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447 lines
14 KiB
Markdown
447 lines
14 KiB
Markdown
|
||
그 남자는 언뜻 봐선 평범했다.
|
||
|
||
아, 정정한다.
|
||
|
||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아름다운 외모가 돋보이긴 했다.
|
||
|
||
조각사로 이름 높은 거장이 직접 조각했을 법한 외모였으니까.
|
||
|
||
분위기도 냉담한 것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다른 이들도 마냥 조각으로 오해할 법했다.
|
||
|
||
그래서 평범하다.
|
||
|
||
남녀를 가리지 않고 감탄할 외모긴 하다만, 무표정 일색인 그에게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
||
|
||
촛불과 같은 고요함만이 느껴졌고, 사람이라면 적당히 누구나 가졌을 온기만이 있다는 의미.
|
||
|
||
다른 뜻으로 존재감이 어딘지 희미하다는 뜻도 되었다.
|
||
|
||
만약 그의 성이 라이오넬이 아니었다면 아무도 그를 어려워하지 않았을 만큼.
|
||
|
||
한데….
|
||
|
||
스르릉.
|
||
|
||
그가 검을 뽑은 순간.
|
||
|
||
그는 더는 존재감이 희미하지 않았으며, 촛불도 아니었다.
|
||
|
||
서늘하다.
|
||
|
||
주변 공기가 갑작스럽게 경직됐으며,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듯한 날카롭고도 오싹한 기세가 주변을 뒤덮는다.
|
||
|
||
단지 검을 들었을 뿐인데, 그는 이미 조금 전과 완전히 다른 인간이었다.
|
||
|
||
변화가 아닌 역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리리라.
|
||
|
||
로엔 드미트리 드 라이오넬.
|
||
|
||
그는 앞서 상대했던 어느 누구보다 남달랐다.
|
||
|
||
그리고 이를 모두가 느꼈으며, 그의 앞에 선 이한은.
|
||
|
||
‘이 놈, 지가 회귀자인 걸 숨길 생각이 없네.’
|
||
|
||
마냥 콧방귀가 나왔다.
|
||
|
||
이건 너무 다 티가 나는 게 아닌가 싶어.
|
||
|
||
스릉.
|
||
|
||
롱소드, 특이한 병장기를 사용한 상대들과 달리 로엔이 든 검병은 심플한 직도에 불과했다.
|
||
|
||
아무런 특색이 없는 검.
|
||
|
||
그나마 순도 높은 강철을 쓴듯했지만, 일반적인 철검에 불과했다.
|
||
|
||
한데 로엔이 철검을 들자 그 검은 명검으로 탈바꿈하는 듯했다.
|
||
|
||
이한이 유독 강조했던 기세가 평범한 검에 담기자 일어난 일이었다.
|
||
|
||
심상치 않은 기세.
|
||
|
||
저러한 기세를 부르는 말이 뭐였더라….
|
||
|
||
‘귀화?’
|
||
|
||
귀화(鬼火)가 피어오르는 듯하다?
|
||
|
||
적절한 표현인지 알 수는 없으나, 타인이 보기엔 그러했다.
|
||
|
||
이는 범상치 않은 기세였고. 겨우 스물 짜리 애송이가 내뿜을 기세가 아닌 전쟁터에서 10년은 구르고 구른 노련한 전사가 내뿜을 만한 것이다.
|
||
|
||
그러니 상대는 겉보기로 판단해선 안 되는 자다.
|
||
|
||
당당히 완성된 검객이라 해도 무방할 테니.
|
||
|
||
아마 경험 부족한 전사의 눈엔 마냥 천재란 오해와 함께 그를 대단하게 볼 테지만.
|
||
|
||
이한처럼 감각이 발달한 자나, 전쟁터에서 구르고 구른 병사라면 단번에 알아볼 것이다.
|
||
|
||
저건 천재 같은 게 아니라, 그냥 오래 시간 끝에 완성된 검객이란 것을.
