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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켓은 야구와 비슷한 귀족들의 고급 레저 스포츠 중 하나이며, 동시에 평민들에게도 친숙한 스포츠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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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로, 그러니까 마상 격구처럼 훈련된 말과 연습할 구장, 장비까지 있어야 하는 스포츠와 달리 공과 넓적한 방망이 등만 있으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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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크리켓은 귀족과 평민을 아우르는 대중적인 스포츠였으며, 모두가 기본적인 룰은 숙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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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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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그렇게밖에 못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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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노모께서 너보다 빠따질을 더 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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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 공을 못 잡냐고!? 바로 앞에서 떨어지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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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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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켓 시합, 아니 크리켓 시험장에서 선수(생도)들이 열심히 공을 던지고 방망이를 휘두르며, 공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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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험을 치르는 두 팀은 우연치 않게도 각각 남부와 동부를 대표하는 귀족가의 자제들이 많은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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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운명처럼 팀마저 나뉘어져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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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와 동부가 고향인 이들은 어느새 출신지에 맞게 응원을 날렸고, 그 응원이 과열되어 금방이라도 난장판이 될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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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란 이름의 영지전이자 워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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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이미 스포츠 시합이나 일개 생도들의 시험 과목이 아닌, 영지민들의 자존심이 걸린 전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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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치 않게 크리켓 시험을 치르는 중인 아르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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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합 지면 영지에서 봉기라도 일어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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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날 것 같다가 아니라, 진짜 날 겁니다. 아카데미 선배들 중 갈등이 있던 영지끼리 크리켓 시합을 했는데, 패배한 영지의 시민들은 슬링(Sling)으로 무장한 채 영주 아들을 둘러싼 후 돌을 던졌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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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 선배님은 살아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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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쉬고 있습니다. 그저 영지 최악의 역적 취급을 받으며 사는 중이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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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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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무조건 이겨야 합니다. 전 역적 취급받고 싶지 않습니다. …돌 맞아 죽고 싶지도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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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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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본의 아니게 크리켓 경기는 흥미롭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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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은 뒷전이고, 죽자 살자 이기려고 상대 진영을 두들겨 패려는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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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노를 비롯한 검술학부 인원들은 슬슬 언제 주먹싸움이 일어날지 모르겠다며 걱정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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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이 세상에도 벤치 클리어링이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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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그렇게 돌아가는 상황을 확인하며 마냥 황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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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가르치는 생도들이 나오는 경기라기에 관람이나 할 겸 온 것인데, 훨씬 더 상황이 전투적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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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들 스포츠라기에 고상하게 흘러갈 줄 알았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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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야구나 축구보다 더 흥미롭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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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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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럽 축구를 보고 있나? 무슨 훌리건(Hooligan)들이 이렇게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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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마저도 하나같이 버서커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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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진짜 잘못하면 횃불 들고 귀족들 마차를 불사르는 놈들도 있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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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리다, 난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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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길 거리가 극도로 적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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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스포츠에 상당히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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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크리켓이란 경기 자체가 친숙한 스포츠이기에 이런 면모가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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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한번 전파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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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와 비슷한 게 있긴 한데, 그걸 좀 더 진지하게 도입해 본다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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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지적호기심이란 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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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악독하게도 현대 축구를 도입해볼까 싶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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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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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 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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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얼굴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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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입니다, 교관님. 훈련장도 아닌데 이름으로 좀 불러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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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숫자는 정확히 외우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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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감사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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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배리 생도는 왜 여기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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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생활비 좀 벌고 있었습니다. 나름 성수기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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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 대머리, 아니 배리 콥스가 멋쩍은 미소와 함께 머리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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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거대한 배낭에서 시원한 음료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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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부리 용도로 보이는 육포와 프레첼 등도 한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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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그런 걸 팔고 다녀도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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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안 되지만, 다들 묵인해주는 편입니다. 저처럼 생활비가 항상 부족한 놈들은 특히 많이 하는 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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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어쩐지, 술 취한 놈들도 보인다 싶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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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술 판매는 불법입니다. 아마 단속반 뜨는 순간 잡혀갈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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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반도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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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어이없어 하면서도 품에서 은화 두 개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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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 하나랑 육포만 좀 내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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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너무 많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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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진 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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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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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기간에는 공부나 해, 인마. 자존심 상한다고 거절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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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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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잘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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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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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각진 경례와 함께 배리는 은화 두 개(4인 가정 한 달치 월급)를 받아들며 가방 전체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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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 달라니까 다 넘기고 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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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좀 들으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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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다 달라고 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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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그렇게 투덜거리며 가방 속 육포 하나를 입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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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였어? 