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435 lines
17 KiB
Markdown
435 lines
17 KiB
Markdown
|
||
그가 생도들을 향해 기운 빠진 표정으로 말했다.
|
||
|
||
“본 교관이 학술원을 그만두게 된다면 도피 생활 중이라고 알아두면 된다.”
|
||
|
||
“도피?”
|
||
|
||
“어디 아프세요?”
|
||
|
||
“교관님-?”
|
||
|
||
“그냥 그렇게 알아두도록.”
|
||
|
||
“???”
|
||
|
||
“…….”
|
||
|
||
갈라하드에서 그 난리를 떤 지 이틀이 지났고, 슬슬 약간의 위기감도 든다.
|
||
|
||
사람이란 후회하는 동물이라 하였었나?
|
||
|
||
과거의 자신이 친 사고를 되새기며 현재의 자신이 고통스러워하는 순환 구조.
|
||
|
||
이한은 이틀 내내 갈라하드의 병사들에게 쫓기고 공작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칼을 들이미는 악몽 비스름한 것을 꾸는 중이었다.
|
||
|
||
‘어디로 도망칠까…?’
|
||
|
||
최근 들어 망명도 선택지로 둘 따름.
|
||
|
||
술탄이 다스린다는 사막과 초원의 왕국이 덥기는 하지만, 살기는 그렇게 좋다던데….
|
||
|
||
‘아니다, 더운 건 좀 별로지.’
|
||
|
||
그럼 그냥 계곡과 바다가 있는 시골 동네로 가서 은거생활을 할까?
|
||
|
||
‘그건 또 별로고.’
|
||
|
||
살아도 시골 생활은 좀 아니다 싶었다.
|
||
|
||
가능하면 인프라 갖춰진 도시에서 살면 살았지.
|
||
|
||
생긴 건 어디서든 생존할 것처럼 생겼어도, 나름 도시인인 그였다.
|
||
|
||
“어휴.”
|
||
|
||
“교관,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기운 내라. 쿤타가 위로한다.”
|
||
|
||
“생긴 거랑 다르게 나름 섬세한 면이 있구나, 너?”
|
||
|
||
“…다른 사람은 몰라도 교관한테 그런 말 듣기 싫다.”
|
||
|
||
“내가 어때서?”
|
||
|
||
“교관은 바바리안보다 더 바바리안처럼 생겼지 않나.”
|
||
|
||
“욕이냐 칭찬이냐?”
|
||
|
||
“???”
|
||
|
||
“…네가 말한 걸 왜 본인이 이해를 못 하냐?”
|
||
|
||
이놈 때문이라도 수업에 독서시간이라도 끼워 넣어야 하나 싶다.
|
||
|
||
아무리 검 쓰는 놈들이 근육뇌라고 불릴지언정, 어느 정도 지식은 필요한 게 맞으니까.
|
||
|
||
어쩌다 보니 덩치 녀석 덕분에 공작가에 대한 걱정은 잊고 앞으로 수업 방향성을 고심하게 되는 이한이었다.
|
||
|
||
맡은 바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버릇이 이럴 때 도움이 되는 듯했다.
|
||
|
||
그러던 중.
|
||
|
||
“그러고 보니 좀 있으면 무도회 시즌이겠네요.”
|
||
|
||
“아, 잊고 있었네요.”
|
||
|
||
“어, 어쩌죠, 아직 파트너를 못 구했는데….”
|
||
|
||
최근 가르쳐준 유도 기술을 연습 중인 병아리들이 소란스러워졌다.
|
||
|
||
무도회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였다.
|
||
|
||
“무도회?”
|
||
|
||
“네에, 2학기부터 본격적으로 무도회 시즌이거든요. 특히 학술원을 다니는 이들은 모두 참여하는 학술원 무도회가 얼마 지나지 않아 열려서요.”
|
||
|
||
“그런 것도 있구나.”
|
||
|
||
“왕립 학술원에 다니는 이들은 모두 좋건 싫건 사교계에 모습을 비춰야 하니까요. 사교계에 모습을 비추지 않는다는 건 상류 사회에서 배제된다는 걸 뜻하니, 필수적인 행사라 할 수 있죠.”
|
||
|
||
“흠.”
|
||
|
||
“후후, 교관님, 지금 무도회나 사교계 같은 건 쓸데없다 생각했죠?”
|
||
|
||
“아, 아니, 그런 건 아니고….”
