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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 이한은 저 대결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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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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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봤자 이득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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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제안을 받아봤자 얻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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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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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사람도 아닌 것들을 데리고 뭐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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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과 새싹, 병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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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있어 생도들은 한없이 허약한 소동물에 불과했고, 아직 가야할 길이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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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기사보다 나은 녀석들도 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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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리안과 검공가의 자손, 용병왕의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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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의 회귀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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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들은 레벨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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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저들만 그런 거지, 다른 놈들은 한없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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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극단적으로 비교하자면 독수리와 생쥐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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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보다 약한 게 사람새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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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습게도 저들 넷을 제외하고 가장 강한 건 데미안 폴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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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3년 조교(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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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습게도 다른 놈들이 생쥐라면 그 녀석은 고양이는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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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기사 가문의 말예답게 기초가 탄탄하고, 투기법도 상당히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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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한이 훈련시키는 쇠줄 넘기에서도 꾸준히 성과를 보이는 중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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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없지만, 앞서 언급한 네 사람의 재능이 최상위권이라면, 데미안 저놈도 상위권 정도는 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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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이 모나서 문제지, 다른 건 다 잘났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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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상황이 이러했기에 이한은 딱히 대리전 같은 놀이를 시킬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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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들을 지금 내놓아봤자 몹쓸 꼴만 볼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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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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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님! 하겠습니다, 대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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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 따위가 무서워 피하면 쓰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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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주문쟁이 따위가 덤비다니, 하! 이건 기사를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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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놈들의 목을 따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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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보내주쇼. 내가 놈들이 검술학부 이름만 들어도 지리게 만들어 놓을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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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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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생도라 할지언정 기사 후보생답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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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기사가 주문쟁이가 덤벼오는데 가만히 두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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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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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들, 잘 크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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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간질거리는 콧등을 슥 훔치며 감동을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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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의 성장에 보람을 느낀다는 스승의 심정을 알게 되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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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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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의 강렬한 의지를 느꼈음일까, 이한은 저놈의 제안을 받아주는 쪽에 어느 정도 무게를 두었으나, 일단 무슨 개소리를 할지 들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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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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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리전의 승자는 앞으로 교직 생활 중 상대의 명령을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한다.’ …내가 제대로 읽은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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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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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긴 놈. 뭐 이런 유치한 조건 다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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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가관이다 못해 더러운 조건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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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할 건지 말 건지나 결정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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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생각해도 막나가는 조건인지 아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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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위 조잡한 조건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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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부분에서 어린 티가 확실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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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거랑 말투 때문에 괜히 오해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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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란 인재가 워낙 귀하다 보니 애초에 학부의 마법사가 적은 게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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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저토록 어린 나이에 교수직을 달 수 있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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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김새 때문에 달았을 확률도 무시할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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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마법사란 요소와 28세가 아니라 82세 나이로 보이는 겉늙은 모습 이외엔 어설픈 것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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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짧은 것도 있지만, 불같은 성정을 억누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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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완숙한 나이가 되면 저러한 점도 나아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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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 저런 놈은 반대로 음흉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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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 지금도 저리 괄괄한데, 훗날 저것을 뒷받침하는 권력과 힘이 있는 채 놈이 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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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는 음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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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상대하기 싫은 부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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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은 상대하기 마냥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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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하지. 이건 나한테 전혀 이득인 얘기가 아니야, 내가 왜 주문쟁이 따위의 명령을 들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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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바, 반대로 내가 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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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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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명령에 따라준다는 것인데, 이게 얼마나 값진 기회인지 모르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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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에 교육당하고 싶진 않은지 말을 급히 바꾸는 오드왈이었으나, 그는 당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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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게 마법사에게 명령을 내릴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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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천금보다 값진 기회임은 자명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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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이놈 입장에서도 제 가치를 명확히 알기에 내놓은 조건이었고, 충분히 고심한 조건임은 맞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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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넌 대체 나한테 뭘 명령하고 싶어서 이런 조건을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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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네놈, 아, 아니 당신의 손아귀에서 일단 아이린 영애를 구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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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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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을 꿇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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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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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당연히……. 크흠, 그밖에는 딱히 없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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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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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박한 또라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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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그거 때문에 노예 계약을 자처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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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어이없음을 밝히자, 놈은 발끈하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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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명예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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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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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이기도 하고, 인성 파탄도 났고, 차별주의자이긴 한데 이상하게 다 어설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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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마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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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가슴 웅장해지는 유치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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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또 내 뒷배라도 소개시켜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겨우 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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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실험도 아니고, 겨우 명령 몇 가지를 내리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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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따위 맹세를 해봤자, 지키지 않으면 그만인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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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명예를 걸고 하는 약속이지만, 이한에겐 애초에 지켜야 할 명예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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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의 이름을 거는 맹세도 마찬가지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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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중요한 건 자신의 목숨과 혹시라도 빠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근육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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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대신 약속을 어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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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명예를 걸고 맹세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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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난 발타르 그레이스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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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자의 이름을 건다니, 좋다! 