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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 보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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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한이 왜 이단 의심을 받으며 이단 심문관에게 노려진 것인지를 노신부에게 전달받은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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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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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 노리는 추기경이랑 고위 사제 명단 있지? 그거 나한테 줄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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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는 것은 상관없으나, 어찌 그것을 필요로 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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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가서 조져야지. …대화로 풀 마음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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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허, 뒷말은 거짓말이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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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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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암살자 노릇을 해볼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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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그를 노리는 윗대가리만 어떻게든 처단한다면 신전도 더는 그를 노리지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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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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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신의 역량만 잘 발휘한다면 이 세상에서 ‘무영신투의 재림’마저 노려볼법한 그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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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리스탄이야 정면에서 상대할 이유와 가치가 있었지만, 신전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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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나 모기를 죽인다고 하여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이한은 신전의 고위직들 또한 같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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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죽인다고 하여 손을 더럽힌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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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당당히 그들의 처단을 입에 담았고, 그러한 말에 노신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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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의견은 아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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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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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을 내뱉었고, 이한은 도리어 황당해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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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하겠다고 한 거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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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허, 광명의 이름을 팔아 호가호위하는 악종들을 용서할 정도로 제 수양은 깊지 않습니다. 때때로 과격한 수단은 필요한 법이지요. 걱정은 마십시오, 설사 형제님께서 죄를 지었다고 해도 그 죄는 제가 모두 끌어안고 지옥에 가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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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그런 걸 원한 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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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보면 자기보다 한 술 더 뜨는 양반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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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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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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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을 처단하는 것이 답은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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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말해, 듣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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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합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런 겁니다. 형제님의 말을 예시로 들자면, 해충이란 것은 잡고 또 잡아도 계속 나오는 법이지요. 마치 한 마리 개미가 발견된다면 이미 집안 이곳저곳에 개미들이 흩어져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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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놈들을 잡아봤자 다시 새로운 해충이 생겨날 거다, 이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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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가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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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 중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워먹는다는 얘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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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 때문에 큰일을 그르치게 된다는 뜻이지만, 한편으론 이렇게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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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충을 모조리 박멸하려면 집 전체를 태울 각오를 해야 한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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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을 거면 뿌리까지 뽑아야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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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신전의 고위직을 잡는다면 분명 당장은 속도 시원하고 일도 해결되겠지만, 아마 신전 측에선 귀찮게 구는 이들이 계속 나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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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신전은 자신을 주목하기 시작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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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해충들이 나와 자신의 귓가를 거슬리게 맴돌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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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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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이단심문회 소속 심문관은 포기를 모릅니다. 점점 실력자들이 형제님을 덮칠 테지요. 특히 특급 심문관 등으로 불리는 이들이 나타난다면 아무리 형제님이라고 해도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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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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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함보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것입니다. 아마 형제님이 아닌 그 주변을 노릴 우려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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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땐 신전이랑 나랑은 같은 하늘 아래서 못 사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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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이란 세력이 만만치 않지만, 단독으로 움직인다면 이한은 10년이 걸릴지언정 신전마저 무너트릴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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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교만이 아닌 자신감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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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당하고도 못 살며, 당한 것의 열 배, 아니 천 배를 되돌려주어야 속이 시원한 속 좁은 놈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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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비극이지요. 형제님에게도 신전에게도 말입니다. 하니, 제가 봤을 때 잠시 시간을 들여 일을 진행하는 게 어떠할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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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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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준다고 하여 해결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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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의문이었고, 라파엘은 망설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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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입니다. 저 또한 그냥 놀고 있던 것은 아닙니다. 다행스럽게도 저 같은 보잘것없는 늙은이를 도와주는 형제들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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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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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무슨 말인지 단번에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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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신부는 신전에 복귀한 이후 차츰차츰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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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추기경이자 신전 최고 어른이며, 성인 후보까지 오른 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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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이 세력을 형성한다면 아마 협력할 이들의 면면 또한 만만치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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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에게 협력하는 이들이 모인다면 그땐 저 또한 제 생애 마지막 임무를 수행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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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혁이라도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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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요하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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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쉽지 않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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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을 살리는 것보다 신왕조를 세우는 게 더 쉽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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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으로선 노신부가 자신보다 더욱 무모한 짓을 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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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는 해야 한다면, 제가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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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상하게 답변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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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았어, 일단 암살은 차선으로 놔둬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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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합니다, 형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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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슬슬 귀찮아질 것 같다면 그땐 ‘차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 이건 알아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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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허, 물론입니다. 그래도 걱정은 마십시오. 제가 이단심문소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그들이나 심문관이나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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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한차례 습격이 실패한 상황인 데다, 노신부가 직접 주시하는 현황에서 움직일 정도로 고위 사제들이 멍청하진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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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신전이 대놓고 부패했다 광고하는 격이며, 라파엘의 영향력을 올리는 빌미밖에 되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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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권력욕 강한 놈들이 절대 자기 권력 빼앗길 빌미를 안 만드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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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허, 형제님께선 권력자들의 심리를 잘 아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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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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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 중 권력의 화신 같은 누님이 있기에 가능한 추론이었고, 이한과 노신부가 그렇게 합의를 보려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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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이것들은 어떻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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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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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신부가 처음으로 난감한 기색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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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에게 사로잡힌 11명의 이단 심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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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어찌 처리해야 할지를 아직도 결정하지 못한 상태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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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고뇌하는 노신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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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 이들 중 저 두 명은 제가 데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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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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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에게 처음 놀 같은 소리를 내뱉은 사제와 심문관들을 지휘하던 것으로 보이던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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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신부는 정확히 그 둘을 집었고, 데리고 가는 이유를 물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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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위 신관들의 양자들입니다. 아마 이번 일을 주도한 이들은 이 둘일 테지요. 데리고 있다면 고위 신관들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 아마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정보는 그들한테도 치명적인 게 상당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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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노신부. 