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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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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를 펼쳐낸 검이 모래처럼 바스라졌다.

검력이 완전히 소실한 것이다.

아쉽지는 않다, 어차피 저 서부 암살자 놈 것이었으니까.

‘완성도가 나쁘지 않아.

원래는 쓰고 나면 엄청난 피로감을 몰고 오는 매화검법이었지만, 이한이 지금 펼친 매화검법은 전날에 비하면 닭과 오리만큼의 차이가 있었다.

그게 무슨 차이냐고?

‘날 수 있다는 건 큰 차이가 맞지.

미약하지만 거대한 발전.

이한은 더는 매화검법을 몇 번 썼다고 해서 피곤해 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체력과 심력을 소모하는 만큼 빠르게 보충할 수가 있었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아마….

‘수련한 의미가 있다는 거겠지.

태창이 녀석이 봤다면 [금강승]이나 [불굴] 같은 체력과 정신력 보호 특성 덕분이란 말을 늘어놓을 터이지만, 이한은 그딴 게임 능력치 설명을 반은 걸러 듣는 편이었다.

그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으며, 그의 힘과 체력, 기술은 노력에 산물일 뿐이었고, 게임의 스킬 따위가 아니었으니까.

그러니 매화검법도 마찬가지다.

미치도록 수련했고, 전날보다 성장했으니 연이어 펼쳐내는 게 가능해졌을 뿐이다.

처음 펼쳤을 때보다 더욱 빠르고 날카롭게!

‘대략 스무 번인가?

사악!

스무 번은 여유롭게 매화검법을 펼칠 수 있으리라 확신하며 이한은 다시금 빼앗은 도검을 들어 휘둘렀다.

제법 나쁘지 않은 도검인지라 검력(劍力)이 만만치 않았고, 덕분에.

화아악!

흩날리는 매화 또한 상당했다.

서걱! 서걱! 서걱!

“!!?”

“-·-!”

“-·-·-으‥-?!”

놈들은 고통을 호소했으나, 혀를 자른 것인지 제대로 된 언어를 내뱉지 못했다.

“너희도 별종이다. 왜 멀쩡한 혀까지 자르냐?”

이한은 가볍게 타박했으나, 놈들은 답할 정신이 없었다.

휘몰아치는 매화 꽃잎이 아사신의 살갗을 뚫고 들어가며 그대로 심장을 비롯한 장기 등을 관통했기에.

말 그대로 흩날리는 탄환.

관통력과 절삭력이 핵심인 매화의 힘이었다.

허나.

“그래도 막 허접하진 않다, 너희?”

까드득!

매화검법은 강렬하지만, 그래도 눈과 몸이 적응하면 공략하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다.

아직 자신의 매화검법이 미흡한 구석이 넘친다는 증거겠지.

그래도.

“허접한 놈들은 다 정리했으니, 적당히 쓸 만했다.”

“-‥-!”

대략 오십 인이 넘던 녀석들 중 반이 갈려나갔다.

나머지 반은 상처가 심하거나 피를 뿜는 놈들도 있었지만, 죽을 정도로 상처가 심한 것은 아니었고, 살아남은 아사신들이 그를 향해 강렬한 적의와 살의를 내뿜었다.

하지만 이한은 이상하게 전혀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

상대가 아무리 약해도 방심이란 게 없는 그이지만, 왜 이리….

“암살자란 새끼들이 왜 이렇게 느려?”

“!!”

-만만한 걸까?

파앙!

이한이 다리를 박차는 순간 순식간에 그들의 등 뒤를 점유했다.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궁신탄영의 수법은 이한과 완전히 일체화한 것만 같았다.

땅굴에서의 전투 이후 노력한 성과가 드디어 나타난 것이었고, 궁신탄영의 수법을 자연스럽게 펼칠 수 있게 된 이상.

후욱!

아사신을 사냥하는 건 쥐를 사냥하는 올빼미처럼 한없이 간단하게 느껴지는 법이었다.

“-‥-44-·-1!”

아사신 중 명령을 내리는 놈일까.

이한과 자신들 사이에 큰 격차가 있음을 깨닫자마자 놈은 무언가 명령을 내렸고, 일순 아사신들의 기세가 일변하며 아사신 중 세 놈이 이한에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퍼어어엉!

달려든 아사신들이 ‘자폭’했다.

본인들의 몸을 폭탄으로 삼은 돌격.

목숨으로 상대를 제거한다는 오싹한 한 수가 아닐 수 없었으며, 온몸을 폭탄으로 삼은 그 한 수는 위협스럽기 짝이 없었다.

투기법을 자극하여 몸을 폭발시킨다는 것은 뼈와 살점이 마치 크레모아처럼 폭산하여 목표물을 제거한다는 뜻이니까.

