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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점심을 드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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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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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벨 소리를 울리는 자전거가 열심히 내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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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 그녀는 오늘도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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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매일 자전거를 이끌고 가는 익숙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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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된 건지 원래는 울퉁불퉁한 길도 정비가 되어 있어 자전거 바퀴 또한 아주 잘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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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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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모는 자전거 바구니에는 제법 큰 도시락 통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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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싼 음식이 한가득 담겨 있었으며, 트리스탄의 주방을 책임지는 요리사에게 요리도 약간 배운지라 맛도 나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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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해주셔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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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위해 준비한 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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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 정성을 받고 기뻐만 해준다면 고생한 것이 보답 받고도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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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그녀가 아는 그는 이런 정성을 받고 맛없다고 말할 사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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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누구보다 맛있게 먹어줄 사람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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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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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생각하자 약간의 홍조가 피어오르는 레비였고, 레비는 페달을 밟는 속도를 좀 더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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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려 보이는 외견과 달리 하루도 훈련을 빼먹지 않은 그녀의 신체는 겨우 30키로 속도를 한 시간 동안 유지한다고 해서 지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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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심을 품은 소녀는 강한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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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어느 정도 페달을 밟았을까, 슬슬 익숙한 오두막이 저 멀리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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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이 보이자마자 한껏 흐뭇한 미소를 머금은 레비는 그대로 속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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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일정한 속도를 유지한 건 지금 힘을 쓰기 위한 거였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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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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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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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는 눈을 끔뻑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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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도착을 앞둔 3미터 부근에서 쓰러진 한 남성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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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윤곽이었고, 레비는 브레이크를 밟으며 쓰러져 있는 남성을 향해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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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데미안 폴렛 조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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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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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여기서 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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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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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우시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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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만 인생 고달파, 나만 왜 이렇게 구르는 거야, 크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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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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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평소랑 똑같으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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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익숙한 광경이라며 레비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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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님이 또 조교님을 [교육]하시는 중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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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교관과 데미안 폴렛의 관계는 이미 아카데미에서도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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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매일 쉬지도 못하고 뛰거나 서류 작업만 하는 그의 행각은 유명해지고 싶지 않아도 소문이 날 수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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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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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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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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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는 그가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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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토록 사부님에게 ‘개인과외’를 받는 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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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이 그녀의 생각을 읽었다면 미치고 팔짝 뛸 생각이 아닐 수 없지만, 그녀는 단순히 데미안이 그를 독차치하기에 부러워하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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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불합리하게 구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데미안 폴렛은 확실하게 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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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성장하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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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폴렛은 안 그래도 검술학부 생도들 중에서도 제법 강한 축에 속하는 생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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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도 명문 기사 가문의 후예일뿐더러, 명성에 걸맞은 수련을 통해 다른 생도들보다 확실히 수준이 높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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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해에야 유독 천재 소리 듣는 비정상적인 생도들이 많아서 그렇지, 원래는 검술학부 수석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데미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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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그런 데미안이 사부님의 밑에서 굴려지는 것으로 인해 그의 성장 속도는 확실히 가파른 곡선을 그리고 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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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대로만 성장한다면 검은 머리 공자는 따라잡지 못할지언정, 그 삼인방 중 한 명을 따라잡을 날이 올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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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위기 속에서 강해진다고 하던데, 데미안 조교님도 그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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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님이란 위험을 감당하기 위해 강해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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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빠르게 강해지고 싶은 레비에게 있어 데미안의 성장은 부러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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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지옥일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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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여기서 뭐하고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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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사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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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순이 넌 또 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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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 점심이나 같이 먹으려고요, 호, 혹시 안 드셨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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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가득 싸왔는데 내가 이미 먹었다고 하면 나만 역적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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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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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다행스럽게도 아직 안 먹었다. 화덕에서 피자나 좀 구우려고 했는데, 네가 싸온 거랑 같이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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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아, 근데 데미안 조교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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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은 놔둬. 엄살 부리는 거야. 요즘 따라 말을 안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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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님이 ‘점심 안 먹을 거면 네 건 없다’고 말하자 ‘너무하십니다, 정말….’ 투덜거리며 일어서는 데미안이었고, 한편의 희극과 같은 상황에 레비는 저도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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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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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맑게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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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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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1호가 열심히 왕복하며 얻어낸 서류가 이한의 식탁 위를 차지했으나, 이한은 대충 종이를 펄럭거리며 읽을 뿐, 점심식사에 더 열중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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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가 쭉 늘어나는 화덕 피자와 레비가 만들어 온 쌀알 모양 파스타를 묵묵히 먹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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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하십니다, 그걸 어떻게 가지고 온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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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고, 이게 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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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거기서 가진 정보는 그게 다랍니다. 그리고 사이먼 조합장님이 ‘이 정도면 이제 좀 길드를 좋게 봐주시는 거겠죠?’라고 전해달라고 하시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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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놈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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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조합장에게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는 건 교관님밖에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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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의 길드를 이끄는 총수와 같은 사람을 저토록 부려먹는 것도 신기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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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교관의 명령을 순순히 따라주는 조합장도 보통 인물은 아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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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은 거물끼리 통한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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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은 건방진 거랑 다르게 능력은 그저 그러네. 겨우 이것밖에 없다고? 