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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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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생도들을 향해 기운 빠진 표정으로 말했다.

“본 교관이 학술원을 그만두게 된다면 도피 생활 중이라고 알아두면 된다.”

“도피?”

“어디 아프세요?”

“교관님-?”

“그냥 그렇게 알아두도록.”

“???”

“…….”

갈라하드에서 그 난리를 떤 지 이틀이 지났고, 슬슬 약간의 위기감도 든다.

사람이란 후회하는 동물이라 하였었나?

과거의 자신이 친 사고를 되새기며 현재의 자신이 고통스러워하는 순환 구조.

이한은 이틀 내내 갈라하드의 병사들에게 쫓기고 공작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칼을 들이미는 악몽 비스름한 것을 꾸는 중이었다.

‘어디로 도망칠까…?

최근 들어 망명도 선택지로 둘 따름.

술탄이 다스린다는 사막과 초원의 왕국이 덥기는 하지만, 살기는 그렇게 좋다던데….

‘아니다, 더운 건 좀 별로지.

그럼 그냥 계곡과 바다가 있는 시골 동네로 가서 은거생활을 할까?

‘그건 또 별로고.

살아도 시골 생활은 좀 아니다 싶었다.

가능하면 인프라 갖춰진 도시에서 살면 살았지.

생긴 건 어디서든 생존할 것처럼 생겼어도, 나름 도시인인 그였다.

“어휴.”

“교관,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기운 내라. 쿤타가 위로한다.”

“생긴 거랑 다르게 나름 섬세한 면이 있구나, 너?”

“…다른 사람은 몰라도 교관한테 그런 말 듣기 싫다.”

“내가 어때서?”

“교관은 바바리안보다 더 바바리안처럼 생겼지 않나.”

“욕이냐 칭찬이냐?”

“???”

“…네가 말한 걸 왜 본인이 이해를 못 하냐?”

이놈 때문이라도 수업에 독서시간이라도 끼워 넣어야 하나 싶다.

아무리 검 쓰는 놈들이 근육뇌라고 불릴지언정, 어느 정도 지식은 필요한 게 맞으니까.

어쩌다 보니 덩치 녀석 덕분에 공작가에 대한 걱정은 잊고 앞으로 수업 방향성을 고심하게 되는 이한이었다.

맡은 바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버릇이 이럴 때 도움이 되는 듯했다.

그러던 중.

“그러고 보니 좀 있으면 무도회 시즌이겠네요.”

“아, 잊고 있었네요.”

“어, 어쩌죠, 아직 파트너를 못 구했는데….”

최근 가르쳐준 유도 기술을 연습 중인 병아리들이 소란스러워졌다.

무도회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였다.

“무도회?”

“네에, 2학기부터 본격적으로 무도회 시즌이거든요. 특히 학술원을 다니는 이들은 모두 참여하는 학술원 무도회가 얼마 지나지 않아 열려서요.”

“그런 것도 있구나.”

“왕립 학술원에 다니는 이들은 모두 좋건 싫건 사교계에 모습을 비춰야 하니까요. 사교계에 모습을 비추지 않는다는 건 상류 사회에서 배제된다는 걸 뜻하니, 필수적인 행사라 할 수 있죠.”

“흠.”

“후후, 교관님, 지금 무도회나 사교계 같은 건 쓸데없다 생각했죠?”

“아,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병아리 녀석들 생각보다 날카롭다.

이런 걸 보고 소위 여자의 감이라고 하는 것일까?

‘내 표정이 그렇게 읽기 쉽나?

어째 만나는 사람마다 표정이 다 읽히는 것 같다.

“으음, 일단 미안하다. 그래도 쓸데없다고 여긴 건 아니야. 그냥 나랑은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 행사라 그런 거야. 너희를 무시할 생각은 아니었어.”

“우후후, 저도 알아요. 교관님이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걸.”

병아리의 희미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발언이었고, 뒤이어 다른 병아리들도 동의하는 기색을 보였다.

“교관님은 그런 점이 좋아요. 저희가 어리고 지위가 낮아도 사과해주는 거.”

“맞아요, 다른 영식들이나 기사들 중엔 자존심만 세서 사과는커녕 오히려 성질부터 내시는 분들도 있잖아요.”

“그뿐이면 다행이게요? 폭력도 쓰는 사람도 있죠, 글쎄 저번에 보니까 프랑드 경이….”

