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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를 펼쳐낸 검이 모래처럼 바스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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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력이 완전히 소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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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는 않다, 어차피 저 서부 암살자 놈 것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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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도가 나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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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쓰고 나면 엄청난 피로감을 몰고 오는 매화검법이었지만, 이한이 지금 펼친 매화검법은 전날에 비하면 닭과 오리만큼의 차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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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차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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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수 있다는 건 큰 차이가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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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약하지만 거대한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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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더는 매화검법을 몇 번 썼다고 해서 피곤해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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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정확히는 체력과 심력을 소모하는 만큼 빠르게 보충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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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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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한 의미가 있다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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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창이 녀석이 봤다면 [금강승]이나 [불굴] 같은 체력과 정신력 보호 특성 덕분이란 말을 늘어놓을 터이지만, 이한은 그딴 게임 능력치 설명을 반은 걸러 듣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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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으며, 그의 힘과 체력, 기술은 노력에 산물일 뿐이었고, 게임의 스킬 따위가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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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매화검법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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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수련했고, 전날보다 성장했으니 연이어 펼쳐내는 게 가능해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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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펼쳤을 때보다 더욱 빠르고 날카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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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스무 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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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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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번은 여유롭게 매화검법을 펼칠 수 있으리라 확신하며 이한은 다시금 빼앗은 도검을 들어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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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나쁘지 않은 도검인지라 검력(劍力)이 만만치 않았고,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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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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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날리는 매화 또한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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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걱! 서걱! 서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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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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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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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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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은 고통을 호소했으나, 혀를 자른 것인지 제대로 된 언어를 내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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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도 별종이다. 왜 멀쩡한 혀까지 자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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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가볍게 타박했으나, 놈들은 답할 정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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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몰아치는 매화 꽃잎이 아사신의 살갗을 뚫고 들어가며 그대로 심장을 비롯한 장기 등을 관통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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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흩날리는 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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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통력과 절삭력이 핵심인 매화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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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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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막 허접하진 않다, 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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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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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검법은 강렬하지만, 그래도 눈과 몸이 적응하면 공략하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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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자신의 매화검법이 미흡한 구석이 넘친다는 증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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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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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접한 놈들은 다 정리했으니, 적당히 쓸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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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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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오십 인이 넘던 녀석들 중 반이 갈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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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반은 상처가 심하거나 피를 뿜는 놈들도 있었지만, 죽을 정도로 상처가 심한 것은 아니었고, 살아남은 아사신들이 그를 향해 강렬한 적의와 살의를 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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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한은 이상하게 전혀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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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아무리 약해도 방심이란 게 없는 그이지만, 왜 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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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란 새끼들이 왜 이렇게 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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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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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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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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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이 다리를 박차는 순간 순식간에 그들의 등 뒤를 점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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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펼쳐지는 궁신탄영의 수법은 이한과 완전히 일체화한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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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굴에서의 전투 이후 노력한 성과가 드디어 나타난 것이었고, 궁신탄영의 수법을 자연스럽게 펼칠 수 있게 된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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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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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신을 사냥하는 건 쥐를 사냥하는 올빼미처럼 한없이 간단하게 느껴지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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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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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신 중 명령을 내리는 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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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과 자신들 사이에 큰 격차가 있음을 깨닫자마자 놈은 무언가 명령을 내렸고, 일순 아사신들의 기세가 일변하며 아사신 중 세 놈이 이한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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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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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어어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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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든 아사신들이 ‘자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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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들의 몸을 폭탄으로 삼은 돌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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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으로 상대를 제거한다는 오싹한 한 수가 아닐 수 없었으며, 온몸을 폭탄으로 삼은 그 한 수는 위협스럽기 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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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법을 자극하여 몸을 폭발시킨다는 것은 뼈와 살점이 마치 크레모아처럼 폭산하여 목표물을 제거한다는 뜻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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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폭탄물보다 강력한 위력이 아닐 수 없으며, 아무리 실력 있는 기사라 할지언정 큰 부상을 피하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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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상식’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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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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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기분 더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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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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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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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란 새끼들은 왜 하나같이 이따위로 지저분한 방식을 쓰는지, 원….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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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도 어정쩡한 놈들에게나 통하는 것이지, 그에게까지 통하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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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몸에는 그 흔한 생채기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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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만 좀 더럽혀지고 찢겨졌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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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찢겨진 옷을 통해 보이는 그의 몸은 그야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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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런 몸을 가질 수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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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신 중 유일하게 혀가 온전한 한 사람이 처음으로 물음이란 걸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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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악스러운 육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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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같은, 사람의 피부가 맞는지 의심마저 드는 경이적인 육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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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거나 트롤이 만약 근육을 단련한다면 저런 몸을 가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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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저런 건’ 처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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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그들처럼 불법적인 시술을 받았나 싶을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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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자연스러운 시술은 불가능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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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술에 의한 시술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하는데, 그건 다름 아닌 인간의 형상과 멀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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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마물의 피부처럼 변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거늘, 그의 몸에선 감히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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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러한 평가를 받은 이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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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희 같은 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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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웃음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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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적인 시술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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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몸 만들려고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육체 단련에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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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신탄영과 금강을 패시브처럼 쓰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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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력을 모르고 불법 시술로 퉁 치려는 폄하에 이한은 인상을 찡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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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것도 그 시술이란 걸로 할 수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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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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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으로 허공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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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를 알 수 없는 의문의 동작이었고, 왜 저러는가 싶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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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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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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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그들은 