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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구구구구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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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지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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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피! 대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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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들은 땅굴에서 지속적으로 울리는 지진에 공포를 느끼며 허겁지겁 대피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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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땅굴이 무너지면 그들도 같이 죽을 판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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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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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들도 같이 챙기라고 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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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지만 왕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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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가 아니라 아렌 경이라 불러라! 지금은 공무수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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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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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 불복종은 받지 않는다. 죄인들은 모두 데리고 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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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예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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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렌 팬드래건의 명령에 의해 병사들은 죄수들을 챙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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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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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빨리 움직이지 못해! 너 때문에 다 죽으면 책임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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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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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들은 간만에 보는 햇빛과 구름에 반가워 할 새도 없이 도망차기 바빴으나, 살았다는 기쁨에 이러한 자연재해를 도리어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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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같으면 설사 땅굴이 무너진다고 해도 종신형이 확정된 그들은 빠져나올 수 없는 게 원칙적으로 맞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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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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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말하지만, 이 ‘명단’에 적힌 이들만 데리고 가는 것이다. 엉뚱한 녀석이 섞여 있다면 그 즉시 처단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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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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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의 핏줄’은 그 모든 원칙을 뒤엎을 힘이 있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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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분한 회색머리를 씻어내고 팬드래건을 상징하는 백은발을 흩날리는 아렌의 명령에 병사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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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들은 공포에 떨면서도 불만은 다소 적었는데, 그가 내린 명령이 합당하다 여기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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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왕가의 핏줄인가, 억울하게 죽게 하는 이들이 없게 하려는 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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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지금 명단에 적힌 놈들은 다들 죄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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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한 백사자라더니, 허명이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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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굴에 갇힌 이들 중 드물게 죄질이 미약한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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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에게 밉보이거나 모함 혐의가 있는 이들만 구출 중이기에 불만이 없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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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사 받아도 마땅할 고귀함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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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찬사 받는 입장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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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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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스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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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명성을 훔치는 더러운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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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명령을 듣는 처지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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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를 협박하여 얻어냈다고 하는 명단과, 자신에게 죄수들을 구출하란 명령,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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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단에 적힌 놈들 중 한 명이라도 없으면, 한 명당 백 대란 걸 기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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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하기 그지없는 협박이 있었기에 그는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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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왕족인 그가 법마저 어기며 이런 짓을 해야 하나 싶으나 그런 불만을 내뱉었다간 후환이 두려운 아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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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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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감사합니다, 기사님!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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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년만 버티면 어머니를 만나게 해준다고 했는데, 어머니 얼굴도 못 보고 죽는 줄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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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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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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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는 죄수들, 아니 선량해 보이는 그들을 보며 아렌의 가슴에 무언가가 벅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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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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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감사 인사 같은 거 하지 말고 얼른 탈출이나 하란 말이다!! 거기 너,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군, 얼른 업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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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갑옷을 더럽힐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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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말하게 하지 말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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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렌은 어느 순간부터 괴수가 무서운 게 아니라, 진심으로 그들을 돕고자 노력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건 한참 뒤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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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인성이 영 모난 사람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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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나 말입니다. 지금만큼은 진짜 ‘백사자’란 이명이 어울리는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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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백사자처럼 용맹하면서도 고귀해 보이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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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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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렌처럼 사람들을 탈출시키는 동시에, 사람들에게 섞여 탈출하려는 ‘흉악범’을 처단하는 역할을 맡은 제이크와 요르드는 거침없이 죄수들을 베어내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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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이들 중엔 투기법을 익힌 놈들도 있었는데, 혈십자군 소속임이 분명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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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혈십자군을 배신하고 탈출하려던 놈들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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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 따윈 없는 놈들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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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교도, 아니 이딴 쓰레기들에게 뭘 기대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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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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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드가 자신을 덮쳐오는 죄수를 향해 재빨리 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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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같은 속도로 펼쳐지는 망설임 없는 횡 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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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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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깔끔하기 그지없는 마무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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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쾌검술이란 말이 아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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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가 이번 년도 백은사자 신입 중 수석인지를 알려주는 놀라운 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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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에 질 수 없다는 듯 선배 기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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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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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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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처럼 칼이나 화살조차 튕겨내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도 제법 단단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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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는 적들의 공격을 온몸으로 견뎌내었고, 상처 하나 입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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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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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이 생도들에게 경을 가르치기 전 최초로 경을 배운 사람은 다름 아닌 제이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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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체 취급이긴 했지만, 원래도 뛰어난 기사였던 제이크의 학습 능력은 생도들보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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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선지 이한만이 가능한 줄 알았던 금강마저 가능할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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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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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생엔 태어나지 마라, 너희는 숨을 쉬는 것조차 아까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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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교도들 따위가 그를 건드릴 수 없단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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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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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거합도가 펼쳐지며 순식간에 그에게 덤벼든 이들 전원의 목이 숭겅 잘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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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낫으로 곡식을 베어내는 것 같은 깔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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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기사에 머무는 자라곤 생각할 수 없는 최상위 기사의 실력이 아닐 수 없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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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는 가볍게 숨을 토해내며 땀을 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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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어느 정도 다 처리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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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교도들은 어느 정도 처리한 것 같습니다만, …저희가 없앤 녀석들은 일부분에 불과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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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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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와 요르드가 베어낸 놈들의 숫자는 오십을 넘었지만, 그렇다 한들 아직 죄수들이 수백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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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모든 죄수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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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안에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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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 선배님 말대로 다른 통로가 있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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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진과 폭발음에도 나올 생각이 없는 수백의 죄수들의 행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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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구석이 있다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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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대체 배신자가 얼마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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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알기 싫어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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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들을 감금하는 땅굴에 그들도 모르는 시설이 있고, 수상한 세력이 기생하여 그 세력을 부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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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런 테러 조직이나 이교도 집단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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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뒤에서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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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상당히 막강한 힘을 가진 누군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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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현 상황을 해결하는 데만 집중하도록 하자. 