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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 웜은 원래 사막지대에서나 서식하는 마물이기에 울창한 숲이 많은 남부 대륙에선 보기 드문 게 맞지만, 과거 어느 일로 인해서 남부는 샌드 웜을 사막에서부터 ‘수입’하는 미친 짓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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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마냥 미친 짓으로 분류할 수도 없는 것이, 이 일로 인해 남부 전체의 백성들이 윤택함을 누리고 있으니 미쳤다고 규정할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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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어느 연금술사들에 의해 밝혀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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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드 웜만 있으면 왕국의 식량생산량이 지금의 5배가량 더 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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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연구 자료가 밝혀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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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은 사막에서 샌드 웜을 포획하여 양식하는 데 성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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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연금술사가 호언장담하였던 대로 샌드 웜이 뱉어내는 비료는 왕국의 식량생산량을 무려 10배까지 늘리는 기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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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식량 걱정이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역사적인 성과가 아닐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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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이러한 연금술사의 연구 성과와 샌드 웜에 대한 정보는 극비로 다뤄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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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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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간단히 말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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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지면 놀 되겠네,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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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알려지는 순간 아마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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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 웜이 내뱉는 비료가 사실은 동족포식을 통해 뱉어내는 마물의 사체나 다름없다는 것과, 그 비료를 숙성시키기 위해 흙과 낙엽 등으로 숙성과 발효 등을 하는 이들이 다름 아닌 왕국의 죄수들이란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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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샌드 웜이 흙만 먹는 게 아니라, ‘육식을 더 좋아하는 마물’이란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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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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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들은 자기들이 쓰는 비료의 성분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알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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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비밀로 유지되어야만 하는 사실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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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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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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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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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 웜, 아니 미니 웜이라 불리는 게 어울리는 마물들이 몸을 꿈틀거라며 대량으로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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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나 숫자가 많은지, 물경 수십 마리가 쉼 없이 흙속에서 머리를 치켜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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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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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물이다! 다, 당장 병사를 불러! 마물이라고 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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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내 팔을 물었어! 이, 이 빌어먹을 마물 주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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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웜들의 크기는 대략 자그마한 뱀과 비슷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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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작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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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미니 웜 같은 경우 꼭 병사가 아니라, 검 한 번 잡아보지 않은 농부조차 곡괭이만 있으면 쉽게 잡을 수 있는 약한 마물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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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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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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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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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만한 크기의 지렁이들이 무려 수백 마리, 아니 수천 마리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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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을 넘어 병사들이 움직여야 하는 것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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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곳은 죄수들을 가두는 수감소이며, 동시에 처형장이기도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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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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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죄수들의 죽음은 흔해빠진 일상에 불과했으며, 병사들의 임무는 탈주하려는 죄수들을 사살하는 것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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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결국 죄수들은 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인 것이었고, 결국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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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 싸워! 싸워라고 이 등신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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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면 그들이 직접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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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대량의 미니 웜들에게 먹혀서 비료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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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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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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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을, 아니 곡괭이와 삽을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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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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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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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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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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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한 전투가 벌어지며 땅굴의 죄수들은 최선을 다해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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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한 몸부림이 아닐 수 없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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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치열한 전투의 현장에서 유일하게 어느 정도 여유가 감도는 장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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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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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투기법을 봉인당한다는 게 이런 거군요. 엄청나게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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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잘 싸우네. 투기법에만 의지하지 않았다는 증거겠지. 아, 그런데 너. 너무 힘을 쓸데없이 많이 준다. 그러면 금방 지쳐, 가능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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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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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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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뭘 하신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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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흘리지 않은 것뿐이다. 이러면 체력 소비도 줄뿐더러 위력도 더 좋아지지. 익히기만 한다면 너의 경우 최소 두 배에서 세 배까진 실력이 좋아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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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가르침에 감사합니다, 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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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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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남들은 목숨을 걸고 싸우는데, 그들만은 여유롭다 못해 화기애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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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수감소가 마물과의 전쟁터가 아닌 어느 검술학부 훈련장을 떠올리게 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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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과 요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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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후배는 상황과 어울리지 않은 친목을 나누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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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와서 그러고 싶냐, 이 미친 수련광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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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는 어처구니없다며 고개를 저으면서도 열심히 웜들을 죽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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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목만 없애선 안 되고, 철저하게 다져놓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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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들은 생긴 건 지렁이와 밀웜을 섞어 놓은 것처럼 생겼지만, 근본은 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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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력이 보통이 아니란 뜻이었고, 확실히 사살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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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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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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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죄수 한 사람이 기어이 웜들에게 먹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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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하고도 잔혹한 광경이 아닐 수 없으나 제이크는 죄수를 동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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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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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배서에서 본 산적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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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약탈하고, 어린아이마저 죽였다는 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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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놈의 