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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악, 싸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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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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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 땋은 갈색머리칼과 고급스러운 메이드 옷이 잘 어울리는 청순한 시녀가 깔끔해진 집을 보며 상쾌한 미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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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득뽀득 소리가 나올 정도로 열심히 청소를 해서인지 기분마저 상쾌하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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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넘어지고, 여러 실수를 남발하는 그녀지만, 성실하기론 둘째가라면 서러운 시녀가 다름 아닌 레이라 윈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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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귀를 못 알아먹어 남 속을 뒤집는 것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것이 문제이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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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레이라에게 모욕이나 욕설은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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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꽃밭이라는 뜻은 욕을 먹었다는 것조차 모르며, 도리어 무슨 말이든 좋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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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에선 웬만한 용병이나 기사보다 멘탈이 강하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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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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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 아가씨 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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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냥 아이린이면 된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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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전 이게 편해요. 조금만 기다려요, 좀 있다 점심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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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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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휴일이었으나, 아이린 윈들러는 아침 일찍부터 기사의 오두막에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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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제 소녀가 오두막에 방문하는 건 거의 일상과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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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라에게 커트시를 비롯한 왕실 예법을 배우는 과정 중에서 같이 밥도 먹는 사이가 된 것이었고, 아이린 윈들러도 어느 순간부터 이게 자연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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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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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아. 넌 너무 양심이 없는 거 아니야? 돈도 안 내고 매일 아침 저녁 얻어먹고. 난 너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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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 누가 누구를 키워! 그리고 공짜로 안 얻어먹잖아, 가끔 선물 가지고 오잖아. 그럼 된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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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선물 다 공작님이 보낸 것들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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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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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준 선물을 자기 것처럼 포장하면 안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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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유령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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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만으로 때리다니, 아주 사악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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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아이린 윈들러의 양심과 상관없이 레이라를 비롯하여 오두막의 주인도 그다지 그녀의 양심에 태클을 거는 군상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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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가끔 그녀가 가져오는 선물들이 하나같이 왕실에서나 취급할 법한 고급품인 걸 생각하면 도리어 밥 몇 끼 대접하고 받는 게 그들에게도 이득이면 이득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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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둘 모두 그런 이득을 챙기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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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교관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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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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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계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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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그를 찾으려하자마자 곧장 존재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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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마당 한 편에서 들려오는 파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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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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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은 뒷문으로 나갔고, 늘 그렇듯 열심히 훈련하는 기사의 모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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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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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또 신기한 걸 연습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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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동력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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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다. 저게 혹시 그 백보신권이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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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생각하는 건데, 기술명이 좀 특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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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으음, 한자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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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자 출신 소녀이긴 하지만, 무협지는커녕, 흔한 만화나 영화조차 본 적 없는 수능 외길 고3 소녀는 그렇게 마냥 그의 기술을 감탄스럽게 볼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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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인’이 제 앞에 있다는 것도 모른 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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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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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장작이 마치 도미노처럼 세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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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마다 20cm 간격이 있었으며, 총 서른 개 정도의 장작이 있었는데 이한은 이러한 장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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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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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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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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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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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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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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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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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기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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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부터 12시까지 계속 시도하여 드디어 ‘한 번’을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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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한으로선 이 한 번이 중요할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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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산타우(隔山打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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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와 공간의 제약 없이 상대를 타격하는 수법으로, 이한이 전날 보였던 백보신권의 원리가 여기서 나왔다고 보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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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는 더 나아가 이러한 격산타우의 원리를 검으로 펼치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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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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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격산타우의 수법에 권력(拳力)이 아닌 검력(劍力)을 담는 데 성공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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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증거로 아홉 번째 위치에 있던 장작에 검상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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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장작은 기껏해야 쳤다는 느낌이었을 뿐이지만, 9번만큼은 칼로 그었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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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이 가진 예기가 전달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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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러한 감각을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이한에게 무엇보다 큰 힘이 되기 마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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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했다는 게 중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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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이한이 기술을 익힐 때는 다 이런 감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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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될 때까지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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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기한 없이, 무작정 하루에도 수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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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렇게 한다고 성공한 경우는 아직 10%도 안 되지만, 그렇게 성공해서 얻은 기술들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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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이한은 순수하게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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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으로만 가능했던 기술을 펼쳐낼 수 있다는 기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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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목표는 운룡대팔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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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서 여덟 번 정도 방향전환을 할 수 있게 되면, 발타르한테도 먹히지 않을까 싶은 이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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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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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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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해괴망측한 기술을 연습 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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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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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존재감을 느끼고 있었는지, 이한은 갑작스런 제3자의 등장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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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게 늘 보던 얼굴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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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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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먹었나? 