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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에 의해 유난히 어둑하고도 음산함이 감도는 숲은 소란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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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려는 건지 바람이 나뭇잎을 강하게 어루만졌고, 그때마다 음산하고도 오싹한 기운이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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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숲이 위험한 이유는 어두운 것도 있으나 숲이 가진 특유의 사나움이 좀 더 진해져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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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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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숨기기에 적당한 날씨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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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이러한 음산함과 사나움이 더없이 친근하게 다가오듯이, 어느 사내는 음산한 숲을 마냥 아늑하게 느끼며 바위를 침대 삼아 누워 있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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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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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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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투두둑 거리며 빗방울이 거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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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는 이 비조차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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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소리와 흔적조차 알아서 지워주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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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이 나쁘지 않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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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막한 읊조림을 내뱉으며 온몸으로 비와 숲의 흙내음을 즐기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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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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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한가하게 있으니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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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시간이 끝났음을 알려주는 흙탕물을 튀기는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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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진 않는다, 발걸음이 다가오는 걸 진작 알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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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왔나. 늦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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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너무하네, 누군 일하고. 누군 여유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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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가 맡은 역할이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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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번지르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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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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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동료의 불손한 대꾸에도 딱히 타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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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칭얼거림이야 항상 듣던 것인지라 일상 속 참새의 지저귐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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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무에게나 관대한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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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고 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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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만 건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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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대단한 건 대단한 거다. 훌륭하다,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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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 묻히며 유골조차 못 건질 줄 알았던 ‘사제의 시체’를 그녀는 멋지게 회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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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죽었지만, 저 사제의 몸에 있는 성력을 고려하면 위험이 뒤따르더라도 회수할 만한 값어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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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이 있는 자에겐 그만한 대우와 친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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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의 좌우명이었고, 그는 여성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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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친절을 받은 이는 떨떠름할 뿐이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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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사도라 불러줘, 그게 언제 적 호칭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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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그렇게 됐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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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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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나지막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그였고, 2사도라 불린 여성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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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보면 그는 학자 같은 면모를 보일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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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진정으로 구원 활동 등에 최선을 다하는 사제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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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로 사내의 선량한 분위기와 이지적인 눈은 조직과 어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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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만 해도 매력적이기 그지없는 옅은 미소가 돋보이는 인물상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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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가 어떤 이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처음 그를 대면한다면 먼저 호감을 표시하며 친근함을 갖고 다가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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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그랬다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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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꼴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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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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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이 떨어지는 것과 결이 다른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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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씬 더 느릿하면서도 어딘지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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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명이나 죽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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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단 몇이나 살았는지를 묻는 게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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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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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의 정체는 한때 인간이었던 고깃덩어리에서 떨어지는 핏줄기가 흐르며 생기는 것이었고, 그는 이를 무기질 대하듯 무덤덤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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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자신은 생명체를 죽인 게 아니라, 그저 말하고 피가 흐르는 ‘진흙’을 가지고 놀았을 뿐이란 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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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마 몇 년이 지날지라도 저 사람이 계속 무서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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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사도는 오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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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한 참사를 벌여놓고도 저토록 여상한 어투와 나긋나긋한 표정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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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말하건대, 동료만 아니었으면 절대 상종 안 했을 소름 돋는 인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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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심 그에게 꺼림칙함을 느끼던 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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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사도는, 드락은 죽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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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물었고, 2사도는 언제 이상한 생각을 했냐는 듯 곧장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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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체는 못 건졌어, 즉 시체도 못 건질 만큼 완전 가루가 돼서 죽었거나, 그것도 아니면 포로로 잡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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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둘 중 어느 쪽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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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자. 나라면 살려서 데려갔을 거야. 정보를 빼내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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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런 거라면 다행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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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 말이다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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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이상하게 하는군. 