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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교관님, 호, 혹시 훈련시간을 늘려주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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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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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병아리, 이름이 로즈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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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 폴트 이후 등장한 열정적인 여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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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특한 건 맞지만, 이한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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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러한 부탁이 기사가 되고 싶어서 하는 부탁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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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리고 가능하다면 체력과 운동능력을 향상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호, 혹시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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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간에 그게 가능하려면 아마 여러모로 힘들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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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불가능하단 말씀은 안 하시네요, 그럼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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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과목이 아슬아슬한가 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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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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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한 발버둥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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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명째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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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만 벌써 열 명이 넘는 인원이 훈련 트레이닝을 새롭게 짜달라 부탁을 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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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처럼 포션이나 고급 초콜릿, 혹은 위스키를 가지고 오는 생도들도 있을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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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게 뭐 진짜 청탁도 아니고, 그냥 어떻게든 체력이랑 운동신경만 높여달라는 애원임을 알기에 이한은 허탈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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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헬스장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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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여름이 다가오니 다급하게 복근 만들고 싶어 집중강의를 부탁받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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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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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은 다들 그만하고, 체력 증진과 운동능력 향상 등을 원하는 이들은 매일 아침 7시까지 하루도 빼먹지 말고 오도록. 운동능력 향상은 몰라도 체력은 확실히 키워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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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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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들은 기쁜 낯빛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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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도와준다고 하니 천군만마를 얻었다는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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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한의 밑에서 본격적으로 구른 사람은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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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을 피하려다 절벽을 만난 격이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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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할 짓을 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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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여럿 죽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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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들이 곡소리 낼 광경이 벌써부터 선하다며 안쓰러운 표정을 짓는 가란드와 아르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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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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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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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 외울 게 뭐가 이리 많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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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검만 잘 다루면 되는 거 아닌가? 왜 기사가 공부를 해야 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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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기사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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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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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곡소리를 낼 이들이 있는가 하면, 지금부터 곡소리를 내는 이들도 상당히 널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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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 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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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면 거친 목검의 파공성과 줄넘기 소리만 났어야 했을 연무장에는 목검 대신 볼펜과 흑연을 잡은 채 공부하는 이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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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나 자습실의 경우 이미 다 자리를 빼앗겨 저리 쭈그려 앉아 공부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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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들 같은 경우 곰 가죽을 영리하게 활용하듯 돗자리마냥 깔아서 공부했는데, 상당히 공부하기 편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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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옷 대신 이용하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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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돈 낭비하는 놈들보단 나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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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저들보다 더 도구를 낭비하는 건 책상을 구매하여 아예 연무장에다 자습실을 만들어버린 도련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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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자기가 마음대로 사용하도록 허가하긴 했지만, 저게 무슨 돈지랄인가 싶어 떨떠름할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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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부잣집 도련님 티를 못 내서 안달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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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내가 도련님이라고 부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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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다 들립니다, 교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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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으라고 하는 거야, 이것들아. 그러니까 평소에 공부하지, 지금에 와서 그러고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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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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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혓바닥만 길어선,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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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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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더는 그와 어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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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씨름을 하기보단, 하나라도 더 암기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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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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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때 아닌 학구열 열풍이 부는 연무장을 보며 문득 명언이 하나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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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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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대로 웃기긴 한데, 차마 웃을 수 없는 장관에 이한은 고개를 저으며 묵묵히 스쿼트나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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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만 개만 하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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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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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드래건 왕립 아카데미의 시험은 왕도의 시민들에게 있어 유명한 ‘빅(Big)-이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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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갑자기 놀처럼 짖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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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짖는 소리를 한 게 아니라 진짜 사실을 말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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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왜 시험 기간이 빅 이벤트로 분류될 수 있나 물을 수 있겠지만, 이건 어떻게 보면 전날 이루어진 워 게임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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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가 언제 열리는지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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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폴로(Polo) 시합을 보겠구먼, 아! 테니스 시합과도 겹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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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난 크리켓이나 기다리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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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재미없는 크리켓은 왜? 차라리 요트 ‘시험’을 보면 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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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켓은 크리켓만의 매력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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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이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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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겸비를 중시하는 왕립 아카데미 특성상, 생도들 90% 이상은 필수교양 과목으로 반드시 스포츠 과목을 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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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육신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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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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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됐건, 중요한 건 이러한 문무겸비를 위해서인지 생도들은 필기시험만이 아니라, 스포츠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보여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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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해도 평균은 되어야 한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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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생도들에겐 성적을 받기 위한 필사적인 시험일지라도, 평민들에겐 보기 드문 고급 레저 스포츠 관람의 기회일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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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우습게도 중간평가와 같은 시험기간에는 아카데미가 개방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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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 게임과 마찬가지로 대중의 참가가 허락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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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의 목적은 일반 대중에게 생도들의 수준을 보여주는 홍보이자 권위를 보여주기 위함도 있다고 하지만, 실상은 귀족들이 자신들의 우월함을 보여주기 위해서란 게 정설이란 소문이 확신처럼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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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러한 스포츠 관람은 백성들에게 큰 오락이 되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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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어떻건 간에, 스포츠만큼 군중의 심리를 파고들어 조화롭게 하는 것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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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러한 군중의 심리를 안 누군가가 일부러 스포츠 과목을 넣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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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들의 마음을 모으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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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러한 막대한 이벤트인 스포츠조차 그저 곁다리에 불과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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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의 지식층과 지배층이 기대하는 최대 이벤트는 다름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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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필기시험을 토론이랑 발표로 대체한다는 발상은 누구한테서 나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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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와 전시회, 그리고 발표회 등이야말로 생도들의 성적을 평가하는 최대의 평가 과목이라 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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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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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법률, 군사학, 문학, 예술 쪽으로 가면 토론은 기본 100분 이상 진행해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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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분 동안 무조건 수업 중 배운 용어와 사례, 논문 등에서 예시를 들어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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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기준은 교수들을 비롯한 정식 초대장을 받은 저명한 학자들에게 주어지며, 토론을 통해 강한 인상과 이지적 면모를 보이지 않는다면 바로 점수가 깎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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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전시회와 발표회 등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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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분야의 전문가와 교수들이 모여 그 모든 걸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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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과 마찬가지로 얼마나 전문성이 있고, 준비가 철저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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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지식을 얼마나 제 것으로 만들었는지가 중요하며, 질문을 비롯한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어찌 대처하는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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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보단 ‘실전’이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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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감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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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는, 아니 왕국은 원하는 겁니다. 