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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타르 그레이스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평정심이고 뭐고 없이 모두의 얼굴에서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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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 기사들의 정점에게 가르침 받을 수 있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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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설령 가르침을 받지 못한다고 한들 얼굴만 대면하는 것만 해도 환산이 불가한 값어치가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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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로 발타르의 존재는 막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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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은 아니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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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생도의 물음이었고, 실례되는 물음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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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본인이 속한 기사단의 명예를 건 것인데 상식적으로 이를 어길 리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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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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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교관은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단번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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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긴 거짓말을 내뱉지 않았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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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검술학부 생도 중 반이 마른침과 함께 욕심을 일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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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기사를 내가 이길 수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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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으로 이기는 건 무리다. 하지만 체력만 좀 빼놓은 뒤 붙는다면, 그럼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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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으로 가야 한다, 전략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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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도들은 머리를 굴리며 전략을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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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솔직히 전략이라고 칭하기도 애매한, 어린아이들도 충분히 떠올릴 법한 생각이었지만, 상대의 전략을 분석할 능력도 없는 애송이들이 어찌 현역 기사를 이길 기상천외한 전략을 떠올리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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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딱히 그들이 바보인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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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단순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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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들 중 가장 단순한 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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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타가,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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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눌한 발음을 놀리는 남성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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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대륙 공용어가 익숙하지 않은 밀림과 초원, 사막의 전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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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잘생긴 흑표범을 연상케 하는 전사였고, 그가 다름 아닌 신비종족으로 이름 높은 바바리안의 용맹한 전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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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깃털의 뱀을 모시는 대전사, 우르바의 아들 쿤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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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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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투를, 신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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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자형의 외날 도검이 태양의 빛에 반사되어 서늘하게 번뜩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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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낫칼이라 불리며, 시클 소드 등으로 불리는 코피스(Kopesh)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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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하기 까다롭지만, 한 번 숙련되면 상대하기 여간 까다로운 검이 아닐 수 없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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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그 검이 공명현상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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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명은 아니었다. 하지만 검명 현상이 일어나기 직전에 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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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과 얼마나 친숙한지 알려주며, 그가 상당한 실력자임을 보여주는 증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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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보며 생도들은 저 야만전사가 결코 그들의 아래가 아님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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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오히려 한없이 윗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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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깨달으며 분하면서도 생도들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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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정도라면, 교관님도 상대하기 까다롭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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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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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도들은 야만전사를 질투하면서도 그가 최대한 교관의 발목을 잡아주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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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목적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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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어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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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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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간, 쿤타의 몸이 뒤집히며 바닥으로 처박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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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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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타는 저가 졌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며 눈을 끔뻑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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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어떻게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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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무것도 못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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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눈 깜짝할 새 일어난 일련의 과정인지라, 이를 제대로 본 이들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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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차례 소란이 일어났고, 여전히 바닥에 뻗은 쿤타를 교관이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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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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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저렇게 가볍게 들리는 거였던가? 그것도 저토록 큰 덩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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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는 좋았어. 검술도 그렇고, 다만 자만하는 자세 때문에 넌 손 쓸 틈도 없이 진 거다. 방심하면 어떡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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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타는, 방심 같은 거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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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하긴. 척 봐도 내가 너보다 덩치가 작으니 방심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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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작고 연약한 이들을 괴롭히지 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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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방심이라는 거다. 멍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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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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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의 손가락이 가볍게 튕기며 쿤타의 이마를 쳤고, 쿤타를 뒤로 쿵 하고 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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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딱밤이 2미터 덩치를 넘어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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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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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부턴 방심하지 마. 그런 식이면 언젠가는 무조건 죽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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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했다, 교관. 근데 나한테 건 기술 이름이 뭔가? 처음 보는 박투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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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로 메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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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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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타는 그렇게 순순히 패배를 받아들였고 터벅터벅 제자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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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적인 패배였으나, 이를 가슴에 담아두지 않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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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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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음은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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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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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나와. 