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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만 말하자면, 이한과 오드왈은 학장에게 불려가서 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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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경우 오드왈의 손목을 꺾었다는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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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건 오드왈이 먼저 옷깃을 잡았고, 그가 떼어 놓으려가 일어난 우발적 실·수였기에 정상 참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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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왈의 경우는 학장에게 크게 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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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대로 타 학부 영역에 쳐들어간 것도 그렇지만, 행패를 부렸다는 점에서 도저히 좋게 볼 사안이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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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6개월 감봉 처리를 받은 오드왈이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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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후원금이 있는 놈에겐 벌도 아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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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교원의 한 달 월급 따윈 기별도 안 가는 막대한 후원금이 주급 단위로 주머니에 꽂힌다는 소식을 진즉 들었던 이한으로선 저 벌이 그다지 큰 타격이 아님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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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학장도 알고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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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도 학장이 이러한 징계를 준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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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감쟁이도, 돈 받아 처먹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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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으로선 그러한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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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는 오해란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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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장님이 귀족들 눈치나 볼 위치는 아니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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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장님 가문 부잡니다. 그것도 왕국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웬만한 거대 상단 다섯이 압박해도 끄떡도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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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뒷돈 같은 거 내미는 귀족들이 있으면 내일이라도 단두대로 보내실 분이지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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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더 터무니없는 인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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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새롭게 친분을 나눈 교원들에게 모르던 사실을 들으며 눈을 끔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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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 양반은 왜 그 정도 처벌밖에 안 준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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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틀 경을 지키기 위해서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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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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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에. 터틀 경이야 물론 오드왈 공도 무섭지 않을 분이겠지만, 그밖에 인원들. 그러니까 오드왈 공을 후원하는 귀족들까지 상대하는 건 까다롭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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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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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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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발언이 목젖까지 치고 왔으나, 일단 이한은 계속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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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학장님은 터틀 경이 귀족들에게 피해 입는 것을 막아주시려고 그러한 판단을 하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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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들과의 싸움은 아무리 터틀 경이 강해도 여러 문제가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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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치 아픈 이들이니까요, 귀족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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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딘지 씁쓸한 기색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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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귀족들에게 밉보인 경험이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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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평민 혹은 몰락귀족 출신들인데, 능력이 비범하니 그로 인해 여러 트러블이 발생했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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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학장님께서 현명한 판결을 내리신 겁니다. 터틀 경도 이만 화를 삭이시죠. 웬만한 뒷배가 없는 이상 오드왈 공을 건드리는 건 어리석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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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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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진정으로 위하는 그들의 토닥거림이었고, 이한은 슬며시 고개를 주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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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교원들은 생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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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입학식 때만 좀 그랬지, 마냥 난폭한 사람이 아니라 이지적인 기사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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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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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배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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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그날 밤 드물게도 편지지 한 장을 꺼냈고, 백지 위에 한 문장을 적은 후 밀봉하여 백치미 넘치는 시녀님에게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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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며칠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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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이다! 네놈이야…! 네놈밖에 없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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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왈이 다시금 발광하며 검술학부 수업을 방해했고, 이한은 그런 마법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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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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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를 으쓱일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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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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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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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한테 [고민 상담]을 했을 뿐인데, 왜 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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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미친놈 보듯이 오드왈을 보았고, 기어이 그는 뒷목을 잡고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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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후, 오드왈을 후원하던 귀족들이 후원을 끊었다는 소식이 은밀히 돌며 아카데미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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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독제독(以毒制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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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은 독으로 제압하듯이, 권력자는 권력자로 제압해야 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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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센 독을 사용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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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는 최근 들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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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정확히는 시선을 집중시키는 화제가 연이어 발생하여 이를 주제로 떠들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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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왈 교수가 검술학부 기사에게 시비를 걸었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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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학부 교관이 오드왈의 손목을 꺾었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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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왈 교수와 검술학부 기사가 갈라하드 공작의 수양녀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 중이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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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검술학부 기사는 대귀족의 총애를 받고 있더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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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더라, -식의 소문이란 시대를 막론하고 언제나 존재 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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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유흥과 재미, 자극에 굶주려 있는 혈기왕성한 젊은 생도들에겐 마법사와 기사의 싸움이 더할 나위 없는 유흥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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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둘 중 누가 이길까 싶었고, 마냥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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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러한 떠들썩한 화제를 들은 회색머리칼의 어느 생도는 고민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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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데, 이러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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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머리 생도가 고민에 휩싸인 건, 다른 이들처럼 마법사와 기사 중 누가 이길까 내기하는 유치한 유흥 때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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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연히 달라진 ‘스토리’ 때문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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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왈이라면 분명 악역 영애를 도와 주인공을 몰아붙이는 메인 악역 중 하난데, 벌써 무대에 등장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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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대로라면 [메인 스토리]가 시작되기까지 아직 반년이란 기간이 남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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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벌써부터 진행이 심상치가 않았으며, 회색머리칼 생도는 자기가 아는 정보가 자꾸만 틀리게 된다는 것에 한없이 머리가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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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면, 내가 아는 게 다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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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머리칼 생도는 머리가 좋았고, 머리가 돌아가는 속도도 만만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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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지난날 일어난 모든 사건에 어떠한 장애물이 끼어있는지를 확인하며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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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학부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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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 터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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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중심이자, 그가 유일하게 존재를 몰랐던 생뚱맞은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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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지 친근한 이름을 가진 교관을 떠올리며 소년은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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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한번 만나봐야 하나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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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 대화만 해볼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의문을 풀 수 있을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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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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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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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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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왜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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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요. 