|
||
|
||
…병아리 녀석들 생각보다 날카롭다.
|
||
|
||
이런 걸 보고 소위 여자의 감이라고 하는 것일까?
|
||
|
||
‘내 표정이 그렇게 읽기 쉽나?’
|
||
|
||
어째 만나는 사람마다 표정이 다 읽히는 것 같다.
|
||
|
||
“으음, 일단 미안하다. 그래도 쓸데없다고 여긴 건 아니야. 그냥 나랑은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 행사라 그런 거야. 너희를 무시할 생각은 아니었어.”
|
||
|
||
“우후후, 저도 알아요. 교관님이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걸.”
|
||
|
||
병아리의 희미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발언이었고, 뒤이어 다른 병아리들도 동의하는 기색을 보였다.
|
||
|
||
“교관님은 그런 점이 좋아요. 저희가 어리고 지위가 낮아도 사과해주는 거.”
|
||
|
||
“맞아요, 다른 영식들이나 기사들 중엔 자존심만 세서 사과는커녕 오히려 성질부터 내시는 분들도 있잖아요.”
|
||
|
||
“그뿐이면 다행이게요? 폭력도 쓰는 사람도 있죠, 글쎄 저번에 보니까 프랑드 경이….”
|
||
|
||
“세상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역시 생긴 대로 논다고, 곱상하기만 하지 못돼먹었네요.”
|
||
|
||
“아쉬운 일이네요. 제 앞에 그자가 있었다면 교관님에게 배운 기술을 시험해 볼 찬스일 텐데.”
|
||
|
||
“그러니까요!”
|
||
|
||
“……나 이제 가도 될까?”
|
||
|
||
역시 소녀들의 대화에 끼어들면 안 된다는 걸까.
|
||
|
||
어느 순간 그 존재감이 잊힌 느낌이 들었으며, 이한은 도망가고 싶어졌다.
|
||
|
||
“후후, 단순히 요약하자면 사부님이 상냥한 분이란 거죠.”
|
||
|
||
“…난 무도회에 대해 물어봤는데 결론은 왜 그렇게 될까?”
|
||
|
||
어느새 다가온 푸른 곰순이의 상냥함이 들려왔고, 이한은 교훈을 얻었다.
|
||
|
||
‘여자 애들 대화하는 데는 가급적 끼어들지 말자.’
|
||
|
||
앞으로 이한의 인생에서 두고두고 쓰일 교훈이었다.
|
||
|
||
“…….”
|
||
|
||
…붉은 머리의 여성, 주비아 피에르는 여성 생도들과 기사가 잘 어우러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
|
||
여전히 생각을 읽을 수 없는 무표정이었으나, 만약 어느 상냥하고도 지혜로운 노신부가 있었다면 그녀의 표정을 어느 정도 읽어냈을 터였다.
|
||
|
||
그 표정은 다름 아닌.
|
||
|
||
“…광명이시여, 저는 어찌 살아가야 하는 겁니까-.”
|
||
|
||
‘부러움’이었다.
|
||
|
||
* * *
|
||
|
||
이한은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어느 협력자에게 말해주었고, 협력자는 얘기를 듣자마자.
|
||
|
||
“고, 공작님에게 불려갔다고요?!”
|
||
|
||
대경실색하며 까무러치기 일보직전이었다.
|
||
|
||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이냐?”
|
||
|
||
가끔씩 대범할 때가 있긴 한데, 천성이 소심해서 그런지 별것도 아닌 일로 이렇게 놀라는 반응을 보이는 태창이었다.
|
||
|
||
허나 정작 놀란 이가 반박하길.
|
||
|
||
“아니, 어떻게 이걸 안 놀랄 수가 있어요?! 그보다 교관님 블레이크 공작님이랑 안면이 있었어요? 그 와-?”
|
||
|
||
“…그건 또 무슨 설정이냐?”
|
||
|
||
“마검의 블레이크 공작. 오러 유저와 맞먹는 힘을 가진 사람 중 하나지요. 본신의 무력도 무력이지만, 마검을 들었을 때 무력은 그야말로 천재지변급, …국가 하나를 없애는 것도 가능한 인물인 거죠.”
|
||
|
||
“혹시…. 그 양반도 중요한 캐릭터냐?”
|
||
|
||
“이벤트성 보스 같은 거긴 해요. 다만 라이오넬 대공과 마찬가지로 잡으라고 만든 보스캐가 아니긴 하죠.”