신뢰할 만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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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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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호구 마법사는 제 계획이 이미 성공한 것처럼 희희낙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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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타르의 이름을 개 사료보다 하찮게 여기는 기사가 있다는 것을 모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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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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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들은 생도도 있겠지만, 제군은 앞으로 한 달 후 마법사 생도들과의 대결을 치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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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결의 방식은 어떻게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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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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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들이 머리를 썼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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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타, 그거 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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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설명하자면 가상 전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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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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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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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 게임(War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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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를 굴리고, 전략을 짜서 확대된 지도 위에서 말을 움직이며 가상 전쟁을 치르는 게임을 뜻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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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에 이르러 그 의미가 좀 남달라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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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들이 더욱 큰 자극을 위해 ‘실제 전쟁 환경’에서 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변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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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챠,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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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지랄 게임으로 변모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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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나 버려진 평야 하나를 구매하고, 용병이나 퇴직한 병사 등을 고용하여 그들이 알아서 전쟁을 치르도록 만들며, 이를 귀족들은 관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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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시절 이한도 몇 번 해봤던 자동사냥 폰 게임을, 귀족들은 돈지랄을 통해 더욱 악랄하게 구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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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전쟁하는 것을 그저 관망하며 즐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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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한 악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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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가지고 노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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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타의 진솔한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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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노는 이해한다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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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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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이 없지 않아 있지요. 하지만 이 게임이 부정적인 요소만 있는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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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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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나 병사, 용병 등 검을 업으로 사는 자들에겐 제법 이득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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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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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경험을 쌓기 용이하며, 전쟁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으니까요. 한데도 죽을 위험이 극도로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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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가능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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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에서 정해놓은 규율입니다. 지키지 않는다면 왕실에게 밉보이겠다는 뜻인데, 이를 안 들을 어리석은 자들도 드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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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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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납득하는 쿤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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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목숨의 위험이 현저히 적은 대리전쟁을 통해 전투와 전쟁,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값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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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이라 하면 항상 열 중 다섯은 죽어나가는 바바리안에게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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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용병들 중에는 전문적으로 워 게임 임무만 전담하는 전문가도 있을 정돕니다. 안 그렇습니까, 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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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지. 그거 쏠쏠해. 우리 업계에서도 서로 하려고 싸움 많이 나지,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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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귀족들의 유흥거리가 되는 건 싫지만, 안 그래도 일자리가 줄어들어가는 용병 업계에선 쏠쏠한 돈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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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거나 팔다리가 사라질 우려도 적으니, 더욱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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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가란드의 공증마저 있으니, 워 게임에 대해 잘 모르던 새싹 생도들도 안심하며 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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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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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타 궁금한 거 더 있다. 아까 아르노가 그랬다. 주문쟁이들, 머리 썼다고. 그거 무슨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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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거 말입니까? 간단합니다. 워 게임의 승률이 가장 높은 이들은 마법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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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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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그의 발언에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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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중요한 건 결국 화력전입니다. 개인의 강함보단, 오히려 파괴적인 일격이 더욱 효율적이고 상대를 빠르게 제압하는 법입니다. 그런 뜻에서 워 게임에서 마법은 압도적입니다. …교관님 정도 되시는 기사라면 압도적인 화력도 소용이 없을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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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이한에게 시선이 다들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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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저 양반이라면 공성전이라 할지언정 혼자서 성을 격파하고도 남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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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반대로 말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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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압도적으로 불리하다는 얘기야,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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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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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 괜찮은 거야,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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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스러운 분위기가 번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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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들은 특히 더 그랬고, 병아리 아가씨들도 표정이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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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도련님 조는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으나, 그들도 설마 대결 방식이 워 게임일 줄은 몰랐다며 골치 아픈 기색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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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 게임을 어릴 적부터 관람했던 그들로선 마법사의 화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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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들은 긴장할지언정 지지 않으리란 각오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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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전장의 주역은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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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막대한 화력을 가지고 있을지언정 기사의 돌파력과 기백을 당할 수는 없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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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생도란 한들 그들은 기사를 목표로 사는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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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들은 설사 불리한 워 게임이더라도 이길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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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참고로 말하는 건데 이번 워 게임에서 도련님 너희들은 나서지 않을 거다. 오직 새싹이 너희들만 나설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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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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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야말로 소리 없는 경악성과 함께 생도 전원이 자신들의 교관을 보며 동일한 생각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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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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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뭐라고 하건, 이한은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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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선택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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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쟁이와 싸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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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 수 있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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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너희는 그 말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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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하다고? 투기법을 익히지 않았다고? 걱정 마라, 아직 한 달이란 시간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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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적은 것 같지만 제법 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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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한 달 만에 20kg 감량을 성공하기도 하며, 또 어떤 이는 한 달 훈련하여 42.195km 풀 마라톤을 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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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한 달이란 사람이 변화, 아니 격변(激變)하기 충분한 시간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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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만 잘 듣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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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도들은 보지 못했지만, 이한의 뒷주머니에는 모자 하나가 덩그러니 삐져나와 당당히 존재감을 주장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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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팔각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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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아무런 특색도 없는 검은 팔각모에 불과했으나, 어쩐지 불길한 분위기를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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