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335 lines
12 KiB
Markdown
335 lines
12 KiB
Markdown
|
||
“-쫓겠습니다.”
|
||
|
||
요르드는 멀어지는 그림자에게 시선을 떼지 않은 채 허락을 구했고, 이한은 물었다.
|
||
|
||
“잡을 수는 있고?”
|
||
|
||
“지금 거리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
||
|
||
“자신감은 좋네, 으음…. 됐어. 그냥 놔둬.”
|
||
|
||
“그, 그렇지만…!”
|
||
|
||
요르드는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으나, 이한이 저토록 크게 다치게 하고 임무를 어렵게 만든 원흉이 저 거한의 사내 때문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했다.
|
||
|
||
그런 자를 그냥 보내는 것이 영 아니다 싶은 그가 불만을 표시했으나.
|
||
|
||
“관둬, 네가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
||
|
||
“선배님?”
|
||
|
||
제이크가 후배의 어깨를 잡으며 말렸다.
|
||
|
||
요르드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
||
|
||
“…아무리 지쳤다고 해도 ‘북부의 흑사자’를 잡는 건 무리겠지.”
|
||
|
||
“!!?”
|
||
|
||
요르드의 눈이 부릅떠졌다.
|
||
|
||
북부의 흑사자.
|
||
|
||
거인 살해자이자 북부 최강의 챔피언으로도 유명한 그…!
|
||
|
||
“흑철사자의 부기사단장….”
|
||
|
||
“십중팔구로 그가 맞아. 과거보다 덩치가 더 커져서 단번에 못 알아봤었지만, 그가 분명해. 소문대로 여전히 성장판이 안 닫힌 건가?”
|
||
|
||
“…진짜 순수한 사람은 맞는 겁니까?”
|
||
|
||
“일단은 순혈 인간이래.”
|
||
|
||
“아, 아닌 것 같은데….”
|
||
|
||
설마 소문으로만 듣던 흑철사자의 부단장을 이런 오지에서 보게 될 줄 몰랐기에 요르드는 불만마저 잊고 멍함을 느꼈다.
|
||
|
||
그렇게 어린 후배가 경악을 감추지 못하며 그 뒷모습을 쫓을 때, 제이크는 퍼질러진 채 지쳐 쓰러진 친구에게 시선을 줬다.
|
||
|
||
“…괜찮냐.”
|
||
|
||
“괜찮아 보이냐?”
|
||
|
||
“아니.”
|
||
|
||
“그럼 왜 물어.”
|
||
|
||
“놀리려고.”
|
||
|
||
“……썩을.”
|
||
|
||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
||
|
||
그가, 이한이란 인물이 이토록 지쳐 쓰러진 것을 본 것이.
|
||
|
||
그리고 제이크가 짐작하기에 이 녀석이 이렇게 된 이유는 아마도.
|
||
|
||
“광신도 무리 따위한테 맞았을 리는 없고, 그렇다고 마물한테 네가 그 꼴이 날 일은 절대 없겠지. 오히려 언급한 둘 모두 몰살하는 게 너다울 테니까.”
|
||
|
||
“…넌 나에 대해 너무 잘 알아.”
|
||
|
||
“그래, 본의 아니게 잘 알지. 그리고 이런 것도 알지. 너를 그렇게 만들 수 있는 건 왕국을, 아니 대륙 전역을 뒤져봐도 오십 명이 넘지 않을 거란 것, 그리고 그 오십 명 중 한 사람인 라이오넬의 흑사자라면 너를 이렇게 엉망인 꼴로 만들 수도 있겠지, 그런 뜻에서 물어보는 거다만, 혹시….”
|
||
|
||
“싸웠어, 그냥 어쩌다 보니까.”
|
||
|
||
“……역시.”
|
||
|
||
자업자득이었구나.
|
||
|
||
이한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실을 당당히 밝혔다.
|
||
|
||
어차피 숨길 생각도 없었다는 듯이.
|
||
|
||
다만.