죽음을 왜 동정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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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마물에게 죽는 것도 저런 놈에겐 호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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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잘 싸우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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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굴에 오는 죄수들은 대부분 전투력이 강한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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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병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놈들이 많다는 뜻이며, 그런 놈들을 마물들과 싸우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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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들이 죽는다면 웜의 시체를 먹고 비료를 토해낼 것이고, 사람이 죽는다고 해도 웜들은 시체를 먹어 비료를 토해내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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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어느 쪽이 죽어도 좋은 끝없는 고통이 반복되는 무간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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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만큼 잔혹한 것이 없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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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지옥을 만들어낸 인간의 잔혹함이 질릴 따름인 제이크 파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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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 저렇게 다들 잘 싸우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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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렌은 그의 앞에서 웜들을 도륙해대는 세 사람을 보며 마냥 눈을 휘둥그렇게 뜰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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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가까스로 스무 마리를 없앴다면, 저들은 이미 백이 넘는 웜들을 순식간에 격멸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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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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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렌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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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괴수’가 잘 싸우는 건 충분히 납득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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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백 명이 넘는 기사를 쓰러트린 장본인인데 성체가 된 샌드 웜도 아니고, 저 따위 미니 웜들을 상대로 질 리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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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나머지 둘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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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와 요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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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조차 생소한 두 명의 기사들은 괴수처럼 압도적이진 않지만, 비범한 몸놀림을 보이며 웜들을 제압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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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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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1기사단의 기사들보다 훨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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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투기법도 봉인되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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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굴에 갇힌 이들은 모두가 독약을 먹게 되는데, 독약은 몸을 해치지 않지만, 대신 투기법이나 마력 등을 쓰지 못하게 하는 성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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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에 아무리 기사라 한들 보통 병사보다 못한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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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법이 금제된다는 건 기사의 팔다리를 묶는 것과 같은 뜻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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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도 저들은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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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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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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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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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족으로 태어나 비속어 따위를 내뱉은 적도, 내뱉을 일도 없었을 아렌은 어째선지 비속어가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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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이토록 나약한 인간이었다는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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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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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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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들의 습격은 하루에만 총 다섯 번 연속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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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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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에만 충실한 마물임을 증명하듯 시간을 막론하고 배가 고프다 싶으면 출몰했으며, 인간을 덮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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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든 새벽이든 상관하지 않고 죄수를 덮쳤고, 그때마다 반응이 늦으면 죽는 이들이 속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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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시간이란 건 주어지지 않았으며, 언제 덮칠지 모르는 단두대가 항상 곁을 떠돌아다니는 듯한 처형장이 아닐 수 없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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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땅굴을 보고 무간지옥이라 표현하는지 알만한 대목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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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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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네, 비교적 웜들이 약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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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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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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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란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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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 고치는 건 그냥 포기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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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뒤통수나 한 대 때릴까 싶다가, 그럴 체력도 아깝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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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지대에서 사는 샌드 웜들은 엄청나게 크고 사납지. 강하기도 강하고. 아마 생존하기 힘든 사막지대에서 태어나니 강한 개체가 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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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가 오늘 잡은 샌드 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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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개체들이지. 이런 걸 보고 흔히 품종 개량이라고 하나?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남부 대륙에 적응해야 하다 보니 훨씬 더 작고 연약한 개체들만 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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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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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샌드 웜을 본 적이 없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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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기록으로만 들은 게 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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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래? 그럴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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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한심하다는 눈으로 보지 말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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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래, 이 등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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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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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발작하듯 덤벼드는 아렌은 이한의 주먹에 맞으며 그대로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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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살 때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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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가 쌓인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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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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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피곤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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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는 변호 아닌 변호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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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족에 대한 존중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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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곱게 자란 도련님들은 이래서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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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조차 마음에 안 드는 건지 이한은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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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교육 좀 시키려고 데리고 오긴 했는데, 이렇게까지 쓸모없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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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재능은 진짜입니다. 