잘 만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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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아깝지 않은, 훌륭한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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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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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결과만 말하자면 이한은 마그누스 대공의 제안을 ‘감히’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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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의 제안을 평기사 따위가 거절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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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이 이를 모욕으로 여기며 그의 목을 베어라 명령해도 될 터이지만, 대공은 도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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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서 거절하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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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빛내며 관심을 보일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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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좋은 제안이거늘 왜 거절한 것이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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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게, 잘만 하면 대공가의 데릴사위가 될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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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상승의 기회였으며, 라이오넬의 성을 쓸 수도 있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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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이를 왜 포기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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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의문에 이한이 내뱉은 답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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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끌려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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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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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걸작과 같은 답변에 마그누스 대공은 눈을 끔뻑였으며, 막시무스는 배를 잡고 바닥을 뒹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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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아하하하! 형님, 내가 말했지 않소! 저자 걸물이요, 걸물! 천하의 라이오넬을 이렇게 개 무시하는 놈이 있다니! 진짜 대단하지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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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실히 그렇긴 하구나,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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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대공과 북부의 기사는 불쾌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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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면 유쾌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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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인의 특성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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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귀족들과 달리 속내를 감추기보단, 진솔함을 미덕으로 여기는 그들이었고, 호탕함을 더욱 높게 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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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폭소를 내뱉은 마그누스 대공이었고,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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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기사여, 항상 내 제안을 기억해라. 라이오넬은 그대를 항상 환영할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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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여지를 남겨두며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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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같은 사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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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났을 땐 당장에라도 모든 걸 휩쓸어버릴 포악함을 보이더니, 사라질 때조차 폭풍처럼 감쪽같이 사라져버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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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엔 꼭 혈투를 벌이도록 하지, 기다리거나, 로한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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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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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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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새끼는 다음에 만나면 턱을 깨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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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한, 라한 그 다음엔 로한으로 세 번이나 개명시킨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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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만 한 아우 없다더니, 나름 긍정적인 이미지를 남긴 대공과 달리 끝까지 그를 긁어대던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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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건방진 고릴라를 다음에 마주친다면 그땐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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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주가리든 모가지든 따버리고 말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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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갈라하드의 건방진 그래플러 놈 외에도 묵사발로 만들어버릴 새로운 타깃을 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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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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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정보길드 이 새끼들부터 조져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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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플러와 고릴라보다 먼저 조져야 할 대상은 다름 아닌 정보길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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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받았으면 일을 제대로 해야지, 어떻게 된 게 정보가 다 엉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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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귀인 줄 알았던 공작은 그냥 무난한 정상인이고, 강간범인 줄 알았던 놈은 생각보다 대인배고,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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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 번의 만남 가지고 모든 걸 판단할 순 없을 테지만, 이한은 제 눈과 직감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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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공작이나 대공이나 천하의 못 써먹을 쓰레기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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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어 그가 지금껏 만난 귀족 중 가장 귀족이란 호칭에 어울리는 위엄과 능력이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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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이한은 정보길드가 이따위 정보만 넘긴 이유를 크게 둘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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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정말 대충 정보를 수집했거나, 그도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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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모두가 자신들에 대한 정보를 철저하게 조작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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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가 됐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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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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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된 게 기사단에 있을 때보다 사건 발생빈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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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에 있어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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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 아카데미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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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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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카데미물이건 주인공이 등장하기 전까진 평화롭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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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하필 그의 직장에는 주인공급 주연이 둘, 아니 셋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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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랑 정체모를 망나니 왕자에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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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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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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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우연이네요?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되고,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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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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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빙의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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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침음을 내뱉으며 새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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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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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더럽게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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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 윈들러, 그녀가 어설픈 미소를 머금으며 그에게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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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아, 알지? 오늘만큼 좋은 기회가 없어! 오늘이야말로 목적을 이루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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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 너 때문에 내가 이게 뭐하는 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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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 윈들러는 자기가 대체 무슨 짓을 하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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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쫑알쫑알 시끄럽게 떠드는 유령 동거인 때문에 아침부터 화장까지 해야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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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난 딱히 화장하라고 안 했는데? 네가 뜬금 한 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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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거지꼴로 만날까, 그럼!? 내, 내가 다 너 생각해서 이러는 거야, 이 기집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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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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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 그런 눈으로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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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아무것도. 어쨌든 네가 무슨 음흉한 마음을 먹었건 상관은 없는데, 내 부탁은 무조건 들어줘야 하는 거다,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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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흉한 마음 같은 건 없거든! …근데 그 부탁 진짜 들어줘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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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망치고 싶으면 안 들어줘도 상관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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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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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소녀가 모든 과목을 암기하는 걸 믿고 공부라곤 전혀 하지 않은 아이린 윈들러는 어쩔 수 없이 부탁을 들어줘야만 하는 처지임을 상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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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마법학부 수석인 그녀는 성적이 낮더라도 퇴학당할 우려가 없기에 시험이야 못 치면 어떠냐 싶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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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은 망치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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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수능을 치지 못한, 수험생의 영혼을 가진 소녀로선 성적이 낮은 것만큼 공포스러운 상황도 없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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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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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허벅지만 만져보는 거야, 허벅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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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허리보다 더 굵은 것 같은 기사의 허벅지를 힐끔거리며 소녀는 마른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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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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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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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왠지 모를 한기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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