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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낚시를 해본 적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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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과 현생을 통틀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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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취미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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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란 생각보다 비싼 취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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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대는 물론이요 다른 여타의 장비도 상당히 비쌀뿐더러, 배를 빌리는 것도 돈이고, 기름 값도 만만치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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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이한에게 낚시는 고급 취미였고, 이 세상에 와서도 그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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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오히려 이 세상에서 낚시는 더욱 비싼 취미가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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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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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게 전용 낚시터…. 아니, 전용 양식장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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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일반적인 강이나 호수에서 낚시 같은 걸 하다간 마물화한 물고기한테 공격당하거나 잡아먹히는 수가 있으니까요. 그래선지 귀족들은 자신만의 양식장을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웬만한 자산가가 아니면 이런 건 만들지 못한대요, 관리비며 유지비며, 그리고 조성하는 비용까지 하나같이 천문학적이라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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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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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가 그렇게 재밌나? 양식장까지 만들어서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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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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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하면서도 어안이 벙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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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정한 돈지랄이 아닐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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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해수(海水)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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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후각이 예민하지 않더라도 일반인조차 알 수밖에 없는 바다의 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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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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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걸 설마 돔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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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살법한 어류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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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돔과 흑돔과 같은 어류들, 거기다 오징어와 문어, 심지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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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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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상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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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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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마저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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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이 거대한 호수가 인공적으로 조성된 ‘바다’임을 깨달으며 기가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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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장담하는데 이런 인공 바다는 여기밖에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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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다른 귀족들도 양식장을 만들어놓았다고 한들, 여기와 비견할 수는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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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적인 바다도 바다지만, 살고 있는 어종들도 심상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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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바다에서 직접 공수한 것을 풀어놓은 것도 제법 많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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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가 실시간으로 녹는다, 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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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사 바다를 구축해 놓은 양식장을 유지하기 위해선 금화가 초단위로 녹을 것이란 생각에 이한은 벌써부터 질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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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아직 질릴 거리가 더욱 남았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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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셨습니까,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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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엘자 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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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장, 아니 낚시터에는 무수한 숫자의 사용인들이 줄지어 대기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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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와 하인들이 못해도 백 명은 넘어 보였으며, 간간이 기사와 병사들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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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보았던 고급 크루즈 여행을 책임지는 승무원들을 모두 합친 숫자와 맞먹었지만, 저들 모두가 오로지 단 한 사람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것을 생각했을 때 충분히 놀랄 일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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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오늘은 사용인 숫자가 좀 적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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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께선 쓸데없이 많은 이들이 움직이는 걸 싫어하시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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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한번 움직일 때마다 2,3백 명씩 움직이는 건 좀 그렇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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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하의 위상을 생각했을 때 그 2배는 더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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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그건 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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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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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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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까, 이 미친 대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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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어쩐지 병아리가 낯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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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그냥 평범한 옆집 이웃에 불과했는데, 뜬금 자가용이라며 개인 비행기를 부르는 걸 목도한 기분이라고 하면 이해가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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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느끼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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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참 불공평하다 싶어 이한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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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용인 수십 명을 지나치고 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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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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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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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이 있는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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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보고 싶지 않았던, 50대라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젊고도 잘생긴 외모를 유지 중인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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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겉모습만 저럴 뿐, 속에는 능구렁이 수백 마리는 더 키우고 있을 노회한 정치가이자 왕국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권력자가 바로 저 사내였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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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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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만에 보는군, 기사 이한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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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스럽게 왜 직접 나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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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초대한 당사자가 이 정도 정성은 보여야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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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성 때문에 쟤들이 절 엄청 노려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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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이 과하여서 그렇다. 