다른 일에 신경 쓰면서 싸우다 칼침 맞으면 우리만 손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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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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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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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발언 이한 선배님이랑 닮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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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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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는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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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그 막장 기사랑 말투가 닮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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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자신도 막장이란 말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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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난 그 정도는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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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긴요, 똑같은데,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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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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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흉한 웃음을 흘리는 뺀질거리는 후배를 보며 제이크는 혈압이 오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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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 원래는 성실한 모범생이었는데, 왜 이렇게 변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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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 녀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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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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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라 말하지만 악우(惡友)에 불과한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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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과 엮이고 나서부터 어째 멀쩡한 일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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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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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제이크의 시선은 칠흑과 같은 땅굴을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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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칠흑 속 어디선가 싸우고 있을 그를 걱정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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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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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같아선 도와주러 가고 싶지만, 방해만 될 것을 알기에 참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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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울 때 더 활약하는 녀석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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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마음이 안 좋은 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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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뒤처리나 하고 있는 건 본인의 부족함을 실감하게 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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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지금만큼은 내가 북부의 흑사자였다면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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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의 흑사자? 흑철사자의 부단장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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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나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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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쌓은 업적은 북부를 넘어 왕국 전체에서도 유명하니까요, 흑사자 막시무스 아이언 드 라이오넬, 그 유명한 ‘자이언트 슬레이어(Giant Slayer)’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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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 처단자 막시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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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서리 거인을 무찌른 용맹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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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대륙을 대표하는 젊은 기사들 중에서도 그 위업과 명성 등이 차원이 다른 이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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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얘기로만 들은 게 다입니다만, 그렇게 강한 사람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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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딱 한 번밖에 본 적 없어. 그것도 우연히 본 게 다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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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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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 그것도 엄청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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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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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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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한창 스승이었던 아버지에게 기사 훈련을 받던 시절, 북부 근처까지 간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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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 북부의 기사들을 마주쳤는데, 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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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 훌륭한 기사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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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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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10대에 불과했으나, 노련한 기사였던 아버지마저 뛰어넘던 존재감과 덩치, 그리고 강렬한 기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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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 하얀 고양이치고 제법 튼실하군. 어떻게, 내 일격을 받아보겠나? 생사는 장담할 수 없다만. 뭐, 죽는다면 그것도 어쩔 수 없지, 기사의 싸움이란 그런 거니까, 으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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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그토록 강한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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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버지는 그를 이렇게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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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명의 빛께선 아주 가끔, 한 백년 단위로 어느 한 명에게 과도한 축복을 내려주실 때가 있다. 그야말로 백 년에 한 번 태어날까 말까 한 재능이며, 천만 분의 1의 재능을 가진 자들인 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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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저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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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명 중 한 명은 될 거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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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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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저런 자와 싸우진 말거라. 지금도 무서울 정도로 강하지만, 저런 자는 계속해서 성장할 거다, 끝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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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는 아버지의 말에 납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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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납득할 수밖에 없는 존재감과 기세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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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며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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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이후로도 저러한 사람을 그의 인생에서 만날 일이 있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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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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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을 만난 이후 생각이 달라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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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천만 분의 1의 확률을 뚫고 태어난 괴물보다 더 특이했던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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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으론 그 누구에도 뒤지지 않을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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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가 소위 하늘에서 내린 재능을 천재라고 한다면, 그놈은 역경과 시련을 통해 힘을 손에 넣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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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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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종(混種), 키메라 같은 놈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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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특이, 아니 괴상한 걸 잘하는 녀석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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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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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는 아무리 그래도 사람보고 혼종이라 하는 건 너무한 말이라며 피식거렸고, 미안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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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맥주나 한 잔 사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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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이 다 무사히 끝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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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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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의 검은 다시금 인두겁을 쓴 짐승의 목을 수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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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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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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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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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평가받길 천만 분의 1의 재능을 타고난 괴물과 시련을 통해 괴상한 힘을 손에 넣은 어느 혼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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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당신이 왜 여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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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잠시 첩자 일을 하던 중이었다네. 한데 이상하게 나를 수상한 놈이라며 쫓길 일쑤더군, 왜 들킨 건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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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 이유를 너무 잘 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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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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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과 막시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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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기사는 서로의 목을 향해 칼과 도끼를 겨누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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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라도 상대방의 목을 수확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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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대치 상태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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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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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희 생매장 당하는 중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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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구구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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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은 떨어지는 흙먼지와 바위 등을 가리키며 그만 좀 싸우고 탈출 좀 하자며 절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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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안타깝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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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먼저 칼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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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도끼를 내리는 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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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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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양보할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였고, 데릭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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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세상을 가나 남자들이 빨리 죽는 이유는 저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임이 분명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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