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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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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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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잔 게 언젠지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았으며, 피로는 풀릴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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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야밤을 지새우며 일을 해야 했고, 일이 끝난 뒤에도 쉴 시간 따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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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다음 일이 준비되어 있거나, 갑작스레 생겨버리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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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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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그의 입에선 실성한 사람의 웃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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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대 시절 중등부 아카데미에 다닐 적만 해도 여름 휴교일은 가문이 소유한 별장에서 여름을 즐기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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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들의 보살핌 등을 받으며 귀찮은 일은 할 필요도 없었고, 가문의 요리사가 영양 가득한 삼시세끼를 골고루 챙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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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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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쩌다 이런 꼴이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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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폴렛은 현재 자신의 처지를 살피며 서글픈 넋두리를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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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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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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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밥이요! 식사는 챙기고 하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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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기 레이라 님. 그, 식사를 챙겨주신 건 감사한데, 그릇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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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요? 기사님이 무조건 이 그릇으로 주라고 해서요! 조교님 전용 그릇이라면서 기사님이 무조건 이 그릇에만 음식을 담아서 드리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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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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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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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라 님에게 하는 말이 아닙니다, 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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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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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다며 눈을 끔뻑거렸고, 데미안은 새삼스레 이 시녀님 또한 그 양반과 같은 과란 것을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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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이 집구석에는 정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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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밥그릇이라니! 적어도 사람 취급은 하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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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평짜리 개집, 아니, [Made in 이한]이란 각인이 정성스럽게 각인된 하숙집에서 거주 중인 조교 데미안 폴렛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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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게도 하늘은 왜 이리 맑은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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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이나 맞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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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벼락에 맞는다고 해서 저 괴물이 죽지 않으리란 사실이 그가 반항하지 못하는 원흉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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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은 서글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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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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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폴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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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마련된 0.5평 좀 안 되는 개집, 아니 약간(?) 소박한 하숙집의 입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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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그는 휴교일을 아카데미 기숙사에서 보낼 예정이었지만 그는 빌어먹게도 기숙사가 아닌 강제적 하숙 생활을 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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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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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입으로 말하려고 하니 화병이 도져서 말을 못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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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망할 교관이 자리를 비워 쉬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복귀한 교관이 제 뒷목을 우악스럽게 움켜쥐고 ‘넌 방학에도 일해야지, 어딜 쉬려고 하냐?’고 그를 데리러 왔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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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대, 인생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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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 인생 중 가장 공포의 순간이라 생각했던 것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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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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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폴렛은 이를 갈며 생각했다, 그의 교관은 양심이 없는 게 분명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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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랄! 내가 왜 이 개집에서 일을 하고 있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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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머금고 마당의 마련된 아늑한 개집, 아니 하숙집의 유일한 거주인인 데미안 폴렛은 서류작성에 열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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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교관이 처리해야 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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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이건 강사이건 아카데미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휴교일에도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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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이유에는 다음 학기 강의 준비도 준비지만, 제출해야 할 서류가 기본적으로 열 장 이상 되었으며, 그밖에도 학과마다 요청해야 하는 것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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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교수건 강사건, 교관이건 정신없이 학술원을 들락거리며 요청해야 하는 것이 한가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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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은 이 때문에 팔자에도 없는 서류 작성에 달인이 되어 갔고, 가면 갈수록 더욱 능숙하게 일을 처리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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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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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안 기쁘다, 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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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지기만이 치밀어 오를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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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욕설이라곤 모르고, 우아한 품격으로 무장한 귀족의 자제는 사라지고, 어엿한 일꾼이 되어가는 데미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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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불만이 가득한 데미안은 당장에라도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안타깝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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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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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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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예에! 교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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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동반사적으로 빠릿하게 일어서며 곧장 불만을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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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저 인간 앞에서 불만이 있다는 티를 낼 수 없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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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이한은 땀을 구슬프게 흘리며 서서히 다가왔고, 곧 데미안이 처리하는 산더미 같은 서류들을 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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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제법 잘하고 있구나. 역시 바깥 공기 좋은 곳에서 일하니까 효율이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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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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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이고, 그것만 빨리 끝내. 그래야 너도 쉴 시간이 생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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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교관님이 하실 일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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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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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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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불순하다, 조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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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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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역시 눈치가 좋아. 현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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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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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으로 욕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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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마음까진 저도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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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시험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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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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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고놈 참. 건방지긴 더럽게 건방져. 귀족이라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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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그놈의 귀족 차별 좀 그만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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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의 밑에서 구르게 된 지 어느새 반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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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데미안이 들은 가장 많은 문장은 대개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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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이라 그런가? 영 일처리가….’ ‘귀족이라 그런가? 싸가지가 없어.’ ‘귀족이라 그런가? 눈매가 더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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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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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창한 젊은 나이에 벌써부터 화병이 생길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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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이 자꾸만 오르는 데미안이었고, 그는 어느 순간부터 아카데미 회복실 단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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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더 충격적인 게 무엇인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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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이 짓을 2년 반이나 더 해야 한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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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진정으로 끔찍했고, 밤이고 낮이고 상관없이 몸서리가 날 악몽이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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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스트레스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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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실 사제가 일컫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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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혹시 요새 스트레스가 많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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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 무슨 문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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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레스성 탈모 증세가 보여서요. 