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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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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이 내리는 평가와 달리 대부분 사람들은 그들을 향해 동경 어린 눈길을 주었다.

외모도 외모지만, 저토록 젊은 나이에 권력과 명성, 힘 그 모든 것을 손에 넣었다는 점이 아무래도 매력적일 수밖에 없기에.

귀족 여성들 중엔 얼굴에 홍조가 꽃피는 이들도 상당수였고, 이를 보며 탐탁하지 않은 티를 내는 남성도 제법 많았다.

그렇게 약간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 때쯤.

“-팬드래건의 젊은 인재들이여! 나의 이름은 살라흐! 서부의 17술탄 중 일각을 책임지는 수장 중 한 명이나,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은 그러한 술탄이 아닌, 그저 팬드래건의 젊은 인재들을 만나고 싶은 한 사람의 아무개라 여겨주어도 좋을 것 같구나!”

술탄의 돌발적인 인사가 이어졌고, 예정된 것이 아니기에 다른 이들이 당황하기 무섭게.

“이것은 오늘 이 만남을 환영하는 의미에서 주는 선물이다. 다만 생도들 것만 챙겨왔으니 다른 이들은 부디 섭섭해 하지 않았으면 하는군. 오늘의 주역은 어찌 됐건 이 아카데미에 다니는 생도들이니 말이다.”

그는 더욱 몰아붙이듯이 ‘선물 공세’를 시작했다.

따악.

그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이국의 복장을 입은 하인 수십 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물건을 늘어놓았다.

“와…….”

절로 감탄이 나오는 금빛 찬란한 종.

황금, 손바닥만 한 황금종이 줄지어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절로 자아내게 했다.

황금 종 자체도 멋있지만, 너무나 정교한 세공이 무척이나 화려하고도 진중한 멋이 있다.

드워프가 만든 것임이 분명했고, 이는 결코 가벼운 선물이 아님을 깨닫게 되는 생도 일동이었다.

“팬드래건의 생도들이여. 부디 나 술탄의 선물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구나, 아하하!”

호탕한 웃음소리가 울린다.

마치 어색한 분위기는 자신이 알 바가 아니란 것처럼.

“특이한 인물이군.”

“어떤 의미론 걸물이로다.”

“기백이 제법….”

귀족들은 여러 의미로 감탄했다.

그가 뜻밖에도 생도들을 위한 선물을 가지고 왔다는 점과 마냥 돈 자랑처럼 보이지 않는 위엄이 느껴진다는 점.

추가로 투기법을 따로 익힌 것도 아닐 텐데도 자연스럽게 풍기는 비범한 기백은 기사의 기백 못지않으니.

제왕의 자질.

그러한 자질을 가졌음을 보여주는 자질을 언뜻 엿보게 된다.

술탄 살라흐, 저 사내는 만만치 않은 인물임을 깨닫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

“왜 그러세요, 사부님?”

“…아니, 그냥, 다른 사람들은 저 술탄인지 하는 놈을 높게 평가하는 것 같은데, 내 눈에는 영 어설픈 것 같아서.”

“네에?”

“뭐라고 해야 하나, 호랑이인 척하는 여우 같다고 할까?”

“…?”

“내가 본 ‘윗사람’이랑 비교해서 그렇다는 거야.”

“???”

기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가 아는 윗사람들.

천리안을 가진 듯한 왕녀 누님이나 보기만 해도 사람을 압도하는 공작과 대공 등.

그가 만난 이들은 하나같이 강렬한 인상을 주었었다.

정녕 저게 같은 사람인가 의심이 갈까 싶을 정도로.

한데 저 술탄에게선.

‘흠, 내 기준이 너무 높나?

왜 이토록 작게 보이는 걸까?

하룻강아지마냥.


살라흐는 조소를 머금었다.

“단순하기 짝이 없군. 이거야 원. 시시할 정도로 쉽게 호의를 얻어버렸어.”

