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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靈山) 불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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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활동을 멈춘 이후 왕국에서 가장 험준하지만 아름답기로 유명한 영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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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오르는 이들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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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오르기가 험난하며 제대로 된 길도 없고, 사나운 야생 멧돼지가 출몰하기 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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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꾼 사이에서 곰이 목격된다는 속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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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 해도 오르는 것이 가혹한데, 더욱 오싹한 사실은 불칸은 계절 상관없이 환경이 제멋대로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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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40℃의 폭염이 이어지고, 밤에는 –30℃의 한파가 덮치며 서리가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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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현상이었고,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동식물 모두가 약효가 특별하여 수요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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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영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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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오르다가 자칫 죽을 수도 있고, 조난당했다간 그대로 탈수로 죽거나, 얼어서 죽을 우려가 있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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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면 오르지 않는 게 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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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혹 오르는 이가 있다면, 대물 약초를 건져 일확천금을 노리는 하루살이 인생밖에 없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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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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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억! 미, 미쳤어, 이건 미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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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훈련의 목적’으로 오른다는 것 자체가 이미 어리석은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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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들은 어리석은 미치광이였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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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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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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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물…! 무, 물 좀, 끄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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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아니 혼절이 속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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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르다 못해 험준한 절애를 연상케 하는 오르막은 오르라고 만든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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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낭떠러지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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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도 전원은 두 발로 걷는 게 아니라, 짐승마냥 양팔을 써서 엉금엉금 기어야 했고, 마치 거북이를 연상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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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걸음쳤다간 그대로 굴러 떨어지며 이승과 이별하는 수가 있으니 뒷걸음질은 엄두도 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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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가 생물학적으로 뒷걸음질을 못 한다면, 그들은 생존 때문에 뒷걸음질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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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상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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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공기 봐라. 역시 영산은 영산이야.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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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공기는 좋은 것 같아요, 교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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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래봤자 오후가 될 즈음이면 미치도록 더울 거다. 18시까진 폭염이 지속된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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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미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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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이제 알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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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의 20배 가까운 짐을 챙긴 이한만은 마치 산책로를 걷듯 여유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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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똑같이 가파른 절애를 걷고 있는데, 그만이 남다른 중력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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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발로 걷는 것도 아니고, 두 발로 서 있는 것도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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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걸 균형 감각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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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님, 발가락 힘이 엄청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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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단련하는 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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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단련한다고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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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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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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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신발을 벗은 채 오르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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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이 도리어 걷는 데 방해가 되는지 발가락으로 땅을 움켜쥐듯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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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적을 남기며 걷는 그의 모습은 어딘지 산짐승을 떠오르게 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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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대화만 하지 말고 쟤 좀 챙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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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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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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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의 마력이 유동적으로 움직이며 누군가를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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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절했거나 탈수증을 호소하는 이들을 ‘염동력’으로 들어 올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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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이것도 좀 버겁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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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싫으면 안 해도 좋아, 대신 이제부터 걸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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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구조 활동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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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아이린은 다른 이들처럼 성실히 걷고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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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부양 하듯 살짝 떠 있는 상태로 몸을 움직이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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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염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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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훈련에 위배되는 행위였지만, 이한은 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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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동력이 마법사에게 있어 전사의 근육과 같다는 예시를 들은 후, 저것을 사용하는 것에 긍정적이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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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어차피 아이린 윈들러의 체력으로 행군은 애초에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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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새끼 고양이보다 약한 체력인데, 행군은 무슨 행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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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저렇게 구호 활동이나 시키는 게 효율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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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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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쓰러지는 놈들이 있으면 그가 수레에 실을 생각이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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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자체가 불편한 것 똑같으나, 확실히 편리함은 부정하지 않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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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또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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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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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몸만이 아니라, 무려 열 사람이 넘는 생도들을 운반하는 그녀의 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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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같이 기절하거나 쓰러진 상태인 이들이었는데, 그중엔 등반 초반 지점에서 기절한 레비 폴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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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를 가지고 이한은 구박할 마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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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체격으로 여기까지 걸은 것만 해도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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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체력이 아닌 정신력으로 걸은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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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력 부문에선 새싹이 녀석들보다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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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가 좀 독해요. 자기 얘기론 가문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라도 자기가 더 열심히 해야 한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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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병아리와 많이 친해졌나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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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저냥 차도 마시고, 밥도 같이 먹는 사이 정도? 