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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학부 연무장에는 묘한 침묵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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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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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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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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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라 말을 꺼내고 싶어도 지금은 인사말조차 제대로 떠올리기 버거운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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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29일 만에 복귀한 학부 동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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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경쟁자나 다름없는 검술학부 생도들에게 동기애는 희미한 감정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간만에 만나는 거니 반가운 감이 없지 않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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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담 아니면 안부 인사 정도는 하고 싶긴 한데, 지금 그들을 보고 있자니 이를 말하는 것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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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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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 곰 가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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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직접 잡은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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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엄청나게 부풀었군, 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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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가죽을 쓴 18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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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 생도라 불렸던 허약한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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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전만 해도 그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반 생도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특이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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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바뀐 부분은 일단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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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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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지 유약했던 느낌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금방이라도 베일 것만 같은 예기(銳氣)마저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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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인상보다 더욱 시선을 사로잡는 건 최소 세 배는 강건해진 ‘육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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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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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원 생도 교복이 터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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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쪄서 저런 게 아니라, 근육이나 뼈대가 전체적으로 커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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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마냥 근육을 비대하게 키운 느낌보단, 필요한 부분만 키워 날렵함도 갖춘 것이 감탄이 나올 완성도라 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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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와 육체. 허점이 보이지 않는 몸가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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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 아니 당장이라도 싸움에 임할 ‘투사’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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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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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레비 폴트? 폴트 영애가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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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루노 영애. 그동안 평안하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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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야 뭐 괜찮았지만, 포, 폴트 영애께선 많이 변하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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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노라 불린 귀족 영애는 눈을 휘둥그렇게 뜬 채 레비 폴트의 몸을 발끝부터 머리까지 그대로 슥 훑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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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되는 무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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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범절을 중요시 여기는 귀족으로선 감히 해선 안 될 행위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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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도 안 되어 사람이 이토록 달라졌다는 것이 믿기 힘들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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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는 다른 영애들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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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세상에, 손이 너무 거칠어지신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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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흉이라니…! 다, 당장 치료해야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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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얼굴이나 다른 곳 피부는 왜 그렇게 촉촉하고 예쁘신 건가요? 아이린 영애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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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 폴트는 다른 영애들보다도 아담했던 소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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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연약하다는 뜻은 아니었고, 그저 남들보다 좀 더 말랐다 보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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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지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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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건 비슷하지만, 과거보다 확연히 탄탄해진 몸을 보면 도저히 유약하다는 표현을 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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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마냥 우락부락하지 않은 건강-미(美)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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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도 좀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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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cm의 신장이 이젠 160cm는 될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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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0cm나 신장이 더 자란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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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성장기라 할지언정 30일도 안 되는 단기간에 사람이 이토록 크는 게 말이나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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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병아리가 왜 갑자기 백조가 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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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의 말에 빗대자면 병아리에 불과했던 소녀는 백조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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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기세마저 감돌았고, 어딘지 성숙함이 감도니 보고 있는 영애들은 홍조가 살짝 섞인 시선으로 레비 폴트를 힐끔힐끔 관찰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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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여성은 같은 여성마저 동경심을 이끌어내는 바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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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좀 부담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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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부담스러운 시선이 낯부끄러운지 소녀는 쑥스러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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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보면 확실히 레비 폴트가 맞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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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더는 목소리가 소심하고 연약했던 소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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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히 제 의견을 밝힐 줄 아는 강직함이 그녀에게 서려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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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들에 비하면 전 아무것도 아닌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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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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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전에 사제관계를 맺기로 했어요. 제가 가장 어리기도 하고, 배움이 미숙하여 막내가 된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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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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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런데 혹시 폴트 영애. 실례가 안 된다면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왜 저분들은 저런 흉물을 쓰고 계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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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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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 폴트는 이런 질문이 나올지 알았다며 쓴웃음을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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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말을 걸기 어렵던 도련님들과 병아리들은 살며시 그녀들의 대화에 집중했고, 레비 폴트는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듯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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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복귀 행군 도중 마주친 마물의 가죽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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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마물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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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아무래도 변종 같았어요. 가끔 있잖아요? 