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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차별을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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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차별 당하고 산 역사가 많아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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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사단장 아들 새끼란 이유로 폐급 오브 폐급이 초고속 진급에 성공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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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10년 동안 장기 근무했는데도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진급 누락되는 만년 중사로 남았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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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에 사무치도록 당한 것이 많으니, 그는 타인을 대함에 있어 절대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공평함을 중시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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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보니 그는 저가 하층민 출신이란 이유로 새싹 조에게 특혜를 주지 않을 셈이었고, 귀족의 자식이라고 한들 내팽겨 두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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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함이란 똑같이 대해주어야 하는 것이 공평함이란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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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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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도 힘차게 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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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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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아카데미에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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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칸에 가지 않고 아카데미에 남은 검술학부 54인의 생도들 모두가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그들의 교관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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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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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교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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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라, 3번 병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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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기. 부, 분명 불칸까지 훈련을 하러 가신다고 들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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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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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리고 불칸과 아카데미의 거리는 제가 알기로 40km가 되는 것으로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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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힌 37.9k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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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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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게 지금 중요한 게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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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기 계세요? 불칸에 있으셔야 할 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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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가르치러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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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칸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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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조져놓고 왔다. 너희 가르치고 야간에 또 조지러, 아니 훈련시키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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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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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눈으로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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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역시 특이하신 분이다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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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게 다 특이하군. 성실한 것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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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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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수업 안 빼먹으려고 굳이 왕복 75.8km의 거리를 달려오는 사람인데, 어찌 성실하지 않을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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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반박하지 못할 현실에 병아리라 불린 여성 생도는 헛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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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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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서야 하는 얘기지만, 이한과 오드왈이 워 게임을 한다는 소식에 큰 소란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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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역사에서도 검술학부와 마법학부는 늘 험악한 관계였으나, 그렇더라도 이토록 직접적인 충돌이 생긴 역사는 없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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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미 말릴 틈도 없이 워 게임의 진행이 일파만파 퍼진 상황이었고, 귀족들마저 기대하고 있으니 학술원으로선 말리려 해도 말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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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명분과 흐름이 걷잡을 수 없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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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때문에 이한은 다시금 학장실에 불려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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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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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에만 대체 몇 번이나 사건을 일으키는 거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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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정정거리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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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시비를 건 것도 주문쟁이고, 되도 않는 트집으로 싸움을 건 것도 주문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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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그는 당당했고, 학장은 뒷목이 다 뻐근하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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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그가 생도들을 위한 활동비를 지원해주는 것을 보면 확실히 학장은 학장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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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교사만 만나다가, 저런 참교육자를 만나니까 좋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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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거금을 주는 학장의 얼굴에는 큰 기대감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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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 게임에서 검술학부가 패배하리란 생각이 확연히 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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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는 마냥 학장만이 그런 게 아니라, 아카데미 전체에서 도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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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승패는 이미 갈렸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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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습니다. 워 게임에서 전사들은 체스로 치면 폰입니다. 그나마 숙련된 전사들은 비숍 취급해주지만, 마법사는 퀸이나 나이트 취급을 받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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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에 대한 취급이 너무하긴 하네. 편협한 인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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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적이 그러한 걸 어떡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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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진 인간들이 허약해서 그런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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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님이랑 비교하면 안 허약한 사람도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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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비교적 허약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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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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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은 말 중 가장 어처구니없다는 듯 쓰러진 생도 하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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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일그러진 이유는 어처구니없는 것보다 격통이 강해서 그런 것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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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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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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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헉! 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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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쓰러지거나 헛구역질 하는 생도가 즐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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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줄 넘기 대신 무제한 자유대련이란 명목으로 교관과 대련을 벌인 일동이 모조리 다 땅바닥에 패대기쳐지며 고통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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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상하게도 크게 다친 인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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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대기쳐지긴 했지만, 교관은 마지막에 힘을 조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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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더 굴욕적이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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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굴욕주려고 살살한 건 아니야. 회복실 사제가 애들 그만 좀 보내라고 해서 어쩔 수가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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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자가 많긴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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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교관님. 진짜 불칸에서 달려오신 거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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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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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이토록 모조리 이겨놓고도 아무런 감흥이 없어 보이는 사람을 보고 있자면 저것도 체력이 좀 빠진 상태란 게 믿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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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기운이 없는 건 맞다. 아무리 교관이라도 그만한 거리를 왕복하다 보면 숨이 벅차니. 하지만 ‘애송이들’ 상대로 힘들어 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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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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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하나 보지? 그럼 더 강해지려고 노력해라. 교관은 최선을 다해 너희를 가르쳐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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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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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눈으로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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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궁금해서 그랬습니다. 그렇게 열정적이신 분께서 왜 저희는 불칸으로 데리고 가지 않았는가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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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집중훈련을 말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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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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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전날에도 말했지만, 가고 싶었던 사람은 출발 날 집합해라고 했었다만? 근데 너희들은 안 나타났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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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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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모르게 섭섭함을 드러낸 생도는 자기가 생각해도 유치한 반발심이라며 이를 악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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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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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안 가고 싶어서 안 간 건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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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가문에서 가지 말라는 걸 어쩌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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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란 녀석들이, 아직도 집에 잡혀 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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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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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농담이다. 