|
||
|
||
“넌 임무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이 불량 기사 녀석아.”
|
||
|
||
“……음, 미안.”
|
||
|
||
친구의 진심 어린 타박에 그는 무안한 듯 침음을 흘리며 솔직히 사과를 전하였다.
|
||
|
||
본인이 생각해도 경우가 없는 짓인 건 맞은 것 같아서.
|
||
|
||
뜻밖에도 ‘양심’이 아직은 살아있는 이한이었다.
|
||
|
||
…제이크는 그를 타박하면서도 딱히 싸운 이유를 묻지 않았다.
|
||
|
||
어차피.
|
||
|
||
‘별거 아닌 이유로 싸웠을 테니까.’
|
||
|
||
이 녀석도 그렇고, 북부의 대전사도 그렇고 둘 다 성격이 유별나니, 사소한 이유를 명분삼아 대결이 성립됐을 게 뻔할 것이다.
|
||
|
||
하여 큰 감흥이 없는 표정으로 일관하였으나.
|
||
|
||
‘누가 이겼을까?’
|
||
|
||
관심사가 없는 건 아니었다.
|
||
|
||
그가 아는 한 오러 유저를 제외하곤 왕국에서 가장 강하다고 할 수 있는 사내들.
|
||
|
||
그들이 격돌하였고 결투를 벌였다고 한다.
|
||
|
||
이러한 소식을 듣고 결과가 궁금하지 않다면 그건 기사라고 할 수도 없을 터.
|
||
|
||
…허나 제이크는 인내하며 차마 친구에게 물음을 던지지 않았다.
|
||
|
||
그도 그럴게.
|
||
|
||
‘지금 물어보면 맞겠지?’
|
||
|
||
무언가가 크게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만 보아도 질문을 던지는 게 현명한 선택지가 아님을 짐작하는 그였고, 지금은 궁금증을 억누르기로 하였다.
|
||
|
||
‘들을 날이 오겠지.’
|
||
|
||
…언젠가 호기심을 풀 기회가 있길 바라며.
|
||
|
||
*
|
||
|
||
*
|
||
|
||
*
|
||
|
||
휙! 휘이익!
|
||
|
||
여성은 전력질주를 하듯 달렸다.
|
||
|
||
땀이 주르륵 흐르긴 하였으나 속도를 유지하며 초당 수십 미터 거리를 단숨에 주파하는 그녀의 모습은 설원을 거침없이 뛰어노는 설표와 같았다.
|
||
|
||
거대하다 못해 황소와 같은 무게를 자랑하는 막시무스를 짊어진 채였으나, 이 정도 무게조차 거뜬히 들지 못한다면 어찌 스스로를 북부의 수호신이자 최강의 전사 집단인 흑철사자의 일원이라 주장하겠는가?
|
||
|
||
북부의 전사에게 성별은 변명이 되지 않았고, 오로지 실력만이 전부일 따름이었다.
|
||
|
||
“다행히 추적자는 없는 것 같네요.”
|
||
|
||
설원의 새하얀 눈 같은 피부가 인상적인 장신의 여성,
|
||
|
||
리리나 하트문은 뒤를 슬쩍 경계하며 쫓는 인원이 없음에 안심했다.
|
||
|
||
만약 백은사자의 기사들이 그녀를 쫓았다면 조금 골치 아팠을 텐데.
|
||
|
||
‘쓰러져 있는 기사를 제외하고도 나머지 둘도 심상치 않았으니까.’
|
||
|
||
북부 기준에서도 경시해선 안 되는 수준이었다.
|
||
|
||
리리나로선 내심 감탄했다.
|
||
|
||
‘백색 고양이들은 다 머저리밖에 없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쓸 만한 자들이 없진 않구나.’
|
||
|
||
이런 것이 왕국의 저력인가 싶은 그녀였다.
|
||
|
||
허나 곧 그녀의 관심사는 고양이들에게서 멀어졌다.
|
||
|
||
슬쩍….