|
||
|
||
“…그럼 왜 만든 건데?”
|
||
|
||
“원래 기획팀이 일하다가 가끔 미쳐가지고 말도 안 되는 이스터 에그를 넣을 때가 있거든요. 솔직히 원작에선 거의 활약이 없는데, 기획팀이 이거다 싶었는지 넣었더라고요.”
|
||
|
||
“그 양반이 활약이 없다고…?”
|
||
|
||
이한이 본 공작은 세상에 무심한 사람은 아니었다.
|
||
|
||
도리어 더할 나위 없이 현명하고 우수한 양반이었지.
|
||
|
||
한데 아무런 활약도 없는 인물이란 말에 의아하였고, 그러한 반응에 태창이는 동의하며 공작이 왜 아무것도 안 하는 캐릭터인지를 말해주었다.
|
||
|
||
“방관자 캐릭터이기 때문이에요. 알다시피 움직이는 순간 모든 상황을 컨트롤하는 인간 같은 게 있으면 스토리 진행이 잘 안되잖아요. 뭐, 너무 방관해서 정작 비중은 없다는 게 문제지만.”
|
||
|
||
“그럼 활약할 때가 있긴 하냐?”
|
||
|
||
“있긴 하죠.”
|
||
|
||
“언제?”
|
||
|
||
“아이린 윈들러가 몰락할 때죠.”
|
||
|
||
“…아.”
|
||
|
||
이한은 새삼스러운 내용 하나를 기억해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
||
|
||
“아이린 윈들러가 원래는 3대 악녀 캐릭터라고 했나?”
|
||
|
||
이한의 되물음에 그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추가적인 설정을 말해주었다.
|
||
|
||
“아이린 윈들러가 악녀 캐릭터가 된 이유는 일단 아카데미 한정으로 최종 보스 같은 거라서 그래요. 원작에서도 갈라하드 공작의 수양딸이 되거든요. 그리고 권력자 집안에 들어간 사람의 행동은 크게 둘로 나뉘는데, 혹시 아시나요?”
|
||
|
||
“찾아온 행운에게 감사하며 노력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고마워할 줄 모르고 삐뚤어지거나.”
|
||
|
||
“잘 아시네요.”
|
||
|
||
“내가 본 만화가 몇 갠데. …그런데 말하는 투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병아리는.”
|
||
|
||
“네에, 원작에선 엄청나게 삐뚤어져요.”
|
||
|
||
그것도 엄청난 수준으로.
|
||
|
||
패악질은 기본이요, 자신 또한 평민 고아로 살았으면서 하층민들을 경멸하고, 기어이 갈라하드의 권력을 이용하여 사교계의 여왕으로 군림한다.
|
||
|
||
더 나아가 왕립 학술원에 들어온 이후론 자기 권력 기반을 다지는 데 노력을 기울일 뿐, 본연의 재능인 마법을 등한시하며 그 재능을 썩히기까지 한다.
|
||
|
||
이후에는….
|
||
|
||
“2학년 시기에 등장할 ‘여주인공’과 대척점에 서게 되고, 여주인공을 돋보이는 역할을 맡게 되죠. 나중엔 말로 하기도 참담한 패악질을 해서 여주인공을 위협하다가 결국 학술원에서 퇴출당하고, 공작에게도 버림 받게 되는 게 본래의 스토리 라인이에요.”
|
||
|
||
“……버림 받을 만하네.”
|
||
|
||
듣고만 있어도 짜증이 팍 난다.
|
||
|
||
흔해빠진 악녀 캐릭터가 아닐 수 없었고, 그 답답이 공작이 충분히 버릴 만도 했다.
|
||
|
||
‘그 양반은 자기 아내를 닮았다고 해서 애정을 주진 않거든.’
|
||
|
||
아마 그 원작이란 것에선 아내를 닮은 아이린 윈들러를 발견하고 수양녀로 삼았겠지만, 악녀가 저지른 패악이 도를 넘자 공작은 그녀를 단칼에 끊어냈으리라.
|
||
|
||
한데도 무려 학술원에서 2학년이 될 때까지 놔두었던 이유를 예측하자면 아마도….
|
||
|
||
‘의심이 돼서 데리고 있었겠지.’
|
||
|
||
이번에 들은 것처럼, 아마 원작의 아이린 윈들러 또한 신전에서 만든 무언가로 의심하고 데리고 있었을 가능성이 십중팔구다.
