감지덕지하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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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저의는 모르겠지만, 정보를 얻을 기회를 얻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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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이한의 배려 덕에 기껏 목적을 이룰 수 있게 된 것이니, 이게 웬 떡인가 싶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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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한이 무덤덤하게 기다려주길 3분가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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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녀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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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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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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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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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신기한 재주를 가지고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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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소리가 모두 차단되었고, 그들의 존재감이 옅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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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시녀님과 곰순이, 2번 병아리 등을 보자, 그녀들은 자기들에게 관심도 주지 않은 채 토론회에만 집중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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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린이란 존재감 강렬한 소녀의 언변에 완전히 빠져든 모양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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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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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사죄에 대한 보답이라고 말하기도 뭐하지만, 제가 가진 능력을 밝혀보았습니다. 이걸로 어느 정도 신뢰성이 생기면 좋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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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능력이다. 사일런스라고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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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들으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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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리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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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몰래 대화하기 좋은 능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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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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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상태창 녀석, 참 부러운 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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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분명 ‘스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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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을 때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재주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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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이 악물고 모른 척하면서도 씁쓸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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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도 이런 능력 하나만 있었어도 세상살이가 지금보다 나아졌지 않을까 싶은 부러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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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이 회상하듯 잠시 과거를 떠올리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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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 교관님은 혹시 신전 측 사람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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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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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질문이 날아왔고, 문득 기시감이 느껴지는 물음이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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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신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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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회귀자의 수하 녀석이 그에게 날렸던 상황과 일맥상통하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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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심유해진 눈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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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귀자 측도 그렇고, 상태창도 그렇고, 확실히 신전에 뭔가 있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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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결론을 내리며 이한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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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어도 난 신전과 관련이 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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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그렇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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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하, 의심할 거면서 이런 질문을 왜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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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도, 교관님이 거짓말을 내뱉으실 분 같진 않습니다. 그러니 최대한 믿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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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마음에 드는 답변이었다, 데릭 생도. 보답으로 질문 하나를 추가로 허락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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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 그럼, 아이린 윈들러와는 어떤 관계인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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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미끼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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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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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 대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으니 대어가 물리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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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은 기쁜 티를 내지 않으며, 최대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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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린 윈들러 생도를 말하는 건가? 그녀와의 관계는 갑자기 왜 묻지?”
|
||
|
||
“이, 일단 답변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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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흠, 뭐 좋다. 아이린 윈들러 생도와 본 교관의 관계는 생도와 교관의 관계라고 정의할 수 있겠지.”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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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래도 추가로 더 답해주자면 옆집 이웃사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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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웃사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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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 그대로다. 내가 사는 오두막 옆에 바로 그녀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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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저, 정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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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거짓말을 해서 내가 무슨 이득이 있을까. 난 지금도 진실만을 내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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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 그럼 그것 외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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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아는 지인. 이것이 그녀와의 관계를 가장 명확히 정의라 할 수 있겠지.”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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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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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이제 반대로 질문하지. 아이린 생도와의 관계를 왜 궁금해 하지? 혹 아이린 생도에게 무슨 반감이라도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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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런 건 아닙니다,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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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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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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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는 소리와 함께 답변을 망설이는 그였으나, 상태창 녀석은 양심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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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양보의 미덕을 보인 만큼 답변을 해주는 녀석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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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서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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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이상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원래 제가 아는 아이린 윈들러란 여자는 저런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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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런 사람이란 게 정확히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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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해맑게 웃거나, 그 나잇대 소녀처럼 밝은 느낌이 아니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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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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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찌르듯 되묻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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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표독스럽고, 사악하며, 남을 질투하고, 그리고 가문과 마법의 힘으로 아카데미를 장악하려는 검은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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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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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사악한 악녀로, 아,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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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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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아이린 윈들러 영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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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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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고개가 돌아갔고, 시녀와 사이좋게 어깨를 기대며 조곤조곤 떠드는 소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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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가 악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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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쟁이의 숨은 본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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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로 주문쟁이 혐오감이 들썩거리는 그였지만, 애써 부정하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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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그가 직접 겪은 아이린 윈들러는 흔한 주문쟁이처럼 오물 같은 건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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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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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보스가 왜 저리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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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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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또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고 하겠지만, 이한의 귀에는 똑똑히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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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보스’라는 문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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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한은 아이린 윈들러의 충격적 정체를 들으며 눈을 끔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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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로판 여주나 히로인인 줄 알았는데, 여주나 히로인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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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몹이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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