버림 말이 아니라 우연의 일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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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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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질 않는군, 이거야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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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는 그에게 2사도는 코웃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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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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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는지 살았는지 조직의 12사도 중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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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10년 넘게 조직에서 떨어져 홀로 땅굴에서 병력과 마물을 키울 중대한 임무를 맡은 그였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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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임무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안 돼서 버려둔 것에 불과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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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버려진 것에 불과한 불쌍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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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성정이 포악하고 급진적인지라 문제가 많았던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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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바깥으로 나돌게 하는 게 도리어 걱정일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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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그들은 드락에게 임무란 이름으로 그를 조직에서 멀어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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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결과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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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락이 아는 정보는 10년 전에서 멈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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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법이고, 사람이 속한 조직은 열두 번도 넘게 바뀌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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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드락이 살아있다고 치고, 그를 고문하여 정보를 뽑아내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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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쓸모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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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해야 사도나 혈십자군에 대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긴 하겠으나, 그 또한 의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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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드락이 우릴 본다면 놀랄 거야. 얼굴과 체형, 목소리만 바뀐 것만 해도 놀랄 일일 텐데, ‘성별’마저 모조리 바뀌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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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그렇긴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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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만큼은 여유롭기 그지없던 그조차 잠시 멈칫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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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사도라 부르는 그의 동료가 갑작스럽게 ‘그녀’가 되어 나타났을 땐 아무리 그라도 당황을 금치 못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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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봐? 내가 너무 예쁜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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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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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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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됐다. 그보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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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줄기가 약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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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된다면 더는 피내음이 퍼지는 걸 막지도 못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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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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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귀환하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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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할 만한 얘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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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통로는 폐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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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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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되었군.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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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돌연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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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시선조차 주지 않았던 시신들이 널브러진 곳을 향하여 시선을 주는 사내였고, 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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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을 남겨라, 이승에 미련을 두지 않아야 할 것 아닌가, 어차피 지옥으로 떨어질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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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비를 베풀듯 마지막 기회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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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싸늘하게 식은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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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농락이라도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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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사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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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답변이 없는 게 아쉽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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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를 줬는데도 받아먹질 못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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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막한 중얼거림이 끝나며 사내의 몸에서 후욱, 하고 검은 안개 같은 것이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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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글뭉글한 덩어리들은 비에 젖은 흙과 뭉쳐지며 점차 짐승의 형상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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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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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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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짐승이 형상을 이루며 눈을 번뜩이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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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깐! 기, 기다려다오! 아, 아니 사, 살려주십시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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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떡거리며 일어서는 시체가, 아니 시체인 척을 하는 이들이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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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짐승의 존재감이 느껴지자마자 공포에 질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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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저 짐승에 의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었는지를 알고, 저 짐승이 얼마나 흉악하고도 잔혹한지를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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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 죽이고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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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락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몇몇은 전투가 나기도 전에 기절하는 척을 하더군. 아니면 도망치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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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냥 놔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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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일어났을 때 어떤 ‘유언을 남길까’ 궁금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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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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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사도의 단호한 평가에 그는 고개를 가볍게 주억거리며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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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미,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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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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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탱 드 바르가. 브리튼을 멸망시킨 원흉 중 한 명이여. 너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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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물어보십시오, 어, 얼마든지 물어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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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탱 드 바르가, 과거 브리튼의 장군까지 올랐던 사내이지만 적국에서 친히 ‘명예 팬드래건 국민’이라 부를 정도로 무능하며, 수십 번의 패전을 만든 장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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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튼인조차 그 이름을 듣노라면 치를 떠는 이가 머스탱이란 이였으나, 머스탱은 항상 뻔뻔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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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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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 때문에 진 거냐! 병사들이 무능해서 진 것인데!’ ‘왜 내가 책임을 져야 해!? 기사들이 책임을 져야지!’ 등등, 무수한 망언을 남기며 적국의 사람들조차 격분하게 만드는 말을 내뱉길 주저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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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그에게 원한을 가진 이들의 숫자를 생각하면 지금껏 살아남은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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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렌 따윈 비교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오만하고도 뻔뻔하며, 제 잘못 따윈 조금도 모르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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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금 무릎을 꿇은 채 울고 불며 목숨 구걸을 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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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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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정말 잘 살아남더군. 로이 반트라고 했었나? 