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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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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귀(食人鬼)’ 등으로도 불리는 마물은 한때 숲의 수호신이었던 존재가 타락하여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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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배신당한 숲의 수호신이 인간에게 복수하기 위해 바위와 하나가 되었고,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로 변모했다는 얘기는 동화나 희극으로도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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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구전설화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아이들조차 트롤이 가진 폭력성과 위협을 알라는 뜻도 있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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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대표적인 트롤의 설화의 내용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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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몸이 단단한 바위로 뒤덮여 있으나, 그 날렵함과 지능은 타고난 늑대의 기만함과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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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작이 떨어지지 않는 불길과 같은 재생력을 가지고 있으며, 산을 뒤흔들 거력을 품어 모든 걸 죽이는 학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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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은 사람을 먹고 사는 바위의 악마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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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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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을 가리지 않고 아이들의 밤잠을 설치게 했을 괴물의 설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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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설화가 전해지는 트롤의 힘은 실제로 공포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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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을 이기기 위해 기사단이 움직여야 할 정도이며, 설사 기사단이 움직인다고 해도 희생이 따를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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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트롤은 전사들의 악몽으로 군림하는 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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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트롤의 심장과 피 등이 가진 효력은 그러한 악몽조차 잊게 만드는 막대한 ‘값어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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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섭취하면 웬만한 질병은 물론이요, 다친 상처도 모두 회복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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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을 섭취하면 수명의 증강을 비롯한 무수한 효과가 있다는 게 밝혀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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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정제시키지 않고 먹으면 죽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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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트롤이 영지 근처 숲이나 산에서 나타났다고 하면 어떻게든 잡아야 하는 보물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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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이 따를지언정, 사냥에 성공한다면 대박도 이런 대박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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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무수한 용병과 탐색자 등이 트롤을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안타깝게도 트롤은 이제 보기 드문 생명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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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포획과 사냥으로 더는 일반적인 숲이나 산에서 보기 어려웠으며, 마경(魔境) 등으로 불리는 지대를 가야지만 가까스로 만날 수 있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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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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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오늘 그러더라, 검술학부 시험에서 그럼 진짜 트롤이랑 싸우는 걸 볼 수 있냐고. 참 바보 같은 질문이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진짜 트롤’이 왕도에 있을 리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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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시험에 나오는 ‘인공(人工)의 산물’을 향해 진짜 트롤이냐고 묻는 이들은 머리 안이 상당히 가벼울 게 분명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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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진보라색 제비꽃을 닮은 소녀, 카린 귀네비어의 차가운 발언이었고, 오늘도 애착 인형마냥 소녀에게 붙잡힌 채 머리가 다듬어지고 있는 소년은 낯을 붉히며 소녀의 말에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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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 카린 영애님 좀 떨어져 주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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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지 않아? 트롤 같은 마물을 어떻게 구할 수 있겠어, 구할 수 있는 건 그냥 연금술로 만들어진 [바위 트롤]밖에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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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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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그녀의 채취가 곤혹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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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싱싱한 젊은 몸이 반응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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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내향인 데릭은 몸을 숙이며 어떻게든 그녀에게서 떨어지는 노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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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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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어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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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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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하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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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그걸 트롤이라고 부르는 것도 웃기는 일이야. 그냥 트롤의 피가 묻은 돌멩이들일 뿐인데. 아, 그 피도 복제한 거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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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래도 위협적인 존재이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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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일반인에겐 그렇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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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식인귀, 혹은 바위 트롤 등으로 불리는 인조 생명체는 실상 생명체라고도 부를 수 없는 골렘과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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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을 발견하기가 워낙 어려워지니, 트롤의 심장과 피를 복제해보자는 연금술사들의 노력에 의해 탄생한 산물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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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복제 산물은 기껏해야 트롤의 피가 가진 성능의 2할을 가까스로 흉내 내는 수준이었고,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실망했었지만, 그래도 2할 성능이 어디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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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많은 상품이 개발됐고, 그중 하나가 [바위 트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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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바위에 복제된 트롤의 피를 머금게 했을 뿐인데 만들어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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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직 바위 트롤의 발생 원리를 모르는 이들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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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 전투력은 오리지널에 비하면 반편이조차 되지 못해 이렇게 자주 훈련용이나 누군가의 실력 평가를 위해 쓰일 때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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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학부 시험의 경우가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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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본 적은 있어. 가끔 가문에서 구매해서 신입 기사들과 싸우게 하더라고. 하찮기 그지없었지. 숲의 악마나 식인귀라 불리는 마물치고 얼마나 허약하기 그지없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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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품에 불과하니 어쩔 수 없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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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은 어느새 그녀의 손길을 뿌리치는 걸 포기하며 머리칼이 다듬어지는 운명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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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착실히 그녀의 질문에는 답했는데, 어딘지 묘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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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내가 한 말에 뭔가 이상한 거라도 있었나? 반응이 갑자기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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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그냥 잠시 생각할 게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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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나 같은 멋진 여성과 있는데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있다니…. 실망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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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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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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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기…, 카, 카린 영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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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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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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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대체 여자의 기분은 어떻게 푸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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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은 세계 최대의 난제를 눈앞에 둔 사람마냥 고심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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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슬슬 진짜 어떻게 해야 하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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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소녀의 기분을 풀기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도 데릭의 머리는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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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렁뚱땅 아카데미 시험 ‘챕터’로 접어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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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그 전 챕터가 발생했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챕터가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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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 마법사들이 테러를 저질러야 하는데, 그런 사건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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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교원으로 위장한 위법 마법사를 기사단에 제보할 준비를 하던 중이었는데,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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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스럽긴 