자네가 이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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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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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을 친절히 맞이해주었고, 이한은 드물게 식은땀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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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고 싶어도 전신이 다 따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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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이 맞이해주는 순간부터 강렬한 기세를 내뿜는 백 명의 병사들과 기사단을 맞이하며 이한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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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튀는 게 현명한 게 아닐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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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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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크 비비안 드 갈라하드 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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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의 단 한 명뿐인 공작, 왕국 제일의 검객, 역대 최고의 마검 계승자, 가장 위대한 갈라하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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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수식어가 즐비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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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들의 귀족이자, 그와 대화를 한 번 섞을 수 있다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소문마저 있을 따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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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놈들은 이 양반이랑 대화 한 번 하려고 가산마저 탕진한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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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 않게 알게 된 소문 하나를 떠올리며 이한은 볼을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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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이 진실이건 아니건, 이토록 대단한 거물과 본의 아니게 마주하는 상황이 영 껄끄럽기 짝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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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일지도 몰라도, 그에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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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집 가서 그냥 밥 먹고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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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귀찮은 시간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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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불경한 생각을 하는 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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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씀이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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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은 하지 말게. 자네는 표정 읽기가 단순하다 못해 훤히 드러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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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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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상한 헛생각을 하고 있군. 마음을 읽는 능력 따윈 없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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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독심술 익히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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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 그런 게 있으면 참으로 좋겠군. 다만 안타깝게도 그대의 표정이 무척이나 읽기 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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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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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자신이 만나는 사람마다 저 얘기를 자주 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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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 읽기가 쉽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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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이라도 쓰고 다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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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의 말대로 헛생각이 이어지려고 할 즈음, 공작은 그를 손수 안내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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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앉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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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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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이 왜 직접 안내해주나 하는 의문이 앞서기도 전에 이한은 호화로운 낚시를 목도하며 눈을 끔뻑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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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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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 아니 해남들이 해산물을 낚아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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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개나 조개류, 새우와 같은 갑각류 생물들이 올라오는 중이었으며, 낚싯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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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놈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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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칠을 한, 아니 진짜 금으로 만든 낚싯대가 거대한 참치 한 마리를 잡아들이는 말도 안 되는 광경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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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노인이 이 광경을 봤다면 억울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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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에서 참치를 잡기 위한 노인의 사투를 인상적이게 본 이한은 참치를 양식장 낚시터에서 잡아들이는 것이 마냥 황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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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참치가 사는 강이 이 세상에 어디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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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나(Tuna)로군. 먹어본 적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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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 번 정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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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내륙에서 먹기 힘든 것일 텐데, 경험이 있다라, 다행이군. 그럼 먹는 데 거부감이 없겠어.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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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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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해서 가지고 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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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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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kg은 거뜬히 넘어가는 참치(Tuna)를 한 손으로 든 채 건네니 집사라 불린 노인 또한 한 손으로 잡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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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평범한 집사가 아닌, 투기법을 상당한 수준으로 익힌 기사 출신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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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집사의 실력은 놀랍지도 않은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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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가 투기법을 익힌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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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사용인들 모두가 만만치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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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부터 시종, 그리고 잡다한 일들을 하는 모두에게서 상당한 기세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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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해도 준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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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병인 병사들의 경우는 아예 일당백이나 다름없었고, 당장 어느 지방에 가도 기사 서임을 받는 건 어렵지 않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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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기사들의 경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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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혈수리에서도 상위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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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스탄의 독수리들 중에서도 상위권에 있는 놈들과 맞먹는 놈들밖에 없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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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부기사단장이나 기사단장이 될 인재들이 넘친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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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백은사자니 하는 것들은 그냥 백색 고양이로 만들어 버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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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레벨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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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창이 식으로 표현하자면 백은사자를 비롯한 왕실의 평균 전력은 가까스로 Lv.4인데, 갈라하드의 평균 전력은 Lv.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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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창이 왈. 레벨 하나의 차이는 참새와 독수리만큼의 차이가 있다 했고, 그 말이 사실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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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타르 아재가 없었으면 왕실은 진작 먹혔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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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의 이름은 언제라도 팬드래건에서 갈라하드로 바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이한은 왜 그 누님이 갈라하드에 대한 경계심을 그토록 드러냈는지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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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한 세력인데, 왕족 입장에선 아무렴 우려스러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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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답지 않게 놀라운 경험이 연이어 이어지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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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나왔군, 들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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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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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륙에서 먹기 힘든 미식이라네. 먹어두는 것이 좋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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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을 것 같긴 한데, 자리가 상당히 부담스러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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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음직스러운 참치와 여러 해산물로 만든 카르파초와 세비체 등이 한가득 나왔음에도 이한은 입맛이 감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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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만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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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게. 충성심이 과도해서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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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이 친절함을 보일 때마다 그에게 적개심을 드러내는 공작가의 사용인들이었고, 이런 상황에서 밥이 퍽이나 잘 넘어가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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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잘도 밥이 넘어가겠습니다. …어, 잘 넘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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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능청스럽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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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공작이 차려준 식사는 아주 맛있었고, 이한은 저들이 적개심을 드러내건 말건 아주 맛있게 회를 먹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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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참치가 이런 맛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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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그가 먹어본 참치는 무한 리필 참치밖에 없었고, 이런 생참치를 먹어보는 건 인생에서 처음인지라 그는 정신없이 회를 먹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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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의 앞에서 이토록 마음 놓고 게걸스럽게 회를 먹는 것이 누군가는 창피하다고 말할 만도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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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관님, 참 복스럽게 복는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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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깨작깨작 먹으면 안 되는 거야. 