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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의 기억과 감각을 떠올리자, 애써 단련을 통해 맑아졌던 정신이 다시금 탁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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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煩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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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 몸을 지배하며 다시금 그때의 감각을 느끼고 싶어 안달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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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안타깝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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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 ‘암브로시아’라고 한다. 고대에 실존한 모든 저주와 병을 치유해준다는 전설적인 명약이지. 암브로시아의 레시피를 최근 들어 복구하는 데 성공하여 왕실에서 직접 제조한 것이며. 제조하는 데 쓰이는 약재는 하나같이 왕실 정도가 아니면 구하기 힘든 약재밖에 없다. 완성품을 만드는 것도 왕실 약사만이 가능한 일일 것이고, 암브로시아의 복원 작업에 가장 큰 투자자이자 지휘자가 다름 아닌 여이지. 그리고 그대가 여의 말만 잘 따라준다면 암브로시아의 완성품이 만들어졌을 때 가장 먼저 주도록 하마. 무얼, 누이가 동생에게 주는 선물이다. 사양하진 않아도 좋느니라,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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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가 쉽게 약을 넘길 리는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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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아줌마, 진짜 지독한 한 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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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브로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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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먹었던 액체의 이름이었고, 미완성품에 불과하며 완성품에 비하면 효력이 1%밖에 되지 않을 물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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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겨우 1% 효과만으로도 이한은 ‘기적’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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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내심 포기했던 영구적 장애가 회복되는 기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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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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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포기하고 있던 가능성에 이토록 장작을 넣어주니 번뇌가 생기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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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명상하듯 눈을 감고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는 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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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끓는 과거의 분노를 가라앉히지 않는다면 당장이라도 폭주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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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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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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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잠재운다는 것이 쉬운 과정은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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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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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로 키워지던 시절, 이한은 여러 독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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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내성을 키우기 위해서였고, 당시에는 전생의 기억도 없는 열 다섯짜리 애송이에 불과한지라 지금이랑 달리 어른의 말을 착실히 듣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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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독을 먹던 어느 날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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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놈이 독을 잘못 먹어 사고를 치는 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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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놈 저거 왜 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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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독, 아무래도 정력제 만들 때 쓰이는 것 중 하나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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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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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생 중 한 놈이 여성 간부를 덮치려다 그대로 죽는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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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암살자들은 훈련생들의 ‘성욕’이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인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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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욕, 식욕, 성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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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삼대 욕구가 조직 내에서 큰 문제로 다가오는 건 전생이나 현생이나 동일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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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조직이 일반적인 길드나 조합 따위였다면 이러한 문제를 융통성 있게 해결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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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하필 이한이 속해있던 조직은 암살 조직이었고, 욕망을 극도로 절제하는 것이 당연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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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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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거세하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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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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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자르다가 죽을 수도 있다. 주독(呪毒)을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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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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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주술에 의해 탄생하는 신비의 독으로 몸에 큰 해를 끼치지 않지만, 몸에 영구적인 장애를 남길 수 있는 극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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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기도 귀하고, 쓰이는 일이 극히 드물며 빠르게 신관에게 보여 고치기만 하면 그다지 큰 효력이 없기에 가치도 저평가됐지만, 하필 암살조직은 그 귀한 주독을 가지고 있을뿐더러 조직원들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철저히 통제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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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어지는 과정은 아마 예상이 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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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그 주독이란 놈을 먹었고, 3일 정도 앓아누워야 했고, 넘버즈라 불리던 아이들은 대부분 성욕이 ‘제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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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성욕 자체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써먹을 수 없는 것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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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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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를 문제로 여기는 이들은 당시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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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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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란 걸 전혀 받지도 못한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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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이걸 치료해야 한다는 인식도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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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자연스레 이건 영구적 장애로 남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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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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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그가 수년 후 설마 조직이 망할지도 몰랐고, 우연의 일치로 자신이 전생의 기억을 되찾을지는 몰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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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전생의 기억을 되찾고, 자신이 불구의 몸이란 걸 알게 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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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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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만 떠올리면 여전히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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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30년, 현생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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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합 60년 동안 독수공방한 노총각이 된 셈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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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차츰 시간이 흐르고, 강해지는 데만 몰두하다 보니 이러한 자신의 장애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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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단원들 중 애인이나 부인을 자랑하는 이들이 있다면 가슴이 시큰거리긴 한데, 그때마다 그놈들을 두들겨, 아니 정당한 대련을 통해 기분전환도 썩 잘하고 있는 중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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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지금, 이한은 깨닫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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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힘겨운 고통을 이겨낸 게 아니라, 단지 포기하고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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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기회가 생긴 것으로 마음이 요동치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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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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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차라리 마음에 편했지, 알게 하면 어쩌란 건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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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통 이해가 안 가는 것 중 하나는 그녀가 대체 자신의 수치스러운 비밀을 어찌 알고 있느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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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정보가 흐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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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에게도 발설한 적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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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무서운 아줌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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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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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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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좀 넘어지십쇼. 그냥 가만히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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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그럴 수는 없죠. 왕녀님이 기사님을 보필하라고 절 여기 보낸 걸요! 열심히 일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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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그럴 필요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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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만 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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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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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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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저 뇌-청순녀를 저한테 보낸 저의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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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내 뒷조사를 시키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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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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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죄송해요! 