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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금학부 교관 한스 슈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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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학부 강사 도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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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학부의 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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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부의 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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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부 교수 알렝 드 바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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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내에서도 이름 높은 교원이자, 우수한 인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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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는 대가의 반열에 든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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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그런 이들이 다른 곳도 아니고 치외법권인 [기생 나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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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 병사조차 감히 들어오기 꺼려하는 곳이거늘, 그런 거리를 당당히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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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저만한 거물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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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대놓고 수상하다는 걸 증명하는 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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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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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깐 기다리게! 오, 오해일세! 오해가 있는 것 같으니 얘기를 좀 하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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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래요 터틀 경! 우, 우리 대화로 해결해요! 서, 서로 큰 오해가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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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이 사람 성격도 급하구먼, 우리도 다 이유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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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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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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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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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거장 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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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가슴에 대침이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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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들 사이에서 자주 쓰이는 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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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러한 암기가 정확히 덴의 가슴을 찔렀고, 그는 무릎을 꿇으며 피를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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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놈들의 잡독(雜毒)을 묻혀 놨거든. 그놈들 독은 워낙 잡다하게 섞인 게 많아서 해독하기 까다로운 거 알지? 아마 많이 아플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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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체 무슨 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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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답무용으로 암기를 날리다니, 어디 이런 무도한 경우가 다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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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진심으로 분노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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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대체 어떻게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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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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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 섞인 웃음과 함께 ‘마력’을 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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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 윈들러의 아름다운 물결 빛과 다른 탁하기 그지없는 구정물 같은 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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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저 또한 마력임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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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륜(人倫)을 져버린 ‘위법(違法) 마법사’가 보이는 색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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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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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기가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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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은 어느새 마력으로 독을 태워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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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흑, 지독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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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고블린의 잡독은 지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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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독한다고 해독했지만, 무수한 오물(汚物)의 독 따위도 섞여 있어 몸을 가누는 것조차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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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이 아니었다면 견디기 어려웠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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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하등한 기사 놈이,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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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좋은 미소는 어디 가고, 이제는 경멸 어린 시선만을 던지는 다섯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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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분노 가득한 시선에도 이한은 무덤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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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도리어 너무 냉혹하여 살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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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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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는 불온함을 느끼며 몸을 움찔거렸으나, 애써 이를 티내지 않고 이를 악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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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 대체 어떻게 안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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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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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정체를 어찌 알았느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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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상황에서 그게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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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학구열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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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구열은 무슨, 역병이나 퍼트리는 해충 새끼들 주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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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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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웃음기 없는, 그러나 어딘지 열화가 감도는 눈으로 이한은 어처구니없다며 도리어 쏘아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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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리 없는 해충들아, 너희는 대놓고 사람을 이용하려는 티를 내는데 안 들킬 거라고 생각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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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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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왈, 그 바보가 너희 뜻대로 움직이니까 재밌었어? 머저리들, 지들이 똑똑한 줄 아는 저능아 새끼들아. 아, 이것도 실례이려나? 저능아 분들이 너희보단 똑똑하고 착할 텐데. 구더기보다 도움도 안 되며, 강간범보다 더러운 너희에겐 그 무엇을 예시로 들어도 안 될 테지, 아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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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을 결코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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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놀이나 코볼트도 아닌데, 왜 계속 개 짖는 소리만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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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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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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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했고, 그들은 품에 있던 지팡이를 꺼내며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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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을 모욕한 건방진 ‘미물’을 처벌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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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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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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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삿대질이야, 이 시벌 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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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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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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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예절도 모르는 주문쟁이, 한스의 손목이 도끼에 의해 잘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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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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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들에 대한 어색함을 언제 눈치챘냐고 묻는다면 이리 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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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알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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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로 이놈들은 바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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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라, 북풍의 피바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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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 아니, 도로시의 ‘거죽’을 훔쳤을 뿐인 이 여자의 손끝에는 화가 고유의 물감이나 흑연 냄새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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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화가라고 한다면 당연히 나야할 아틀리에의 냄새 대신, 썩은 ‘시취(屍臭) 냄새’ 밖에 나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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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데 