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455 lines
17 KiB
Markdown
455 lines
17 KiB
Markdown
|
||
“…와.”
|
||
|
||
금실을 뽑아낸 것처럼 아름다운 금발과 푸른 눈이 인상적인 소녀는 작게 감탄사를 보였다.
|
||
|
||
쿵! 쿠웅! 쿠우웅-!
|
||
|
||
“저걸 들고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 걸까?”
|
||
|
||
[그러게….]
|
||
|
||
그녀들은 마냥 멍하였다.
|
||
|
||
소녀와 유령 소녀는 보름 넘도록 집을 비운 이웃집 주인이 드디어 귀가한 것을 듣고 인사차 이웃집을 들렀었다.
|
||
|
||
모처럼 만나는 것이니 그동안 떡이 졌던 머리칼도 정리하고 화장마저 한 소녀였고, 그와 대면하여 대화하는 것조차 몹시 흥분되는 바였다.
|
||
|
||
…가능하면 같이 저녁 식사나 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싶기도 하고.
|
||
|
||
한데 그런 이웃집 주인은 보름 만에 만난 그녀에게 부탁을 하나 건넸다.
|
||
|
||
그 부탁을 들은 소녀의 반응은.
|
||
|
||
‘네엥?’
|
||
|
||
…이었다.
|
||
|
||
좀 바보처럼 보이는 반응이었지만, 아마 저런 부탁을 듣는다면 누구라도 바보 같은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
||
|
||
쿠웅!
|
||
|
||
“또 들었네, 저걸.”
|
||
|
||
소녀는, 아이린 윈들러는 자신이 만들었지만 저걸 사람이 들 수 있는 게 물리적으로 말이 되는가 싶어 다시금 반복적인 물음을 던지고 말았다.
|
||
|
||
물로 이루어진 원판.
|
||
|
||
거의 황소만한 크기를 자랑하는 원판이…. 아니, 저걸 원판이라 부르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될 것이다.
|
||
|
||
그저 거대한 덩어리라 표현하는 게 맞을 터.
|
||
|
||
언뜻 보면 가볍게 보일 수도 있다.
|
||
|
||
물로 이루어진 것이니까, 하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 물 덩어리를 제작한 아이린 윈들러는 안다.
|
||
|
||
‘저걸 압축을 몇 번이나 한 건데 저렇게 쉽게….’
|
||
|
||
흐르는 호수의 물을 대략 스무 번 넘게 압축하여 저러한 형태로 만든 거다.
|
||
|
||
실상 보이는 것보다 더욱 막대한 질량을 지녔다는 의미였고, 아이린은 아예 마력의 반절을 소비해버리고 말았다.
|
||
|
||
아이린의 마력이 여타의 마법사보다 곱절은 더 방대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연실색할 지경.
|
||
|
||
하니 저 물 덩어리는 마법의 신비로 이루어진 것이었으며, 대략 무게는 한 덩어리 당 800kg을 자랑했고, 덩어리가 두 개이니 모두 합쳐 1,600kg을 자랑했으나….
|
||
|
||
“후우, 무게 좀 더 올려줄래?”
|
||
|
||
“괘, 괜찮으시겠어요?”
|
||
|
||
“아직까진 할 만해.”
|
||
|
||
“…….”
|
||
|
||
저 무게가 아직 물 덩어리의 한계치가 아니란 사실이 아연실색하며 저게 너무 가벼워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 물 덩어리보다 더욱 현실감이 들지 않는다.
|
||
|
||
‘원래도 사람이 아니셨는데, 더 사람에서 멀어진 것 같은데….’
|
||
|
||
지난 보름 동안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걸까?
|
||
|
||
의문이 드는 아이린이었다.
|
||
|
||
“아, 자꾸 귀찮은 일 시켜서 미안하다. 내가 식사 대접이나 선물이라도 주고 이런 부탁을 했어야 했는데….”
|
||
|
||
귀찮은 부탁을 억지로 시켜 자신이 불쾌한 줄 알았을까, 미안한 기색이 역력한 그였고 아이린은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
||
|
||
절대 그런 게 아니라며.
|
||
|
||
“괘, 괜찮아요! …그래도 저녁 식사는 좀 땡기네요.”
|
||
|
||
“그럼 나중에 멋진 곳에서 대접해주마.”
|
||
|
||
“헤헤.”
|
||
|
||
쿠웅!!
|
||
|
||
그렇게 기쁘게 무게를 늘리자 흙이 움푹 파여간다.
|
||
|
||
한 덩어리 당 1,000kg.
|
||
|
||
거기다 저걸 지탱하는 봉 또한 저런 물 덩어리를 견뎌내야 하다 보니 무려 300kg을 자랑한다.