이래 놓고 잘 봐달라니, 양심 없는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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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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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그냥 맞는 게 두려워서 강제로 따르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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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의 작은 예측이었고, 길드조합장에게 동병상련의 심정을 느끼던 중, 데미안은 얼핏 그가 밥에만 집중하는 것 같아도 그가 서류를 전체적으로 꼼꼼히 읽는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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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교관이 직접 확인해야 할 서류를 주면, 놀랍도록 꼼꼼히 읽는 것을 자주 목격했기에 알 수 있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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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집중력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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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와 친하지 않은 양반인데, 드물게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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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서류를 상대로 싸움을 거는 듯한 살벌한 눈빛이 아닐 수 없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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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하면 무조건 전투를 치르듯이 하네, 이 양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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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래서 강한 것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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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드는 의문이 떠올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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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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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안 죽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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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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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한테 하는 말 아니야. 넌 밥이나 얼른 먹고 오늘 중으로 바질이랑 과일 나무도 심어야 하는 건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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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님, 전 일꾼이 아니라 조교입니다만? 그리고 오늘 중으로 그걸 다 어떻게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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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혼자 하라고 했냐? 인턴이 있잖아, 팍팍 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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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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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천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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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은 이성이 마비된 건지, 아니면 인턴을 합법적으로 굴릴 명분이 생겼다는 것이 그냥 기쁜 것인지 교관을 경이롭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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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사람을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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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가르침을 얻은 데미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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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 한 놈이 안 좋은 것을 배우건 말건, 이한은 상관없이 받은 자료를 토대로 머리를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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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그렉 빈. 제국 마법 소속 마법사였으나 마탑에서 불법적인 실험을 한 이후 남부 대륙으로 도주. 원래는 브리튼에서 활동했으나 전쟁 시절 붙잡혀 처형된 것으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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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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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형된 시체는 같은 감방 죄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발견됨. 주특기 마법은 얼굴의 가죽을 교환하는 마법이었기에 죄수와 자신의 얼굴을 바꾸어 생존했을 가능성이 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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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의 거죽을 뒤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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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면구의 달인이란 대목에서 이한은 이놈이 살아있을 확률이 높다고 판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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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며 점차 놈이 저지른 불법적인 실험 내용 또한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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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를 이식(移植)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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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신비를 ‘적출’하여 본인에게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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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를 적출당한 대상은 죽으나, 신비를 보존하고 영구히 존속시킬 수 있으니 군사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되며, 왕가의 권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는 것이 그렉 빈이란 주문쟁이의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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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보다 못한 새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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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이놈의 논리를 읽으며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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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주문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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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그럴듯하게 했지만,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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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가진 재능이 부럽고 아니꼬우니 그 재능을 빼앗을 방법을 연구해서 갈취하겠다는 거잖아, 결국. 이 새낀 확실히 흑도나 혈교 새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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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무협지에서 구음절맥이나 오행지체 같은 거 나타나면 납치해서 그 힘을 흡수하는 내용이 가끔 있는데, 주문쟁이의 말도 이와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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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죽여 힘을 얻겠다는 논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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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고혈이나 빨아먹는 짐승보다 못한 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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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만약 그렉이란 놈이 제 눈앞에 있었다면 반드시 죽였을 것이라며 안광을 빛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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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놈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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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녀석이 과거 [제국 마탑] 소속이란 사실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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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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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론 중앙 대륙에만 존재하는 마법사들의 상아탑이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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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하고 자빠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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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이란 고상한 용어를 쓰지만, 결국 주문쟁이들의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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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으로선 몹시도 불쾌한 흰개미굴을 발견한 거슬림밖에 못 느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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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마탑이란 놈들도 몹시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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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마탑도 이런 실험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거잖아? 그런데도 이놈을 놓쳤다고? …그 정도로 무능한 집단이 어떻게 존속할 수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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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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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 고양이들이 있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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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사자랑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어 잠시 마탑의 무능함을 납득할 뻔했지만, 이한은 의심을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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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이 드는 거 당장 마탑이라도 조사하고 싶었으나, 중앙 대륙까지 갈 시간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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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내가 안 가도 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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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언뜻 들은 내용이지만, 분명 마탑에서 누가 온다고 들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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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그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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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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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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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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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병아리 녀석, 생각보다 쓸 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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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걸’ 만나러 오는 거라고 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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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를 넘겨서야 기상한 것으로 보이는 이웃집 병아리가 해맑게 날아오고 있었고, 이한은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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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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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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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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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궁금한 게 있는데, 마탑 주문쟁이를 납치하는 건 범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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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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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도둑질, 아니 여기선 정의로운 납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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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내가 개인적으로 물어볼 게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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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그, 그럼 그냥 물어보면 되지 않나요? 납치를 할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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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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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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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쟁이가 묻는 말에 순순히 답해 줄 리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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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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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내뱉었는데도 불신에 차오른 제자의 표정을 보고 있으려니 가슴이 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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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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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세상을 덜 겪어서 저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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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확실히 아직 사회경험이 부족하긴 하네. 이런 당연한 것도 모르는 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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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제가 이상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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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니고, 네가 아직 몰라서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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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쟁이를 다루는 법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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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회에 가르쳐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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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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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제자에게 새롭게 가르칠 것이 생긴 것 같다며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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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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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이 최고의 사회경험이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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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이 아닌, 몸으로 경험시켜줄 기회인 것이 마음에 드는 이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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