그릇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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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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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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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슬그머니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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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은 여전히 많지만 이러고 있다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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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여자가 내 살림 다 망가트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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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살림살이를 지키기 위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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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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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자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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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드래건 왕족 중에서도 왕의 후계자만이 거주하는 것이 가능한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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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궁전인 백룡의 궁전에 들어서기 전까지 잠시 머물러야 할 지점에 불과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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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당대 백사자궁의 주인인 아이시스 이레인 드 팬드래건은 직접 아이를 돌보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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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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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힘이 좋구나. 산송장인 네 애비와 달리 건강할 것 같아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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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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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앞에서 못할 말을 가감 없이 해버리는 그녀였으나, 다행스럽게도 아기는 그녀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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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5개월 밖에 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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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주변에는 아이시스만 있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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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공주님. 어찌 애 앞에서 부친의 흉을 보십니까, 훗날 왕자께서 공주님의 말버릇을 배울까 이 알버트는 심히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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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다 늙은이. 여의 자식교육에 참견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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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그게 교육이긴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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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최고의 여자가 하는 것이니 최고의 교육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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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자신감 하나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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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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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 유저 집사만이 가능한 건방진 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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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세녀인 자신을 향해 전하가 아닌 공주라 부르는 것을 봐주는 것도 어찌 보면 특별대접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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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알버트는 사적인 질문도 허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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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공주님. 어찌 이한 경에게 암브로시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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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트는 내심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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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 그 젊은이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약점이나 단점을 주위에 내보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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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첩보집단조차 그가 누구에게서 태어나고, 노예로 팔려 어떠한 조직에 팔렸다는 것까지 알지만, 그러한 병이 있음을 알지는 못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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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왕녀 한 사람만이 알고 있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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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질문을 하는 의도가 무어냐, 여가 의동생과 동침이라도 했을까 그러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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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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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망하기 짝이 없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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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트는 여성이 어찌 그런 걸 입에 담냐며 타박하는 눈짓을 보냈고, 아이시스는 여상스레 홍차를 마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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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선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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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 의동생은 말이다, 여에게 넘어온 적이 없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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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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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도 여를 향해 흥분을 느끼지 않더군. 이토록 아름다운 여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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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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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트는 제 귀가 잘못된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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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 유저인 그의 청각이 노화할 일은 잘 없는데, 지금으로선 노화가 의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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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그녀의 고운 입에서 나왔다고 생각할 수 없는 상스러운 발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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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녀는 당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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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 미색은 왕국제일이다. 이는 나이가 들었다고 한들 달라지지 않는다. 어떠한 남자도 여를 보고 반하지 않은 적이 없으며, 발정난 개처럼 구는 것이 당연하다. 한데 여의 의동생은 단 한 번도 그러지 않더구나. 그 젊은 나이에 반응이 없는 것을 봤을 때 여는 두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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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동생이 이성이 아닌 동성을 좋아하거나, 남성적 기능이 유실됐을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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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여의 의동생은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니 자동적으로 기능의 문제가 있음을 확신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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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 겨우 그것만으로 그런 추론을 하셨단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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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여의 미색은 으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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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애가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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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당연한 사실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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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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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트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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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겨우 그런 이유로 왕국 첩보부대조차 밝혀내지 못한 비밀을 알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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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트는 내심 이한이 불쌍해질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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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저런 여성에게 약점을 들켰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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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래도 약을 얻을 수 있으니, 그에게도 이득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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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부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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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으니 모두에게 이득일지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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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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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트는 가볍게 웃어 보이며 어처구니없는 그녀의 발언을 애써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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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레이라는 왜 이한 경에게 보내신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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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시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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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왕성이 아닌 앞으로 이한에게 출근시킨 시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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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의도로 그녀를 이한에게 보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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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레이라를 팽한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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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부여가 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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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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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의동생은 여의 ‘부탁’을 들어줄지 망설이는 중이겠지. 허나, 젊은 여성과 같이 생활하다 보면 몸이 동하지 않겠는가, 여의 부탁을 받아들이는 게 이득임을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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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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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좀 모자라긴 하나, 미색은 제법 나쁘지 않은 아이니, 후후. 충분히 정신적 고통을 줄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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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도 하십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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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생각하건데, 이한에게 동정심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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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런 여자에게 걸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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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집사는 제가 모시는 주인의 치밀함과 사악함에 그만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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