해 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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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도들은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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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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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이한이 한 것은 별 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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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간단히 상대의 품을 파고들고, 그 상태에서 손목에다 장저(掌底)를 가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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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장타 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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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손목 스냅으로 충격을 주어 손목에 힘을 빼내고 검을 빼앗는 동시에 그대로 어깨로 들쳐 메며 내동댕이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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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아주 간단한 원리가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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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장타 치기 안에 전날 발타르가 보였던 내가중수법 비슷한 수를 따라하여 치긴 했으나, 기술이라고 칭하기도 민망한, 그야말로 한없이 어설픈 완성도인지라 막고자 하면 얼마든지 막을 간단한 수법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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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 간단한 수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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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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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객이란 놈 완력이 이렇게 약해서 어디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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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수무책으로 당한다는 것이 문제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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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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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이 달성한 승률이었고, 그만큼 바닥에서 노는 이들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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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기보단 오로지 메치기 기술이나 관절을 제압하는 방식으로 승리를 달성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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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사람을 대상으로 연습하다 보니 점점 실력이 늘어나는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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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 새끼들 너무 약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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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한심하다는 눈길로 그들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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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상대였던 쿤타를 제외하면 그다지 흥미를 이끄는 상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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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못생긴 누더기 인형보다 조금 나은 연습 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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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도들 수준이 그 정도에 불과하니 이한으로선 불만만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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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눈만 높아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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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싸운 라크인지 뭔지 하는 놈과 싸우면서 발타르를 제외하고도 실력 좋은 기사가 많다는 걸 새삼 알았는데, 이렇게 아카데미 생도 녀석들을 보고 있자니 기도 안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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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돌연변이처럼 강해서 이러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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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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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들, 태반이 다 기초가 부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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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된 게 기초가 제대로 잡힌 놈이 얼마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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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상대한 열여섯 명 중 기초가 잡힌 놈이 딱 둘밖에 없었다면 믿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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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좀 심각하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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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다 엘리트라고 들었는데 다 왜 이따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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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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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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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두 사람’이 그의 앞에 서는 순간 그제야 이한의 표정은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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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노입니다, 아르노 드 오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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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란드라고 하오,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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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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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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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상관은 없다. 오히려 이제야 머리를 쓰는 놈이 나와서 기껍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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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대1을 지향한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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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덤비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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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 녀석들은 똘똘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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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의도를 안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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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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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검을 든 소년과 창을 든 청년의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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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모두 상당한 실력자였고, 맨 처음 상대한 쿤타와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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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쿤타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방심은커녕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려는 기색이었기에 바보처럼 방심하다가 당할 우려는 없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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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놈들을 어느 정도 치우니까 이제야 네임드가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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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누군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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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도들에게 관심이 없는 그라 할지라도, 워낙 유명인들인지라 소문 정도는 들은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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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로 군부의 장군을 배출하며, 이에 더해 무수한 검호(劍豪)를 배출해내기로 유명한 그 명망 높은 검의 명가 오펜 가의 장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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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용병대, 황야의 늑대들을 이끄는 용병총합의 총수이자, 다른 이름으론 용병왕이라 불리는 위대한 용병의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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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둘 다 쿤타와 마찬가지로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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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당장 기사단에 입단시험부터 치러야 함이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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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흰 왜 여기 입학했지? 소꿉장난이라도 하러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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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 공자와 결투를 벌이고 싶어서 왔습니다. 뜻밖에도 교관 같은 분과 결투를 벌일 수 있게 됐으니 심히 만족스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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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기사나 돼보려고 왔수다. 용병질보단 나을 것 같아서. 근데 바로 기사가 되는 것보단 청춘이나 좀 즐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입학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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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괴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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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만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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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할 말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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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좀 만족스러운 놈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한은 기껍게 웃으며 처음으로 맨손이 아니라 목검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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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검과 창을 든 이들을 상대하는 데 목검을 든 것이지만, 지금껏 맨손으로도 병장기를 든 무리를 다 땅바닥에 패대기쳤으니, 그가 어느 정도 진심을 보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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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실력을 높게 평가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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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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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검은 안 드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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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 싶긴 한데, 생도를 죽일 수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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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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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영감만큼 무서운 양반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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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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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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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아르노가 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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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에는 길이는 짧지만 폭이 넓은 군부용 대검을, 오른손에는 왼손에 든 것보다 좀 더 긴 대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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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으로 두 개의 검을 다룬다는 건 헛짓거리나 다름없지만, 얼마나 피가 나는 연습을 했을지 상상이 가는 숙련도를 보이며 그는 자유롭게 쌍검을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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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욱! 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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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으로 검술을 펼치면서도 또 한 손으로 전갈의 독침마냥 기회를 엿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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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한 명, 거침없이 다가오는 가란드의 창 또한 평범한 창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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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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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로도 묵직했으며, 창촉뿐만이 아니라 칼날도 같이 달린 거대한 크기의 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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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암(Pole arm). 