파이를 좀 구워 왔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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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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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파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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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유일한 기사단 동료이자 지인이라 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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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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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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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하고도 달달한 내음을 풍기는 애플파이가 입속에서 바삭하고 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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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밸런스가 적절히 잡힌 전체적으로 균일한 크리스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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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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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아삭거리는 사과 필링(Filling)의 식감이 놀랍도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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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링이 마냥 잼 같지가 않고, 놀랍도록 신선한 맛이 났으며 은은하게 나는 시나몬과 생강의 향이 금상첨화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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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예술품이었고, 극찬이 자동으로 나오는 훌륭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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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레이라가 차려준 식사를 끝내고도 미트파이 다섯 개와 애플 파이 일곱 개를 먹어 치운 상태임에도 여전히 허기가 진다는 듯 계속 파이를 먹으며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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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그냥 본직 때려 치고 파이 가게 차려라, 재능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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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기사한테 할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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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솜씨가 없기라도 하던가. 귀족 주제에 왜 이렇게 요리를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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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 귀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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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다고 다 잘하면 다 요리사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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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들한테 맛있는 걸 먹이고 싶다 보니 실력이 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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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미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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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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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파이와 애플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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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두 개의 파이는 기막히게도 눈앞의 기사가 만들어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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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귀족 출신인지라 시종 같은 게 없이 자란 그였고, 요리도 직접 해먹게 됐다고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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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인지 제이크 파먼의 요리 솜씨는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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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요리점에서도 찾기 힘든 맛이었고, 본의 아니게 미각이 뛰어난 그가 평가하기론 최고의 파이와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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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그는 왕실 요리사가 만든 미트파이와 애플파이도 먹어본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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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저놈은 왕실 요리사보다 파이를 잘 만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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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재능 때문에 묻힌 비운의 적성(?)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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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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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기사가 아니라, 식당을 했으면 이미 엄청 성공했을 거다. 어쩌면 대상단에 맞먹는 규모의 식당을 세웠을지도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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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 좀 그만해. 사업이 쉬운 것도 아니고. 그리고 일개 식당이 어떻게 대상단만큼 세를 키울 수 있겠어? 말도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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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가능할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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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란 개념만 돌입하면 무조건 성공할 테지만, 아직 이 세상에선 낯선 문화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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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그나마 인간적인 친구의 성공을 위해 설명해줄까 싶다가도, 저놈이 기사 외길 인생인 것을 알기에 말을 삼키며 애플파이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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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12개의 파이를 완식하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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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파이까지 구워서 일부러 찾아온 이유는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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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이제야 묻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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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채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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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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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키슈(Quiche)가 먹고 싶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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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을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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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는 제 친구지만, 하여튼 뻔뻔한 놈이라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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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저가 한 요리를 맛있다며 싹싹 먹어주는 건 마음에 드는 건지 흐뭇한 기색은 숨겨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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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도 모르는 사실이지만, 기사 일보다 요리가 주는 만족감이 더 보람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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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일단 내가 여기까지 온 이유는 두 가지 사항 때문이다. 하나는 이번에 네가 잡아들인 위법 마법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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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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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 척하지 마. 시체 두 구가 이미 발견됐으니까. 그리고 거기서 발견된 흔적은 틀림없이 너의 것이었다. 단장님이 확신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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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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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미간이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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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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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녀석은 끝까지 저를 무대에서 드러내지 않고, 이한에게 공을 돌릴 셈으로 다섯 중 이미 시체가 된 벌레들을 일부러 기사단의 눈에 뜨이는 장소에 놔뒀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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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을 가져가란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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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로선 원하던 공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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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그는 명성을 탐할 마음이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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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를 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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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네 스타일을 아니까, 네가 그들을 해치웠다는 사실은 묻어두기로 했다. 넌 딱히 자길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으니. …괜히 위법 마법사들의 표적이 되어서도 안 될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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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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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유능한 직장 동료가 있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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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척척 골치 아픈 일이 안 생기도록 사전에 해결해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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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보상은 확실히 나올 거다. 