|
||
|
||
……살기가 유독 짙은.
|
||
|
||
후웅, 후우웅!
|
||
|
||
허나 이한은 가볍게 목검을 휘둘렀다.
|
||
|
||
심상치 않은 기세가 그를 감싸려고 하자 반사적으로 휘두른 것이었고, 휘둘러질 때마다 바람 가르는 소리가 심상치 않았으며, 갈수록 휘둘러짐은 빨라졌다.
|
||
|
||
어느 순간 더할 나위 없이 빨라진 목검은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고!
|
||
|
||
후욱-!
|
||
|
||
“-자, 시작하자.”
|
||
|
||
“…….”
|
||
|
||
“들어와.”
|
||
|
||
“…지금 들어가면 베일 것 같군요.”
|
||
|
||
“엄살은.”
|
||
|
||
상대의 기세가 쏟아지기도 전에 찢겨졌다.
|
||
|
||
로엔을 비롯한 생도들은 목도했다.
|
||
|
||
이한의 목검이 바닥에 남긴 자국을.
|
||
|
||
닿지도 않았는데, 목검이 내뿜는 풍압에 의해 할퀴어진 것 같은 흙바닥을 보며 생도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
||
|
||
그제야 새삼 깨닫는다.
|
||
|
||
저 사람은 강하다고.
|
||
|
||
그리고 이러한 사실이.
|
||
|
||
“가겠습니다.”
|
||
|
||
로엔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
||
|
||
더할 나위 없이 멋진,
|
||
|
||
광소(狂笑)였다.
|
||
|
||
* * *
|
||
|
||
먼저 움직인 것은 로엔이었다.
|
||
|
||
후욱-!
|
||
|
||
훅, 하고 치고 들어오는 검은 곧장 그의 눈을 노리고 들어오고 있었다.
|
||
|
||
망설임 없는 찌르기였고, 위험천만하기 그지없다.
|
||
|
||
허나 이한은 이를.
|
||
|
||
“누굴 맹인으로 만들 셈이냐?”
|
||
|
||
“위협도 아니었지 않습니까?”
|
||
|
||
캉!
|
||
|
||
눈조차 깜빡이지 않고 유유히 피해내는 동시에 내리찍듯 목검을 휘둘렀다.
|
||
|
||
이를 재빨리 막아내는 로엔이었지만, 로엔은 충격을 모두 흘려보내지 못했다.
|
||
|
||
그래서인지 팔이 찡하고 울렸고, 그는 한 걸음 물러서며 물었다.
|
||
|
||
“…외부가 아닌 내부에다 흐름을 넣으셨군요.”
|
||
|
||
“요즘 연습하는 기술이지. 쓸 만한 것 같아?”
|
||
|
||
“무척이나 위협스럽습니다.”
|
||
|
||
“아직 실전에서 쓰기엔 부족하긴 한데, 애송이들한테 쓰기엔 적절하더라고.”
|
||
|
||
“다행이군요, 애송이가 아니라.”
|
||
|
||
내가중수법이 가미된 일격이었으나 로엔에겐 통하지 않았다.
|
||
|
||
체내의 흐름을 일순 강화시켜 받아내는 것으로 이한이 침투시킨 흐름이 그다지 통하지 않은 것이었다.
|
||
|
||
다만.
|
||
|
||
“힘이 정말 좋으시군요.”
|
||
|
||
“내 장점이지.”
|
||
|
||
압도적인 완력이 남긴 충격마저 와해시킬 순 없는 노릇이었다.
|
||
|
||
쾅!
|
||
|
||
상대의 몸이 경직된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이한이 발걸음을 내밀자, 그의 압도적 각력 앞에 땅바닥이 패였다.
|
||
|
||
힘찬 발걸음은 곧 압력을 선사하는 바.
|
||
|
||
쿠우웅!
