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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십자군이요? 뭡니까 그 혈교 짝퉁 같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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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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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이한의 감성과 낭만을 이해할 상태창의 발언은 환영스러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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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자신만 짭이라 느낀 게 아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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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태창이, 아니 데릭은 정말 멍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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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전에서 나온 세력? 선왕에게 멸망했지만 여전히 살아남은 기생충? …이게 다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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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은 혼잣말을 연신 중얼거리며 황당해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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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들어본 적 없는 세력의 등장에 머리가 혼란스러워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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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일단, 전 개발팀이긴 했지만 지위가 높은 편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게임 내용을 다 알진 못해요. 그러니 그 혈십자군이란 건 아마 기획팀이 새로 만들거나 폐기한 설정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제가 모르는 원작 내용일지도 모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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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과 원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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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하신다면 알려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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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됐어. 물론 알면 편리할 수 있겠지만. 너무 많은 걸 알아도 머리만 복잡해지니까. …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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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 부정할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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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저 말대로 데릭은 항상 머리가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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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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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데릭이 부럽고, 저만한 정보들이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 싶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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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끔찍해요,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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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데릭이 봤을 때 아는 게 많은 건 오히려 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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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가 아무리 많을지언정, 그걸 활용하고 밀어붙이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권력과 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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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권력과 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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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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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신의 권력과 오러 유저급 힘이 없는 이상 제가 가진 정보를 마음대로 쓸 수도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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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하나라도 있으면 다행일 테지만, 그중 데릭에겐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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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마물의 출몰조차 미리 알았지만, 그로선 아무것도 할 수 없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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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데릭은 항상 스트레스가 많았고, 잠 못 이루는 밤을 지새우는 경우도 허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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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최근엔 믿음직한 아군이 생겨 잠은 잘 자고 있지만, 그런 게 아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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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휴, 교관님 말대로 모르는 게 속 편해요. 그냥 저는 정보 자판기인 게 마음 편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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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식, 그러지 말고 네가 오러 유저나 군신급 권력자가 될 노력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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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쪽이든 쉽지도 않을뿐더러, 하고 싶지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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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 유저는 스킬이나 업적치 등으로 오를 수 있는 게 아니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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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신급 권력자는 되려고 하면 그가 남들을 아우르는 정치력이 필요한데, 그는 그럴 만한 능력도 배짱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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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감만 넘치면 뭘 해도 될 녀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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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관님은 저를 너무 높게 평가해요.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정체불명의 세력이 출몰했다는 게 문제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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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아는 거 없냐? 마물 사태도 예견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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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런이 있다는 건 알죠. 하지만 적어도 ‘혈십자군’이니 하는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쓰는 놈들은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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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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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오류가 있거나, 아니면 오차가 생긴 거예요. 그리고 그 오차를 알기 위해선 저 또한 교관님과 같이 움직이는 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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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오, 웬일로 주체적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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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 뭐 별건 아니고. 교관님의 행동을 따라하는 거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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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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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씀하셨잖아요. 무슨 일을 하건 ‘책임감’을 가지라고. 저도 그렇게 해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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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로서의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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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실행하려 노력해보는 데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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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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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이게 얼마 만의 깨끗한 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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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도 부드럽고, 우유도 마치 막 짜낸 것처럼 신선하군요. 이런 걸 대체 어떻게 이 험난한 곳까지 유통할 수 있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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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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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렌 경. 천천히 좀 드십시오. 그러다 숨 막히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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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헉! 무,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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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끝나자마자 이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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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들은 데릭 덕분에 가뭄의 단비를 만끽하는 농부마냥 따스한 식사와 신선한 우유 등을 섭취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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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인벤토리]란 사기적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만이 가능한 놀라운 신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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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이런 유능한 협력자를 알고 있을 줄이야. 다시 봤다, 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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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이 상당히 넓으셨네요, 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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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만큼은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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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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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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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내가 너한테 뭘 기대하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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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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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늘 그렇듯 호구 8왕자를 갈구었고, 한편으론 데릭과의 대화에도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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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알아낸 건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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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요. 땅굴이 설마 이렇게 넓을 줄은 몰랐어요. 