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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나 먹고 가지 그래, 아이린 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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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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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도 늦었으니 그냥 돌려보내기 미안해서 그런다. 이런 것도 얻어먹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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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냥 제가 원해서 준비한 것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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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정이 있지. 이대로 돌려보내는 것도 안 될 말이다. 시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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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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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스튜랑 빵 좀 데워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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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맡겨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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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는 하지 말고, 제발 느릿하게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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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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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제가 도와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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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은 눈치가 빠른 애였고, 레이라에게 다가가 준비하는 것을 도와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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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이한은 흐뭇한 기색을 엿보이며 주섬주섬 벽면에 걸린 손도끼 두 개를 챙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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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되는 동안 나무만 좀 패오겠습니다. 아이린 생도, 시녀님을 잘 부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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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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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얼렁뚱땅 모든 일들이 진행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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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니게 저녁을 얻어먹게 된 상황에 부닥친 아이린이었으나, 그녀는 내심 혼자 밥을 먹지 않게 되는 것은 다행이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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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그녀 안에서 쉼 없이 떠드는 유령이 있지만, 유령에겐 온기가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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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심이 좋으신 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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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은 문을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직시하며, 생긴 것과 달리 세심하고 남을 잘 챙기는 남자가 아닐까 하는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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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런 그녀의 기대감과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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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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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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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나서는 그의 얼굴에는 따스한 다정함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는 삭막함만이 감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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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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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오두막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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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어느 화자가 청자에게 구연동화로 전할 법한 평화로운 풍경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으나, 그러한 풍경 안에서 이한은 어그러짐을 사정없이 느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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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손도끼 두 개를 쥐며 앞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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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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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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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난 경고는 딱 두 번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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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눈이 점차 희번덕거려지며 기세가 맺히는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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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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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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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의를 입은 수상한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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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서른이 넘을 법한 숫자였고, 흑의무리를 바라보며 이한의 표정은 전혀 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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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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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하도록 하지. 우린 너희를 위협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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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의를 입은 놈들 중 가장 기세가 남다른 놈이 발언하며 변명을 늘어놓았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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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위협하러 온 게 아니라면서 그렇게 위험한 기운을 풀풀 풍기고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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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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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위험한 집단이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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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도 뭔가 말이 되어야 믿어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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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냄새가 진동하는 주제에 믿어달라고 하면 누가 믿어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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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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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너도 마찬가지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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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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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것으로 따지면 네놈 또한 만만치 않다, 천민. 네놈 따위가 아가씨 옆에 있는데 어찌 우리가 진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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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이놈 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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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반하장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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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어 당당하게 나오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반대로 차가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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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그의 심장 박동은 크게 울렸고, 이한은 서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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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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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겠다. 다른 놈은 봐줘도 넌 좀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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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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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도끼를 바닥에 내팽개치며 가장 마음에 안 드는 흑의인에게 다가갔고, 이에 맞춰 그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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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진 않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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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제안이 마음에 든 건지, 챙겨온 검을 다른 이에게 건네며 그대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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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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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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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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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는 여타의 대화 없이 서로에게 주먹질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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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뜬금없는 주먹다짐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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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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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주먹은, 아니 육체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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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의 인자를 가진 것만으로도 그 완력의 대단함이 비범한데, 이토록 비범한 육체를 쉴 틈 없이 단련하여 육체 능력 하나만으로도 기사 하나를 떡 바를 정도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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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증거로 전날 그에게 두들겨 맞은 폴렛 가의 부기사단장이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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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주먹다짐으로 가는 순간 이한을 이길 수 있는 이들은 웬만해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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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애초에 맨손으로 다투면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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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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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억! 퍼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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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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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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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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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싸움이 되는 것 정도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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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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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매운 거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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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싸울 줄 아나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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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아닐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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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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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이 밀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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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 싸움으로 돌입하여 한 번도 진적이 없던 이한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밀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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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의인의 주먹은 날렵하면서도 완숙했고, 제대로 된 격투기를 배웠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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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란 인종 대부분이 무기술에만 치중하는 것을 생각했을 때 특이한 일이었으나, 그런 건 지금 그들에게 아무런 관심사가 돼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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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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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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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상대를 ‘굴복’시키는 데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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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과 흑의인의 주먹이 맞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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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주먹의 격돌에 일순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으나, 부러진 건 그들의 뼈가 아니라 그들의 발밑에 돌아다니는 돌멩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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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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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복싱선수처럼 잽을 연달아 날렸는데, 그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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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의 궤적이 그려지는 주먹이었고, 한 번 스치는 것만으로도 살가죽이 터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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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흑의인은 이한의 주먹을 모조리 피하고 쳐내며 도리어 품으로 파고들어 그의 종아리를 걷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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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은 부족할지언정 어딘지 뼈를 파고드는 날카로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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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런 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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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에 무게를 담는 놈이 있는가 하면, 타격에 ‘칼(劍)’을 담는 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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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무슨 면도날도 아니고, 타격을 허용할수록 살갗이 붉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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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한의 타격도 만만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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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타격이 칼날을 담아낸다면, 이한의 타격은 망치질과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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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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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인정해주마, 천민. 