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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웅! 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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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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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힘차게 쇠줄 넘기를 진행하는 검술학부 생도들은 늘 그렇듯 쇠줄에 맞아 쓰러지거나, 체력이 부쳐 숨을 헐떡거리던 생도들이 멍하니 그들의 교관이 행하는 수련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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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건 수련보단 고문 행위에 더 가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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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도 믿기지 않는 비현실적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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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도련님. 원래 기사들은 저렇게 훈련하는 게 정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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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꼬지 말고 그냥 이름으로 부르십시오, 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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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지도 비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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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먼저 시작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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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소년이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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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동갑내기이긴 하다만, 워낙 험하게 큰 용병 제자와 나름 곱게 큰 귀족의 자손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더 늙어 보이는 용병의 제자 가란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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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귀족의 자손, 아르노 오펜은 도리어 어린아이 같은 자신과 달리 남자다운 가란드의 생김새가 부러운 눈길이었으나 이를 애써 티내지 않으며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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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걸 묻지 마십시오. 저런 미친 훈련을 어떤 기사가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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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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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보고 있는 내내 믿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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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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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몽둥이에다 80kg 철근을 끼우고 거침없이 휘두르는 광경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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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타인에게 말한다 한들 믿을 이들이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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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로 믿기 어려운 광경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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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득! 꾸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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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이 철근을 끼운 봉을 휘두를 때마다 몸에서 불길한 괴성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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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가 부러지는 소리 같지만, 자세히 들어 보면 그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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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근육이 찢어지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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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이 지르는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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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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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의 입이 아니라 그들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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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고통을 겪어 봤으니 자동으로 나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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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강해지기 위해 체계적인 수련을 쌓으면서 겪는 현상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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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이 찢어지는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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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고, 끔찍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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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아프다. 쿤타, 아픈 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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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눌한 말투의 이국적인 생김새의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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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큰 장신인 가란드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쿤타가 진저리를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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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지 어수룩하지만, 어수룩하기보단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있는 쿤타이기에 감정표현이 더욱 진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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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 찢어지는 소리가, 근육이 찢어지는 행위가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임을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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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칠 듯이 아프지…. 아니, 아프다는 것 하나로 설명이 불가능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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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 내부가 타들어가는 것 같고, 칼로 살을 난도질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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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짐이 심하면 그 강도는 더욱 심해지며 고통은 도저히 참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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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그럴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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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 그거 안 아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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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근데 참을 만은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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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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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긴. 이 정도는 기사라면 누구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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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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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이걸 안 속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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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룩한 바바리안조차 안 넘어갈 거짓부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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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들게 해볼 셈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쿤타는 그에게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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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다 한들 그의 훈련을 끝까지 관찰하고 있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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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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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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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몽둥이를 내려놓자 진동하는 땅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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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몽둥이를 대충 어딘가에 거치해 놓으며 그는 땀으로 범벅된 몸을 수건으로 가볍게 닦고 곧장 제 전용 줄넘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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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도들이 든 10kg보다 ‘조금’ 더 무거운 50kg 쇠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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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이가 각각 20kg 무게로 이루어진 덤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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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을 더 무겁게 만들고 싶었으나, 그렇게 되면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져서 10kg이 한계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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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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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도 써야 하듯, 다른 무게감으로 애써 만족하며 이한은 그대로 쇠줄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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휙휙휙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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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하지만 차근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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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숫자를 채워가며 근육이 꿀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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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 실수로 인해 파앗, 하고 그의 살결을 때릴 때도 있었으나 이한은 아픔을 무시하며 뛰는 것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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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쿠우웅! 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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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뛸 때마다 바닥이 들썩였으며, 사람들은 제대로 서지도 못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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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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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경악을 감추지 못한 시선을 던지며 멍하니 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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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안 하나? 언제까지 농땡이 부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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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교관님은 그 상태에서 아직 말할 여유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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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도 농땡이 부리는 놈들한테 잔소리할 여유는 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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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땡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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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는 누구나 그렇게 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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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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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조는 그렇게 다시 쇠줄 넘기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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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친 쇠줄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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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반드시 끊어버리고 말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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휙! 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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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러운 독기와 함께 그들은 이한보다 한참 느린 속도로 쇠줄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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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보다 아득히 무거운 쇠줄을 쉽게 돌리는 그에겐 한없이 먼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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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더 강해지려고 그럽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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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너희보단 항상 강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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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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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말이 거짓이 아닌 것 같아 더 두려운 생도 일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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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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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남들 앞에서 수련하는 게 부끄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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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어 남한테 시키기만 하고, 구경만 하는 게 더 불편하면 불편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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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내가 남한테 시킨 것을 직접 할 줄 알아야 하며, 더 열심히, 더 극악으로 실천하는 편이 다른 이들에게도 자극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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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끝나면 쿤타 녀석이랑 레슬링이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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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놈 저거 대단한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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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 격투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 능숙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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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생도 중 맨손으로 가장 강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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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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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필요했던 격투기 기술에서 연습상대가 되어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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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승률은 이한이 높지만, 이는 그가 완력으로 그를 앞서서이지, 기술 완성도는 도리어 쿤타가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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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검술 대련에는 아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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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술에는 가란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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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 녀석과도 붙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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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놈, 묘하게 날 피한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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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자신과 붙으면 본심을 꺼내게 될까 피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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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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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대충 무슨 걱정을 하는 진 알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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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보다 [짐작] 가는 게 있어서 억지를 부리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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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귀환자들 특유의 불치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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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에게서 그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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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회귀자만의 고충이 있다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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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억지로 건드리지 않으려는 이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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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얘기가 아닌 병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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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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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교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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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2번 병아리 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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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이에요, 교관님. 