나라고 너희 사정을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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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저들 중에도 이한의 집중 특강을 듣고 싶었던 이들이 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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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수련 받으며 몸이 더욱 탄탄해지는 것을 느꼈을 이들은 특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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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게 모르게 이한을 훌륭한 교관으로 인정하기 시작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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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들은 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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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와 명예에 살며, 신분과 지연, 혈연 등이 무엇보다 중요한 계급사회에 속한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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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그들은 결코 가문의 명령을 거스를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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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 아마 여기 있는 인원 중 몇몇은 이미 내 수업에 나가지 말라고 들은 이들도 있겠지. 천민 출신 기사 녀석 따위의 수업에 나가는 것을 가문의 흠으로 여기고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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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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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는 게 아니다. 기분이 나쁘지도 않다. 내가 어디 기사단 출신인데 이를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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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사자 공식 왕따가 다름 아닌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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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들의 특권의식은 이미 질리도록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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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특권의식 드러내다 그에게 두들겨 맞은 이들이 더 많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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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를 이해한다. 귀족들은 자신들의 역사에 이물질이 섞이는 걸 허락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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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도들 중에는 아마 [경]을 배우고 싶은 이들도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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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제법 인상적인 기술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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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를 귀족 가문에선 절대 허락할 리 없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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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 동안 쌓아온 투기법과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찌를 듯한 귀족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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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뜻에서 이한의 기술은 사특한 무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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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으로 따지면 귀족 가문은 정파고, 이한의 기술은 흑도나 사파, 좀 더 심하게 가자면 마교의 마공 비스름한 취급을 받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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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면 무림공적, 아니 가문에서 적출당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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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녀석들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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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아르노와 로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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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모두 대귀족의 후예지만, 비교적 그들은 자유분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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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 가야 타 가문의 기술을 흡수하는 데 망설임도 없는 이질적인 면모가 있고, 반대로 로엔의 경우는 가문의 눈치 따윈 보지 않으니 그에게 가르침을 받는 데 고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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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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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냥 굴리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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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지금 이한에게 가르침을 애원하는 경우는 정말 기댈 곳 없는 녀석들이거나, 남 눈치 따윈 전혀 보지 않는 녀석들뿐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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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과는 사정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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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들은 분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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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고, 가문에 대한 반항심은 있지만. 결국은 가문의 명령을 거부할 순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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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중엔 내가 억지로라도 불칸까지 가서 훈련시켜주길 원한 녀석들도 있었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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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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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럴 수는 없어. 내가 지금 불칸에서 시키는 훈련은 절박한 녀석들이 하는 훈련이거든. 아마 너희를 억지로 데려갔다고 한들 크게 성과는 없었을 거다. 앞만 보고 가기도 바쁜데, 여러 가지를 신경 써야 하는 녀석들이 어떻게 절박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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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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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른 녀석들만 특별 취급이라 느끼게 했다면 그 점은 교관이 사과하마. 본의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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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야말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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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열아홉 혹은 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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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의 나이지만, 성인이라 하여 저들이 어른인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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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여물지 못한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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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아직은 앳되고, 칭얼거리는 면이 있는 것을 이해하는 게 어른의 의무인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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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진심 어린 사과였고, 그들은 괜한 울컥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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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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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지 감동적이고 괜히 훈훈한 분위기가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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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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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특별히 본 교관이 다시금 대련을 해주도록 하마. 덤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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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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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놈들을 특별 취급해준 만큼, 너희도 특별 수련이 있어야겠지. 이런 기회 쉽게 없다. 빨리 일어서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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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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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장창 부서지는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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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별로 중요하진 않지만, 이한의 전생 MBTI 성향은 T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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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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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오늘도 회복실 사제를 고생시키게 된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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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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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교육자다운 행동을 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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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나보고 공감 못 해준다는 녀석들 다 틀렸어. 이 얼마나 확실한 공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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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길 원했으니, 그 바람을 이뤄주길 위해 최선을 다 해 가르침을 줬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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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공감의 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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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나큰 만족감을 느끼는 그였고, 이렇게 된 거 오늘 유격 하는 놈들도 두 배로 더 굴려야겠다는 의무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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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훈련에 뭘 더 추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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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개전투랑 절벽 오르기도 추가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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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배하게 돌아가는 머리였고, 그의 머리가 팽배하게 도는 만큼 오늘 밤 악몽이 예정된 안타까운 새싹 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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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한 성실함이 독이 되는 경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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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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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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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을 옮기는 그때, 이한의 기민한 감각은 낯선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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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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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질감을 느낀 건 연무장에 덩그러니 있던 허수아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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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수련을 할 때 쓰는 허수아비지만, 이한이 검술학부 교관이 된 이후로 사용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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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허수아비를 치는 것보다 실전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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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허수아비는 이제 생도들도 그다지 건드리지 않는 연무장 장식물 취급을 당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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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한의 기민한 감각은 허수아비가 늘 보는 것과 달리 묘한 차이점이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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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그림 찾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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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장식물도 아닐진대, 허수아비 목에 걸린 천조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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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없던 거였고, 이한은 어떤 놈이 장난친 건가 중얼거리며 느슨히 풀린 천조가리를 풀어 손에 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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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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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미소를 머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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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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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인 놈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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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조가리에 문장이 한 줄 남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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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전형적인 옛날 연극에서 나올 법한 고전적인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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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방식은 고전적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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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마법사를 죽이면 안 된다’라, …이놈,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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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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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그의 속내를 꿰뚫는, 흥미로운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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