투기법이 없이도 저리 싸웠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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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도 가능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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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야, 이한 선배님이 며칠 전부터 가르침을 주셨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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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와 요르드는 임무 수행이 다가올 때까지 이한에게 투기법 없이 싸울 수 있도록 훈련을 받아놓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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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답지 않은 배려 아닌 배려였지만, 친구와 마음에 드는 후배 정도는 챙기는 세심함을 나름 선보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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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아렌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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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이 배려를 베풀지도 않았고, 무작정 끌려왔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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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사가 투기법 없이 싸우는 건 익숙하지 않다 못해, 팔다리 하나가 구속된 느낌일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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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여타의 기사가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조금도 견디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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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아렌이 가진 재능이 나쁘지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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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재능이 나쁘지 않다고 해서 이 상황 자체가 결코 쉬운 건 아니며, 실상 괴롭히려고 데리고 온 게 아닐까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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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히긴, 내가 그렇게 할 일이 없어 보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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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 정신 교육이란 게 진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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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육인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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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이 땅굴까지 이 쓸모없는 놈을 데리고 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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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 자신한테 끝까지 사과 한마디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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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괘씸한 것도 있고, 무엇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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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테 이용당하는 왕족이라니, 어이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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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왕족이란 놈이 제 부하들한테 이용이나 당하는 놈이란 게 영 못마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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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저 썩어빠진 뿌리를 뽑아버릴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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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좀 들란 의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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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한의 발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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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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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왜 그렇게 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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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생각보다 네가 친절한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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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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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족이란 이유로 네가 남한테 친절한 게 영 믿기 힘들어서 말이야. 네가 나처럼 왕족에 대한 존중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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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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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이런 친절을 보일 놈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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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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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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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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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대답 대신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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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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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답지 않은 짓이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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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한은 인정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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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사서 고생’을 하는 중이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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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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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동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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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이제 와서 깨닫는 거지만, 아무래도 그는 이 못난 8왕자를 ‘동정’하는 게 맞는 것 같다.
|
||
|
||
동정하는 이유?
|
||
|
||
‘남한테 이용당하는 것도 모르는 호구 새끼….’
|
||
|
||
그래, 그를 보고 있자면 과거의 호구가…. 전생의 내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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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막 임관하여 하사가 됐을 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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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테 이용만 당하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시절에 자신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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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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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보다 출생도 좋으며, 재능도 있는 녀석이 못나게 사는 꼴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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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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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난 오지랖이고, 이럴 필요까진 없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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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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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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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모르지, 나름 의미 있는 일이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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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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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만약 그때의 자신에게 ‘야, 이 호구 등신아! 정신 좀 차려라’ 쓴소리를 날려주었다면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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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대리만족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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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런 호구 등신에게 ‘너 호구 등신 맞다’고 말해주면 얼마나 바뀔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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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래서 사람들이 육성 게임 같은 걸 많이 하는 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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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완 다른 if의 삶을 보고 싶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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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등신이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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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짓을 하는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약간 들려고 하는 이한은 그렇게 쓴웃음을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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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나 다행스럽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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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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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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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 교관님. 여기 해독약이랑 식량 가지고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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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자의 등장에 이한은 쓸데없는 생각을 잠시 털어놓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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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다하다 투명인간이 되는 스킬마저 가진 태창이의 등장이었고, 이한은 저런 편리한 스킬 가지고도 왜 이리 늦었냐며 구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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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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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리 늦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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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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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도 나름 고생했어요. 혼자 잠입물 하나 찍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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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명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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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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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은 억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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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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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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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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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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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시오, 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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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익숙한 기척이 느껴져서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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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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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게 있소. 자, 그보다 빨리 밥이나 드십시다. 오늘 일정이 바쁘다고 했지 않소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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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알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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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거한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남자의 말에 어정쩡한 자세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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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만으로도 사람을 위압하는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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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호탕한 인상과 어딘지 순박해 보이는 인상이 공존하는 특이한 군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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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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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그래서, 오늘 예배(禮拜)에는 사제가 오는 것은 맞소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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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걱정 마십시오. 막스처럼 열정적인 신도가 있다고 하니, 뵙고 싶다고 직접 오신다 하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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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기쁘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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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시무스 아이언 드 라이오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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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의 흑사자라 불리는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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