동양의 방천화극과 닮은 특이한 형태의 창이 휘둘리자 사람을 양단할 기세가 뿜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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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이어지는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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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 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불똥이 튀었고, 살벌하기 짝이 없는 파열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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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루의 칼날이 번쩍일 때마다 궤적이 생겨났고, 거대한 창을 손쉽게 휘두르는 가란드의 일격이 바위마저 부숴버릴 강맹함을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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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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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현역 기사라 할지언정 두 사람의 공격을 받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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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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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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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둘이 먼저 지치는 것도 믿지 못할 일이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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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땀으로 흠뻑 젖은 그들이 이한을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처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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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냐, 이 무게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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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쉬는 게 이토록 고통스러운 일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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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님, 실례되는 물음이지만, 혹시 인간이 맞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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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어이가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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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노와 가란드, 두 생도는 어처구니가 없어 바보 같은 질문마저 던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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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게 이를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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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자존심 강한 두 사람이 자존심마저 굽히고 팀워크를 발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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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가의 자제와 용병의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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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극이나 다름없는 두 남자가 이토록 열심히 그를 이기려고 날뛰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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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맞지. 그냥 너희보다 힘이 좀 셀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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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단 한 걸음의 물러남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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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내미는 일격 하나하나가 모조리 막히는 것은 물론이요, 힘으로 밀쳐내려고 하면 도리어 힘에 밀려 뒤로 자빠질 듯 물러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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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분명 상대는 목검으로 싸우고 있는데, 어떻게 된 목검이 부러지긴 커녕 그들의 무기가 깨질듯이 울어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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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가 토해내는 비명이 그들의 손목과 팔을 저릿하게 만들었고, 그들은 아찔하단 시선으로 그들의 교관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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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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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가 좀 약하네. 아직 덜 여물어서 그런지 심약한 구석이 있다. 그런 부분만 고치면 좋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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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심약하단 말씀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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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가 약하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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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편은 아니라고 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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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 기세가 강하다고 말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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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는 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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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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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설명보다 시범을 보여주겠다는 듯 숨을 들이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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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힘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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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폐활량의 한계를 시험하듯 전력으로 숨을 모은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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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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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찬 기합을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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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그 기합을 제대로 들은 이들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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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릿저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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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기합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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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토록 큰 목소리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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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누구나 할 줄 아는 기합을 우렁차게 토해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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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그 우렁찬 기합을 들은 사람은, 특히 심약한 이들은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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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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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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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내뿜는 기세 앞에 다리 힘이 풀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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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인가, 어떤 이들은 지릴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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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의 포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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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표현이 적절한 우렁찬 기합에 의해 아르노와 가란드의 몸은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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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려고 하는데도 움직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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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F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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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마법사인 아이린이 이 현상을 정의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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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마물은 그 기세만으로도 사람을 기절시켜버릴 때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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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을 앞두고 토끼가 강제로 패닉을 일으키는 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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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한이 내보이는 것도 마찬가지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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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자후(獅子吼)라고 한다. 직역하자면 사자의 포효쯤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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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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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겠냐. 기세란 이런 거다. 반드시 상대를 물어뜯고, 압도하고 말겠다는 각오가 제대로 서야 하는 거지. 그리고 이 정도 기세는 거뜬히 이겨낼 수 있으면 나도 물러서게 할 수 있는 거지. 근데 너흰 이게 부족해. 아마 온실 속에서 자라난 탓이겠지, 좀 더 실전을 겪고 경험을 쌓으면 언젠가 기세도 여물 거다. 결과적으로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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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인간이 맞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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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이한의 가르침을 들으면서도 다시금 의문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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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기세는 노력하고 경험을 쌓는다고 될 것 같지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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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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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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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려고 해도 버티기가 힘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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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주저앉은 그들에게 웃어주며 이한은 상쾌하단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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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좀 몸이 후끈하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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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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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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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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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놈들은 이제 덤빌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넌 다를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 뭐, 안 해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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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 하는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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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도발과 같은 그의 발언이었고, 다행스럽게도 그의 도발이 향한 상대는 기다렸다는 듯이 응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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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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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닙니다. 아마 여기 있는 이들 중 가장 기대하고 있었는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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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발이 어울리는 귀공자가 검을 뽑으며 그의 앞에 섰고, 이한은 이제야 좀 재밌을 것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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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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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로 추정되는, 그의 감시대상 1호이자, 이한이 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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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거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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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일, 가장 기대했던 빅 이벤트가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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