웬만한 폭탄물보다 강력한 위력이 아닐 수 없으며, 아무리 실력 있는 기사라 할지언정 큰 부상을 피하지 못하리라.

그것이 ‘상식’이란 것이다.

다만.

“에이, 기분 더럽게….”

탁탁.

“…….”

“암살자란 새끼들은 왜 하나같이 이따위로 지저분한 방식을 쓰는지, 원…. 쯧!”

…상식도 어정쩡한 놈들에게나 통하는 것이지, 그에게까지 통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한의 몸에는 그 흔한 생채기조차 없었다.

옷만 좀 더럽혀지고 찢겨졌을 뿐.

그리고 찢겨진 옷을 통해 보이는 그의 몸은 그야말로….

“……어떻게 그런 몸을 가질 수 있는 거지?”

아사신 중 유일하게 혀가 온전한 한 사람이 처음으로 물음이란 걸 던졌다.

경악스러운 육체다.

‘강철’같은, 사람의 피부가 맞는지 의심마저 드는 경이적인 육체.

오우거나 트롤이 만약 근육을 단련한다면 저런 몸을 가질 수 있을까?

…모르겠다. ‘저런 건’ 처음 본다.

혹, 그들처럼 불법적인 시술을 받았나 싶을 따름.

“…그렇게 자연스러운 시술은 불가능할 텐데?”

비술에 의한 시술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하는데, 그건 다름 아닌 인간의 형상과 멀어진다는 것이다.

마치 마물의 피부처럼 변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거늘, 그의 몸에선 감히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를 받은 이한은.

“내가 너희 같은 줄 아냐?”

코웃음 쳤다.

불법적인 시술은 무슨!

“내가 이 몸 만들려고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육체 단련에만 썼다.”

궁신탄영과 금강을 패시브처럼 쓰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

그 노력을 모르고 불법 시술로 퉁 치려는 폄하에 이한은 인상을 찡그리며.

“그럼 이것도 그 시술이란 걸로 할 수 있냐?”

휘익!

주먹으로 허공을 친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의문의 동작이었고, 왜 저러는가 싶었으나.

퍼걱!

“!!?!”

곧 그들은 다시금 눈을 부릅떠야 했다.

털썩….

아사신 중 한 명의 머리가 짓밟힌 토마토처럼 변하며 즉사했기에.

-격산타우.

그가 무차별적으로 주먹을 날렸으나, 아사신은 막을 수가 없었다.

보이지 않는 주먹이 대포알처럼 덮쳐오는데, 그걸 어찌 막아낼 수 있으랴.

“막아라.”

친절하게도 그는 주먹을 날린다고 예고하며 다시금 허공을 쳤다.

그렇게.

퍼걱!

토마토가 된 아사신이 늘어갔고, 잔혹하고도 철저한 훈련을 견딘 아사신들에게 ‘당황’을 알려주기 충분했다.

“왜 알려줘도 못 막냐?”

이한은 친절했으나, 그 친절을 받아먹는 아사신은 안타깝게도 전무했다.


털썩…!

아사신들은 일동 듀라한이 되어 있었다.

즉, 모두 머리와 안녕했다는 뜻이다.

“…독한 녀석들이었네.”

마냥 쉽게 처리한 것 같지만, 이한은 안다.

이놈들은 자신의 수법에 당황했기에 쉽게 이길 수 있었음을.

매화검법으로 시작하여, 궁신탄영과 금강, 끝으로 격산타우까지.

이 세상에서 처음 보는 방식의 전투법일 테니 적응할 새도 없이 당할 수밖에.

비겁하다곤 말하지 마라.

원래 싸움에 비겁하고 말고가 없는 것이니까.

다만 그렇다고 하여 아사신이 만만하진 않았다.

특히 자폭 수단 같은 경우는 좀 당혹스럽고 무척 잔혹한 수법이긴 했다.

아마 자신이 아니라, 다른 녀석이었다면….

“으음, 그것도 아닌가?”

이한은 굳이 자신이 일부러 이렇게 나서지 않았어도 상황이 해결됐으리라 싶었다.

그도 그럴게.

“역시 대단하시군요, 터틀 경. 지원하러 온 것이 무색해집니다.”

자신 말고도 호위하는 녀석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트리스탄은 아니고, 갈라하드나 라이오넬 쪽인가?”

“갈라하드입니다.”

“그래?”

아사신은 이한이 막은 놈들을 제외하고도 상당히 많았다.

이 미친 태닝남 녀석은 돈이 얼마나 썩어넘치면 아사신을 한 트럭이나 고용한 듯했다.