“세상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역시 생긴 대로 논다고, 곱상하기만 하지 못돼먹었네요.”

“아쉬운 일이네요. 제 앞에 그자가 있었다면 교관님에게 배운 기술을 시험해 볼 찬스일 텐데.”

“그러니까요!”

“……나 이제 가도 될까?”

역시 소녀들의 대화에 끼어들면 안 된다는 걸까.

어느 순간 그 존재감이 잊힌 느낌이 들었으며, 이한은 도망가고 싶어졌다.

“후후, 단순히 요약하자면 사부님이 상냥한 분이란 거죠.”

“…난 무도회에 대해 물어봤는데 결론은 왜 그렇게 될까?”

어느새 다가온 푸른 곰순이의 상냥함이 들려왔고, 이한은 교훈을 얻었다.

‘여자 애들 대화하는 데는 가급적 끼어들지 말자.

앞으로 이한의 인생에서 두고두고 쓰일 교훈이었다.

“…….”

…붉은 머리의 여성, 주비아 피에르는 여성 생도들과 기사가 잘 어우러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여전히 생각을 읽을 수 없는 무표정이었으나, 만약 어느 상냥하고도 지혜로운 노신부가 있었다면 그녀의 표정을 어느 정도 읽어냈을 터였다.

그 표정은 다름 아닌.

“…광명이시여, 저는 어찌 살아가야 하는 겁니까-.”

‘부러움’이었다.


이한은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어느 협력자에게 말해주었고, 협력자는 얘기를 듣자마자.

“고, 공작님에게 불려갔다고요?!”

대경실색하며 까무러치기 일보직전이었다.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이냐?”

가끔씩 대범할 때가 있긴 한데, 천성이 소심해서 그런지 별것도 아닌 일로 이렇게 놀라는 반응을 보이는 태창이었다.

허나 정작 놀란 이가 반박하길.

“아니, 어떻게 이걸 안 놀랄 수가 있어요?! 그보다 교관님 블레이크 공작님이랑 안면이 있었어요? 그 와-?”

“…그건 또 무슨 설정이냐?”

“마검의 블레이크 공작. 오러 유저와 맞먹는 힘을 가진 사람 중 하나지요. 본신의 무력도 무력이지만, 마검을 들었을 때 무력은 그야말로 천재지변급, …국가 하나를 없애는 것도 가능한 인물인 거죠.”

“혹시…. 그 양반도 중요한 캐릭터냐?”

“이벤트성 보스 같은 거긴 해요. 다만 라이오넬 대공과 마찬가지로 잡으라고 만든 보스캐가 아니긴 하죠.”

“…그럼 왜 만든 건데?”

“원래 기획팀이 일하다가 가끔 미쳐가지고 말도 안 되는 이스터 에그를 넣을 때가 있거든요. 솔직히 원작에선 거의 활약이 없는데, 기획팀이 이거다 싶었는지 넣었더라고요.”

“그 양반이 활약이 없다고…?”

이한이 본 공작은 세상에 무심한 사람은 아니었다.

도리어 더할 나위 없이 현명하고 우수한 양반이었지.

한데 아무런 활약도 없는 인물이란 말에 의아하였고, 그러한 반응에 태창이는 동의하며 공작이 왜 아무것도 안 하는 캐릭터인지를 말해주었다.

“방관자 캐릭터이기 때문이에요. 알다시피 움직이는 순간 모든 상황을 컨트롤하는 인간 같은 게 있으면 스토리 진행이 잘 안되잖아요. 뭐, 너무 방관해서 정작 비중은 없다는 게 문제지만.”

“그럼 활약할 때가 있긴 하냐?”

“있긴 하죠.”

“언제?”

“아이린 윈들러가 몰락할 때죠.”

“…아.”

이한은 새삼스러운 내용 하나를 기억해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이린 윈들러가 원래는 3대 악녀 캐릭터라고 했나?”

이한의 되물음에 그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추가적인 설정을 말해주었다.

“아이린 윈들러가 악녀 캐릭터가 된 이유는 일단 아카데미 한정으로 최종 보스 같은 거라서 그래요. 원작에서도 갈라하드 공작의 수양딸이 되거든요. 그리고 권력자 집안에 들어간 사람의 행동은 크게 둘로 나뉘는데, 혹시 아시나요?”

