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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차례 전투가 벌어지긴 했지만, 놀랍도록 관심은 전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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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들의 경우 땅굴 바깥에서 보초만 서지, 땅굴 안으로 접근도 안 하여 그들이 싸우건 죽건 관심이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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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의 경우는 기진맥진하여 쓰러진 이들이 많아 그다지 크게 화제 되지 않은 것이고, 무엇보다 전투가 2분을 넘기지 않은 덕분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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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 자리에 그 누구도 2분이 넘지 않은 대결이라 하여 상대를 만만하게 여기거나 저 대결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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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된 솜씨군. 수상한 놈일지언정 실력이 탄탄한 명문가의 기사임은 분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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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의견에 동감합니다. 등골이 서늘한 실력자였습니다. …저걸 저렇게 제압하는 선배님이 말이 안 되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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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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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반트의 실력은 ‘진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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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백은사자에 널린 반쪽짜리들에 비하자면 못해도 두 배는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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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중 그를 저토록 쉽게 제압할 자신은 없다 여길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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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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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로이 경! 무, 무슨 짓이더냐…! 저토록 약한 로이 경에게 갑자기 무슨 무도한 행동이냔 말이다! 비록 멸망했다고 한들 브리튼의 기사가 되어 어찌 이런 비겁한 짓을…! 네놈들은 수치도 모르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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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진짜 어떻게 장군이 된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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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듯, 한때 장군이었던 양반은 제 곁에 있던 인물의 실력은커녕, 그들의 공방전을 아예 보지도 못하기도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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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짜게 식은 눈짓을 주었고, 이에 격분하듯 더욱 크게 소리치려는 머스탱이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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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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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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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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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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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소란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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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뒤통수를 후려치니 기절하는 머스탱이었고, 드디어 주변은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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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드의 적절한 처방이었으며 제이크는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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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저 녀석 닮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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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아무래도 이 수단이 제일 빠른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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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닮지 말아야 할 걸 닮아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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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 잘 크고 있구먼,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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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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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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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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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곁까지 다가온 이한은 한없이 멀쩡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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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싸운 게 아니라 잠시 산보를 다녀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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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한 실력자조차 생채기 하나 못 낸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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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은 했었지만, 이 녀석. 실력이 반년 전과 비교도 안 되게 성장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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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사자 135명을 손쉽게 제압하는 걸 보며 짐작은 했지만, 진짜 전과는 격이 다른 강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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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전에도 분명 트롤 같은 녀석이었지만,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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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거도 한 수 접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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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는 이제 백은사자에서 발타르 경을 제외하곤 저 흉악한 놈과 대적할 놈이 없을 것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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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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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도 로이 반트는 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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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1인분을 하는 기사는 신체능력부터가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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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가 깨지고 뇌진탕이 좀 심하여 기억의 부분적 상실이 걱정되긴 했지만, 그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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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다’는 게 중요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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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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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어두운 곳까지 질질 끌고 와 로이 반트를 내려놓고 이한은 품속에서 약병을 꺼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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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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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내용물을 붓자 로이 반트의 상처가 아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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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션이라니,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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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을 살려야 뭘 듣던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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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사경을 헤매고 있던 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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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머리가 터져도 이상할 게 없었는데 도리어 사경을 안 헤매는 것이 신기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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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그런데 이놈이 그 혈십자군 소속이 맞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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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더라도 수상한 놈인 건 맞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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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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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수상한 놈임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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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굴에 들어온 놈 주제에 투기법이 봉인되지 않은 것도 그렇고. 그들에게 은밀하게 접근하려는 것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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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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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능한 장군을 저희에게 보낸 것도 이놈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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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의 간을 보려는 것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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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탱이 제 의지로 그들에게 말을 건 것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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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로이 반트가 뒤에서 부추기며 그들과 대화를 나눌 명분을 만들기 위한 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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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우리가 브리튼의 기사라고 하니, 어떻게든 이용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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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땅굴에 갇힌 죄인들의 경우 대부분이 브리튼 출신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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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부터 기사까지, 무력이 상당한 신분들은 대부분 땅굴에 모인 격이었고. 아마 그들과도 금세 친분을 나눌 수 있으리라 여긴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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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굴에서 친분 같은 게 의미가 있나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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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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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그런 걸 따져. 원래 어느 나라를 가건 혈연, 지연, 학연 따지는 게 인간이란 건데. 