“서부에 비하면 귀족들이 좀 엉성하군요. 남부의 평화가 길긴 길었나 봅니다.”

“어쩌면 단순히 인물이 없는 건지도 모르겠지. 군신의 인재를 알아보는 선구안은 그야말로 신의 눈과 같다 했으나, 지금은 그 군신이 없으니까.”

살라흐는 아끼는 호위 무사장과 웃는 낯으로 대화했다.

대화를 할 때 대부분 서부 소수종족의 언어를 쓰는 그들인지라 그들의 대화가 무슨 내용인지를 눈치챌 이들은 없을 터.

“역시 군신이 없는 팬드래건은 위협조차 아니군.”

“…….”

“학산,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가?”

“…술탄의 말씀대로 팬드래건은 과거의 영광을 잃은 것이 맞습니다. 허나 술탄. 저들에겐 아직 [신비]가 있으며, [초인]이 있습니다. 부디 나무 한 그루만을 보지 말고, 숲 전체를 보시길 바랍니다.”

“흥, 날 감히 가르치는구나.”

“송구하옵니다.”

“…쯧.”

살라르는 충성스러운 신하의 말을 무시하는 소인배는 아니었다.

그러며 그는 애써 드러내지 않았던 부러움을 남몰래 드러냈다.

‘축복받은 땅이란 건 정말 부러운 거군.

‘신비의 축복을 받은 땅.

살라흐는 이 점 하나만큼은 팬드래건이 부러웠다.

물론 서부에도 신비는 존재한다.

당장 그의 자랑스러운 호위 무사장만 해도 신비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허나 신비에도 급이 있는 법.

서부가 가진 가장 강력한 신비는 기껏해야 2,3급 수준인 중상위급 신비라면 팬드래건에는 최상위 신비로 분류되는 1급 신비가 수두룩했으니까.

특히 측정불능으로 취급받는 과 .

서부에는 전설처럼 전해지며, 동화처럼 저들의 얘기를 듣고 자란 아이들도 많다.

한데 팬드래건에는 이런 ‘초월적인 신비’를 제외하고도 들이 있다.

감히 건드려선 안 될, 단독으로도 술탄의 군세와 정면으로 부딪쳐도 기꺼이 그 군세 전부를 무너뜨릴 괴물이 말이다.

하여 살라흐는 저들의 초월적인 신비가 부러웠으며.

“정말 가지고 싶구나. 저들의 신비가….”

아낌없는 욕망을 드러냈다.

탐욕 어린 음흉함.

당당하고도 패기 어린 모습이 거짓말인 것처럼 어딘지 모르게 음습해보이기까지 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술탄은 겉으로 나오려는 제 욕망을 애써 억누르며 물었다.

“-학산 ‘그놈’은 어떻게 하고 있지?”

“걱정 마십시오, 잘 감시하는 중입니다.”

“그래? 그렇다 해도 방심은 하지 마라. 마법사란 원래 방심해선 안 될 인종이니, 혹시라도 놈이 수작을 부린다 싶으면….”

“즉각 처단하겠습니다.”

“그래, 부탁하지.”

“술탄의 뜻대로 이뤄질 겁니다.”

충성스러운 신하의 말에 만족하는 살라흐였고, 살라흐는 가볍게 샴페인으로 목을 축이고 다시금 시선을 돌리며 사람 좋은 미소를 머금었다.

‘기대되는군.

살라흐는 흥겨웠다.

무대는 준비가 되었다.

이제 이것은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 없을 흐름일 터.

그나마 걸림돌, 즉 변수랄 것이 있다면.

‘…마탑.

마탑의 존재.

뛰어난 마법사의 존재는 항상 변수를 낳는 법이었다.

일부러 그와 같이 남부까지 동행하며 쉴 틈 없이 운을 띄웠지만, 마법사는 제 속을 전혀 비추지 않았다.

