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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를 보면 대표적으로 등장하는 세력 중 마교와 북해빙궁이란 놈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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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학생 때 무협 좀 파봤다면 알 텐데, 이 두 세력이 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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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세력으로 최강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질리도록 많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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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흔히 북해빙궁이나 마교 소속 무림인들이 단일세력 최강으로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소속된 무인 개개인의 강함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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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환경에서 살며, 매일같이 전투만 해대니 강해지는 게 당연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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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라이오넬이란 놈들은 이 세상의 북해빙궁이요, 마교라 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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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하고도 척박한 동토의 마물과 매일같이 싸우며, 눈보라와 얼음의 산에서 영토를 일군 그들이 어찌 강하지 않을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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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이런 환경에서 치열하고도 사나운 군중이 오로지 라이오넬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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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달린 사자의 핏줄을 이어받은 가문을 대대로 섬기며 절대복종을 맹세하니 왕국 규모의 영토와 군사력을 일궈낸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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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 왕국의 세력 중 가장 강력한 군사력과 영토를 가진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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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함을 숭배하는 속성과, 왕족에게 절대복종하는 이중적 논리가 성립되는 유일한 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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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이 괜히 북해마교라고 표현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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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 따지면 시베리아 전부를 개발 끝내고,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 놈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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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러한 저력을 갖춘 만큼 라이오넬은 강력하며, 팬드래건마저도 감당하기 버거운 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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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 대대로 맺은 맹약이 있기에 지금도 왕국의 개국공신 가문으로 남아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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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라도 독립 가능한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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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토록 강력한 라이오넬의 군사력의 반은 일개 기사단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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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오넬의 혈통을 잇거나, 북방의 맹자들만이 모였다는 북부 최강의 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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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철사자 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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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사자와 마찬가지로, 유이하게 왕국에서 사자의 문양을 쓸 수 있는 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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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세간에서 백은의 사자보다 흑철을 두른 사자들을 더 윗줄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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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속 얌전한 맹수보다, 흑한의 들판에서 군림하는 맹수를 더 두려워하는 건 당연한 노릇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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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철사자인가 뭔가 하는 기사단 소속이 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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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아이언 드 라이오넬, 흑철사자 기사단의 부단장이다. 막스라 부르게,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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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알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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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의 입을 통해 직접 듣고 싶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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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이다, 이한 터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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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한이라,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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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이라고 이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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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듣는 이름 장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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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저러는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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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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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라한이여, 나와 싸우자! 목숨을 건 혈투를 벌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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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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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름은 관계없이 싸우는 데 혈안인 미친놈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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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이한에서 라한으로 강제 개명당한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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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통하는 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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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가 전투민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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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북부 놈이랑 어울리지 말라고, 아재가 그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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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타르 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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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더라도 북부 놈들이랑 싸우지 마라, 무서운 건 아닌데, 엮이면 그다지 인생에 이로울 게 없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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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하더니,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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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어른들 말을 함부로 넘기면 안 되는 것일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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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는 억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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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의도한 게 아니라, 제멋대로 쳐들어온 놈까지 어떻게 안 엮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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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내 팔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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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피를 본지라 당분간 사양하고 싶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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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나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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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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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이 널브러져 있던 단검을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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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지닌 거대한 부월(斧鉞)에 비하자면 장난감과 다를 바 없는 단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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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저딴 걸로 뭘 어쩌나 싶을 테지만, 상대를 눈앞에 둔 막스는 그를 전혀 무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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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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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군! 오싹하다 못해 저릿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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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하면 흥분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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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제 눈이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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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의 사내 못지않게 사나웠으며, 기세의 크기가 인간이 아니라 대형 짐승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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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는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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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평화롭기 그지없는 왕도에서 제 [업적]으로 삼을 만한 맹자가 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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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내를 꺾는다면, 나의 영혼은 좀 더 아발론에 가까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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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는 그렇게 기세를 드높였고 이한의 기세 또한 심상치 않게 서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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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웬만한 미친놈이 아님을 확신하니, 그 또한 손대중 따위를 할 마음이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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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대련 따위가 아닌, 목숨을 건 생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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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과 막시무스가 부딪치려는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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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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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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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벌거숭이 같은 녀석. 내가 얌전히 있으라 했지, 언제 사고를 치라고 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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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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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르장머리 없는 녀석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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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 빠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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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만! 그만 때리십시오, 형님! 