|
||
|
||
한데 그냥 쓸모도 없고, 패악만 심한 것이라 확신하자마자 가치가 없어진 것일 터.
|
||
|
||
아니나 다를까.
|
||
|
||
“원작 기준으로 ‘금발 머리 여성이 묻힌 이름 없는 무덤이 있다’는 내용이 있긴 해요. 아마 그 무덤이….”
|
||
|
||
“…쯧.”
|
||
|
||
비록 원작의 그 악녀와 현재의 병아리가 별개의 인물임을 알지만, 이한은 어쩐지 씁쓸했다.
|
||
|
||
주문쟁이일지라도 그가 가르친 회원, 아니 생도지 않겠는가.
|
||
|
||
“듣기 좋은 내용은 아니군.”
|
||
|
||
“괘, 괜한 얘기를 드린 걸까요?”
|
||
|
||
“그런 건 아니야. 그냥 마음이 좀 쓰일 뿐이지. 얘기해줘서 고맙다.”
|
||
|
||
“하하…. 그럼 다행이네요.”
|
||
|
||
“…흠, 근데 소심아.”
|
||
|
||
“네에?”
|
||
|
||
“……너 목에 그거 뭐냐?”
|
||
|
||
“예? 아아, 이거요…!”
|
||
|
||
벌레에게 물리기라도 한 것일까, 목에는 발갛게 올라온 물집처럼 보이는 게 있었고, 녀석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
||
|
||
“별건 아니고, 엊그제 같은 학부의 어느 여생도 분이 저한테 초대장 같은 걸 줬는데, 그걸 보고 카린 영애님이 화를 내시더라고요. 그리곤 갑자기 목을 무시더라고요. 이게 참….”
|
||
|
||
“…….”
|
||
|
||
“아파 죽는 줄 알았어요. 왜 그렇게까지 화가 나셨지?”
|
||
|
||
“…그거 영역 표시야, 인마.”
|
||
|
||
“네에? 무슨 표시요?”
|
||
|
||
“……넌 그냥 나가 죽어라, 새꺄.”
|
||
|
||
“???”
|
||
|
||
“…시부럴.”
|
||
|
||
이한은 이 자식을 두들겨 패고 싶었다.
|
||
|
||
* * *
|
||
|
||
이한의 앞마당에는 개집, -하숙방이 하나 마련되어 있었다.
|
||
|
||
집주인이 손수 만든 핸드 메이드 작품이며, 부실 공사 하나 없이 만들어 아마 폭풍우조차 견디지 않을까 싶다.
|
||
|
||
그리고 이런 귀한 집인 만큼 살고 있는 거주자인 조교1호는 눈물마저 글썽거리며 고개를 숙였었다.
|
||
|
||
- 인생 놀 같네 진짜…!
|
||
|
||
아마 이런 좋은 집에 자기가 사는 것이 과분하다 느낀 것이겠지.
|
||
|
||
어쨌든 그런 귀한 하숙 시설은 최근 아홉 개가 더 늘어난 실정이었다.
|
||
|
||
새롭게 하숙을 희망한 인턴들이 생겼기에.
|
||
|
||
이렇다 보니 코고는 숨소리가 많아졌지만, 다행스럽게도 집주인의 귀를 거슬리게 하는 수준은 아닌 바.
|
||
|
||
그렇게 앞마당이긴 해도 나름 집주인과는 독립적인 개별 공간이 아닐까 싶었다.
|
||
|
||
한데.
|
||
|
||
스윽.
|
||
|
||
한 사람이 몸을 일으키며 공간에서 빠져나왔다.
|
||
|
||
서서히 몸을 일으키며 흐느적거리며 걸었고, 대놓고 자신의 인기척을 뿌리고 다니는데도 다른 거주자들은 정신없이 잠들기 바빴다.
|
||
|
||
아무리 피곤할지언정 인턴들이 타인의 인기척 하나 느끼지 못할 리 없을 터이지만, 그들이 인기척을 느끼지 못할 만도 한 것이….
|
||
|
||
사아아아….
|
||
|
||
그것은, 아니 그녀는 발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마치 유령처럼 허공을 유영하는 탓에 인기척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리라.
|
||
|
||
누군가 이 광경을 봤다면 눈을 의심하며 소리부터 질렀겠지만, 안타깝게도 이곳에는 깨어 있는 사람이 없었다.