“찾아온 행운에게 감사하며 노력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고마워할 줄 모르고 삐뚤어지거나.”

“잘 아시네요.”

“내가 본 만화가 몇 갠데. …그런데 말하는 투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병아리는.”

“네에, 원작에선 엄청나게 삐뚤어져요.”

그것도 엄청난 수준으로.

패악질은 기본이요, 자신 또한 평민 고아로 살았으면서 하층민들을 경멸하고, 기어이 갈라하드의 권력을 이용하여 사교계의 여왕으로 군림한다.

더 나아가 왕립 학술원에 들어온 이후론 자기 권력 기반을 다지는 데 노력을 기울일 뿐, 본연의 재능인 마법을 등한시하며 그 재능을 썩히기까지 한다.

이후에는….

“2학년 시기에 등장할 ‘여주인공’과 대척점에 서게 되고, 여주인공을 돋보이는 역할을 맡게 되죠. 나중엔 말로 하기도 참담한 패악질을 해서 여주인공을 위협하다가 결국 학술원에서 퇴출당하고, 공작에게도 버림 받게 되는 게 본래의 스토리 라인이에요.”

“……버림 받을 만하네.”

듣고만 있어도 짜증이 팍 난다.

흔해빠진 악녀 캐릭터가 아닐 수 없었고, 그 답답이 공작이 충분히 버릴 만도 했다.

‘그 양반은 자기 아내를 닮았다고 해서 애정을 주진 않거든.

아마 그 원작이란 것에선 아내를 닮은 아이린 윈들러를 발견하고 수양녀로 삼았겠지만, 악녀가 저지른 패악이 도를 넘자 공작은 그녀를 단칼에 끊어냈으리라.

한데도 무려 학술원에서 2학년이 될 때까지 놔두었던 이유를 예측하자면 아마도….

‘의심이 돼서 데리고 있었겠지.

이번에 들은 것처럼, 아마 원작의 아이린 윈들러 또한 신전에서 만든 무언가로 의심하고 데리고 있었을 가능성이 십중팔구다.

한데 그냥 쓸모도 없고, 패악만 심한 것이라 확신하자마자 가치가 없어진 것일 터.

아니나 다를까.

“원작 기준으로 ‘금발 머리 여성이 묻힌 이름 없는 무덤이 있다’는 내용이 있긴 해요. 아마 그 무덤이….”

“…쯧.”

비록 원작의 그 악녀와 현재의 병아리가 별개의 인물임을 알지만, 이한은 어쩐지 씁쓸했다.

주문쟁이일지라도 그가 가르친 회원, 아니 생도지 않겠는가.

“듣기 좋은 내용은 아니군.”

“괘, 괜한 얘기를 드린 걸까요?”

“그런 건 아니야. 그냥 마음이 좀 쓰일 뿐이지. 얘기해줘서 고맙다.”

“하하…. 그럼 다행이네요.”

“…흠, 근데 소심아.”

“네에?”

“……너 목에 그거 뭐냐?”

“예? 아아, 이거요…!”

벌레에게 물리기라도 한 것일까, 목에는 발갛게 올라온 물집처럼 보이는 게 있었고, 녀석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별건 아니고, 엊그제 같은 학부의 어느 여생도 분이 저한테 초대장 같은 걸 줬는데, 그걸 보고 카린 영애님이 화를 내시더라고요. 그리곤 갑자기 목을 무시더라고요. 이게 참….”

“…….”

“아파 죽는 줄 알았어요. 왜 그렇게까지 화가 나셨지?”

“…그거 영역 표시야, 인마.”

“네에? 무슨 표시요?”

“……넌 그냥 나가 죽어라, 새꺄.”

“???”

“…시부럴.”

이한은 이 자식을 두들겨 패고 싶었다.


이한의 앞마당에는 개집, -하숙방이 하나 마련되어 있었다.

집주인이 손수 만든 핸드 메이드 작품이며, 부실 공사 하나 없이 만들어 아마 폭풍우조차 견디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런 귀한 집인 만큼 살고 있는 거주자인 조교1호는 눈물마저 글썽거리며 고개를 숙였었다.

  • 인생 놀 같네 진짜…!

아마 이런 좋은 집에 자기가 사는 것이 과분하다 느낀 것이겠지.

어쨌든 그런 귀한 하숙 시설은 최근 아홉 개가 더 늘어난 실정이었다.

