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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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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죄부터 드리겠습니다. 마냥 죄송스러울 따름이군요.”

“으음, 일단 고개는 숙이지 말지? 내가 나쁜 놈이 된 느낌인데….”

이한은 자신을 향해 바닥으로 고개를 숙이는 노신부의 정중한 태도가 마냥 떨떠름했다.

나이 지긋하신, 아니 지긋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116세 어르신한테 사과를 받고 있으려니 도리어 죄책감이 들 따름.

하여 그를 일으키려 했지만, 이 영감님은….

“잘못을 저질렀는데 나이가 어디 있겠습니까? 도리어 잘못을 연장자가 모범이 되어 사과를 하는 것이 올바른 행위가 아니겠습니까.”

“…거 참된 어른이시네.”

예의범절이 정말 투철하신 어르신이었다.

이한은 다시금 이 사람이 지금껏 이 세상에서 봤던 어떠한 어른보다 개념 충만한 정상적인 어른임을 새삼 인지했고, 약간의 호감도가 오르는 것을 내면에서 느끼며 입을 열었다.

“…착수금을 받았으니까 그만큼 열심히 한 것뿐이야. 알아보니까 당신이 준 성수, 그중 최상급 성수는 3년은 공들여야 만들 수 있는 거라면서? 가격도 엄청나던데.”

무협식으로 설명하자면 최상급 성수란 것은 ‘소림 대환단’이나 ‘공청석유’ 같은 것이었다.

돈이 있더라도 살 수 없는 귀물 중의 귀물.

각종 병마(病魔)를 없애줄뿐더러, 평생을 건강하게 살 수 있게 해주는 보물.

또한 구하는 것 자체가 별을 딸 확률과 맞먹는다는 99.99%를 자랑하는 트롤의 생혈과도 유일하게 맞먹는 놈이기도 했다.

검을 업으로 삼은 기사에게 있어 목숨 하나가 더 생긴 것과 마찬가지인 원리.

하여 착수금치곤 과한 감이 있을 정도였고, 이한으로선 만족스러운 거래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내가 봤을 때 저런 애송이들 상대하는 것치곤 너무 과한 착수금이야. 차라리 금화 몇 개만 줘도 해줬을걸?”

“나름 신전에서도 귀중한 전투 인력입니다, 허허.”

“…저것들이?”

전혀 공감 가지 않는 발언이었다.

그도 그럴게.

“머저리들도 저런 머저리들이 없을 것 같던데….”

한 명 빼곤 허접.

이한의 촌철살인과 같은 평가였고, 그 허접들은….

“끄으윽….”

“주, 죽여줘…!”

“으…으으….”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마냥 괴로움에 몸을 뒤틀고 있을 따름이었다.

“…….”

유일하게 쓸 만하다 평가 받은 붉은 머리칼의 사제만이 고통을 견뎌내며 눈을 감고 있긴 했지만.

“…….”

…라파엘은 서글픈 시선으로 그런 붉은 머리의 사제, 피에르를 직시하였다.


“형제님께서 이단 혐의를 받고 계시다는 것을 들으셨을 겁니다.”

“그 놀 같은 소리?”

“부끄러운 일일 따름입니다.”

“참 무서워. 활약해도 의심받고, 오히려 살해당할 뻔하고, 무서워서 세상 살 수 있나.”

“…신전의 부덕일 따름입니다.”

“으음….”

이한은 사흘 전 자신이 이단이라며 말했던 사제의 말을 떠올렸다.

분명.

“내가 너무 갑자기 활약해서 의심스럽다고 했던가?”

“그건 표면상 이유에 불과합니다.”

“?”

“이단 심문소가 갑작스레 형제님을 이단으로 지정한 것은 신전에 있는 몇몇 고위 신관들과 추기경들이 형제님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 과대망상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건 또 뭔….”

할 말을 잃게 하는 헛소리.

이한은 두 눈을 끔뻑거렸고. 라파엘은 처음으로 한숨을 쉬었다.

항상 여유를 잃지 않던 그치곤 드물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변명 같겠지만, 저도 형제님께서 왜 이단으로 규정된 건지를 명확히 안 것은 이틀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 전까진 그저 심문소의 형제들이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며 형제님을 노리려는 기미가 보였기에 제가 움직였을 뿐이지요.”