역시 마법사란 인종은 건방지고도 오만하며, 속을 알 수 없는 것들이다.

그렇기에.

“그래서 더 신기한 일이군. 설마 목표가 겹칠 줄이야.”

마탑의 생각은 읽지 못했지만 노리는 목표물은 같다.

이 사실이 묘하게 경쟁 심리를 자극하는지라 살라흐의 입가에는 미소가 짙어졌다.

“아이린 원들러라 했나, 빨리 보고 싶군.”

살라흐가 친히 확인하고 싶은 보석 같은 신비의 주인.

마법의 재능 또한 신비라 하였을 때, 그녀의 신비는 참으로 탐스러운 것이었다.

퍼져 있는 소문 중 반절만 맞다고 해도 충분히 노릴 만도 했고.

살라흐는 그렇게 기대를 머금고 있을 때.

“어, 아이린 공녀님이다.”

“공녀님?”

“세, 세상에….”

갑자기 들리는 소란과 함께 얼핏 아이린이란 이름을 들은 살라흐는 시선을 돌렸다.

“드디어 그 귀한 얼굴을 보겠….”

-또각.

“…….”

사르륵.

─꽃의 정원을 거닐며 등장하는 ‘여신’이 거기 있었다.

아니, 너무 신비롭고도 몽환적인지라 ‘요정’이란 호칭이 더욱 적절하지 않을까?

허나 단 한 가지 분명한 건 숨이 절로 막힌다는 것이다.

“…….”

그는 말문이 막혔다.

역대 술탄이 그러하듯 그 또한 그만의 하렘이 있으며, 하렘 안에는 절세미녀들이 가득했고, 그가 원한다면 언제든 안을 수 있는 바.

하여 그에겐 여인이란 수납장 속 보석에 불과했다.

수집품에 불과하다는 거다.

한데.

화아악-!

그녀를 보는 순간 그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듯한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았다.

아름다움이란 말이 마치 그녀를 위해 존재하는 듯했다.

현기증이 나는 미모와 분위기.

바람에 흩날리는 금실의 머리칼과 다이아로 이뤄진 호수를 담은 것 같은 푸른 눈은 보석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녀가 지나갈 때마다 꽃들이 조아리는 것 같은 환각마저 보인다.

“아이린, 아이린 윈들러..”

술탄은 그녀의 이름을 나지막하게 부르며 순간 자신이 느낀 강렬한 충격과 감동의 정체를 빠르게 깨달았다.

그래, 이것은!

“난, 오늘 운명을 만났구나….”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가혹하게도….

[아린아, 저 사람 널 되게 강렬하게 보는 것 같은데?]

“어휴, 소름 끼쳐. 생긴 것 좀 봐. 완전 기생처럼 생겼네.”

[기생오라비가 아니라?]

“저건 그냥 기생이지. 남자가 뭐 저리 화장이 진해. 밥맛이야.”

[아린아, 그건 남녀차별이야.]

“…으음, 그럼 저 사람이 화장한 건 밥맛이야. 완전 싫어!”

[그건 나도 인정해!]

아이린 윈들러는 자신을 강렬하게 쳐다보는 느끼한 인간에게 몸을 떨었다.


…민망하게 왜 이리 사람을 부담스럽게 보는지, 원.

아이린은 자신이 지나갈 때마다 그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원래도 타인의 시선을 끌기 쉬운 외모이긴 했지만, 오늘은 한층 더 시선이 모였고, 아이린은 속으로 진땀을 흘려야만 했다.

겉은 화려하고도 도도한 아가씨지만, 그 속은 한없이 어린 여성이자, 극성 내향인이 다름 아닌 아이린 윈들러였으니 말이다.

허나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네가 오늘 작정하고 꾸미긴 했지.]

평소에도 전혀 꾸미지 않고, 그냥 세면만 가볍게 하는 아이린이다.