그, 그냥 좀 놀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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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극도로 사람과 대화하는 게 어려운 의사소통장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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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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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 혹시 너 감기 걸린 건 아니지? 얼굴이 왜 이렇게 붉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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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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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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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영애로 보이는 아름다운 여자 생도가 접근할수록 소년의 얼굴은 붉어졌고, 신선하기 그지없는 반응에 여자 생도는 생글거리며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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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장난기 많은 소녀는 소년의 상태를 눈치챈 모양이었고, 소년은 이를 깨달으며 눈을 질끈 감고 속으로 마법이 주문을 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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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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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의사소통에 대한 장애뿐만 아니라, 이성에 대한 면역력이 제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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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생 다섯과 남자 선생님만 있던 시골 초등학교를 거쳐 남중, 남고, 공대, 군대, 남초 게임 회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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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인생 테크 트리였으며, 지금까지 살면서 이성과 제대로 된 대화조차 해본 적이 없는 소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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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그렇게 4절까지 주문을 외우며 자신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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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름이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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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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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난기 많은 소녀는 소년을 그냥 놔둘 생각이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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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면역력 제로에겐 너무나 자극적인 라일락 꽃향기가 덮쳐왔고, 소년은 즉각 등을 돌리며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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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얘…, 버, 벌써 저기까지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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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머리의 소년은 무척이나 빨랐고, 이를 보며 소녀는 눈을 끔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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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유독 빨라서 놀란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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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소녀의 예민한 귀가 소년이 내뱉은 말을 포착했기에 끔뻑거리는 것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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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 이라고 외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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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소녀의 의문에 대답해 줄 소년은 이미 저 멀리 도망간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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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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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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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워라, 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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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미쳤나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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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흘 동안 오드왈과 이한의 관계는 견원지간보다 더욱 사나운 적대관계를 형성해가며 갈수록 험악한 기류가 형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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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일방적으로 이한에게 시비를 걸다가 오드왈이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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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고, 저 자존심 강한 마법사가 기사에게 당하는 굴욕을 어찌 참고만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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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금이 끊기고, 갖은 굴욕과 함께 치욕을 겪은 마법사는 기어이 이성을 놓은 건지, 이한에게 장갑을 던지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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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관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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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을 던진다는 의미는 ‘대결’ 또는 ‘결투’를 신청한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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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땅바닥에 던져진 장갑과 주문쟁이를 번갈아 확인하며 조소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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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를 포기했나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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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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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을 잡는 대신 목검을 겨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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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검 따위를 겨눈다고 해서 겁을 먹을 이유는 없지만, 일순 오드왈은 서늘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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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잘 것 없는 낡은 목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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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그 목검이 그를 향하는 순간 날이 바짝 선 창촉이 그를 찌르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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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왈은 몽글몽글 맺히기 시작한 땀을 닦으며 손을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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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오해가 있었군, 물론 칼잡이 너와 싸운다는 얘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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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 지껄일래? 아까부터 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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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도와 너의 생도의 대결을 의미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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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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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차례 뭔 헛소리인가 싶었으나, 마냥 헛소리가 아니란 것처럼 빠르게 놈이 변명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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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 또한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교원끼리의 싸움은 아카데미에서 허락되지 않는다. 이는 왕실에서 직접 내린 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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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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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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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이 드디어 목검을 내리고 말없이 얘기를 들어주자 오드왈은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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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것이다. 교원끼리 대결은 불가능하지만, 생도끼리의 대결은 그다지 큰 장애는 없다. 아니, 도리어 경쟁을 권장하는 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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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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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경쟁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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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을 통해 사람은 성장한다는 아카데미의 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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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딱히 이상한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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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나 기술을 겨루는 경우는 즐비하고, 겨루는 항목이 ‘무력’인 것도 이상한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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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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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대리전’을 하자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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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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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한 놈. 지가 못 이길 것 같으니까 제자들을 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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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자신이랑 직접 싸우면 가망이 없으니, 생도들을 끌어들이는 것 같아 어처구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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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고, 이에 오드왈은 발끈하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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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쳤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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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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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나보다 어리다며. 어디서 놈이야! 이 버르장머리 없는 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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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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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 제압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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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랗게 어린놈이 어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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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새파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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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어디서 형님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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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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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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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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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안에 잠들어 있던, 실로 오랜만에 깨어난 유교의 힘 앞에서 마법사 따윈 실로 무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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