자기가 화가라고 믿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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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잖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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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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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칼날처럼 날카로운 바람이 이한을 향해 쏟아졌으나, 그는 개의치 않으며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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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살결 정도는 얼마든지 갈라버릴 바람 마법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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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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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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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 좀 닦아라, 냄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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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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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 따위로 그의 몸에 상처나 낼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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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하나 나지 않은 그는 마법사의 턱을 움켜쥐고 곧장 부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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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은커녕 이제 죽만 먹고 살아야 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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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한다는 가정하의 얘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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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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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년 이름이 그거였냐? 그럼 진짜 도로시는 어디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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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오옴! 그 손을 놓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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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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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웅, 하고 마법사의 몸이 상대들에게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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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동력으로 그녀의 몸을 잡으려 했으나, 안타깝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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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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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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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런 미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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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검이 그녀의 배를 꿰뚫었고, 꿰뚫린 그의 검은 다른 마법사의 목을 정확히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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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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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화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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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부의 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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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거장이라고 하기엔, 놈에게선 거장의 품격이란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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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치고 손 또한 곱상하기 그지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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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장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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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러라! 더욱 날카롭게, 더욱 잔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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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야 번져라! 뜨겁게, 타올라라! 용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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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비명이나 다름없는 주문 영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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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놈들은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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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가 이토록 근접한 상태에서 마법을 쓰는 머저리가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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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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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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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손도끼가 캄의 가슴 정중앙을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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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마저 탐냈다던 통계학부의 인재치곤, 마약 냄새만 잔뜩 풍기고 있던 눈이 텅텅 빈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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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리에 든 게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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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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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나머지 한 놈이 어떻게든 주문 영창을 마치려고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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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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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아니 대호(大虎)의 포효보다 거대한 울림이 쏟아지며 주문 영창은 곧장 캔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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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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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거대한 기백이 담긴 고성(高聲)이 거리 전체를 쩌렁쩌렁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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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건물의 균열마저 일으키는 충격이 퍼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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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생도들에게 보였던 사자후와는 비견조차 안 되는 포효였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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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러한 살기와 기백이 섞인 포효는 그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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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내 귀!? 귀, 귀가 들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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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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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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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들은 주문 영창 도중 주문이 엉키며 격통으로 몸이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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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가장 큰 피해와 고통을 선사한 건 이한의 포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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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와 눈, 코 등에서 피가 흘렀고, 어떤 놈은 그 자리에서 즉각 혼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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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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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역사학자보단, 여성의 분내와 피 냄새 등만 풍기던 ‘간살마’가 더 어울리는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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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길 생각이 없네, 이 좆같은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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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 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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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리를 보고 왕국의 암세포이자 기생충이라 부른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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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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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하등 쓸모도 없는 기생충은 저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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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거죽을 뒤집어쓰고 타인의 인생마저 기생하여 사는 것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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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진심 어린 평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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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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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유일하게 무사한 마법사가 몸을 벌벌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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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네 명의 동지가 피를 토해내며 혼절하거나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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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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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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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해충을 압살하듯 그는 마법사란 인종을 해충처럼 짓누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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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 터틀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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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편리하다. 아까는 이놈 저놈이더니, 이제는 또 경칭이냐? 하나만 해라,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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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벅터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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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걸음이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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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는 공포스러워 미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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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저런 괴물이 다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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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천된 기사에 불과하다고 했는데, 저건 도저히 좌천될 실력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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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너는 대체 정체가 뭐냐! 뭐, 뭐기에 아카데미에 온 것이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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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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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너도 이걸 노린 것이냐!? 