“그럼, 날 지켜줬던 거라고?”

이한으로선 의아하다 못해 놀랍기까지 한 얘기였다.

저 말이 거짓이 아니라 가정한다면.

‘자처해서 방패막이가 된 셈이잖아?

라파엘은 이유도 모른 채 신전에게 노려지는 이한을 지켜주고 있던 셈이다.

그가 매일같이 방문한 이유가 밝혀진 것이었고, 이한으로선 생판 남이 자신을 보호해준 것이 생경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생경함이나 고마움보다 앞서 드는 감정은….

“아니, 왜?”

왜 자신을 지켜준 것인가? -하는 ‘의문’이 앞선다.

생면부지인 그들인데, 왜 그는 신전의 뜻을 거슬러가며 방패막이 노릇을 한 것일까?

그것도 신전 최고의 어른이 불리는 인물이 말이다.

이러한 의문에 라파엘은.

“당연하지 않습니까? 억울한 죄를 뒤집어쓴 자를 위해 무엇을 못 하겠습니까? 하찮은 몸이라도 움직여야겠지요.”

“…….”

“다만 큰 도움은 드리지 못하였고, 빈약한 몸으론 형제들을 막지 못한 것이 마냥 죄송스럽습니다. 하여 괜히 형제님의 손을 고생시켰지요. 비록 성수를 드렸다고 하나, 그것이 형제님의 몸보다 건강하겠습니까? 도리어 이유 없는 해를 당할 뻔한 형제님께서 마음의 상처에 비하면 이조차 그저 값싼 위로금에 불과하겠지요.”

“…아닌데, 난 만족스러운데.”

“이런 저를 신경 써주시는 겁니까?”

“아니, 진짜 아니라고….”

…새삼스럽게 생각하는 거지만.

‘이 양반, 진짜 좋은 어른 맞구나?

이한은 자신의 할아버지를 제외하고 평생 존경할 만한 어른을 만난 것 같다며 감탄했다.

이유를 찾지 않고 남을 돕는 살신성인의 자세.

알고는 있을지언정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삶의 자세가 아닐 수 없으며, 절로 경외감을 들게 한다.

‘저런 사람을 보고 아마….

위인(偉人)이라 부르는 게 아닐까 싶다.


라파엘은 본의 아니게 신전 이곳저곳에 눈과 귀가 되어줄 이들이 많았다.

그를 존경하고 여전히 추기경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은 덕일 터.

그야말로 인덕이었고, 덕분에 라파엘이 작정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전의 치부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 치부의 내용은 다름 아닌-.

“-즉, 요약하자면 신전의 고위 사제들이란 놈들이….”

‘땅굴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는 건가…?

“그리고 그 지분이 이번 땅굴 붕괴 사태로 휴지 조각이 되면서 땅굴을 붕괴시킨 나한테 분노했고, 그것 때문에 날 이단으로 규정했다, 이거지?”

땅굴은 범죄자들을 가두는 소굴인 동시에 남부 대륙 최대의 비료생산지였다.

망할 일이 없는, 이른바 금과 같은 ‘안전 자산’ 비스름한 취급을 받으며 왕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한 여러 검은 돈을 숨길 장소로 적절하단 뜻도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안전성을 이용하랴 신전의 고위 사제들도 땅굴에 대한 지분을 사뒀는데, 그게 하필.

‘…내가 가루로 만들었지.

절대 붕괴할 리 없다 여겼을 테지만, 어찌 알았겠는가.

일개 기사에게, 아니 기사 두 명이 백 년의 역사를 지닌 땅굴을 붕괴시킬 수 있으리라고.

아마 땅굴에 투자한 이들은 못해도 [네덜란드 튤립 투기 파동]에 맞먹는 손해가 생겼을 터.

누구도 예상 못 했을 사태였고, 억울함을 이해 못할 것도 아니지만….

“종교인이 뒷돈 챙긴 거 잃었다고 암살 의뢰를 해? 그것도 이단 심문하는 애들한테?”

“…….”

“그 땅굴이 ‘진짜배기 이단 소굴’인 건 아무리 신전이라도 알 텐데…도?”

“…알 테지요.”