마물들의 살점을 먹은 동물이 변이를 일으키는 경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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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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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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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나 동식물이 정제되지 않은 마물의 살점이나 피를 섭취하는 건 독을 섭취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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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먹는 순간 그대로 즉사하는 게 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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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가끔 생명력이 강인한 동식물은 독을 견뎌내는데, 이러한 경우 폭력성과 잔혹함을 가진 마물로 변절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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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일련의 과정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 마물 수해였고, 영지민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태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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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그런 마물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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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마을로 갈 것 같아서 교관님께서 사형들에게 명령을 내리셨죠. 마물을 모두 잡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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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교관님이나 다른 분들은 나서시지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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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아시잖아요, 엄격하신 분인 거. 로엔 공자는 물론이고 실력자들은 모두 대기시키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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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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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저 말은 마물로 변한 곰들을 저들이, 새싹이라 놀림받던 유약한 하층민 생도들이 잡았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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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이나 다른 실력자들의 도움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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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열여덟 마리가 있었고, 사형들도 열여덟 명이니 숫자가 딱 맞았죠. 그리고 그 싸움으로 인해 옷이나 짐마저 다 찢겨졌으니, 어쩔 수 없이 곰 가죽을 입고 복귀한 거예요. 딱히 여러분에게 위압감을 주려고 저러시는 게 아니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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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도복을 입은 지금은 왜 입고 계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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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구도 같이 부서졌거든요. 저 곰 가죽, 상당히 두껍고 튼튼해서 방어구 대용으로 쓰기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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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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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시나요? 더 궁금하신 점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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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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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 소녀도 좀 이상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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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방어구를 잃어버렸으면 아카데미에 문의해서 다시 받으면 그만이지, 그렇다고 곰 가죽을 계속 입고 다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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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도 이상하지만, 폴트 영애도 이상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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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상식이 이상해졌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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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식적으로 변한 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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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하지 말도록. 저 가죽은 정말 말 그대로 엄청 튼튼하다. 아카데미에서 지급해주는 방어구보다 두 배는 더. 장인 길드에서도 저 정도로 튼튼한 방어구를 얻는 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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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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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 교관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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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가죽 사태 때문에 학장에게 또 불려갔다 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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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들이라면 알 텐데? 최상품 방어구 하나가 가진 값이 얼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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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나가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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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너희 입에서도 비싸다는 소리가 나오지. 한데 쟤들 신분으로 좋은 방어구 얻는 게 쉬울 것 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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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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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해했으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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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쾌한 설명이었고, 그들은 저 가죽이 그 정도로 상질(上質)의 물건인지 이제야 알았다며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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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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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최상급 방어구와 맞먹는 방어력을 가진 곰 마물을 상대로 저들이 이겼다는 소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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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1이었다고 하지만,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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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면 못해도 중상급 마물은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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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한 마물을 ‘저들’이 이겼다는 점이 감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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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졌다는 건 윤곽만으로 보였으나, 중상급 마물과 1대1로 싸워 이길 수준까지 올랐다는 것이 경악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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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강화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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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강화 훈련이 아니라, 정녕 어마어마한 성과를 손에 넣고 온 것이 분명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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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이토록 단기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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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라도 따라갔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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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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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남아 있던 생도들은 부러움과 아쉬움, 질투 등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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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한 그들이 부러운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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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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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도 수업 시간까지 방어구 착용은 하고 있지 마라. 이제 복귀도 했는데, 뭘 그러고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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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 괜찮습니다. 저희는 이게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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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이나 보는 사람들이 불편하다. 얼른 탈의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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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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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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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악! 타, 탈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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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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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이 목소리를 낮게 깔자말자 그들은 반항심 전부가 사라지며 즉각 곰 가죽을 벗어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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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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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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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저분들 머리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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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머리칼이 없으셨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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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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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 아니 대머리들은 눈물을 글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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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이런 모습을 다른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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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소녀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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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눈이 촉촉하게 변해갔고, 이한은 변명하듯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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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사소한 부작용에 불과하다. 투기법을 익힌 놈들은 괜찮던데, 투기법을 배우지 않은 놈들은 경을 배우고 나니 머리칼이 빠지더군. 뭐, 영구적인 장애는 아니다. 나중에 자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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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럼 폴트 영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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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는 내가 좀 친절히 가르쳐줘서 괜찮고. ‘과격’하게 가르친 놈들은 저렇게 되더군. 