원한다면 훈장도 나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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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장은 됐으니까 돈으로 달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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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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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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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시간이 지나도 참 여전하다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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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쉽게 안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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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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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는 확실히 그런 것 같다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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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레이라가 갖다 준 차를 마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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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넌 여전하겠지, 그 돈, 또 기부할 셈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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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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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한 박자 늦게 반응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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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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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제이크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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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돈이 이한의 주머니로 들어가지 않으리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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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나 노예 상단을 잡고 얻은 돈은 피해자들한테 줘버리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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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이 수행한 비밀 임무의 정체를 아는 몇 되지 않은 소수의 인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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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소수의 인원 중 한 사람이 바로 제이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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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이 기사단 정보망을 이용해 대형급 노예상인과 위법 마법사를 없애버린 내용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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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어울리며 정보를 가끔 전해주다 보니 알게 된 것이기도 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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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그가 탈취한 재산들이 어디에다 쓰인지도 알고 있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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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지 못한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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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노예상인과 위법 마법사에게서 뺏은 재산을 모두 납치당하거나 실험체로 끌려온 이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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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갖고 싶지 않은 돈이란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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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때문에 공도 못 쌓는 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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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위법 마법사나 노예 상단에게서 탈취한 재산은 모두 국가에게 환수되어야 하는 게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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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한은 이를 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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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재산을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뿌려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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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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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서 뜯은 돈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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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이를 기사단에 보고했다면 이미 엄청난 고속승진을 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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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돈이든 공이든 그 무엇도 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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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찜하단 이유로, 공이 필요 없다는 이유 등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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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피해자들에게 도움이나 되라는 식으로 뿌려버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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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이크가 봤을 때 저 녀석은 정말 찜찜하단 이유로 재산이나 공을 거부하는 게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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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제 양심에 따라 움직일 뿐이며, 먹고 살수만 있으면 그만이라는 듯 사는 것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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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증거로 녀석은 검소한 오두막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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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떠한 불만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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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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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도에는 관심도 없을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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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으로 기사도(騎士道)를 실천하고 있으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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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는 아이러니한 일이라며 피식 웃고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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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단장님이 끝까지 안 놔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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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끔찍한 소리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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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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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같아도 저토록 모범적인 기사를 놓치려 하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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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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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따뜻 미지근한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사내 둘이서 따스해서 어디다 써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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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방 평소와 같은 상태로 돌아온 그들은 계속 대화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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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으로 전할 말은 이거야. 라이오넬 대공이 왕도에 들어온 상태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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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얘기 듣긴 했는데, 여전히 왕도에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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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 게임 이후 기척이 안 느껴져서 북부로 돌아갔을 줄 알았는데, 아직 남아 있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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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목적이 남은 거겠지. 뭐, 얼마 되지 않아 돌아갈 거야. 대공은 북부를 오래 비울 사람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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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나한테 그 얘기를 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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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제자가 대공가의 유력한 후계자니까. 어쩌면 너한테 접근할지도 모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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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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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으신 분들 관심은 정말 사양하고 싶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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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뜻대로 되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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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한다면 이번 달 안에 접근할 테지. 지금 시기만큼 대공도 움직이기 좋을 시기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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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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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무슨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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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눈을 끔뻑거리며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 못하겠단 표정을 지었고, 제이크는 반대로 어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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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네가 모르면 안 되지 않나?’ 싶은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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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기 평가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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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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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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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는 무늬만 교관을 질타했고, 이한은 민망한 듯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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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까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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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 일은 조교에게 다 짬 때리고 있는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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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평가라, 벌써 그 시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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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립 학술원에서 유명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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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유명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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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얼마나 남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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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생도의 60%가 다 퇴학된다는 시기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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