|
||
|
||
즉, 저 역기의 무게는 도합 2,300kg을…-.
|
||
|
||
“여기서 7백만 무게 더 추가해줘,”
|
||
|
||
“…….”
|
||
|
||
……이제 3,000kg이다.
|
||
|
||
아이린은 다시금 바보처럼 입을 멍하니 벌리고 말았고, 그는 다시금.
|
||
|
||
콰지지직!
|
||
|
||
그 거대한 역기를 들어올렸다.
|
||
|
||
그 또한 힘은 드는 것인지 버거워 보이긴 했으나….
|
||
|
||
“----.”
|
||
|
||
그는 묵묵히 ‘스쿼트’를 하기 시작했다.
|
||
|
||
3톤 스쿼트.
|
||
|
||
무려 저것을 30개씩 나눠 10세트를 해버리더라.
|
||
|
||
“…….”
|
||
|
||
[나 갑자기 피라미드는 사람이 만들었다는 확신이 들었어.]
|
||
|
||
“…나도.”
|
||
|
||
저런 걸 보면 그 고대에도 피라미드를 만든 건 사람이 맞다.
|
||
|
||
다만, 한 가지 정정할 게 있다면.
|
||
|
||
‘교관님은 혼자서도 피라미드를 쌓을 수 있을 거야.’
|
||
|
||
확신에 가까운 믿음을 느끼며 아이린은 멍하니 자신이 반한 스트롱맨, 아니-.
|
||
|
||
‘저건 헤라클레스란 표현이 더 어울리려나?’
|
||
|
||
스읍…!
|
||
|
||
실재하는 헤라클레스나 다름없는 남자의 근육이 역동적으로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광경을 직관하며 아이린 윈들러의 입가에는 군침이 감돌았다.
|
||
|
||
‘…배가 많이 고픈가?’
|
||
|
||
이한은 마법사 병아리가 군침을 흘리는 것을 곁눈질로 확인하며 운동을 너무 오래 해선 안 되겠다 싶었다.
|
||
|
||
‘으음, 다음에는 그냥 마법 노예 녀석을 불러야겠어.’
|
||
|
||
한창 친구들이랑 이곳저곳 놀고 싶을 젊은 애를 자신의 운동 때문에 괴롭히지 말자는 생각과 배가 고파 보이니 저녁은 맛있는 걸 사주자는 결심과 함께 이한은 다시금 바벨 스쿼트를 재개했다.
|
||
|
||
미안한 건 미안한 거고, 기회가 왔을 때 운동부터 해야 하지 않겠는가!
|
||
|
||
‘든다!’
|
||
|
||
후우욱!
|
||
|
||
이한은 마음속으로 강한 외침과 함께 워터 바벨을 들었다.
|
||
|
||
[금강]을 순식간에 전개하기 위한 신호였으며,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0.5초 안에 금강을 전개한다.
|
||
|
||
허나 아직은 미숙한지라 1초를 넘을 경우가 있었고, 그때마다.
|
||
|
||
뿌드득!
|
||
|
||
……온몸에서 비명이 들려온다.
|
||
|
||
“…으음.”
|
||
|
||
다행스럽게도 ‘이 정도 무게’는 버틸 만큼 몸이 튼튼하기도 했고, 아직은 견딜 만하다 싶다.
|
||
|
||
도리어 정작 큰 문제는.
|
||
|
||
‘……어지럽네, 진짜.’
|
||
|
||
금강을 사용하여 연이어 무리한 운동을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
||
|
||
지끈!
|
||
|
||
머리가 아팠다.
|
||
|
||
원래 금강이란 기술은 한 번 사용하는 것에도 상당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
||
|
||
전신의 경을 퍼트려 몸을 갑옷처럼 강화하는 것인데, 말로 하면 간단해 보이지 정작 해보면 전혀 간단하지 않다.
|
||
|
||
도리어 이한의 기술 중 가장 난이도가 있으며, 이것을 펼치면서 운동을 한다는 건 뭐랄까….
|
||
|
||
‘…성질 더러운 얼룩말을 등에 업고 외줄 자전거를 타는 기분이네.’
|
||
|
||
이곳저곳 정신을 집중할 곳이 넘처난다는 예시였으며, 속이 어질거리다 못해 한 번의 실수로 떨어지거나 다칠 상황이었다.
|
||
|
||
하지만 금강을 전개하지 않고 3톤 무게를 연이어 드는 건 그라도 무리가 따랐으며, 덕분에 이만한 무게를 드는 데도 부상이 일어날 우려가 적었다.