아,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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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라고 때리지, 그럼 시원하라고 때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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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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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 그들은 기세를 거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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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는 고릴라마냥 큰 덩치를 가진 주제에 저보다 한참이나 작은 사내에게 기를 못 펴며 맞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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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인된 공포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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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열정리가 완전히 끝나 주인에게 복종하는 강아지의 모습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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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다지 보기 좋은 광경이 아닌, 흉하기 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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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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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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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사나운 고릴라 놈을 놀릴 마음조차 들지 않으며 저도 모르게 주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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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당장 거리를 벌렸고, 당장이라도 도망가기 위해 종아리와 발끝에 힘을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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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신탄영의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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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공격을 위함이 아닌, 이 자리에서 당장 도망가기 위함이기에 모양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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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한에게 중요한 것은 승리나 패배 따위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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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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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가장 중요한 삶의 가치관이 아닐 수 없었고, 설사 누군가는 겁쟁이라 할지언정 행복하게 장수하고 싶은 그로선 이기지 못할 적을 만나면 자존심이고 나발이고 도망가는 게 상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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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비는 건 하책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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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 않아도 된다. 난 그대를 죽일 생각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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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내 목을 쑤시려는 송곳이나 좀 치워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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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군. 미안하네. 내 본의가 아니었다는 것만 알아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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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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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헛웃음이 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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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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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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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옆구리와 목덜미에서 각각 피 한 방울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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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잘 갈린 얼음송곳이 그의 피부를 파고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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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도 아니고, 방탄조끼마냥 질기고 단단한 그의 살갗이 두부처럼 쉽게 뚫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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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죽을 뻔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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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그거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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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정녕 그를 죽일 마음이 추호도 없었기에 그가 살아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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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저런 괴물이 있는데, 나보고 괴물이라 하는 놈들은 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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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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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괴물이니 뭐니 하는 건 저런 걸 보고 말하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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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누스 율리안 드 라이오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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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북부의 제왕이 그의 눈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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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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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층 적막감이 감도는 건물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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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지나가는 경비원이나 교원, 혹은 숨어드는 생도들이 있을 법도 한데, 오늘은 유난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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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적 표현이 아니라, 진정으로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없다고 하면 믿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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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한은 왜 이 공간에 아무도 접근하지 않는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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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게’ 있는데 본능적으로 다가오지 못할 만도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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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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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진정하고 들어가라, 아무리 시험해 보고 싶은 자가 있다고 한들, 그를 위협해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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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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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나중에 충분한 제물을 바치도록 하겠다. 그러니 이만 들어가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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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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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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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마그누스 대공은 허공을 향해 무언가와 대화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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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봤다면 미친 게 아닐까 오해할 광경임이 분명하지만, 이한은 그렇게 여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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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그는 그 무언가에 ‘위협’당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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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거대한 생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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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온몸의 감각을 집중하여 마그누스 대공이 바라보는 허공을 향해 시선을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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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어느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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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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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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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드디어 그것과,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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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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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와 시선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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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일종의 직감이었고, 때려 맞추는 것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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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누스 대공의 뒤편에는 코끼리만한 덩치를 가진 맹수가 있었으며, 그 맹수는 아무래도 풍성한 갈기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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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발로 걸어 다니며 발톱은 그의 허리보다 굵직할 터이고, 송곳니가 유난히 거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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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검치호란 생물과 닮은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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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검치호보단 그건 분명 사자에 가까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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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확신하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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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찔려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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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려본 놈이 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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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전생 시절 동물원에서 만났던 사자의 존재감과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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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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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자가 다름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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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그 [신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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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에 남은 불가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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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종족을 비롯해 요정과, ‘신들’ 같은 무리들이 융성하였던 시절 남은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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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보고 신비(神祕)라 호칭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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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형태를 지닌 신을 모신 자들도 있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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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전날 제이크에게 받았던 정보를 떠올렸고, 그중 보았던 내용 중 일부가 뇌리를 스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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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오넬 가문의 주인들은 대대로 신비를 품고 산다. 그리고 그 신비의 힘은 ‘오러 유저’와도 맞먹으며, 갈라하드의 마검과 함께 왕국을 지탱하는 강력한 힘 중 하나라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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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러한 기록을 읽었을 땐 마냥 농담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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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나 마검이 강해봤자 얼마나 강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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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오러 유저와 맞먹을 수 없다고 여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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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지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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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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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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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발타르 아재랑 싸우면 누가 이길지 모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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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타르 그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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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초인과 똑같이 힘의 상한선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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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서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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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의 적국이 우글거렸던 이 왕국이 어떻게 그 오랜 세월 동안 존속할 수 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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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 유저가 아니더라도, 저만한 괴물들이 버텨주니까 괜찮은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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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기 그지없는 항공모함과 같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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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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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겠다, 시부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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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함이고 나발이고, 그냥 나한테서 관심을 좀 껐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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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기사여, 다시금 사죄하마. 