다시금 눈을 부릅떠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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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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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신 중 한 명의 머리가 짓밟힌 토마토처럼 변하며 즉사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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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산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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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무차별적으로 주먹을 날렸으나, 아사신은 막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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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주먹이 대포알처럼 덮쳐오는데, 그걸 어찌 막아낼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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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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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게도 그는 주먹을 날린다고 예고하며 다시금 허공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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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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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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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가 된 아사신이 늘어갔고, 잔혹하고도 철저한 훈련을 견딘 아사신들에게 ‘당황’을 알려주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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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알려줘도 못 막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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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친절했으나, 그 친절을 받아먹는 아사신은 안타깝게도 전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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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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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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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신들은 일동 듀라한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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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모두 머리와 안녕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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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녀석들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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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쉽게 처리한 것 같지만, 이한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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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들은 자신의 수법에 당황했기에 쉽게 이길 수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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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검법으로 시작하여, 궁신탄영과 금강, 끝으로 격산타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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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처음 보는 방식의 전투법일 테니 적응할 새도 없이 당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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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하다곤 말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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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싸움에 비겁하고 말고가 없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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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렇다고 하여 아사신이 만만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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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자폭 수단 같은 경우는 좀 당혹스럽고 무척 잔혹한 수법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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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자신이 아니라, 다른 녀석이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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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그것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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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굳이 자신이 일부러 이렇게 나서지 않았어도 상황이 해결됐으리라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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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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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대단하시군요, 터틀 경. 지원하러 온 것이 무색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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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말고도 호위하는 녀석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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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스탄은 아니고, 갈라하드나 라이오넬 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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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하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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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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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신은 이한이 막은 놈들을 제외하고도 상당히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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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친 태닝남 녀석은 돈이 얼마나 썩어넘치면 아사신을 한 트럭이나 고용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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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한은 동쪽 방향에서 오는 놈들만 막곤, 나머진 신경 쓰지 않았는데, 자신 외에도 아이들을 지키는 데 노력하는 이들이 제법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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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방향에서 느껴지는 기척으로 보아 트리스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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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이 있는 기운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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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나머지 두 방향을 틀어막은 낯선 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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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렇게 보니까 좀 낯이 익네. 예전 병아리가 내 이웃 됐을 때 왔던 검은 복면 중 한 명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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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일을 아직도 기억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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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력은 나쁜데, 이상하게 몸으로 기억하는 건 잘해. 안면은 기억 못 해도 기세는 기억한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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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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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하드의 그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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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전 아이린 윈들러가 이웃이 됐을 때 본 이후 간만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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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싸웠네…, 너희들이 있으면 안 나섰어도 됐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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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스탄과 갈라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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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곰순이와 마법사 병아리를 지키기 위해 파견됐을 호위기사들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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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한번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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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 고양이 놈들은 뭐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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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가문 녀석들은 혹시나 싶은 사태를 막기 위해 이러는데, 팬드래건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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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쪽팔리게, 누님 뭐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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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아는 왕녀 누님이 무능한 사람은 아니기에 이 정도 사태도 예측하지 못하진 않을 텐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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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낯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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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나 고우나 자신의 직장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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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괜히 싸운 건 아닐 겁니다. 터틀 경이 상대한 이들, 아사신 중에서도 가장 강했습니다. 아마 막아주지 않으셨다면 피해가 상당했거나, 방어가 뚫렸을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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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켜세우지 않아도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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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겁니다. 역시 공작님에게 잔소리를 날린 분답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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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당신도 거기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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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멋졌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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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흑역사를 본 양반이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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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쓰게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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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흑역사, 그러니까 건방지게 공작에게 한 소리를 하는 걸 본 관중 중 한 명이란 사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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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갈라하드의 기사는 유쾌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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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그걸 흑역사라고 말하는 자는 터틀 경뿐일 겁니다. 갈라하드에선 경을 ‘충용자’라고 부릅니다, 충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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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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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언을 아끼지 않은 용맹한 자’를 줄여 말하는 거지요. 전하에게 구박한 건 아마 별세하신 군신을 제외하시곤 그 누구도 불가능한 업적일 겁니다,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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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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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떨떠름한 별명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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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이야 칭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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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볼을 긁적였으나, 그래도 그에게 호의를 가지고 다가온 것을 봤을 때 갈라하드의 신하들이 그를 밉보진 않는다는 점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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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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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놈은 날 더럽게 싫어하는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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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호의를 살 수는 없는 노릇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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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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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열 명 정도 남은 아사신들을 단번에 꿰뚫는 창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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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보편적인, 스피어(Spear)란 뜻을 대표하는 기본 형태의 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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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아무런 볼품도 없는 창이 내질러지는 순간 그 무엇이든 꿰뚫어 버릴 파괴적인 발리스타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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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탄이 절로 나오는 창술이 아닐 수 없었고, 가장 이상적인 ‘찌르기’ 동작이 있다면 저것이라고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하게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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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로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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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필 그 감탄이 나오는 완벽한 찌르기를 해낸 기사의 얼굴은 이한도 아는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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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르기는 예술인데, 인성은 파탄 난 놈이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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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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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하드의 기사는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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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상황이 너무 웃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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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 그의 전투를 본 부단장님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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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 인성은 모난 녀석이지만, 그래도 주먹질은 일품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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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인정하면서도 욕하는 발언을 그대로 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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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보며 기사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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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실력 있는 이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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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꼴인 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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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밌는 인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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