저렇게 잘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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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콩깍지가 제대로 씐 마법사 병아리와 유령 소녀는 마냥 그가 잘 먹는 모습이 보기 좋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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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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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입니다.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해드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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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는 이미 다 됐고, 그냥 케이크나 좀 더 주시죠. 그거 맛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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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신다면 가실 때 싸드립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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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더 좋고요. 고맙습니다, 집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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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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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스러운 그의 발언에 집사로 보이는 노인은 당황하면서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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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스러운데도 예의는 잘 차려서 그런지 밉상은 아닌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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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어른들한테 예쁨 받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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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는 거의 입을 대지 않은 블레이크 공작은 감탄하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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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20인분 가량의 해산물을 먹어치웠는데도 케이크와 과일마저 챙겨먹는 것이 보통 신기한 게 아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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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원래 입맛이 까다로워서 남이 해준 음식은 잘 안 먹는데, 공작가 음식은 입맛에 잘 맞네요. 요리사 솜씨가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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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방장이 들으면 기뻐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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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숨도 안 쉬고 거짓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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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원래 뭐든 잘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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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로도 살고 용병과 병사로도 살았는데 입맛이 까다로울 일이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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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맛있다는 말만큼은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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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가장 훌륭한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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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시절을 합하여서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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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돈과 권력만 있으면 시대가 어떻든 간에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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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의 지갑사정으론 다신 먹지 못할 고급스러운 런치 식사가 아닐까 싶었고, 이한은 이토록 융숭한 대접을 받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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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뭘 요구하시려고 저한테 이토록 잘 대해주십니까, 공작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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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의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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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본론으로 들어가기를 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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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고 자시고 간에, 공작님이 아무 이유 없이 저한테 호의를 베푸실 리는 없지 않습니까. 부담스럽게 왜 이런 고급 식사를 대접해주는지 도통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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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그대가 마음에 들어 내가 식사를 대접할 수도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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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그건 아니죠. 단순히 그런 이유로 공작님이 저를 부를 리가 절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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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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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내가 잘 아는 권력자들이랑 공작님이 비슷한 부류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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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지게 날 평가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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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대해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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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어깨를 으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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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식사를 대접한 사람에게 무례를 저지를 정도로 그가 막돼먹은 놈은 아니지만, 지금은 좀 무례하게 나가도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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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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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들은 자기가 원하는 게 있으면 친절하게 나오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공작님은 지금 저한테 원하시는 게 있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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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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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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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오늘은 그가 ‘을’이 아니라 ‘갑’이 된 것 같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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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생긴 거랑 다르게 눈치가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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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긴 게 어때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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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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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 물어본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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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확실히 급하긴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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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크 공작은 자신의 태도를 반성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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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가 날 정도로 본인의 몸이 달아올랐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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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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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네, 요구하고 싶은 것이 세 가지 있다네. 다만 나머지 두 개는 그다지 들어주지 않아도 좋지만, 한 가지 요구만은 반드시 들어주었으면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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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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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라고 했었나, 자네가 데리고 있는 그 어린 이단 심문관 계집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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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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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계집아이를, 나에게 넘겼으면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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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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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눈으로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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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님, 자기 발언을 좀 되새겨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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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무엇이 이상하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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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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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만 보면 범죄자 발언임을 모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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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황당했으나, 순간 그의 눈을 마주했고 그제야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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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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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반도 눈이 좀 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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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둥이도 그렇고, 이 양반도 그렇고, 어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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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죽여 버리겠다는 발언을 다 스윗하게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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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으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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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이 그것도 팔자 한번 사납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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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도 인기가 있다고 봐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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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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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날법한 삼각관계가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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