사소한 실수지, 다음부터는 실수 안 하면 될 테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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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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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말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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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사과하지 마십시오, 마음껏 미워할 수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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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들은 서글피 울먹였고, 나머지 인원들은 동정의 눈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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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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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안 따라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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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남아 있던 것이 천만다행이라며 안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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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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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학부는 일찍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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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고 뭐고, 내일은 드디어 워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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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이 중요하고, 힘들었던 여로의 피로도 풀어야 하니 자유 시간을 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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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짓’ 하느라 힘을 다 쓰고 오는 놈들이 있을까 걱정이 들기도 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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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수컷 놈들을 한 달 동안 강제 금욕하게 만들었으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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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 스테이를 시킨 것보다 더욱 가혹하게 굴렸고, 고통을 매일 줬으니 욕구를 해소하러 가도 이해는 해줘야 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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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만약 가볍게 피로를 푸는 수준이 아니라, 골골대는 상태로 내일 온다면 가만두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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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히 굴리고 또 굴려 응징을 가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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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내가 배알 꼴려서 그런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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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못 하는 걸 남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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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따위 추잡한 질투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란 걸 분명히 밝히는 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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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사감이 섞여 있다는 건 부정하지 못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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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운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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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내심 이를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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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지면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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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생도들을 상대로 불합리한 분노를 불태우는 그였고, 한 달 동안 쌓인 교관 업무를 하고 있을 조교나 조지러 가자 싶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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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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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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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라 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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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특유의 활기참을 간직한 코 맹맹한 음성으로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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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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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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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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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멋진 슬랩스틱을 보여주시는 시녀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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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탄이 절로 나오는 넘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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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코뼈가 부러질 정도의 충격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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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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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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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네에. 안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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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아플 수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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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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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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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하나 없으신 우리의 시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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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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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경이적인 맷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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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애는 정말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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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같이 지낸 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해하지 못할 불가사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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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 회귀자나 빙의자보다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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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애써 이러한 심경을 숨기며, 어차피 집에서 만날 거면서 자신을 이토록 다급히 찾은 이유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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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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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게 아니라요, 공주님이 오신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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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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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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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장한테 불려가서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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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장한테 혼나면서 겸사겸사 들은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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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시스, 그 누님이 아카데미에 방문한다는 얘기였고, 워 게임을 관람한다는 통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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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으로선 할 짓이 없어서 그런가 싶은 왕족에 대한 불경함이 절로 들었지만, 그 누님이 마음대로 행동하는 게 한두 번이 아닌지라 그저 그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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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면 오는 거지, 내가 뭐 신경 쓸 거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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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교원들이나 생도들 입장에선 쓰리 스타가 부대 방문을 하는 수준의 사안일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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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좀 귀찮은 지인이 오는 것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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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일이야 다른 인간들이 할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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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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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생도들이 싸우지, 자신이 할 게 뭐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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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큰일도 아닌데요, 뭘. 그냥 우리 할 일이나 하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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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공작님도 오신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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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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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하드 공작님이요, 그분도 관람하러 오신다고 하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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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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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얘길 들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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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잘못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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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무어라 하려고 입을 열려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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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공작님 말고도 라이오넬 대공님도 온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오늘 왕성에서 똑똑히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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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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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중요한 분들이 다 온다고 하니까, 국왕님도 오실지 모른대요! 헤헤, 손님들이 아주 많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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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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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얼빠진 표정으로 계속 되묻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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