그저 시험 성적만 좋은 인재가 아니라, 실전에서 충분히 써먹을 수 있는 훌륭한 인재를요. 어차피 공부야 암기와 이해력만 좋으면 성적이 잘 나오는 흔해빠진 것에 불과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아카데미는 토론회와 같은 거대한 무대에서 생도들이 얼마나 대응력과 판단력이 좋은지 확인하며, 그동안 배운 학문을 얼마나 제 것으로 만들었는지를 주의 깊게 보는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험 덕분에 항상 아카데미는 양질의 인재를 세상에 내놓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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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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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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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없는 발언이다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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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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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폴렛은 자기가 무슨 이상한 발언을 했나 싶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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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발언만 했는데 뭐가 이상하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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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거랑 다르게 수재는 되는 데미안 폴렛이었고, 이한은 하늘도 무심하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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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저런 놈이 왜 저리 다재다능한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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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암기도 못하는 놈은 금붕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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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암기와 이해력을 발휘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따위’로 표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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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이놈의 주리를 당장 틀고 싶었으나,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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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킬 놈이 사라지면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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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실전성은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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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할 건 인정하자면, 이 나라가 얼마나 인재를 육성하는 데 진심인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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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적인 방식으로 확실한 인재만 졸업시키겠단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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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인재 조기교육의 성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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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 다녔으면 바로 그만뒀을 것 같긴 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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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모르겠는데, 토론회나 발표회 등은 그가 감당할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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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이랑 발표를 학생마다 다섯 개 이상은 해야 한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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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은 아닙니다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자신이 없다면 양으로 때우는 게 최고긴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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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평균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퇴학인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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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자체보다 교수들과 지식층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이들은 바로 탈락이지요. 그래서 평소 공부가 부족한 자들은 불리한 점이 많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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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문제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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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들은 가정교사를 통해 이미 사전에 나올 예상 질문과 토론 주제에 대해 공부하고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니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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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어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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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들, 그러니까 귀족 영애들은 다들 토론회나 발표회 준비보다 스포츠에 열정적인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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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들은 이미 가정교사를 통해 조기교육을 확실히 해놨으니 걱정이 덜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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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약한 과목에만 집중하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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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악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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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귀족 영애들이 그렇습니다. 겉보기론 청초하고 순진해 보이지만, 여우나 다름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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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 그대로 병아리들에게 전달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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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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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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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교관님이라면 진짜 하실 것 같아 심장이 다 떨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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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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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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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차례 안색이 질리는 데미안을 무시한 채, 이한은 아카데미에서 퇴학생이 미치도록 많은지 이해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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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시험만 치는데 졸업자가 10%나 있는 것도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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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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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독한 시험 일정을 확인하던 중, 이한은 눈을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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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걸 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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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냐, 이거?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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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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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시험 마지막 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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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2주 내내 치러지는 시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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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유난히 마지막 날만큼은 그 어떤 시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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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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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검술학부 시험이 메인처럼 돼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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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학부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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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험이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듯 일정에 적혀 있었으며, 이한은 눈을 끔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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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데미안은 당연하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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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사실상 가장 큰 볼거리, 아니 시험 일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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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볼거리라고 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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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착각입니다. …그, 그보다 보십시오! 교관님이 일정을 저한테 다 맡기시고, 본인이 확인하지 않으시니 정보가 늦은 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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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잔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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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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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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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아니 조교 주제에 감히 대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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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버르장머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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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뒤통수를 부여잡은 채 고통에 몸부림치는 조교에게 관심을 끄며 일정과 계획을 제대로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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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검술학부 시험이 대미인지 이유를 알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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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잠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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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자퇴하는 놈들이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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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가 없었으며, 왜 검술학부 평민 생도들이 줄줄이 자퇴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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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평민이, 투기법을 배우지 않은 검사는 절대 통과하지 못할 시험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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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과 단독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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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마물 토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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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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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찝찝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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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근감’이 느껴지는 트롤이 토벌된다는 내용에서 느껴지는 씁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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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왜 트롤에게 친근감이 드는지 영문을 몰랐으며, 오묘한 떨떠름함과 함께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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