새롭게 하숙을 희망한 인턴들이 생겼기에.

이렇다 보니 코고는 숨소리가 많아졌지만, 다행스럽게도 집주인의 귀를 거슬리게 하는 수준은 아닌 바.

그렇게 앞마당이긴 해도 나름 집주인과는 독립적인 개별 공간이 아닐까 싶었다.

한데.

스윽.

한 사람이 몸을 일으키며 공간에서 빠져나왔다.

서서히 몸을 일으키며 흐느적거리며 걸었고, 대놓고 자신의 인기척을 뿌리고 다니는데도 다른 거주자들은 정신없이 잠들기 바빴다.

아무리 피곤할지언정 인턴들이 타인의 인기척 하나 느끼지 못할 리 없을 터이지만, 그들이 인기척을 느끼지 못할 만도 한 것이….

사아아아….

그것은, 아니 그녀는 발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마치 유령처럼 허공을 유영하는 탓에 인기척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리라.

누군가 이 광경을 봤다면 눈을 의심하며 소리부터 질렀겠지만, 안타깝게도 이곳에는 깨어 있는 사람이 없었다.

급기야.

파앗!

그녀의 몸은 문이 아닌 벽을 통과했다.

정녕 귀신이라도 되는 걸까?

“──하아.”

오싹하기 짝이 없는 음험함을 내뿜으며 벽을 통과한 그녀의 눈은 곧장 해먹 위에서 잠이 든 이한을 볼 수 있었다.

깊게 잠든 그였고, 그녀는 점차 이한의 몸에 손을 대었다.

위협하려고 하는 것일까, 아니면 죽이려고 이러는 것일까?

쏴아아아!

일순 그녀의 몸에서 뿜어지는 음산한 기운은 이한을 향해 퍼부어졌다.

안개와 같은 기운.

그 기운은 농염하고도 찐득했고,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홀리는 어떠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그렇게.

“…….”

“눈을 떴나요.”

“…….”

“떴다면 날 봐요. 내가 바로 당신의 주인이니까요.”

“…….”

그녀는, 주디아 피에르는 평소와 완전히 다른 표정과 목소리에 물들어 있었다.

촤악!

변한 것은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분위기도 그러며, 짧은 머리칼도 어느새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칼을 자랑했고, 몸 이곳저곳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좋게 말하면 건강하고, 나쁘게 말하자면 여성답지 않은 몸이 좀 더 여성스럽고 농염하게 변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음귀(陰鬼).”

음귀, 혹은 서큐버스라고도 불리는 신비종족의 종족명이 연상되게 했고, 주디아 피에르는 유혹적인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저는 몽마(夢魔)예요. 그런 저급한 생명체가 아니랍니다. 그러니 절 받아들여요. 당신에게 행복을 선사할 테니.”

“…….”

“어서요. 당신이 저의 하인이 된다면 얼마든지 행복감을….”

“다 떠들었냐?”

“……왜 안 통하지?”

“야, 묻잖아.”

“아, 아니 토, 통해야 하는데? 왜…. 혹시 남성성에 문제라도…?”

“……이 싸가지 없는 년이!”

빠아아악!!

“아아아악!!”

주디아 피에르의 두개골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

실제론 깨지지 않았으나, 그 정도로 둔탁한 소리가 났고, 그녀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어마어마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고, 몽마의 육체로도 견딜 수 없는 통증이 몰려온다.

그러나 그녀가 아파하건 말건.

“이년이! 사람 가슴에 대못질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안 그래도 상태창 새끼가 염장질 하고 갔는데…!!!”

이한은 ‘극대노’했다.

감히 그의 역린을 건드린 계집애가 있고, 싸가지조차 없으며 불법 침입까지 했다.

이건 이제 정당방위였다.

“넌 오늘 잘 생각하지 마라!”

“…네에?”

이한은 방 한 구석에 새워진 거대한 도끼를 들었다.

그러며.

“도끼로도 사람 팰 수 있는 거 아냐?”

“아, 아니요?”

“그럼 보여줄게. 날 새도록 맞다 보면 알겠지.”

“!!!”

그날 밤, 이한은 자신이 한 말을 지켰다.

도끼로 사람을 죽이지 않고 패는 다양한 방식을 보여줬고, 정말 날이 새도록 때린 것이었다.

장장 7시간.

주디아 피에르가 맞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