저놈도 그런 거겠지,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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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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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까지 와서 그런 걸 따지는 게 의미가 있나 싶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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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있잖아, 수감 생활 하는 주제에 여전히 신분 타령 하는 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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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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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날 보고 그러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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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서 묻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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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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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렌의 얼굴이 썩어 들어가건 말건 상관없이 이한은 묵묵히 제 할 일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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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반트가 깨어나기까지 그가 옷에 무언가 숨겨둔 것이 없는지를 확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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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놈은 뭔가 숨기길 마련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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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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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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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으나, 그들이 입은 죄수복과 달리 안주머니가 달려 있는 로이 반트였고, 안주머니에는 수상한 물품이 다섯 개 정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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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종이와 수상한 냄새를 풍기는 비약 3개, 그리고 역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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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다지 긍정적인 물품이 아님을 알 수 있었고, 특히 역십자가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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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모독하는 배교자의 것이 아닐 수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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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실한 신자에게 불쾌감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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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을 제외한 세 사람이 손으로 십자가를 그으며 성경의 구절을 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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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자신들의 신앙심을 증명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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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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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독실한 신도들을 놔두곤 그저 역십자가를 살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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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딱히 신에 대한 불경함을 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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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보고 있노라면 어떠한 ‘이질감’을 주었기에 관찰할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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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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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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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사탕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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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도 저렇게 쉽게 안 깨집니다, 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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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괴물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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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역십자가를 손쉽게 반으로 쪼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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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쿠키를 반으로 쪼갠 것만 같았고, 이한은 역십자가의 속을 들여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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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마석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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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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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힌 마석을 혼합한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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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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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부분에서 미세하게 반짝이는 알갱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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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있노라면 눈을 현혹하는 기운을 내뿜는 것이 마물에게서 나오는 마석임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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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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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석을 겨우 이런 역십자가 하나 만드는 데 쓴다고? 돈이 넘쳐나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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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석은 마물 스무 마리 중 한 마리에게만 나오는 희귀한 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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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따지면 담석인 셈이며, 제법 구하기 힘든 희귀 아이템이란 뜻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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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와 연금술사들이 환장하는 재료기도 해서 비싸기도 더럽게 비싼데, 그런 비싼 재료를 역십자가 만드는 데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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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돈 많은 사람도 이런 돈 버리는 짓은 안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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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놈이란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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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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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이놈들이 마석 따윈 우습게 여길 정도로 엄청난 부자인 걸 수도 있고. …그래서 어느 쪽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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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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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그의 발언에 모두가 의아하길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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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곧 그가 말을 건 대상이 쓰러져 있는 로이 반트임을 깨달으며 눈을 매섭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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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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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피어오르는 그들의 기세에도 로이 반트는 미동도 없이 잠잠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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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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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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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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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거침없이 다리를 치켜들며 로이 반트의 머리를 정확히 겨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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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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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발구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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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바닥이 움푹 파였고, 사람의 두개골조차 수박처럼 산산조각 낼 위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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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다행스럽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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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귀와 다를 바가 없군. 기사란 자가 어찌 이리도 손속이 잔혹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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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은 이한의 발을 가까스로 피하며 한쪽 구석에서 숨을 헐떡이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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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라도 반응이 늦었다면 그는 틀림없이 죽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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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절한 척 연기 한 번 잘못하다가 세상을 하직할 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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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놈의 타박에도 코웃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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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연기를 한 놈이 뭐라는 건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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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같이 음흉한 놈들은 진심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되더라고. 어떻게, 강제적으로 시체놀이를 더 시켜줘? 깨어난다는 보장은 못 한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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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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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해, 노려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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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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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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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강렬한 시선과 마주한 로이 반트는 몸을 움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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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가 마치 타오르는 불꽃과 같았고, 그 열기가 몸을 덮치는 순간 로이 반트는 생전 처음 겪는 뜨거움마저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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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몸이 익어가는 착각마저 드는 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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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반트는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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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감히 자신이 상대할 수 없는 강자가 맞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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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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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이다. 그것도 왕국을 대표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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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역의 패자를 넘어 왕국에 명성을 쩌렁쩌렁 울리는 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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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튼에서도 얼마 없는 수준의 기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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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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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반트는 땀을 미치도록 흘려대며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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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을 무사히 넘기기 위해 머리를 끊임없이 굴리는 것이었고, 그는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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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정보를 반 정도 넘기도록 하지. 대신 나의 생존과 안전을 보장해라. 