그나마 요즘에야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머리도 잘 감고 거울도 보는 거지, 예전에는 그냥 마력으로 대충 청결만 유지하는 귀차니즘이 절정에 달했던 아이린이다.

한데 그런 그녀가 오늘 처음으로 작정하고 꾸몄다.

원래도 학술원 최고 미인 소리를 듣는 아이린인데, 그런 소녀가 작정하고 꾸몄다는 건 그야말로.

[예쁘다, 아린아. 평소에도 그렇게 꾸미고 다니면 참 좋을 텐데.]

원래도 훌륭한 보석이 찬란한 왕관으로 변신한 수준.

그녀가 지금 마음만 먹는다면 몽마 못지않게 남성을 유혹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정작 본인은 그런 것에 관심이 전혀 없었지만.

“내가 원한 게 아니라, 메이드들이 억지로 입힌 거잖아. 하여간 귀찮아….”

공작가의 위신을 위해서라며 입은 드레스와 화장, 보석 장식이었고 아이린은 이 모든 게 껄끄럽기만 했다.

투덜거리길 멈추지 않는 아이린이었고, 소녀는 재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다행스럽게도 먼저 다가오는 사람은 없었다.

마법사 특유의 마력은 타인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방패가 되어주기도 하는데, 특히 마력이 강한 아이린은 상시로 물빛 마력이 뿜어지며 사람을 함부로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강렬한 아우라를 발휘해주었다.

설령 투기법을 익혔을지언정, 기사급이 아니면 쉽게 다가오기 힘들 농후한 마력.

사람들은 마치 모세를 눈앞에 둔 강물처럼 절로 소녀에게 길을 열어주었고, 소녀는 방해 없이 자신에게 친숙한 이들을 향해 다가갔다.

마법학부?

물론 아니다.

소녀에게 친숙한 것은.

“아, 저기 있다!”

검술학부였지.

아이린은 아무리 멀리 있어도 존재감이 거대한 사내가 있는 곳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싶었으나, 익숙하지 않은 구두 때문에 느릿하게 그에게 다가가는 수밖에 없었다.

소녀는 해맑게 웃으며 그에게 말을 걸려 했으나….

“실례합니다, 메이지 아이린. 혹, 당신에게 댄스를 요청해도 되겠습니까?”

“?”

…웬 금발 머리가 아이린의 앞을 막아섰다.

방금 전 구리빛 남자 못지않은 느끼함이 좔좔 흐르는 남성이었고, 얼핏 흐르는 강렬한 금빛 마력이 상당했다.

겉만 봐선 아이린과 맞먹을 양의 마력.

보통의 마법사라면 동류의 마법사에게 이끌림을 가지는 것이 당연한 노릇이며, 우수에 찬 눈빛을 가진 저 남자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일반적이겠으나-.

“아, 제가 바빠서.”

“…….”

안타깝게도 아이린은 그가 마법사건 우수에 차건 관심이 없었다.

마치 도믿남(도를 믿으십니까 권유하는 남자)을 회피하듯 정색하며 자리를 피한 아이린은 드디어 친숙한 이들 앞에 섰다.

“헤헤, 교관님~!”

방금 전 찬바람을 휘날리며 금발을 쫓아낸 소녀와 동일인물로 여길 수 없는, 그야말로 꼬리라도 달리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헤실거리는 소녀였고, 그런 소녀를 보며 기사는….

“…병아리야, 본 교관이 진지하게 걱정돼서 그러는 건데, 넌 남자 진짜 조심해야 할 것 같다.”

“?”

“나쁜 남자가 잘 꼬일 타입 같다, 넌.”

“넹?”

“모, 모르면 됐다, 모르면….”

실시간으로 나쁜 남자를 반하게 만드는 광경을 직관한 기사는 혀를 내둘렀다.

‘이래서 악녀 소리 들은 거 아니야?

나쁜 남자가 워낙 많이 꼬여서.

외모가 확실히 개연성이란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