나의 아우가 그대에게 실례되는 행동을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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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누스 대공은 지위에 맞지 않게도 평기사에 불과할 뿐인 이한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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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권위에 연연하는 성격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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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막시무스가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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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전사들이 전투를 벌이는 것이 어찌 실례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까! 말을 거둬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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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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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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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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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는 존경하는 형님을 비롯하여 가문의 ‘수호신’에게 꾸지람을 받으며 몸이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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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가 봤다면 뜬금없이 허우적거리는 모양새겠으나, 사자의 피를 이어받은 자들에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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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칠흑의 사자’가 막시무스를 향해 꿀밤을 놓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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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는 대항조차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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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인간이 저것에 대항할 방도가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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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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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는 그렇게 굴욕적인 모습으로 일어설 생각을 못 했고, 그제야 만족한 마그누스는 다시금 기사에게 시선을 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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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이럴 목적이 아니었다. 그저 잠시 너와 대화할 자리를 가지고 싶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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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랑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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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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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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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해도 된다. [흑왕]은 쉽게 남을 해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힘을 가늠하지 못하고 자주 장난을 걸 때가 많지. 그 때문에 너는 위협을 느낀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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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혀 안심이 안 되는 발언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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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저 사자가 저를 향해 그 장난이란 걸 또 걸면, 또 다시 이승과 작별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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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선 도망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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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그 반응을 보니, 역시 흑왕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인가? 놀라운 일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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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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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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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시험할 셈으로 저 사자의 존재를 밝혔고, 그는 딱 걸리고 만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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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어찌 할까 싶었으나, 고민하는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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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는 건 아닙니다. 그냥 존재감만 느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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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하게 답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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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저 양반에게 뭔가를 숨길 수도 없을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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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누스 대공은 쓴웃음을 짓는 그를 향해 감탄 어린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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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단하군, 설마 우리 가문의 혈족도 아닌 자가 흑왕을 느낄 수 있을 줄이야. 마법이나 신비도 없는 자일 텐데…. 흥미롭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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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흥미 좀 그만 보이시면 안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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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더 시험하고 싶은 걸 참고 있는 중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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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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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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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낮게 욕지기를 읊조리며 머리가 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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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시험기간인 건 생도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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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내가 시험당하는 처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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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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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도 코끼리만한 사자한테 품평당하는 처지이니, 이한은 울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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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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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우! 그래서, 저랑 대화하려는 목적이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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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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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오? 이제 더는 떨지 않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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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산다고 했습니다. 까짓 거 위험하면 도망가면 그만이지, 뭘 더 무서워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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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왕이 너에게 호기심을 느낀 이유를 알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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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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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재밌는 젊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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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 덜떨어지고 멍청한 막내 동생 녀석은 여전히 흑왕을 만나면 고양이 앞 생쥐처럼 굳어버리는데, 난생 처음 흑왕을 겪은 이는 눈을 똑바로 뜨고 그에게 할 말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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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미로운 젊은이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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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선왕(先王)께서 승하하시고, 왕도에는 이제 인물이 없는 줄 알았거늘, 그런 것도 아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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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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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이다. 그보다 내가 어째서 그대를 만나고 싶어 했냐고 물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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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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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이 아니었다. 그저 대화가 해보고 싶었을 뿐이다. 흑왕이 만남을 희망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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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그런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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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그런 이유로 보이더라도, 흑왕이 친애를 표시한다면 충분히 만날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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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왕이 ‘친근함’을 보인 전사들은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여러모로 명성을 날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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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껏 흑왕이 점찍은 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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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저 젊은이는 어떤 식으로 역사의 이름을 남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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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남을 위업을 쌓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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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만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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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 젊은이는 어떤 그릇을 가진 자인지 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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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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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할 짓도 없다 싶겠지만, 부족함 없는 자일수록 한가하며 호기심이 강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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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도리어 호기심이야말로 부족함 없는 삶을 움직이게 해주는 원동력이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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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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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나와 같이 북부로 갈 생각은 없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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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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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면 나의 딸과 결혼시켜줄 생각도 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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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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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기행조차 마다하지 않고 벌이는 마그누스 대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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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입장에선 반갑지 않은 스카우트에 불과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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