대, 대연금술사가 남긴 ‘머스킷’의 설계도를 가지기 위해 잠입한 것이냔 말이다! 주, 주마! 줄 테니 제발 목숨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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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겨우니까 제발 입 좀 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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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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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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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을 짓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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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 없는 손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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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더 나아가 그대로 놈의 턱을 우악스럽게 붙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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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지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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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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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턱을 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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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력만으로 으깨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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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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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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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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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 대침을 박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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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란 놈들은 심장이 찔려도 쉽게 안 죽더군. 마력의 핵심기관이라 그런지 몰라도 보통 사람보단 확실히 튼튼해. 대신 이렇게 심장이 제압당하면 마력도 못 쓰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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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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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이 부서지고, 마력마저 봉인당한 한스, 아니 한스의 이름을 쓸 뿐인 해충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아등바등 거렸지만, 무의미한 헛짓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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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손에서 벗어나기란 악어의 입에 손을 넣은 원숭이가 도망갈 수 있다고 자위하는 꼴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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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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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그대로 놈을 밟은 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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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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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모기 새끼들은, 잡고 또 잡아도 왜 이리 계속 나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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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한여름이 다 끝나고도 계속 출몰하는 모기를 잡은 사람마냥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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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가 잡은 것은 사람이 아니란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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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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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늘따라 유난히 기생나락에는 방문자가 많다는 걸 증명하듯이 남몰래 마법사와 이한의 전투를 지켜보는 자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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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습니다. 보통 자들이 아니었는데 저리 쉽게 이기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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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힘이 좋을 뿐만 아니라 노련함도 있었나? 자꾸만 뭔가 나오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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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의 말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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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은 오늘 생도들이 이긴 마법사처럼 어설픈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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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같이 살인과 범죄를 망설이지 않는 2급 위법 마법사들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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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급이면 하나 같이 상급 기사, 그것도 아니면 고위 기사가 직접 나서야 하는 사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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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급부터는 그 무력과 살상력이 결코 만만치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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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그런 이들을 무력화하는데 걸린 시간이 1분도 안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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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어린애를 갖고 노는 듯했으나, 전투 시야가 넓은 이라면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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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전투 방식이 마법사를 제압하고 죽이는 데 특화되었는지, 또한 상당히 영리하고도 노련한 전술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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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법사와 싸우는, 아니 ‘죽이는 법’을 제대로 터득한 거다. 무수한 실전 속에서 갈고 닦은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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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 먹고 마법사만 죽이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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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럴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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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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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녕 그는 마법사만 죽이고 다녔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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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되는 능숙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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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인 원한이라도 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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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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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제까지 구경만 하고 있을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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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나와, 이 건방진 도련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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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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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부의 막내 공자는, 로엔은 쓰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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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들켰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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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을 속일 수는 없으리라 짐작은 했지만, 정말 허무하게 들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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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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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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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갔다간 두들겨 맞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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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만큼은 맞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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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로엔은 선선히 인정했으며, 설령 그가 자신을 두들겨 패더라도 오늘만큼은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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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도 그럴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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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왔냐, 이 건방진 놈아.”
|
||
|
||
“…죄송합니다.”
|
||
|
||
“당연히 죄송해야지. 너 때문에 일부러 살려뒀으니까.”
|
||
|
||
톡.
|
||
|
||
“…….”
|
||
|
||
구겨진 종이가 로엔의 가슴에 부딪쳐 떨어졌다.
|
||
|
||
전날, 이한이 허수아비 속에서 발견한 종이.
|
||
|
||
누가 줬는지 알 수 없었으나, 이한은 제 앞에 로엔이 있는 순간 알았다.
|
||
|
||
“그래, 네 말대로 죽이진 않았다.”
|
||
|
||
이놈이 제 속을 꿰뚫어본 놈이었음을.
|
||
|
||
로엔은 덤덤히 사실을 인정하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
||
|
||
“셋은 죽은 것 같습니다만.”
|
||
|
||
“정확히 둘만 죽였어. 여자는 장기를 피해 배를 뚫었지. 그러니 숨은 쉬고 있다. 출혈로 언제 죽어도 이상하진 않지만. 내 알 바는 아니지.”
|
||
|
||
“…그렇군요.”
|
||
|
||
허나 그런 것치고 편히 죽어선 안 될 놈들만 살려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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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범죄의 경중을 읽어내는 능력이라도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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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뭐, 능력이건 뭐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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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훌륭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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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지 마지않던 성과가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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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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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한 찬사 어린 발언에 이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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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훌륭하지? 그럼, ─가볍게 한 대만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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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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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은 막상 예측이 현실이 되자 식은땀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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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각오한 일이었으나, 지금 주변을 보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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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낭자하게 흩뿌려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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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턱을 젤리마냥 으깨버리는 완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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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한 대’를 맞는다면 과연 내일의 해를 볼 수 있을지 장담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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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바르게 메시지를 남겼어야 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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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었음을 새삼스레 깨닫는 회귀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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