다른 건 모르겠으나 주먹이 제법 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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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타격이 배를 때리자, 흑의인의 입가에서 선혈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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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진탕이 될 일격이었는데,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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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이상하게도 놈은 멀쩡했고, 이한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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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쓰러지고 싶은 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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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만 여전히 놀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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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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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말은 필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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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타격이 이어졌고, 그때마다 이한과 흑의인은 방어는 도외시 한 채 그저 서로의 주먹과 다리에 대놓고 맞아주거나 튕겨내는 것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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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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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이리 변질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두 남자의 싸움은 이제 방어는 없으며 오직 공격일변도의 투쟁으로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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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면 맞는다. 대신 맞은 만큼 더 때려 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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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기에 있어서만큼 분명 어느 누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두 남자의 살벌한 주먹질이었고, 그들의 타격이 마당을 스칠 때마다 파공성과 함께 많은 것들이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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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관통되고, 바위가 두부처럼 으스러지며, 주변에 널브러진 것들이 반파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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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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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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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으면서 많이 고통스러울 텐데 비명조차 내지르지 않으며 두 남자는 때리고 또 때렸고, 어느 순간 타격기 말고도 많은 것이 섞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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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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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Catch) 스타일 레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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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기와 조르기가 섞여진 레슬링이지만, 품위와 예절을 지키는 신사적이라 알려진 레슬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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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흑의인이 펼치는 캐치 스타일 레슬링은 전혀 신사적이지 않았고, 도리어 뱀이 몸을 휘감는 것처럼 위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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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 그래플러(Grappler)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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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이 서늘해지는 오싹한 완성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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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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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은 제 육체능력에 뒤지지 않는 수련법을 평생토록 수련했거나, 그도 아니면 미친 재능과 육체능력을 타고난 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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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타르와 같은 규격 외를 제외하곤 지금껏 만난 어떤 놈들보다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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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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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왜 재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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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순수하게 이 상황이 재밌어서 흥분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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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를 만났다고 좋아하는 변태가 아닐 그였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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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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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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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고삐를 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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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저런 놈이 다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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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크 경과 정면대결 하는 놈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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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가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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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두 남자의 대결을 관람하던 다른 흑의인들은 소리 없는 경악성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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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크 경이 누구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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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훈련소에서 두각을 보이며, 기어이 그 실력을 인정받아 갈라하드 공작마저 터무니없다고 말한 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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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에 갈라하드 가문 최고의 기사에게만 주어지는 ‘라크(Lake)’의 이름을 하사받은 자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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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그런 라크가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기사와의 대결에서 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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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싸우고 있는데 왜 밀리고 있느냔 소리가 나오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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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 기술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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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플링 기술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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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기사단장이나 혹은 그들이 존경하는 주군 갈라하드 공작과 대련하던 중 체력이 부치다 싶으면 쓰는 수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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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흑의인들은 끝났다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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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기술들이 얼마나 완성도가 높은지 알고, 얼마나 끔찍한지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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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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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미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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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다시금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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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 라크와 맞먹는 타격을 보여준 것도 그랬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의미로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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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드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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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 상태에서 몸을 일으킨 거야? …힘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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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걸린 그 상태에서 그가, 이한이라 불리는 기사가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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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과 어깨가 동시에 부러질 우려가 있었고, 목조차 졸리고 있는데 이를 참아내며 몸을 일으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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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과 어깨에서 부서지는 소리를 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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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놈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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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시간 지나면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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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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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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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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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는 소리가 더 심하게 울렸지만, 이한은 도리어 놈이 벗어나지 못하게 더욱 힘껏 몸을 우겨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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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벗어나지 못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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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지 마라, 그대로 끝장내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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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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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이나 라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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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질 생각은 추호도 없는지 더욱 기세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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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참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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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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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목이 막히고 어깨가 부서져 가는 와중에도 상대를 내려찍을 준비에 들어갔고, 라크는 반대로 어떻게든 이한의 어깨를 부수기 위해 힘을 주었지만, 더 이상 부서지지 않는 이상한 상황에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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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생결단을 내려는 두 남자의 자존심 대결의 결착이 다가오려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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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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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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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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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역할 수 없는 제3자’가 그들의 자존심을 내려놔라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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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하도록 해라. 라크 팔을 놓아라, 자네도 그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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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이 먼저 놓으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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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민이 패배를 인정한다면 그만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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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부탁하는 것 같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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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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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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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셋 하면 서로 놓는 것이네, 하나, 둘,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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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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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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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놓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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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야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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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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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끝내 말을 듣지 않았고, 다시금 피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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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도 그놈의 자존심이 뭔지 싸움을 끝내지 않는 두 남자였고, 이를 보며 상대는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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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이 본 자료에 적힌 것과 달리, 광증이 다소 없어 보이는 정상적인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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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갈라하드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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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크 비비안 드 갈라하드’는 한숨을 푹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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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말리는 두 젊은이를 보자니 골이 아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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