아니 그보다 제가 왜 2번이에요? 1번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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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인 데다 생도들 중 가장 먼저 안면을 튼 사인데, 왜 1번이 아닌가를 따지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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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대상 2번이라 자연스레 2번으로 불렀다 할 수는 없기에 마땅한 핑계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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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누가 체력 낙제를 그토록 수시로 하라고 했나? 원래는 병아리 막내여야 하지만, 안면이 있어서 2번으로 해준 것이다. 그러니 감사히 여기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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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스럽게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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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폭력은 나쁜 거예요, 교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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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고 너무한 건 너의 체력이다, 아이린 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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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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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 윈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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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학부의 유일한 마법사 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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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녀를 봤을 때만 해도 무수한 남성 생도가 뭇 얼굴을 붉히며 피하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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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요정과 같은 아름다움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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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실을 뽑아 놓은 것 같은 금발의 긴 머리칼과 푸른 보석을 박아놓은 듯한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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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마냥 잡티 없이 새하얀 피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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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종족 요정의 아름다움과 가히 비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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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특별한 신비를 품은 마법사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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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남성 생도들의 마음을 훔치기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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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지금에 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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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신경이 저렇게 떨어지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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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이제 그녀를 보며 얼굴을 붉히기보단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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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언제 죽을지 모를 개복치를 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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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이긴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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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다리가 나뭇가지처럼 앙상한 귀족 영애들조차 처음 줄넘기를 할 때 백 개는 하고 숨을 헐떡였으나, 아이린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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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하고 쓰러지는 게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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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무려 ‘3번’ 줄넘기를 하고 땀을 비처럼 쏟으며 숨을 헐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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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줄넘기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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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가벼운 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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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도 줄넘기를 무슨 마리오네트처럼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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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팔과 다리가 전부 따로 놀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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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정도면 인체에 무슨 결함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부터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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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혹시 숨겨진 병이 있는 게 아닐까 싶어 회복실 사제에게 보여주니, 사제는 믿기 힘든 얼굴로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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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냥 심각할 정도로 체력이 없는 것 같은데요? 뭐죠? 평소 일상생활을 어떻게 했기에 이토록 체력이 없으시죠? 아무리 마법사라고 해도 기본적인 근력은 있을 텐데, 뭐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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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듣자 하니, 아이린은 모든 일상생활에서 마법을 사용한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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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재능이 넘치니 기본 마법인 [염동력]을 손발처럼 대신 사용하는 게 가능한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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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생활한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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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게 마법이 사용 가능했을 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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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게 언제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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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둘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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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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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7년 동안 침대에 누워 산 환자와 마찬가지이니, 체력이 생후 3개월 된 아기보다 약한 게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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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농담일 뿐이었던 병아리 생도였는데, 그녀의 몸은 현실 병아리 수준으로 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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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야말로 넘버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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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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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우리 병아리보다 약한 아이린 생도. 요새 식습관 개선은 잘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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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말씀하신 대로 고기랑 채소를 많이 먹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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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생도는 지금 건강 따질 게 아니라 뭐든 다 먹으면 된다. 일단 살부터 찌워야 뭐라도 할 수 있다. 반드시 하루 다섯 끼 이상을 섭취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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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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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나? 생존의 영역이다. 생존! 살려면 더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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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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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없는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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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다 불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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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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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은 최대한 자제하면서 살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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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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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등교할 때만이라도 마법을 쓰지 말도록 해라. 다 널 생각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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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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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아리가 언제 닭보다 강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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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 전에 사람 수준으로 체력이 생기는 날이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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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주인공 애들이 괜히 툭 하면 넘어지는 게 아니었어, 몸이 이따위로 허약하니까 수시로 다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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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 여주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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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하면 넘어지고, 툭 하면 다치다 기어이 병들어 골골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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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약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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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쓰러운 시선을 던지는 이한이었고, 아이린은 찔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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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창피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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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한 줄 알아서 다행이야, 아린아. 난 여전히 네가 수치스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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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닥쳐, 이년아! 나도 내가 창피한 거 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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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이 너무 편리해서 썼을 뿐인데, 설마 환자 수준으로 약해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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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검술학부 강의를 선택한 건 신의 한 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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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랬다면 언젠가 자갈만 밟아도 죽는 개복치가 됐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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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래도 줄넘기 10개는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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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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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소녀의 통렬한 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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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은 그렇게 수치심을 느끼며 얼굴을 붉히다 애써 고개를 털어내고 있자니, 그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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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한테 왜 말을 걸었지? 뭔가 할 말이라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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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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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얘기 때문에 본래 목적을 잃고 말았다며 화들짝 놀란 그녀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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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다른 게 아니라요, 교관님. 오늘 수업에 방해꾼이 올 것 같거든요. 그거 때문에 제가 미리 사죄를 드리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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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꾼이라, 흠, 혹시 ‘저걸’ 말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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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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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말이다, 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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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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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은 슬쩍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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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는 이한이 잡다한 부스러기처럼 부른 상대가 있었고, 아이린은 저도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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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네요, 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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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부의 교수, 오드왈 버나드를 저거라고 부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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