왕국 최대의 비료생산지란 건 알았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놀이동산 다섯 개를 합친 것만큼 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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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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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다는 건 알았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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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왕국 전체, 아니 남부 대륙 전체에 비료를 공급해야 하는 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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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이토록 크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임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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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하는 게 쉽진 않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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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해도 5일은 돌아다녀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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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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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저것도 최소 기간을 말한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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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자세히 둘러보자고 하면 보름도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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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둘러보는 것만이 아니라, 어디 숨었는지도 모를 조직에 대해 알아보아야만 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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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여기가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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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 드는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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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 아이시스가 뽑은 후보지는 세 군데였고, 그중 그녀가 직감으로 뽑은 곳을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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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직감만 믿고 온 게 실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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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분명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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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한은 그녀의 직감을 의심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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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불가사의한 능력을 보여주는 그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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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신비에 가까운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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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믿어야 하며, 여기라고 확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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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어 불신할수록 아무것도 찾지 못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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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무래도 네가 좀 더 고생해줘야겠다. 나도 나름 열심히 찾을 거긴 한데, 죄인 신분이라 상당히 제한적인 게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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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세요. 제가 나머지를 둘러볼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까. 그럼 전 좀 더 돌아다니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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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냐, 저녁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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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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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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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척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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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은신술, 아니 스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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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저 스킬의 능력이 조금만 더 발달해도 이한조차 감지해내지 못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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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상태창이 사기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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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화와 은신술, 그리고 가속 스킬 등의 조합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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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인간형 스텔스기가 아니라면 뭐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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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이 부러움을 느끼고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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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이봐. 너희 브리튼 출신 기사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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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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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면이지만 단련된 몸만 보아도 알겠군. 제법 실력자인 게 분명해. 반갑군. 머스탱 드 바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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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 제 이름을 밝히는 바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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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제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거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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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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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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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뭐지, 저 등신은?’ 이란 시선을 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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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내 이름을 모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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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하는 머스탱의 눈이 흔들릴 시점, 일순 반응이 나온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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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탱? 혹시 3군단을 이끌었던 브리튼의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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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나름 이들 중 가장 신문 좀 많이 읽은 기사의 입에서 그의 내력이 나왔고, 머스탱은 환영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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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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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저리 같은 지휘로 팬드래건의 승리에 도움을 줬다는 팬드래건의 숨은 지원군이자 첩자 소리 듣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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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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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 한복판에서 파티를 열었다고 하는 그 미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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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만하게!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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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력이 나온 건 도리어 불행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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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탱이라 불린 장군은 자신의 내력이 나올 때마다 낯빛이 구겨졌고 다급히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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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미 들을 거 다 들은 그들 입장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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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브리튼이 망할 만했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진짜 망할 만하네, 저런 놈이 장군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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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보다 위험한 건 무능한 아군이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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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놀랍군. 저런 자도 장군이 될 수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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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너도 단장이니까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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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게 무슨 뜻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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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차가운 시선을 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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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저리 중에서도 ‘무능한 머저리’란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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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좋게 보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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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는 자신의 무능함을 증명하듯 대놓고 비난의 시선을 주는 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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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어, 어쨌든 내 이름을 안다면 내가 너희의 상관이었음을 알겠군. 