|
||
|
||
급기야.
|
||
|
||
파앗!
|
||
|
||
그녀의 몸은 문이 아닌 벽을 통과했다.
|
||
|
||
정녕 귀신이라도 되는 걸까?
|
||
|
||
“──하아.”
|
||
|
||
오싹하기 짝이 없는 음험함을 내뿜으며 벽을 통과한 그녀의 눈은 곧장 해먹 위에서 잠이 든 이한을 볼 수 있었다.
|
||
|
||
깊게 잠든 그였고, 그녀는 점차 이한의 몸에 손을 대었다.
|
||
|
||
위협하려고 하는 것일까, 아니면 죽이려고 이러는 것일까?
|
||
|
||
쏴아아아!
|
||
|
||
일순 그녀의 몸에서 뿜어지는 음산한 기운은 이한을 향해 퍼부어졌다.
|
||
|
||
안개와 같은 기운.
|
||
|
||
그 기운은 농염하고도 찐득했고,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홀리는 어떠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
||
|
||
그렇게.
|
||
|
||
“…….”
|
||
|
||
“눈을 떴나요.”
|
||
|
||
“…….”
|
||
|
||
“떴다면 날 봐요. 내가 바로 당신의 주인이니까요.”
|
||
|
||
“…….”
|
||
|
||
그녀는, 주디아 피에르는 평소와 완전히 다른 표정과 목소리에 물들어 있었다.
|
||
|
||
촤악!
|
||
|
||
변한 것은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
||
|
||
분위기도 그러며, 짧은 머리칼도 어느새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칼을 자랑했고, 몸 이곳저곳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
||
|
||
좋게 말하면 건강하고, 나쁘게 말하자면 여성답지 않은 몸이 좀 더 여성스럽고 농염하게 변한 것이다.
|
||
|
||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
||
|
||
“…음귀(陰鬼).”
|
||
|
||
음귀, 혹은 서큐버스라고도 불리는 신비종족의 종족명이 연상되게 했고, 주디아 피에르는 유혹적인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
||
|
||
“아니에요, 저는 몽마(夢魔)예요. 그런 저급한 생명체가 아니랍니다. 그러니 절 받아들여요. 당신에게 행복을 선사할 테니.”
|
||
|
||
“…….”
|
||
|
||
“어서요. 당신이 저의 하인이 된다면 얼마든지 행복감을….”
|
||
|
||
“다 떠들었냐?”
|
||
|
||
“……왜 안 통하지?”
|
||
|
||
“야, 묻잖아.”
|
||
|
||
“아, 아니 토, 통해야 하는데? 왜…. 혹시 남성성에 문제라도…?”
|
||
|
||
“……이 싸가지 없는 년이!”
|
||
|
||
빠아아악!!
|
||
|
||
“아아아악!!”
|
||
|
||
주디아 피에르의 두개골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
|
||
|
||
실제론 깨지지 않았으나, 그 정도로 둔탁한 소리가 났고, 그녀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
||
|
||
어마어마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고, 몽마의 육체로도 견딜 수 없는 통증이 몰려온다.
|
||
|
||
그러나 그녀가 아파하건 말건.
|
||
|
||
“이년이! 사람 가슴에 대못질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안 그래도 상태창 새끼가 염장질 하고 갔는데…!!!”
|
||
|
||
이한은 ‘극대노’했다.
|
||
|
||
감히 그의 역린을 건드린 계집애가 있고, 싸가지조차 없으며 불법 침입까지 했다.
|
||
|
||
이건 이제 정당방위였다.
|
||
|
||
“넌 오늘 잘 생각하지 마라!”
|
||
|
||
“…네에?”
|
||
|
||
이한은 방 한 구석에 새워진 거대한 도끼를 들었다.
|
||
|
||
그러며.
|
||
|
||
“도끼로도 사람 팰 수 있는 거 아냐?”
|
||
|
||
“아, 아니요?”
|
||
|
||
“그럼 보여줄게. 날 새도록 맞다 보면 알겠지.”
|
||
|
||
“!!!”
|
||
|
||
그날 밤, 이한은 자신이 한 말을 지켰다.
|
||
|
||
도끼로 사람을 죽이지 않고 패는 다양한 방식을 보여줬고, 정말 날이 새도록 때린 것이었다.
|
||
|
||
장장 7시간.
|
||
|
||
주디아 피에르가 맞은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