|
||
|
||
그리고 무엇보다.
|
||
|
||
‘역시 이게 맞아.’
|
||
|
||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육체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음을 체감했다.
|
||
|
||
그렇다면 좀 더 과감하고도 미친 방식에도 도전해봐야 하는 것이 맞다.
|
||
|
||
특히.
|
||
|
||
‘그 인간 같은 육체를 가진다.’
|
||
|
||
이번 일을 통해서 자신보다 더욱 말도 안 되는 신체를 가진 인간을 보았다.
|
||
|
||
막시무스, 하늘이 내려준 완벽한 황금의 육체를 가진 남자.
|
||
|
||
그가 보인 근력과 반응 속도는 이한의 능력치를 압도하는 요소가 넘쳐났다.
|
||
|
||
발을 박차는 것만으로도 궁신탄영에 맞먹는 속도를 낸다고 하면 믿겠는가?
|
||
|
||
‘…기막힌 인간.’
|
||
|
||
허나 그렇기에 그 인간의 육체는 이한에게 무수한 영감을 안겨주었다.
|
||
|
||
직접 싸워보니 이러한 영감은 좀 더 또렷해졌으며, 이한은 제 몸을 발전시킬 새로운 방향성을 찾았다.
|
||
|
||
근육의 밀도를 높인다.
|
||
|
||
이건 항상 하던 일이다.
|
||
|
||
여기서 중요한 건 좀 더 내적인 것이다.
|
||
|
||
기예의 일체화.
|
||
|
||
궁신탄영을 달리는 것처럼 할 수 있게 되어야 하고.
|
||
|
||
금강을 일상 생활 중에도 항상 유지할 수 있으며.
|
||
|
||
격산타우를 새로운 손이나 발처럼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감각을 교정한다.
|
||
|
||
이건 즉.
|
||
|
||
‘환골탈태가 필요한 시점이네.’
|
||
|
||
‘인공적인 환골탈태’를 제 몸에 일으키는 것이다.
|
||
|
||
그가 가진 가장 기본이 되는 기예들이 원래는 액티브 스킬이었다면, 이제는 패시브 스킬처럼 사용할 수 있게 몸을 개조한다.
|
||
|
||
이것이 이한이 찾아낸 답이었고, 이를 위해 언급한 기예들을 항상 몸에 부착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 것이다.
|
||
|
||
예전에는 불가능했지만, Lv.8인지 뭔지로 레벨 업 하면서 그는 제 육체가 가진 그릇이 넓어졌음을 안다.
|
||
|
||
하니 이는 무모한 도전이 아니었으며, 한계가 늘어난 만큼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에 불과했다.
|
||
|
||
‘목표치는 1만 스쿼트.’
|
||
|
||
10톤을 자유롭게 드는 근력을 형성한다.
|
||
|
||
그리고 이렇게만 된다면.
|
||
|
||
‘적어도 어디 가서 허약한 소리는 듣지 않겠지.’
|
||
|
||
그 누구에게도 육체 스펙으로 뒤처질 일은 없으리라.
|
||
|
||
콰아앙!
|
||
|
||
10세트를 끝내고 바벨을 조심스럽게 내려놓는다.
|
||
|
||
이런데도 땅 바닥이 들썩이는 걸 보면 이게 확실히 무겁긴 한 모양.
|
||
|
||
그러나 허약한 지반에겐 미안하게도.
|
||
|
||
“후우, 다음은 바벨 런지다.”
|
||
|
||
아직 오늘의 운동은 끝나지 않았다.
|
||
|
||
무게는….
|
||
|
||
‘한 500만 무게 좀 더 올리고.’
|
||
|
||
과연 금강을 펼친 상태에선 얼마나 할 수 있을지, 새로운 도전이 아닐 수 없는 순간에-.
|
||
|
||
“기사님!”
|
||
|
||
“…시녀님?”
|
||
|
||
쿠웅.
|
||
|
||
이한은 한 여성이 다가오는 것에 빠르게 바벨을 내렸다.
|
||
|
||
괜히 들고 있다가 스치기라도 하면 사람이 다칠 우려가 있으니까.
|
||
|
||
‘으음, 시녀님은 괜찮으려나?’
|
||
|
||
그녀의 불가사의한 튼튼함을 생각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으나, 이한은 고개를 저었다.
|
||
|
||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녀에게 몹쓸 짓을 하고 싶진 않은지라.
|
||
|
||
도중, 활기찬 기운과 웃는 것만으로도 주변이 다 싱그러워지는 것 같은 미소를 발산하는 레이라 윈터는 두 손으로 공손하게 신문을 내밀었다.