|
||
|
||
조금은 심적 여유가 생겨서일까?
|
||
|
||
리리나는 시금치처럼 축 늘어진 부단장을 보았다.
|
||
|
||
막시무스 라이오넬.
|
||
|
||
라이오넬 대공의 막내 동생이지만, 대공의 막내 동생이란 이름보다 ‘북부의 대전사’라 더 자주 불리는 사내.
|
||
|
||
타고난 재능과 불굴의 노력, 그리고 끝없는 향상심을 기반으로 한 투쟁으로 북부의 전사들을 전부 무릎 꿇린 기사가 다름 아닌 그였다.
|
||
|
||
리리나 본인 또한 호승심으로 그에게 덤빈 전적이 있었고, 그날 리리나는 인간의 형상을 한 거인이 있을 수 있음을 뼈저리게 느꼈었다.
|
||
|
||
그 정도로 막시무스는 강했고, 리리나는 그가 대공 전하를 제외한 인간에게 진다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
||
|
||
그가 가진 끝을 모르는 체력과 산을 뒤엎을 것 같은 힘이 얼마나 강대한지 몸소 겪었기에.
|
||
|
||
한데, 지금.
|
||
|
||
‘이렇게 지친 걸 본 건 처음이야.’
|
||
|
||
옛날 서리 거인과 단독으로 전투를 치렀을 때도 상처 하나 없었는데.
|
||
|
||
하여 리리나의 시선이 호기심을 머금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수순…-.
|
||
|
||
“-리리나, 무엇이 궁금하지.”
|
||
|
||
“…….”
|
||
|
||
“궁금한 것이 있다면 풀어주마.”
|
||
|
||
“…어쩌다 그런 꼴이 되셨습니까. 북부의 챔피언이란 사람이.”
|
||
|
||
기회가 주어졌을 때 직설적으로 곧장 묻는다.
|
||
|
||
북부의 여전사다운 호방함과 직설적임.
|
||
|
||
그리고 이런 물음에 일순 그녀의 어깨에 짐짝처럼 옮겨지던 막시무스는 만족스러운 눈웃음을 지으며.
|
||
|
||
“멋진 대결이 있었지. 참으로 가슴 벅차고 뜨거웠던 대결이.”
|
||
|
||
“…….”
|
||
|
||
리리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
||
|
||
그녀, 아니 자신들의 부단장이 저토록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걸 처음 보아서.
|
||
|
||
이후 그는.
|
||
|
||
“리리나, 대륙은 넓더구나, 하하!”
|
||
|
||
“…당신답지 않은 겸손한 답변이네요.”
|
||
|
||
“그런가?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군.”
|
||
|
||
막시무스는 그녀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
||
|
||
리리나의 말대로 그는 겸손하기보단 오만한 이가 맞았으니까.
|
||
|
||
허나 지금은 달랐다.
|
||
|
||
그는.
|
||
|
||
“‘패배’를 겪고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어찌 그것이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
||
|
||
“!!!”
|
||
|
||
“왜 그러나, 내가 패하였다는 게 그렇게 믿기 힘든가?”
|
||
|
||
“…저, 정말 지셨어요?”
|
||
|
||
그녀의 부단장에게, 막시무스에게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아닐 수 없다.
|
||
|
||
패배. 누군가와 싸워 졌다는 얘기가 도저히 연상되지 않았다.
|
||
|
||
그는 항상 결투의 승자로 남을 것 같았으니 말이다.
|
||
|
||
하지만 막시무스는.
|
||
|
||
“리리나 잊었나? 난 태어나서 지금껏 거짓말이란 걸 내뱉어 본 적이 없다.”
|
||
|
||
“…….”
|
||
|
||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난 내 패배가 전혀 부끄럽지도 낯설지도 않다. 북부에서 난 언제나 패배자였으니.”
|
||
|
||
형님 전하, 아니 대공의 신비에 항상 그는 패배했고, 북부에서 불어오는 눈보라에도 그는 항상 패배했다.