|
||
|
||
이한의 목검이 정확히 로엔의 검을 쳤고, 로엔은 목검을 쳐내는 동시에 베어낼 셈이었으나…!
|
||
|
||
챙…!
|
||
|
||
“…….”
|
||
|
||
목검은 베이지 않았다.
|
||
|
||
아니, 도리어 목검은 철검 못지않은 강도를 보이며 날카로운 검마저 버텨냈다.
|
||
|
||
로엔은 이게 뭔가 싶어 다시금 검을 휘둘렀다.
|
||
|
||
훽, 하고 만들어지는 검영은 세 번.
|
||
|
||
순식간에 세 번의 검격을 뻗었으나, 이번에도.
|
||
|
||
챙챙!
|
||
|
||
막혔다.
|
||
|
||
그것도 허무하게.
|
||
|
||
그리고 도리어 로엔은 제 손바닥이 아픈 것을 느꼈다.
|
||
|
||
이게 무언가?
|
||
|
||
‘바위를 때린 느낌이다.’
|
||
|
||
바위에다 칼질을 하는 느낌.
|
||
|
||
아니, 마냥 느낌이 아니라, 정녕 바위가 맞는 것 같다.
|
||
|
||
이게 무슨 조화인가 싶다.
|
||
|
||
그리고 의문이 가득한 생도에게 이한은 나름 교관으로써의 의무를 다해주듯 입을 열었다.
|
||
|
||
“난 투기법에 대해 잘 몰라.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지만, 아무래도 비전이란 이유로 가르침도 인색한 게 투기법이란 놈이니까. 하지만 내 몸속 체내의 ‘힘’이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는 알지.”
|
||
|
||
“…무슨.”
|
||
|
||
“힘이란 건 단순히 무거운 걸 드는 힘을 말하는 게 아니야. 뼈와 심줄, 근육을 총체로 한 것을 통틀어서 힘이라고 부르지. 그리고 그러한 힘을 적절히 사용하는 수법을 보고 난 경(勁)이라고 한다. ‘굳세게 하는 법’이란 뜻이지.”
|
||
|
||
“…….”
|
||
|
||
“또 다른 이름으로 금강(金剛)이라 이름 붙였다. 체내의 힘을 몸만이 아닌, 도구에도 전하는 방식이지. 그리고 그게 가능하면.”
|
||
|
||
쾅!
|
||
|
||
“이런 것도 되더군.”
|
||
|
||
다시금 검날과 맞닿았으나 이번에도 목검은 베이지 않았으며, 마치 쇠몽둥이라도 되는 것 마냥 로엔을 튕겨냈다.
|
||
|
||
만약 로엔이 충격을 줄이지 않았다면 볼품없이 나뒹굴었으리라.
|
||
|
||
허나 로엔은 자신의 몸이 잠시간 허공에 부유한 것보다 이한이 선보이는 기술이.
|
||
|
||
체계적인 건 아무것도 배운 게 없으면서 감각과 본능을 통해 펼쳐내는 ‘그만의 투기법’을 보며 경악했다.
|
||
|
||
“…제가 머리가 부족하단 생각을 해본 적이 없지만, 교관님께서 보여주시는 건 하나같이 이해하기 역부족인 것밖에 없군요.”
|
||
|
||
“흐흐, 내가 설명하는 실력이 없어서 그래. 난 기술을 익힐 때 이론이 아니라 실전이랑 감각으로 익힌 게 대부분이거든.”
|
||
|
||
“……그걸 보고 보통은 천재라고 합니다만.”
|
||
|
||
“기분 좋은 말이네.”
|
||
|
||
허나 이한은 저 발언을 부정한다.
|
||
|
||
이런 건 재능보단 상상력에 영역이니까.
|
||
|
||
전생에 무수하게 읽었던 ‘정보’가 그에게 창의력을 주었고, 그 창의력을 토대로 끄집어낼 수 있는 걸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밖에 없으니 말이다.
|
||
|
||
그래도.