설마 그자를 방패삼아 버리고 도망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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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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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죽어가는 폐인을 데리고 있기에 동료애라도 있는 줄 알았거늘, 그 모습을 보며 기대할 가치도 없었음을 새삼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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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가 머스탱에게 말을 거는 이유는 자신에게 ‘확신’을 줬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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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들은 역시 살아있을 가치가 없는 존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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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확신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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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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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감사한다. 내 선택이 조금도 틀리지 않은 걸 가르쳐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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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살려주십시오! 사, 살려만 주신다면 뭐든 하겠습니다! 바, 바르가 가문의 숨겨진 재산이 어디 있는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브, 브리튼 왕실의 비밀과 그들이 숨긴 은닉 자금이 궁금하지 않느냔 말입니다!! 말씀만 하시면 모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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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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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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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머스탱은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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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짐승]은 머스탱의 하반신을 물어뜯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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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탱은 고통에 몸부림쳤으나, 사내는 그를 갖고 놀다 죽일 생각인지 느긋하게 비명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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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드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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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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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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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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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시간이 마치 억겁과 다름없었고, 머스탱은 어느 순간 몸이 축 처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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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것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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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두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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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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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거센 바람에 의해 먹구름이 금세 물러가며 희미하지만 달빛이 드러났고, 머스탱은 어둠에 의해 보지 못했던 사내의 얼굴을 생애 마지막이 돼서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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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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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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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의 얼굴을 확인하며 머스탱은 많은 것을 깨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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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깨달음일지도 모르는, 이 세상 그 누구도 모르는 은밀한 비밀에 가까워진 듯한 느낌을 받으며 머스탱은 유언을 남기듯 그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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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세자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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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간만에 듣는 이름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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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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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들어줄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다는 게 중요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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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은 거침없이 머스탱의 목을 물어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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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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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부릅뜬 채 허무하게 죽은 머스탱이었고, 사내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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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아직도 내 얼굴을 기억하는 자가 있을 줄이야. 흠, 생각보다 지위가 있는 놈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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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가면 브리튼 군부의 정점이었던 가문이잖아. 아마 이런 저런 자리에서 얼굴 정도는 마주쳤던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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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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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당신은 태생이 브리튼이면서 어떻게 나보다 더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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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도 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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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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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울리는 짐승이 사냥감을 물어뜯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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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이들이 방금 전의 머스탱처럼 단숨에 목이 물어뜯기며 죽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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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두 사람은 그들이 죽건 말건 관심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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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2사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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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기껏 키워낸 건데, 안 써먹어도 괜찮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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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동안 키워낸 반마인들이 아깝긴 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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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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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실패작들을 써서 뭘 할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들의 몸에서 얻은 실험 정보다. 이것만 있으면 병사는 얼마든지 뽑아낼 수 있다. 시간은 우리의 것이다. 그러니 안심해라 2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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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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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사도는 아쉬움을 표하긴 했지만, 그의 말을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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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아는 한 가장 현명한 사람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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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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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돌아가자,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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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짓궂긴. 1사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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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모습은 눈 깜짝할 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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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 왔다 사라지는 먹구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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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뒤, 고깃덩이로 변한 반마인-죄수들의 시체가 어느 사냥꾼에 의해 발견되며 기사들에게 알려지는 것은 조금 나중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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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침음을 삼키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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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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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신은 복귀하자마자 집에서 쉬지도 못하고 이렇게 있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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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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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안타깝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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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왕녀는 실망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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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그를 쉬게 해줄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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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에 실패해도 괜찮다. 땅굴 따위를 무너트린 것도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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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시스 이레인 드 팬드래건은 눈을 번뜩이며 이를 악물며 그를 타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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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놈 따위에게 고전하며 무승부밖에 내지 못하다니…! 이 얼마나 원통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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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무승부도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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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카 빼곤 북부에게 패배해선 안 된다고 하거늘! 네가 이렇게 누이를 실망시키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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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카는 왜 빼는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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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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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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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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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상사의 잔소리는 상사가 만족할 때까지 끝나지 않음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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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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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북부산 보드카나 마셔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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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조차 패배를 인정하는 술이 얼마나 센지 조금 궁금하긴 한 이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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