“그런데도 나한테 책임을 묻는다고?”

“…….”

“이, 이게 맞아…?”

“…입이 두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와…. 진짜?”

“…….”

“돌겠네. …나 지금 진심 당황스러워.”

침묵은 긍정이었고, 이한은 이번만큼은 정말 당황하여 얼이 빠지고 말았다.

그래, 일반적으로 재산을 잃으면 화나는 게 당연하고, 그 원흉이 되는 자에게 분노하며 분풀이를 하는 것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전이 이딴 짓을 저지른다고?

신이 실존하는 세상에서 신을 믿는다 자부하는 종교인이?

‘이거 혹시 몰카야?

그러한 의구심이 들었고, 이한은 이마를 탁 치고 말았다.

…아팠다.

역사 교육을 통해 종교가 부패하면 얼마나 끔찍해질 수 있는지 배우긴 했다.

허나 배우기만 한 거지, 그것을 실제로 겪어본 적은 없다.

그저 얘기로나 접했을 뿐이지.

한데 이렇게 직접 종교의 ‘부패’와 ‘타락’ 등을 경험하니 그 저열함과 불쾌감이 상상 이상임을 온몸으로 이해하게 된다.

뒤통수가 얼얼할 정도로….

“이야, 아니, 와아….”

감탄이 나오기까지 한다.

‘걔들이 괜히 신전을 조심하라고 한 게 아니었구나?

회귀자 검둥이와 소심한 상태창.

이 두 놈이 공통적으로 말한 신전 주의 경고.

  • 신전과 엮이지 말아야 합니다.

  • 신전은 조심해야 해요.

두 놈이 항상 했던 말이었고, 이한은 이제야 그들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상상 이상으로 놀, 아니 ‘오물보다 냄새나는 지독한 찌꺼기’들이 아닌가?

“개탄할 일이지요…. 설마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당신 책임은 아니지 않나?”

그가 길드에서 받은 정보에 의하며 라파엘은 추기경에서 내려온 뒤 순례 중이었다고 들었다.

한낱 야인이 되어 신의 말씀을 전하는 삶을 살기 시작하여 7년 정도 신전에서 떠났다고 하였는데….

‘갑자기 복귀했다고 했었지?

실상 누구도 언급하진 않았으나, 은퇴하겠다고 말한 정치계의 거물이 복귀한 셈.

“당신이 신전으로 복귀해서 이단 심문관이 된 것도 현 신전의 꼬락서니와도 연관이 있나 보지?”

“그런 셈입니다. 설마 7년 만에 이런 사태가 벌어질 줄은….”

“흠, 아닌 것 같은데.”

“예에?”

“그냥 당신이 몰랐을 뿐이지, 아마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을걸? 이런 거대한 단체가 단 7년 만에 부패하는 게 정상은 아니잖아. 아마 당신이 모르는 동안에도 차근차근 부패는 진행됐을 거야. 다만 당신이 모를 정도로 은밀하게 진행됐을 테지. 사람 한 명 바보 만드는 건 딱 다섯 명만 모여도 쉽게 할 수 있으니까.”

“…….”

“아닐 수도 있고.”

“…허허, 아닙니다. 그 또한 맞는 말인 것 같군요.”

이한의 말을 들은 라파엘은 어딘지 뒤통수가 얼얼한 표정을 지었다.

예상치 못한 말을 듣고 깨우침을 얻은 사람처럼.

“정말, 저는 나태했고 우매했군요. 차라리 순례를 떠날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신전에 남아 노력했어야 했거늘.”

“사람 혼자 노력한다고 해서 단체를 바꿀 수 있을까, 한번 썩은 곰팡이가 피면 그건 걷잡을 수가 없는 거야.”

“……형제님은 역시 생긴 것과 달리 상냥하시군요.”

“내가 생긴 게 어때서?”

“허허.”

“웃어?”

노신부는 한결 편안한 표정으로 웃었다.

자신과의 대화로 마음의 짐이 조금은 가벼워진 듯이.

그렇게 기사와 노신부는 그렇게 투덕거리듯 대화를 이었다.

한참 동안이나.


어느 정도 얘기가 정리되며 이한은 자신이 이단으로 몰린 까닭이나 그를 노리는 이들이 더 있을지 모른다는 걸 알았다.