이름과 소속을 밝히고 예의를 차리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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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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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를, 아니 대우를 해 달라 대놓고 찡찡대기 시작했고, 그들은 이번에야말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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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도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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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무능한 걸로도 이렇게 감탄을 들게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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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에도 경지가 있다면 이 녀석은 틀림없이 화경이나 현경 급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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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고서야 이토록 감탄을 자아내게 할 수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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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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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감옥 안에서까지 대우를 해달라니, 네놈은 양심이 없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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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신분에 대한 프라이드가 하늘을 뚫을 팬드래건의 백사자, 아니 금쪽이는 아니꼬운 기색이 역력했고, 불필요한 말싸움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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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이라고! 어디서 고귀한 바르가 가문의 적자인 나에게 놈이란 호칭을 붙이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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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한 놈 같으니. 그따위 바르가가 무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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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 이자가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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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드래건의 금쪽이와 브리튼의 망나니가 말싸움을 하는 가슴 옹졸한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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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놈과 말을 안 섞는 게 답이거늘, 굳이 말싸움을 하는 걸 보면 역시 금쪽이는 금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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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은 금세 과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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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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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세고, 핏줄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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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놈들은 쉽게 제 뜻을 꺾지 않고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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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먼저 고개를 숙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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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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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가 정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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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누구에게 삿대질을 하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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멱살잡이에 들어가며 싸움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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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 지 5분 만에 일어난 일이었으나, 그 누구도 싸움을 말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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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정확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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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저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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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 힘도 넘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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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인들은 말릴 힘도 없다는 게 정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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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미니 웜들과 싸우느라 기진맥진인데, 싸움 구경이나 말릴 힘이 있을 리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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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들 입장에선 싸움이 나든, 누가 이기든 상관이 아예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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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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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탱 장군님. 그러지 마십시오. 모처럼 만난 ‘동향’이 아닙니까. 이럴 때일수록 서로 힘을 합쳐야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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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놈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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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진정하십시오,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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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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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인상이 선해 보이는 남성 한 명이 머스탱을 막아서며 진정시켰고 소란은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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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했습니다. 머스탱 장군이 나쁜 뜻이 있어서 이런 건 아닙니다. 단지 브리튼 출신 기사들이 들어왔다 하여 반가움을 느꼈을 뿐입니다. 다시금 말씀드리지만 나쁜 뜻은 없으십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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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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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소개가 늦었군요. 로이 반트입니다. 로이라고 부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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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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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낯으로 다가와 악수를 건네는 로이 반트는 실로 반듯해 보이는 청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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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문관처럼 보이는 것이, 전투력이라곤 없는 무해한 인물처럼 보일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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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트 경! 저런 무도한 자들을 놔두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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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 그래도 동향의 기사들이지 않습니까? 또한 다행이지 않습니까, 장군께서 이끄셨던 군단 출신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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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거야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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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도 저지른 잘못을 아는지 머스탱은 몸을 움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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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저의 트롤 짓 때문에 군단이 사실상 패배한 것인데 그것도 모른다면 그건 짐승보다 못한 인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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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침묵하는 머스탱이었고, 이에 안도 어린 표정을 지은 로이 반트는 그들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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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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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우리야 한 놈 빼고 상대도 안 해서 딱히 상관은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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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 그거 다행입니다, 그…. 아, 성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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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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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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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간만에 듣는 거네,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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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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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됐어. 그냥 리한이라고 알아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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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제가 무슨 실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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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그런 거 아니야. 그보다 너. 저놈이랑은 무슨 관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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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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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지 갑작스럽고도 부자연스러운 호의가 느껴지는 이한의 발언이었고, 로이 반트는 그를 이상하다는 듯이 보았지만. 그래도 성실하게 답변을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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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머스탱 장군과는 땅굴에서 인연을 맺었습니다. 웜들에게 죽을 뻔했던 저를 장군께서 구해주셨지요. 실상 저의 생명의 은인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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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으하하하! 맞다, 맞아 그런 일도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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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스탱은 잊고 있었던 일이었다는 듯 과장스레 웃었지만, 아무리 봐도 좀 더 제 잘난 점을 말하라는 듯 로이 반트의 어깨를 툭툭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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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불쾌할 만도 하건만, 여전히 웃는 낯을 유지하는 로이 반트였고 사람들은 머스탱에 대한 호감이 더욱 떨어지려고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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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거 이상하네. 자기보다 실력도 없는 놈한테 도움을 받을 정도로 허접해 보이진 않는데.”
|
||
|
||
“…….”
|
||
|
||
……이한의 발언에 의해 처음으로 로이 반트의 웃는 낯이 굳었다.
|
||
|
||
“참, 이상해.”
|
||
|
||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
||
|
||
“무슨 말인지 모르겠냐? 네가, 수상하다고 대놓고 말해주고 있는 거잖냐.”
|
||
|
||
“!!?”
|
||
|
||
후욱!
|
||
|
||
타악…!
|
||
|
||
“…….”
|
||
|
||
“잘 막네.”
|
||
|
||
“…하, 이런 미친….”
|
||
|
||
이한은 뻗은 주먹은 결코 일반인이 막을 만한 게 아니었다.