아직 친구까진 아닌데 지인 정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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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걸 보고 보통 친구라고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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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사귄 적이 별로 없어서,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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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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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받는 게 더 비참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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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아. 괜한 말 좀 하지 마. 나 창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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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도 인간적인 유격 행군은 그렇게 순조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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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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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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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도들 입장에선 전혀 순조롭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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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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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불칸을 정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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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까지 오르지 못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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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는 이한의 의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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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그는 정상이 목표라고 하지 않았고, 그저 오를 산이 여기라고 알려줬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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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그들의 목적지는 본래 정상 꼭대기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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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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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칸의 중간 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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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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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3시간의 산행을 마치며 드디어 짐을 내려놓자, 땅이 한차례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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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로 그들이 가져온 물자가 엄청나게 많았다는 뜻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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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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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에 아발론으로 가는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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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온 물자의 양보다 살아서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것에 마냥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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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하고도 또 혹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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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지옥이 따로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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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보다 한없이 체격이 왜소한 시녀님은 이렇게 멀쩡한데, 너희는 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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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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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쯧, 한심한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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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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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라 반박하고 싶은데 반박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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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게 그들은 중간에 혼절하거나 체력 소진으로 쓰러지기 일쑤였는데, 유일하게 그들보다 많은 짐을 들고도 멀쩡히 등반에 성공한 ‘시녀’가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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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여기 공기 좋네요. 기사님! 여기다 텐트 치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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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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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도 안 가쁜 것인가 저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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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라 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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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시녀는 그들과 같이 행군의 고행 길을 걸었음에도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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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저 사람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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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없어하는 생도를 향해 이한은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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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줄 알아라. 너희보다 한참 체격이 작은 레이라 시녀님은 너희보다 많은 짐을 가지고 행군을 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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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녀는 이한이 봐도 신기한 인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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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진짜 저 몸으로 어떻게 멀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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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나 염동력으로 이동하라고 했는데도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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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안 힘든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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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안 힘들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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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보통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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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무협지에 나오는 천무지체나 봉황지체를 타고나기라도 한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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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녀가 가진 육체에 대한 비밀은 나중에 알아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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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요한 건 저것들을 새싹이 아니라, 한 달 안에 ‘야생화’로 만들어놔야 하는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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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지금부터 하는 건 그냥 놈들의 의욕을 불태우기 위한 블러핑이며 장작 넣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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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큰 화력을 불어넣어야 앞으로의 일정도 긍정적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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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 일도 쉽지만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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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몰래 교직자에 대한 존경심을 느끼며 이한은 놈들의 꺼져가는 불씨를 일깨워 줄 농밀한 산소를 주입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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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 폴트도 마찬가지다. 너희는 검술이라도 배웠지만, 레비 폴트는 그런 것도 아니며, 투기법도 배우지 않은 연약한 몸이다. 한데 그 상태로 무려 10km를 걸었다. 그것도 정신력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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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도들은 레비 폴트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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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다리가 후들거리는 소녀였지만, 그녀는 끈기 있게 일어나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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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연약한 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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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지금 진 거다. 여자에겐 졌다고 자존심 상하라는 게 아니야! ‘초보자’에게 진 거란 말이다! 정신력과 끈기, 근성! 이 모든 부문에서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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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도들은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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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밀한 산소 정도가 아니라, 기름을 부어버린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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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쳐 쓰러져가던 그들의 정신에 의욕이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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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똑바로 차려라. 이미 훈련은 시작됐어. 행군에서 쓰러진 녀석들을 도와주긴 했지만, 그건 너희가 예뻐서 도와준 게 아니야. 그냥 ‘불쌍해서’ 구해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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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열이 확 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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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사람이 어떻게 하면 열이 받을 수 있고, 분해할 수 있는지 그는 포인트를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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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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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도들 대부분이 분함에 이를 악 물었고, 자신들의 한심함에 실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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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이라도 그 속을 풀고 싶어 날뛸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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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좀 느슨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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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란 너무 갑자기 타오르면 꺼지는 것도 빠르게 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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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은은하게 유지하는 게 불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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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조금은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군. 쯧, 지금부터 30분 이내 텐트를 치고 오침을 취한다. 오침은 90분.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기본 훈련과 일정에 대해 알려줄 테니, 그때까지 몸을 전력으로 쉬어라. 알았나? 