그리고 같이 탈출까지 시켜준다면 모든 정보를 하나도 빠짐없이 넘기겠다. 참고로 내가 아는 정보는 제법 훌륭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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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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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들, 분명 팬드래건의 기사겠지? 브리튼인치고 영 피부가 고운 게 딱 팬드래건이다. 아, 네놈만 빼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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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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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팬드래건 입장에서도 더할 나위 없는 정보일 거다. 아무렴, 왕국의 경제마저 뒤흔드는 정보를 내가 알고 있는 것이다. 하니 무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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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가 주제를 모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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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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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드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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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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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놈의 쇄골을 그대로 으스러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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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저 개소리를 듣지 못하겠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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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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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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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왁스럽기 그지없는 손길이 이번엔 얼굴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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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장정보다 2배 더 큰 손바닥은 로이 반트의 얼굴을 그대로 뒤덮었고,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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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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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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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전체를 우그러트리는 압박감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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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입마저 막힌지라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는 로이 반트였고, 이러한 고통은 3분간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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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누군가는 한없이 짧은 시간이라고 할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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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허어억! 커헉! 커허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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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반트의 얼굴은 세월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것처럼 늙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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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초췌해진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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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3분이 3년처럼 느껴지는 고통 속에서 극도의 공포감을 맞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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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에게, 아니 네놈들에게 협상의 자격이 있을 것 같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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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맹수의 으르렁거림과 같은 포악함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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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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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맹렬한 분노를 느끼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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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토록 분노한 것은 주문쟁이를 잡을 때 이후 간만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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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이 순간 이놈이 혈십자군인지 뭔지 하는 놈임을 확신했고,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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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가 습격당하여 이토록 분노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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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그는 그 정도로 성실한 기사가 아니며 정의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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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토록 격렬히 분노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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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들은 감히 ‘내 사람들을 위협’하고도 무사할 줄 알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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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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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학술원의 제자들일 수도 있으며, 그가 가는 단골 빵집의 주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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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싼 가격에 서비스로 고기 등을 나눠 주는 정육점의 주인일 수도 있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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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일상과 함께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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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이놈들은 감히 자신의 ‘일상’을 망가트리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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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실에 분노하지 않는다면 대체 무엇에 분노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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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주제에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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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뜨거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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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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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주먹으로 가볍게 로이 반트의 몸을 세 번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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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한 것이 아니라 툭툭 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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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이 아닐까 싶었으나, 이한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가웠고 도저히 장난을 칠 마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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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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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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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 로이 반트의 몸에서 괴랄한 울림이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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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 내부의 울림이 외부에서도 들릴 정도로 크게 난 수준이고, 고통의 수준을 짐작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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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반트는 덮쳐오는 고통에 기절조차 못 한 채 마냥 침을 질질 흘렸으나 이한은 ‘고문’을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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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처음 당해보는 기술일 거다. 근육과 뼈에 경을, 내 힘을 흘린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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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날 불칸에서 제자들에게 [경]을 전수할 때 그는 직접적으로 체내에 힘을 주입하는 것으로 기술을 전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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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근육과 뼈 등 육체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이한만이 할 수 있는 고도의 기예였고, 아마 이한이 아닌 다른 사람이 전수했다면 열에 아홉은 불구가 됐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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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이 말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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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이 아플 거다. 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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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을 흘려 넣어 상대를 인위적으로 불구로 만들 수도 있단 뜻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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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근착골(分筋錯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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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이 독자적으로 만들어 낸 지독한 고문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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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은 마라, 불구가 될 고통을 겪는 거지 진짜 불구자가 되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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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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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모르지, 고통이 길어질수록 백치가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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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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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열 준비가 되면 말해라, 그때 멈춰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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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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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버틸 생각인가? 그래, 최선을 다해 버텨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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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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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놈, 누가 이기나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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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당장 모든 정보를 뱉어내고 싶어 발악하는 로이 반트였지만, 그는 끝내 입을 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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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여전히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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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로이 반트의 고통 어린, 그리고 간절하고도 다급한 눈길을 마주하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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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새끼, 왜 입을 안 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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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같은 말만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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