젊은 나이에 어쩌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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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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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괘, 괜찮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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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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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 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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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세 나이에 스트레스성 탈모를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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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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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워서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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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은 모든 게 더럽고 추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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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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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할, 나한테 일 몰아주고 자긴 훈련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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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이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데미안이었지만, 차마 반항할 엄두가 안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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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제 생명줄은 쥔 장본인이라는 이유도 이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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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괴물한테 반항해서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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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콰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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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백, 무거운 철봉 수십 개를 쇠사슬로 묶어 만든 철봉 샌드백이 두들겨질 떄마다 형태가 바뀌고 반으로 접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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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딱 열 번을 쳤을 때 쇠사슬이 견디지 못하고 파괴되는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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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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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읍, 이거 내구도가 왜 이따위야? 이 아저씨 품질 믿고 물건 사는데, 안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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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이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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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뭐가 문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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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몰라서 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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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교관을 보며 할 말을 잃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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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한편으로는 오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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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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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가 더 커진 건가? 아닌데, 그런 건 아닌데…. 그냥 더 발전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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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폴렛 가의 부단장을 가지고 놀던 양반이, 반년 만에 더 무지막지하게 변해 버린 것은 데미안의 착각이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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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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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늠조차 안 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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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문 기사들이 떼로 덤벼들어도 이제 안 될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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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명문 기사 가문인 폴렛 가의 후손인지라, 가문의 기사단에 대한 자부심이 있지만. 데미안은 객관적이었으며 본의 아니게 여러 일을 겪으며 눈이 높아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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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뜻에서 교관의 실력은 감히 폴렛 가의 기사들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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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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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귀족 가문 기사단이 나서야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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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그 대귀족 가문의 기사단과 붙어봤음을 모르는 데미안은 조심스레 교관의 실력을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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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며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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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신은 입학식 날 괜히 입을 놀려서 저런 괴물과 엮이고, 이런 꼴로 살아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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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기였지, 기사 가문의 말예란 놈이 상대방 실력이 심상치 않은 것도 한눈에 못 알아봐?! 하여튼 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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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장 등신은 실력자를 못 알아보고 나댔다가, 지금은 개집에서 거주 중인 자신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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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욕하며 다시금 욕지기를 내뱉는 데미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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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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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들린다, 조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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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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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좀 마라. 하숙집까지 직접 만들어줬잖아? 집세도 안 받고 밥마저 꼬박꼬박 나오는 집이라니! 이득도 이런 이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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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그 이득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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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쯧, 귀족이라 그런가? 배가 불렀어,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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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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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을 멈춰주길 바라는 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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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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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은 굴려야 해, 쓸데없이 시간 주면 잔머리만 굴릴 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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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저 떨거지 귀족 애송이를 개집 같은 곳에 던져두고 일을 시키는 건 마냥 자신이 편하자고 그러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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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서류 작업을 안 하고 싶은 마음도 있으니, 이용한다는 자각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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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토록 모질게 대하는 이유 중에는 저놈이 어떠한 녀석인지를 알기에 더 굴리는 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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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동안 밑에서 굴리며 안 것이지만, 데미안이란 인간은 천성적으로 못난 놈 타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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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에 결코 봐주거나 풀어줘선 안 된다. 저놈은 아마 약간이라도 풀어주면 기고만장해져서 옛날 버릇 도질 놈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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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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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저런 타입을 못해도 백 명은 넘게 봤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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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부사관 시절 무수한 폐급을 본 그로선 당연한 확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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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모난 유형임에도 불구하고 데미안에게 특출 난 점이 몇 가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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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가 좋다는 점과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심이 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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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개과천선의 여지가 있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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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물 사태 때 활약상을 들어만 봐도 천성이 마냥 악질은 아닌 것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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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폐급에는 두 종류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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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르면 사람이 되는 놈과, 타일러도 결국 짐승인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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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뜻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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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는 사람이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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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인 것이 중요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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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첫 만남은 더러웠고, 이후 관계 또한 지저분하기 그지없지만 미운 정도 정이라고 했으며, 그가 가르치는 생도 중 한 명인 이상 이한은 도전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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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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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칠 듯이 굴린다면 언젠가 사람이 될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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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도 100일 만에 사람이 됐다고 하던데, 3년이면 가능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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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서류 일 끝나면 배수로도 파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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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말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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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거기 파면 안 된다더라, 다시 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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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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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한 사람을 불합리하게 굴리기 위한 커리큘럼을 완벽하게 짠 이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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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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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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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합니다, 형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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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귀한 시간을 방해하는 방해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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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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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껄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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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 시간만 되면 찾아오는 그를 보고 있자니 벌써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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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대놓고 싫다는 표정을 짓는 이한이었으나, 상대는 이를 신경조차 쓰지 않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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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오늘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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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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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안타까운 일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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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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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꼭 좀 대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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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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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자꾸만 자신을 종교의 길로 이끌려고 하는 사제를 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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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경’이란 사람이 한가한 것도 아닐 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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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그런 과분한 자리를 내려놓은 것이 언제인데 그러십니까? 지금은 그저 일반 신도 중 한 명일 뿐이니 편히 대해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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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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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이나 편하게 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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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적의부터 내비치는 인간이 편하지, 이렇게 친절한 사람을 상대하는 게 훨씬 더 상대하기 힘든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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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이단 심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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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추기경 출신 이단 심문관이 더할 나위 없는 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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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그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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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치기만 해도 뼈가 부러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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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유교의 혼을, 노인공경을 치솟게 하는 ‘정상적인 어른’이 아닐 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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