착하긴 하나 정치를 아예 모르진 않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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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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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전도 혈연이 최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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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덕일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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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나오는 가관인 현장에서 어처구니가 없는 그였으며, 노신부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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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도 남은 아홉 명의 처우를 어찌할까 싶던 노신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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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 저들은 형제님께서 알아서 하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변명을 하자면 저 형제들은 상관의 명령을 들었을 뿐이란 겁니다, 하니 부디 자비를 베푸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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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 하직해도 상관없다 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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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허, 결국 살았지 않습니까? 그럼 자비를 맛볼 기회는 있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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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 편리한 자비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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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대충 대꾸하며 잠시 남은 아홉 떨거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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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몸부림치는 놈들을 비롯하여 붉은 머리 남장 여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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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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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조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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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네에, 교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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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후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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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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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는 남은 기간 동안 너만 철저하게 계속 굴릴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너보다 더한 것들이 왔네.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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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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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잘 다뤄봐. 선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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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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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조교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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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못하면 죽여도 되는 ‘인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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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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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서 이것들아! 보름이나 배웠으면 알 만한 건 알아야 하잖아! 왜 줄 서는 거 하나 똑바로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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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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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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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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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이것들 대답하는 꼴 보게? 왜? 한참이나 나이 어린 새끼가 갈구니까 놀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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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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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긴, 맞잖아? 그치?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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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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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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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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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란 놈들이 목소리가 왜 이러냐고! 꼽냐? 꼬와! 꼬우면 나보다 빨리 조교했으면 됐잖아? 그럼 어린 놈한테 이런 굴욕 안 당해도 됐을 텐데, 참 거지 같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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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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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 없는 거 보니 맞다는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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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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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눈 똑바로 뜨고 입을 열어! 그리고 소리 크게 지르지 마. 누가 보면 내가 너희 괴롭히는 줄 알잖아, 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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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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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목소리가 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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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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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이 생긴 조교는 각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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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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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놈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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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저 인간, 한 맺힌 게 워낙 많아서 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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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내가 저런 꼴이었으면 자살 마렵겠다. 지독하다, 지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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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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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제대로 미친개로 각성한 데미안은 지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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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이유로 트집을 잡아댔고, 그 트집으로 벌써 두 시간 넘게 사람들을 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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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이가 절로 질리는 광경이었고, 계속 보고 있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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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밤길 조심해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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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걷다 인턴한테 칼침 맞지 않을까 싶었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조마조마함을 주는 그에게 비록 비극이 예정되어 있을지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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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눈을 똑바로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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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말하지만, 데미안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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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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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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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숨겨진 재능이 있다더니, 저놈한테도 저런 재능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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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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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제대로 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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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닐 텐데, 그냥 본능적으로 후임을 조지는 법을 터득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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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타고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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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막 우화한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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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것도 재능이라 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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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타, 쟤들 불쌍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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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내 하급 용병 시절이 생각나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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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삼인방의 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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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들과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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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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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자체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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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소심이 너 설마 지금 바람 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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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런 거 아닙니다. 그보다 왜 제가 바람을 피우는 겁니까? 사귀는 여자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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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돌이한테 내가 꼭 그 말 전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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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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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도 두들겨 패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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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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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말하는 내 입만 아프지,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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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창이의 발언을 들으며 이한은 보라돌이가 불쌍하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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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자고 이런 놈을 좋아하게 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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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거리는 이한이었으나, 그가 투덜거리는 이유도 모른 채 데미안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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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보다 교관님, 호, 혹시 저 여자애 이름이 주디아 피에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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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아는 모르겠고, 피에르는 맞는 것 같긴 한데, 왜? 아는 사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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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는 사이는 아니고, 그냥 잘 알 수밖에 없어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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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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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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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태창이의 얘기를 들으며 이한은 저도 모르게 검둥이에게 시선이 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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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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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악과 증오, 그리고 분노와 같은 다양한 감정이 휘몰아치는 그의 얼굴을 보았고, 이한은 살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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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만도 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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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3대 악녀 중 한 사람이에요. ‘독을 품은 꽃’ 아이린과 함께 ‘피를 뿌리는 꽃’으로 불리는 주디아 피에르. …무려 로엔 공자와 부부까지 되었으나 이혼할 예정인 악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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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놈, 이혼남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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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둥이 저거, 장르가 대체 몇 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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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에다 이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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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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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저놈이 왜 원작 주인공인지 알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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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남이 한때 트렌드긴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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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는 겪고 싶지 않은 트렌드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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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자그마한 동정심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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