|
||
|
||
“헤헤, 기사님이 신문이 필요하다고 해서 가지고 왔어요!”
|
||
|
||
“가지고 왔다고요?”
|
||
|
||
“네에! 왕도 신문사에게 발행하자마자 바로 사서 온 거예요!”
|
||
|
||
“굳이요? 나중에 배달 올 텐데?”
|
||
|
||
왕도 신문사와 그의 집까지 거리가 대략 10km인 것을 감안했을 때, 과연 그녀는 어떻게 이걸 사서 들고 온 걸까?
|
||
|
||
그리고 분명 신문에서 느껴지는 잉크의 온기로 짐작하기에 이 신문이 발행된 건 5분이 넘지 않았을 것 같은데….
|
||
|
||
‘내가 10km를 5분 만에 주파할 수 있나?’
|
||
|
||
가능하기 이전에 저렇게 땀 한 방울 안 흘리면 올 수는 없을 거다.
|
||
|
||
허나 왠지 그녀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의구심이 들며 이한은 그녀에게 물끄러미 시선을 주었다.
|
||
|
||
사실…, 내가 목표로 해야 하는 건 흑사자인지 뭔지 하는 인간이 아니라, 시녀님인 게 아닐까 하고….
|
||
|
||
“왜 그렇게 보세요?”
|
||
|
||
“그냥…, 헛생각 좀 했습니다.”
|
||
|
||
“피곤하셔서 그래요! 자, 레모네이드랑 레몬 타르트 좀 드세요! 피로가 좀 풀릴 거예요.”
|
||
|
||
“…네에.”
|
||
|
||
이한은 확실히 자신이 피곤한 게 맞다며 묵묵히 시원한 레모네이드를 들이켰다
|
||
|
||
그녀가 특이한 것도 이제 그냥 일상의 한 과정처럼 느껴진다면 이상한 거려나?
|
||
|
||
“음?”
|
||
|
||
─되게 맛있네, 이거?
|
||
|
||
*
|
||
|
||
*
|
||
|
||
*
|
||
|
||
……당연한 얘기겠지만, 그동안 왕도에선 많은 일이 있었다.
|
||
|
||
그도 그럴게.
|
||
|
||
[남부 대륙 최대의 비료생산지 붕괴!? 앞으로 왕국의 운명은…?!]
|
||
|
||
[폭풍전야의 왕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
||
|
||
[사실은 그곳은 지옥이었다? 충격적인 진실, 비료생산지의 정체는 죄수들의 지옥…?]
|
||
|
||
남부 대륙 최대의 비료생산지가 하루아침에 무너진 것이다.
|
||
|
||
이로 인해 앞으로 식량 생산량이 떨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수순일 테니.
|
||
|
||
당장 불안감으로 인해 폭동이 일어난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고, 왕도의 무수한 신문사는 하루에도 수십 개가 넘는 신문을 뽑아 발행했다.
|
||
|
||
왕도의 위기건 뭐건, 어느 세상이나 기자란 족속은 특종에 목숨을 거는 인종이었으니까.
|
||
|
||
왕도가, 아니 남부 대륙이 망하는 것조차 그들에게 마냥 기삿거리에 불과하리라.
|
||
|
||
그러나.
|
||
|
||
[‘비료의 대체재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 시험적 운영을 위해 무상으로 비료를 농가에 나눠 주겠다….’는 아이시스 왕녀의 선언. 과연 그녀의 말은 거짓된 선전인가, 그도 아니면 새로운 희망인가….]
|
||
|
||
이러한 절망적인 판도를 단숨에 뒤바꾼 소식은 여론을 뒤집기에 충분했고, 왕국이 금방이라도 망할 것처럼 말하던 기자들이 돌팔매질을 맞는 광경마저 연출했다.
|
||
|
||
왕실이, 아니, 그녀는 움직인 것이다.
|
||
|
||
마치 그동안의 혼란이 더욱 거세지고 주목되길 원했다는 것처럼, 그녀는 새로운 비료를 출시했다.
|
||
|
||
기존의 비료보다 훨씬 더 성능이 좋으며 값싼 비료를 말이다.
|
||
|
||
“아이시스 왕녀님 만세!”
|
||
|
||
“아니지, 이 사람아. 왕세녀 전하라고 부르게.”
|
||
|
||
“아, 맞다. 그분이 후계자시지, 참.”
|
||
|
||
“허허, 팬드래건의 앞날이 밝구먼.”
|
||
|
||
“저 기자 새끼! 왕세녀 전하 욕한 기사 쓴 놈 아니야!?”
|
||
|
||
“돌 들어! 저런 매국노 같은 것들!!”