전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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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것도 훈련의 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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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항상 강조하는 발언이었고, 생도들은 고함을 지르듯 힘껏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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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눈이 살아나는 게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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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차례 고개를 주억거리는 이한이었고, 그는 한없이 멀쩡한 이들에게 시선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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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잠시 나 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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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타도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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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피곤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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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단도 휴식은 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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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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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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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강제로 끌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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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람들 사이에 숨어 시선을 피하려는 녀석도 있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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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로 할 때, 당장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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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오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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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한테 오침? 그게 뭔 사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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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도 사람입니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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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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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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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는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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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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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나, 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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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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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은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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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 그의 주군은 그 무게를 버티고 아득한 거리를 행군했으면서도 전혀 지쳐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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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역량이 이미 기사보다 높은 그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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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잭은 녹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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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역량이 미진하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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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워 자괴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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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 있어라. 지쳐 보이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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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한없이 못난 놈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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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그대의 재능은 이제 막 개화한 것.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오히려 기사가 되기로 한 지 반년 만에 이토록 강행군에 따라올 수 있다는 것이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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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본업에 비하면 한없이 형편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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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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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어딘지 인상이 다소 흐려 보이는 무난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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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를 돌아다니면 어디서든 볼 수 있을 것 같은 남성이었고, 누군가는 이를 보고 인상이 흐릿하여 잘 기억에 남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는 잭이 가진 ‘재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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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그를 기억하지 못하게 하고, 어디에든 쉽게 융화되고 숨을 수 있는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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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기에 그는 ‘암살자에 더 어울리는 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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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재능은 적지만, 첩보와 암살에 있어선 최상위로 갈 수 있을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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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나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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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제 선택입니다. 이런 저라도 기사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말씀해주신 분은 주군이시지요. 그러니 미안한 얼굴 하지 마십시오. 혹여 저한테 했던 말이 거짓이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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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거짓은 없다. 모두 진심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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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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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미안하구나. 나의 욕심 때문에 정해진 예정을 모두 바꿔버린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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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습니다. 어차피 주군의 ‘예지’도 절대적이지 않다고 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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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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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의 말에 로엔은 애써 고개를 주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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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은 그렇게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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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이 갖춘 능력이 [예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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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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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만 알고 있어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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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가진 진정한 비밀은 아는 자는 없는 편이 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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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어 알려졌다간 더욱 큰 혼란만 일으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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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그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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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 속내를 숨기던 중 잭이 지친 몸을 애써 일으키며 입을 떠들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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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어차피 포섭할 자들은 내년부터가 본격적이지 않습니까. 현재는 그다지 포섭할 인원도 없으니, 이번 해는 이렇게 역량을 가다듬는 시간이어도 좋을 테지요. ……뭣보다 주군께서도 교관님의 훈련에 관심이 있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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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다른 관점이니까. 배워둔다면 훗날 무조건 도움이 된다. 특히, ‘신전’과 싸우게 됐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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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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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군의 발언에 잭은 침음을 삼키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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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라도 그들의 대화를 듣는 인원이 있으면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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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행히 그의 주군은 그 정도로 어설프지 않았고, 주변의 소리를 완전히 차단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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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그의 걱정이 무색한 철저하신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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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엔은 수하의 충심에 감사하면서도 이를 애써 티 내지 않으며 단호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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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 기억해라. 강해져야 한다. 교관의 가혹한 훈련은 분명 너를 지금보다 더욱 강해지게 만들어 줄 거다. 재차 말하지만 나만 강해져선 안 돼. 너 또한 강해져야 한다. 나 혼자론 결코 그들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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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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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시답지도 않은 아카데미에 입학한 이유가 무엇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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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없는 곳에서 힘을 키우기 위함이 첫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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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에서 죽여야 할 이가 있음이 둘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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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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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번 훈련을 잘 지켜봐라. 분명 예상치 못한 인재들이 대거 나올 것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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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의 수급과 세력의 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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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목적이 어쩌면 내년이 아니라, 올해부터 이루어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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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의 수업을 통해 저들이, 들풀과 같은 이들이 어떠한 변화를 일으키는지에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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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솔직히 아직 반신반의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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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확신하진 않는다. 그러나 잭. 난 이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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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무도 관심 없을 들풀에 불과할지라도, 혹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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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피울 야생화일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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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는, 온실 속 꽃보다 야생화를 더 선호하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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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기대했고, 암살자는 저의 주군이 가끔은 낭만을 쫓는 로맨티스트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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