라파엘은 그런 이한에게.

“그 점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최선을 다하여 막아볼 터이니.”

비록 지위는 그다지 없지만, 신전의 최고 어른이 가진 위엄은 있다.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방패막이는 될 수 있으리라.

언뜻 각오가 느껴지는 발언이었고, 마음 한편으론 감사하긴 했으나.

“아니, 놔 둬.”

“…형제님?”

“안 그래도 괜찮은 샌드백이 필요했거든. 계속 와도 될 것 같아.”

만약 신전의 수준이 상상 이상으로 높았다면 그도 라파엘의 발언이 반가웠을 테지만, 이한은 굳이 그가 나서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첨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계속 오게 놔둬도 아무런 피해도 못 줄 것 같네.

심심풀이로 나쁘지 않은 상대들이다.

안 그래도 혼자서만 훈련하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는데, [성법]이란 특이한 힘을 쓰는 상대들은 신선한 자극이 되어주는 바였다.

거기다 추가적으로….

‘이단 심문관이란 것들이 하나같이 이 모양 이 꼴이면 내가 당할 일은 절대 없을 것 같네.

허접하다.

라파엘 영감에겐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이건 빈말이 아니었다.

저들은 진정으로 허접했다.

‘도련님 녀석들, 아니 백은사자랑 비슷하던데?

성법만 믿고 설쳐대는 놈들.

자기보다 약한 놈들한텐 일진이겠지만, 조금이라도 자신보다 강한 이들에겐 맥을 못 추릴 놈들.

즉, 말 그대로 성법만 믿고 날뛰는 양아치들이 아닐 수 없더라.

‘그나마 저 피에르인지 하는 놈은 제법이긴 했지.

다른 놈들이 그냥 성법만 믿고 사는 놈들이라면, 저놈은 성법을 보조적인 수단으로 놔두며 기술과 육체를 잘 단련했다는 느낌이었다.

꽤나 인상적이었고, 이한으로선 좀 더 붙고 싶은 신선한 스타일.

…다만.

‘정신력은 썩었지만.

이한은 인상을 팍 찌푸렸다.

기량은 훌륭하나 정신력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놈이다.

조금 불리해졌다고 해서, 아니 패배가 확실해졌다고 해서 그대로 자결하려고 들다니….

이한이 가장 혐오하며 치를 떠는 인종이다.

‘누구는 인생이 그렇게 빌어먹게 더러워도 살려고 아등바등 거렸는데….

저놈은 비록 자질과 재능은 훌륭할지 모르나, 인간성만큼은 저열하다며 이한은 경멸을 숨기지 않았다.

“허허, 저 아이에게 여러모로 실망감이 많으신가 보군요.”

“…그런 편이지.”

“……너그럽게 봐주십시오. 여러모로 상처가 많은 아이입니다.”

“그건 변명거리가 안 돼. 설사, ‘나이가 어리다고 해도’.”

“…….”

“어떻게 알았냐고? 그냥 때리면서 골격을 보니까 알겠더라고. 그래도 독한 놈이야. 끝까지 겉껍데기를 지키는 걸 보면.”

“…형제님과 함께 있으면 놀랄 일투성인 것 같습니다.”

“뭘 이런 것 가지고.”

이한이 피식거리며 웃고 있던 중.

털썩….

일순 붉은 머리 신부가 분근착골의 고통 앞에서 다시금 기절했다.

그러며.

파앗!

마치 뱀이 허물을 벗듯 신부의 허물이 벗겨지며 붉은 머리 신부의 본 모습이 드러났다.

원래의 체구보다 조금 더 작아진, 그리고 피부도 좀 더 좋아진 그, 아니….

“으음, 혹시 싶어서 물어보는 건데, 쟤는 성정체성 때문에 남자 모습으로 있는 거야? 그런 거면 이해는 하겠다만….”

“그게 궁금하신 겁니까?”

“그럼 뭘 더 궁금해야 해?”

“…….”

원래 취향은 존중해야 하는 법이며, 이한은 타인의 정체성 또한 존중해주는 바였다.

……뭐, 취향은 존중하지만 개념 없으면 공평하게 주먹을 들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