|
||
|
||
농민들은, 아니 백성들은 그녀를 칭송하기 마지않았다.
|
||
|
||
그동안 그들이 쓰던 비료의 정체가 마물이란 얘기가 나와 안 그래도 찝찝함과 역겨움을 느끼던 농민들이다.
|
||
|
||
모를 때가 좋았지, 알게 되는 순간 그걸 대체 어떻게 쓰겠는가?
|
||
|
||
하여 비료의 여분이 남아있을지언정 쓰기 꺼림칙하기 그지없는 상황에 이 나라의 왕녀가 쓰기 간편한 물약 형태의 비료를 나눠주었다.
|
||
|
||
비료와 맞먹는 성능도 성능이지만, 아이시스의 발 빠른 대처가 심히 훌륭한 것이고, 그녀가 친히 농민들을 보살피기 위해 순례를 감행하니….
|
||
|
||
이 얼마나 고귀하고도 위대한 행보란 말인가…!
|
||
|
||
열광하는 것도 당연한 이치였다.
|
||
|
||
…뭐.
|
||
|
||
“그런데 결국 비료의 정체를 숨긴 건 왕실이잖아?”
|
||
|
||
“다 같은 한통속 아니야?”
|
||
|
||
“너무 빨리 나오기도 했고.”
|
||
|
||
“혹시, 왕실이 꾸민 일인가?”
|
||
|
||
이렇듯 날카로운 몇몇 이들은 이토록 발 빠른 대처가 도리어 더 의심스럽다며 경계의 눈초리를 주었다.
|
||
|
||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내용은 땅굴을 묵인한 게 왕실이란 사실이다.
|
||
|
||
그렇기에 비판을 해야 하는 게 당연할 테지만-.
|
||
|
||
“이 빌어먹을 매국노 새끼들을 봤나!!!”
|
||
|
||
“너희가 배를 굶어 봤어!? 너흰 배를 굶어본 적이 없으니까 그딴 소리를 하는 거야! 마물이 어쨌다고! 그리고 결국 비료는 비료일 뿐이야! 농작물을 키워줄 뿐이라고!”
|
||
|
||
“왕실도 다 아는데 땅에서 나는 농작물 다 먹고 살았잖아? 듣자하니 왕실 농원에서도 마물 비료를 썼다는데, 뭐가 그렇게 문제야?”
|
||
|
||
여론전이란 건 거짓과 선동도 중요하지만, 결과로 보인 성과가 더 중요한 법이었다.
|
||
|
||
특히 백성들이 몸소 느낀 성과가 말이다.
|
||
|
||
약 백 년 전만 해도 굶어 죽는 이들이 하루에도 수백 명은 됐다는 걸 생각하면 비료의 정체가 무엇인들 어떠랴.
|
||
|
||
“그, 그래도!”
|
||
|
||
하지만 끝까지 제 주장을 펼치는 이들이 없지는 않았다.
|
||
|
||
끝내 왕실한테 사과라도 받아야 직성이 풀리려나 싶었고, 그런 그들에게…….
|
||
|
||
“자네 그럼, 아발론으로 떠나신 군신에게 책임을 지라고 말하는 겐가-?”
|
||
|
||
“!!!?”
|
||
|
||
“그런 거라면 각오하게. 다른 사람이 용서해도 그분을 욕한 행위는 내가 용서하지 못하니까.”
|
||
|
||
“어, 어어, 그, 그게….”
|
||
|
||
그랬다.
|
||
|
||
결국 땅굴이 만들어진 건 군신이 다스리던 시대의 일이었고, 땅굴을 욕한다는 건 군신을 욕보이는 행위였다.
|
||
|
||
인간의 몸으로 신으로 추앙받은 위대한 왕을 욕한다?
|
||
|
||
이건 뭐….
|
||
|
||
“죽여! 저놈을 죽여!!!”
|
||
|
||
“저놈에게 불을 붙여라!”
|
||
|
||
죽여 달라 애원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
||
|
||
돌팔매질도 돌팔매질이지만, 화형에 처해도 전혀 동정이 안 들 죄가 맞았다.
|
||
|
||
이렇듯 상황은 빠르게 수습되었고, 아이시스 왕녀의 후계자 지위는 더욱 공고해진 상황.
|
||
|
||
참으로….
|
||
|
||
“…무서운 아줌마 같으니…. 그냥 다 갖고 노네, 놀아.”
|
||
|
||
무섭기 그지없다.
|
||
|
||
이 상황 전부를 책상에 앉아 모조리 조율하는 여성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한은 흐르는 땀이 다 식을 지경이었다.
|
||
|
||
……오싹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