|
||
|
||
‘듣기엔 좋네.’
|
||
|
||
* * *
|
||
|
||
…생도들은 숨이 멎을 듯한 표정으로 이한과 로엔의 대결을 보았다.
|
||
|
||
지금까지 서른 합.
|
||
|
||
누군가의 검이 먼저 그들에게 닿는 일도 없이, 검이 부딪치고 부딪치길 반복한다.
|
||
|
||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검투(劍鬪).
|
||
|
||
이를 보며 몇몇 이들은 질투하고 시기한다.
|
||
|
||
같은 동년배의 사내가 저토록 강하다는 것에.
|
||
|
||
또한 불합리할 정도의 재능을 마주한 벽에 의해 분해하는 것이다.
|
||
|
||
허나 몇몇 이들은.
|
||
|
||
“교관의 목검, 이제 한계다.”
|
||
|
||
“로엔 공자도 마찬가지군.”
|
||
|
||
“…괴물 같으니, 목검으로 철검을 깨버리려고 하는구먼.”
|
||
|
||
그들과 자신들의 수준을 가늠하며, 어찌 뛰어넘을지를 계산하기도 하였다.
|
||
|
||
“…와아, 이래서 싸움 구경을 하는구나.”
|
||
|
||
[아린아, 감상이 그게 다야?]
|
||
|
||
“으음, 화려하다?”
|
||
|
||
[…아린아, 어디 가서 마법사라고 하지 마. 나 너무 창피해.]
|
||
|
||
“뭐래.”
|
||
|
||
…마냥 아무 생각없이 순수한 눈으로 관람하는 관객도 있었지만.
|
||
|
||
허나 대결은 언제까지고 이어질 수 없는 법.
|
||
|
||
이미 두 사람의 검에는 한계가 왔다.
|
||
|
||
그렇기에 이한은 마지막 일합을.
|
||
|
||
“마지막은 진지하게 해보지 그래?”
|
||
|
||
“…무슨 뜻입니까?”
|
||
|
||
“진심을 보이라고. 물론 지금도 대단하긴 한데, 더 있잖아. 진짜를 보여줬으면 좋겠네.”
|
||
|
||
“…….”
|
||
|
||
숨기고 있는 것을 꺼내라.
|
||
|
||
이러한 발언에 로엔이 처음으로 움찔거렸다.
|
||
|
||
“처음엔 몰랐는데, 갈수록 뭔가가 느껴진단 말이지.”
|
||
|
||
분명 로엔은 강했다.
|
||
|
||
지금껏 상대했던 생도들 중 누구보다 노련했고, 수 싸움과 투기법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
||
|
||
더 없이 만족스러운 상대다.
|
||
|
||
…한데 찜찜했다.
|
||
|
||
놀의 육감이 알려주는 걸까?
|
||
|
||
아니면 그동안 전장에서 겪은 경험의 산물일까.
|
||
|
||
그는 분명.
|
||
|
||
‘더 있는 것 같은데.’
|
||
|
||
지금 그가 내보인 건 평균에 불과하다.
|
||
|
||
분명 뭔가가 더 있다.
|
||
|
||
이러한 생각과 함께 로엔에게 가진 것을 토해내라고 하니, 그가 망설이는 기색을 보였다.
|
||
|
||
그는 내심 만족했다.
|
||
|
||
자신의 생각이 맞은 것에 대해 기쁜 것도 있지만, 대결의 마침표를 제대로 찍고 싶었기에.
|
||
|
||
어차피 부러질 검.
|
||
|
||
이토록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보다 확실하게 하는 게 더 흥분되지 않는가.
|
||
|
||
화룡점정.
|
||
|
||
이한은 이 대결의 끝이 둘 모두에게 후련한 결과가 되어주길 바라였다.
|
||
|
||
아마 우리의 감시대상 1호도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하는 소소한 기대감이…-.
|
||
|
||
“-아니요, 포기하겠습니다.”