허나 이한은 동쪽 방향에서 오는 놈들만 막곤, 나머진 신경 쓰지 않았는데, 자신 외에도 아이들을 지키는 데 노력하는 이들이 제법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서쪽 방향에서 느껴지는 기척으로 보아 트리스탄인 것 같다.

안면이 있는 기운이기에.

그러니 나머지 두 방향을 틀어막은 낯선 자들은….

“아, 이렇게 보니까 좀 낯이 익네. 예전 병아리가 내 이웃 됐을 때 왔던 검은 복면 중 한 명 맞지?”

“…그때 일을 아직도 기억합니까?”

“내가 기억력은 나쁜데, 이상하게 몸으로 기억하는 건 잘해. 안면은 기억 못 해도 기세는 기억한다고 해야 할까?”

“대단하군요….”

갈라하드의 그림자들.

반년 전 아이린 윈들러가 이웃이 됐을 때 본 이후 간만이지 않을까 싶다.

“괜히 싸웠네…, 너희들이 있으면 안 나섰어도 됐을 텐데.”

트리스탄과 갈라하드.

각자 곰순이와 마법사 병아리를 지키기 위해 파견됐을 호위기사들일 터.

일 한번 잘한다.

‘백색 고양이 놈들은 뭐하는 걸까?

딴 가문 녀석들은 혹시나 싶은 사태를 막기 위해 이러는데, 팬드래건은 참….

‘아이고 쪽팔리게, 누님 뭐하는 거지?

자신이 아는 왕녀 누님이 무능한 사람은 아니기에 이 정도 사태도 예측하지 못하진 않을 텐데, 참.

약간 낯부끄럽다.

미우나 고우나 자신의 직장이었으니까.

“하하, 괜히 싸운 건 아닐 겁니다. 터틀 경이 상대한 이들, 아사신 중에서도 가장 강했습니다. 아마 막아주지 않으셨다면 피해가 상당했거나, 방어가 뚫렸을지도 모르지요.”

“추켜세우지 않아도 되는데….”

“솔직한 겁니다. 역시 공작님에게 잔소리를 날린 분답군요.”

“…혹시 당신도 거기 있었어?”

“개인적으로 멋졌다고 생각합니다.”

“……내 흑역사를 본 양반이었군.”

이한은 쓰게 웃고 말았다.

자신의 흑역사, 그러니까 건방지게 공작에게 한 소리를 하는 걸 본 관중 중 한 명이란 사실에….

다만 갈라하드의 기사는 유쾌한 표정을 지었다.

“하하, 그걸 흑역사라고 말하는 자는 터틀 경뿐일 겁니다. 갈라하드에선 경을 ‘충용자’라고 부릅니다, 충용자.”

“충용자…?”

“‘충언을 아끼지 않은 용맹한 자’를 줄여 말하는 거지요. 전하에게 구박한 건 아마 별세하신 군신을 제외하시곤 그 누구도 불가능한 업적일 겁니다, 아하하!”

“으음….”

영 떨떠름한 별명이 아닐 수 없었다.

‘욕이야 칭찬이야?

이한은 볼을 긁적였으나, 그래도 그에게 호의를 가지고 다가온 것을 봤을 때 갈라하드의 신하들이 그를 밉보진 않는다는 점은 알 것 같았다.

뭐.

“…저놈은 날 더럽게 싫어하는 것 같지만.”

모두에게 호의를 살 수는 없는 노릇이긴 했다.

─콰직!

약 열 명 정도 남은 아사신들을 단번에 꿰뚫는 창이 있었다.

정말 보편적인, 스피어(Spear)란 뜻을 대표하는 기본 형태의 창이었다.

허나 아무런 볼품도 없는 창이 내질러지는 순간 그 무엇이든 꿰뚫어 버릴 파괴적인 발리스타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창술이 아닐 수 없었고, 가장 이상적인 ‘찌르기’ 동작이 있다면 저것이라고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하게 되고 만다.

그 정도로 완벽했다.

그리고 하필 그 감탄이 나오는 완벽한 찌르기를 해낸 기사의 얼굴은 이한도 아는 얼굴이었다.

“찌르기는 예술인데, 인성은 파탄 난 놈이구먼.”

“…하하.”

갈라하드의 기사는 웃고 말았다.

순간 상황이 너무 웃겨서.

조금 전 그의 전투를 본 부단장님 또한.

  • 흥, 인성은 모난 녀석이지만, 그래도 주먹질은 일품이군.

상대를 인정하면서도 욕하는 발언을 그대로 했었기에.

이를 보며 기사는 생각했다.

원래 실력 있는 이들은.

‘…닮은꼴인 거려나?

참 재밌는 인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