해도 테러는 일어나지 않아 안심이 되긴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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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왈 타락 루트는 어떻게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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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스토리마저도 발생하지 않는지라 데릭은 슬슬 위기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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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알던 모든 정보가 헝클어지다 못해 쓸모가 없어지는 기분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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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데릭은 이번 챕터에서도 어떤 일이 발생할지 확실히 말할 수가 없었고, 그래서 더욱 걱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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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챕터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더 불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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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식으로 나비효과가 발생했을지 도무지 예측이 가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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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기간 챕터’는 불확실성이 너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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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가 통하지 않는 걸 뒤로하고도, 이건 ‘강제성 이벤트’와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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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데릭에겐 시험을 막을 만한 명분도 권한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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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있는 거라곤 일개 생도 신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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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하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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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가 있으면 뭐하겠는가, 그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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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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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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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왜 그리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지 묻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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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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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내는 게 아니야. 그저, 데릭이 참고 있는 게 보여서 묻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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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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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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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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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여인이 먼저 낸 용기를 거절할 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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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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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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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속을 단번에 꿰뚫어 보는 소녀의 꾸중에, 데릭은 저도 모르게 소녀의 품에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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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저보다 어린 소녀임이 분명한데, 그런 소녀의 품에 안겨 위로를 받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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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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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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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풀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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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정신적 연령이 높을지언정 육체적 연령을 무시할 수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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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에 지배당하는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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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은 그렇게 위로받았고, 카린은 다정하게 소년의 회색머리칼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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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이 상처 많은 소년의 눈이 조금이라도 부드러워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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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숭고한 그들의 마음과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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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저러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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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운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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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연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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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눈엔 염장 지르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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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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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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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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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게 그 바위 트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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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검술학부 교관의 신분으로 사전에 생도들이 싸울 트롤과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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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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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스피커 달린 인형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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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의 원형은 대략 6미터 크기를 자랑하며, 대형 굴착기가 로봇으로 변신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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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주제에 온몸은 바위로 뒤덮여 있고, 흉포하긴 무척이나 포악하여 결코 길들일 수 없는 짐승과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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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이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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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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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고, 작고, 약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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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미터 크기의 트롤이, 아니 바위 형태 마물에 불과한 ‘저것’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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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한없이 위협스러울 테지만, 이한으로선 큰 감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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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은 트롤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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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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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트롤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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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의 형태를 베꼈을 뿐인 저급한 모조품에 불과할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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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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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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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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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손바닥이 거침없이 바위 마물을 후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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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대기와 다름없었으나, 그 싸대기가 만들어낸 파장은 무척이나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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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어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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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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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마물은 등 부분이 터지며 그대로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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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이거 자주 써먹게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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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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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레비 폴트가 보였던 일격과는 비교도 되지 않은 파괴력을 머금은 그의 일격이 마물을 산산조각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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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타르의 내가중수법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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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무척 편리한 수법이기에 도리어 껄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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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의지하게 되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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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다른 기술을 연구해 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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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한 수법도 좋지만, 강해지기 위해선 마냥 편법을 쫓아서 어디 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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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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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맷집은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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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찰 도중 느껴지는 손끝의 저릿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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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아픈 건 아니었지만, 손이 좀 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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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조품, 위력도 약하고 빈틈투성이라 공격할 곳은 많으나, 대신 그만큼 방어력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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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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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물….