|
||
|
||
맞았다면 분명히 죽을 수도 있었을 일격.
|
||
|
||
한데 이러한 일격을 손쉽게 막아내는 로이 반트였고, 이것은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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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생명의 은인 빼놓고 해독약 먹으니까 좋나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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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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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가 투기법을 사용한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었고, 로이 반트의 눈에서 살의가 머금어졌다.
|
||
|
||
이를 포착하자마자.
|
||
|
||
“드디어 찾았네.”
|
||
|
||
-수상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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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한은 기뻐하며 놈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
||
|
||
* * *
|
||
|
||
퍼어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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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한과 로이 반트의 주먹이 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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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마치 타이어가 터지는 것 같은 강한 파공음이 연달아 퍼졌으며, 파공음이 터질 때마다 고막이 아플 정도의 소리가 울렸다.
|
||
|
||
후우욱!
|
||
|
||
로이 반트의 다리가 뱀과 같은 궤적을 그리며 상대를 걷어찼다.
|
||
|
||
진정으로 뱀과 같은 다리를 가진 사람이 브라질리언 킥을 날린다면 이렇지 않을까 싶은 복잡한 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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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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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한 발차기가 연달아 이한을 위협했으나, 복잡한 움직임의 향연에도 시선이 현혹되지 않은 채 그는.
|
||
|
||
타악!
|
||
|
||
“끝이냐?”
|
||
|
||
“!”
|
||
|
||
너무나 쉽게 막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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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말 그대로 보고 막는 것이었고, 로이 반트의 얼굴에는 경악성이 떠올랐다.
|
||
|
||
아무래도 이토록 쉽게 막힌 것이 처음인 듯했다.
|
||
|
||
후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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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로이 반트는 기술이 막히자마자 연달아 더욱 위력적이고도 현란한 기술을 선보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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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지 보고 있노라면 무에타이를 연상케 하는 실전성과 살상력이 돋보이는 격투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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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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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야말로 기술을 제대로 배웠으며, 실전에서 완성시킨 실력자임이 한눈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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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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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숙련도 높은 기술과 육체, 투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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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가지가 완숙의 경지에 이른 기사의 일격은 바위를 부수고 맹수마저 찢어발기는 위력을 발휘하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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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바닥에 족적을 남기는 진각과 함께 발차기가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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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보다 더욱 시야를 현혹시키는 변화무쌍의 발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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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예술적인 각법(脚法)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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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드래건의 기사들은 대개 권법과 레슬링 등이 더욱 발달한 것과 달리 브리튼은 발재간에 있어 수준이 극도로 높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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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튼의 기사와 제대로 싸운 적은 없어 처음 보는 것이지만, 그야말로 예술의 경지에 이른 각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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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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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네,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넌 끝에서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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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술임은 분명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올해 들어 이보다 더 고차원적인 기술을 수차례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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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로이 반트의 기술은 끝에서 두 번째에 불과했고, 아렌보다 좀 나은 수준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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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한은 자신을 위협하려는 현란한 발재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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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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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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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가볍다. 무게를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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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돌파하는 단순 무식함이 뭔지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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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린 사람이 도리어 아파하는 이질적인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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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럴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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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를 때려 부술 위력일지언정, 강철을 때려 부술 위력까진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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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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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육체에 충격을 주기엔 한참이나 부족하기 그지없었고, 이한은 고통에 몸부림치는 놈의 발목을 한 손으로 잡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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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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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와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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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바닥으로 내리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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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고 뭐고 없는 무식한 휘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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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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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두 번 내려쳤는데, 엄살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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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럴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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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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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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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이 무슨 말을 하기 전에 이한은 상관하지 않고 내리치길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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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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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 놈이 마지막 발버둥을 치듯 다시금 발로 그를 공격하긴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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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네가 금쪽이보다 세 배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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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의지와 실력을 존중하듯 이한은 그대로 놈을 높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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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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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을 선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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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지지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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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먼 수플렉스(German Supl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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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그대로 바닥에 찍히며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고, 이한은 일순 아차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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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식을 선사하면 안 되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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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상대의 머리가 깨졌으면 어떡할까 싶은 걱정에 휩싸이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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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걱정이 아닐 수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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