|
||
|
||
“…응?”
|
||
|
||
“과열이 심해지는 것 같아 더는 안 될 것 같군요.”
|
||
|
||
“…….”
|
||
|
||
…기대감은 기대감일 뿐, 아무래도 자기 혼자 헛생각을 했나 보다.
|
||
|
||
로엔이 멋들어진 미소를 머금고 주위를 가리켰다.
|
||
|
||
“이번 대련의 원래 의의는 교관님을 인정하지 않는 자들에게 교관님을 인정하게 하기 위한 행위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목적이 모두 이루었으니 대결은 무의미하지 않겠습니까? 저 또한 이제 슬슬 멈추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
||
|
||
“…이놈 보게?”
|
||
|
||
생긴 거랑 다르게 영악한 짓을 하지 않은가?
|
||
|
||
그가 얼척 없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안타깝게도.
|
||
|
||
“발타르 아재와의 만남 이벤트가 기대되진 않고?”
|
||
|
||
“죄송하지만 저는 발타르 경과의 만남보다 교관님의 가르침이 더욱 기대되는군요.”
|
||
|
||
“…그렇게 성실해보이진 않는데.”
|
||
|
||
“겉보기로 사람을 판별하시면 안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
||
|
||
“……할 말 없게 하네.”
|
||
|
||
모처럼 기대한 빅 이벤트가 한없이 허무하게 끝남에 반박할 구석이 없었고, 결국 이한은 목검을 내려놨다.
|
||
|
||
더 싸우기 싫다는 놈에게 강요할 만큼 그가 막돼먹은 놈이 되지 못했기에.
|
||
|
||
다만.
|
||
|
||
‘아 씨, 무조건 더 있는 것 같은데.’
|
||
|
||
(추정)회귀자 숨기고 있을 수법이 아직도 무궁무진하다는 걸 감안했을 때 아쉬운 결말이 아닐 수 없다.
|
||
|
||
“…으음.”
|
||
|
||
이한은 시무룩했다.
|
||
|
||
*
|
||
|
||
*
|
||
|
||
*
|
||
|
||
‘…위험할 뻔했군.’
|
||
|
||
로엔은 자기 자신에게 놀랐다.
|
||
|
||
설마 자신에게 아직도 이런 마음이 남아 있었단 말인가.
|
||
|
||
‘호승심이라니, 젊은 몸의 호승심이란 무섭군.’
|
||
|
||
이미 그런 건 잿더미의 먼지처럼 소각되었다 여겼거늘, 아직도 이러한 감정이 남아 있었는가.
|
||
|
||
‘흐, 이러한 순수한 싸움이 오랜만이라 그런지도 모르겠군.’
|
||
|
||
순수한 투쟁.
|
||
|
||
아니, 상대방이 내뿜는 깨끗한 승부욕.
|
||
|
||
이를 마주하고 있자니 젊은 날의 치기가 떠오른다.
|
||
|
||
현재의 젊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
||
|
||
로엔만이 기억하는 ‘젊은 날’의 추억.
|
||
|
||
그날을 떠올리는 것이지.
|
||
|
||
……그리고
|
||
|
||
‘이번에야말로 막아야 할 테지.’
|
||
|
||
그러한 비극을, 참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
||
|
||
‘이번에야말로 죽여주마.’
|
||
|
||
그는 자신이 죽여야 할 사냥감을 상기했다.
|
||
|
||
‘아이시스 이레인 드 팬드래건. 네년의 목구멍에 기필코 칼을 박아주마.’
|
||
|
||
그때야말로 그의 원수가 갚아지는 날일 테니.
|
||
|
||
로엔은 새삼스러운 각오를 다졌다.
|
||
|
||
목적을 이루기 전까지 자신에게 청춘이란 사치란 것 마냥.
|
||
|
||
그렇게 그는 자신의 본성을 억눌렀다.
|
||
|
||
언젠가 찾아올 복수의 그날을 위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