|
||
|
||
북부의 또 다른 신비인 만년설은 추위가 느껴지지 않으나, 그 웅대함과 강대한 존재감으로 항상 그에게 압도적인 패배감을 안겼었다.
|
||
|
||
그렇기에 그에겐 패배란 건 친숙한 것이다.
|
||
|
||
“흑왕과 대자연에게 지는 게 왜 패배예요? 그걸 인간이 이길 수는 있는 건가요?”
|
||
|
||
리리나 하트문은 어이가 없었다.
|
||
|
||
그가 언급한 것들.
|
||
|
||
북부의 토지신이자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사자왕의 파편’인 라이오넬의 흑왕.
|
||
|
||
만년을 넘게 얼어 있으며, 눈 요정의 유해라고도 불리는 신비를 품은 설원 만년설.
|
||
|
||
이러한 것들 모두가 결코 일개 인간이 대항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
||
|
||
누가 자연과, 아니 재해와 싸울 생각을 할 수 있고, 그것에 졌다고 패배자라 할 수 있으랴.
|
||
|
||
“원래 목표는 크게 잡아야 하는 법.”
|
||
|
||
“…그냥 당신이 제정신이 아닌 거예요.”
|
||
|
||
“흠, 그럴지도 모르지.”
|
||
|
||
막시무스는 선뜻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녀의 의견에 동의했다.
|
||
|
||
원래 각자의 기준이란 것이 있는 거니까.
|
||
|
||
그리고 그런 뜻에서.
|
||
|
||
“적어도 내 기준에서 이번에 나는 패배한 것이 맞다.”
|
||
|
||
“……그 기사의 검을 부쉈는데도요?”
|
||
|
||
“허허, 볼 건 다 봤나 보군.”
|
||
|
||
“그냥 그 기사가 신경질적으로 손잡이를 던지는 걸 봤을 뿐이에요.”
|
||
|
||
북부에서 자주 봤던 풍경이다.
|
||
|
||
막시무스의 주특기인 무기 파괴, 이로 인해 자신의 애병을 잃은 전사들이 수두룩했으니.
|
||
|
||
그러나.
|
||
|
||
“리리나, 내 목을 봐라.”
|
||
|
||
“네에?”
|
||
|
||
“얼른.”
|
||
|
||
“…….”
|
||
|
||
리리나는 그가 갑자기 왜 저런 말을 할까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순순히 그의 목을 쳐다봤고, 그렇게….
|
||
|
||
“으읍…!”
|
||
|
||
그녀는 비명을 내지르고 말았다.
|
||
|
||
웬만한 일에도 놀랄 일이 잘 없는 그녀였지만, 지금만큼은 경악하다 못해 몸이 떨렸고, 어느새 그녀는 달리는 것을 멈추며 동공에 지진이 나는 중이었다.
|
||
|
||
……붉은 실선.
|
||
|
||
그는 목의 상처를 ‘힘’으로 억누르는 중이었다.
|
||
|
||
“이 경이란 건, 배우길 정말 잘했다 싶더군.”
|
||
|
||
안 그랬으면 진작 피분수가 솟구치며 죽었을 테니.
|
||
|
||
뭐.
|
||
|
||
“기사로 살다 보면 목도 베이고 하는 거겠지, 나쁘지 않은 경험이다, 아하하!”
|
||
|
||
“우, 웃지 마요! 웃지 말라고 이 등신 같은 인간아! 피가 난다고!! 왜 다쳤다고 말을 안 해!?”
|
||
|
||
“아하하!!”
|
||
|
||
막시무스는 별일 아니란 듯 그저 웃을 따름이었으나, 리리나의 안색은 창백해질 뿐이었고, 그녀는 이 정신 나간 인간을 빠르게 치료부터 해야 했다.
|
||
|
||
“망할 인간!!”
|
||
|
||
리리나 하트문은 자신의 부단장을, …동시에 제 [남편]이기도 한 그를 보며 성질을 냈다.
|
||
|
||
자칫 과부가 될 판이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