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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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력도 어느 정도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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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트롤이란 이름을 쓸 수 있나 싶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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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몸이 달라붙으려고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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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단점만 있는 건 아니란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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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머리를 확실히 짓밟으며 숨통을 끊어내는 순간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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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생도 수준에서 이길 ‘상대’가 아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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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놈이랑 그 세 놈은 가볍게 이길 테고, 조교 녀석은 아슬아슬하겠네, 하지만 나머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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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곰돌이 시리즈만 그런 게 아니라, 도련님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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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년 정도 더 단련하면 모르겠지만, 지금 수준으로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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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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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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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력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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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가르쳤기에 더욱 잘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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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허약한 놈들이 이 바위 트롤을 상대하려면 한참 멀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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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이한은 이 시험이 반드시 마물을 이겨야 합격하는 구조가 아님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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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관은 군부의 원로들이라고 했지? 그 양반들 같은 경우 전투력도 볼 테지만, 전사가 어떤 식으로 영리한 대응을 하는지를 더 볼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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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지 않은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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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에 내몰아 장단점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잠재력을 확인하겠단 마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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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판별법이었으며, 딱히 투기법을 배우지 않았을지언정 ‘우수함’과 ‘분전의 마음가짐’ 등을 보이면 된다는 거니 마냥 불합리한 시험은 아니란 뜻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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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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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곰돌이들 선배들이 2학년까지만 버티는지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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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들의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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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전년도 평민 생도들은 비록 약했지만, 이한이 떠올린 기준점을 돌파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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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2학년까진 올라간 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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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아마 그들은 2학년이 되자마자 느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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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들이 가진 역량은 우수한 병사나 전략가의 역량이지, 기사의 역량은 아니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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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한계를 직감했기에 자퇴생이 속출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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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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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노릇이지. 그만한 우수한 이들이라면 상급 투기법을 개방하는 한이 있더라도 안고 가야 하는 법이거늘, 그깟 특별함이 무어라고 인재들을 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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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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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런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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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인 출입금지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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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걱정 말게. 몰래 들어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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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뻔뻔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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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외부인의 등장에도 이한은 그러려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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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아니 거슬리는 기척은 진즉 잡아냈으나 일부러 건드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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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의나 적의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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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뜬금 다가와서 제 속을 읽어낸 태도는 영 껄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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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심술이라도 익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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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심술보단 남의 생각을 잘 읽는 재주가 있다네. 본의는 아니라네. 그냥 어쩌다 보니 익힌 어설픈 재주에 불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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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게 독심술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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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 그렇게도 부르지만, 진짜 독심술은 우리 형님께서 가지고 계신 걸 보고 독심술이라고 하지. 겨우 이까짓 능력은 독심술 축에도 못 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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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겪고 싶진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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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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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 만나 보면 생각이 달라질 걸세. 수도에 퍼진 소문과 달리 제법 진국이거든, 우리 형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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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아서라. 내가 그 양반 만나서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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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내가 우리 형님이 누군지 말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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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등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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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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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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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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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심술 수준으로 남의 속을 잘 맞추는 주제에 정작 눈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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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가 팔뚝에 떡 하니 ‘날개 달린 사자’의 [각인]을 그려놨으면서 자가기 어디 출신인지 들키지 않으리라고 여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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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뭣보다 각인도 각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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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랑 눈 모양이나 좀 숨기고 다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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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눈에 띄긴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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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인 특유의 칠흑빛 머리칼도 머리칼이지만, 마치 사자를 닮은 듯한 맹수의 눈동자는 오로지 사자의 심장을 이어받았다 전해지는 어느 가문의 핏줄만이 가질 수 있는 심볼과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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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자의 눈을 가진 놈들은 대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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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정체를 숨길 작정이었는데, 아쉽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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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혀 숨길 의도가 없어 보인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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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원래는 숨길 생각이었지, 근데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피가 끓어서 숨길 여유조차 없어지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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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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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우 없는 사람은 아닌데, 참…. 이게 우리 가문 특성 같은 거라서 어쩔 수 없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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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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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 나랑 싸워줄 마음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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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육전을 사랑하는 미친 [광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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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오넬의 핏줄을 이어받은 기사가 이한을 향해 고백과 같은 살육전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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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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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걸려도 왜 마교, 아니 [북해마교도(北海魔敎徒)] 같은 놈에게 걸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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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딴 새끼들만 나한테 친근하게 다가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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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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