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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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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 탈의실 앞에 있는 테이블. 몇 개 없긴 했으나 일행이 나오길 기다리기 위해 마련된 장소에서 서예린이 다리를 꼰 채로 핸드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뒤에서 핸드폰 화면을 훔쳐보면서 서예린의 어깨를 주무르고 있는 사람.

바로 나였다.

“어디가 좋으려나아.”

무슨 드라마 속 영감처럼 뒷말을 길게 늘이면서 핸드폰을 빠르게 두들기는 서예린.

오늘 저녁을 사는 사람이 내가 되었기에 가게를 정하는 중이었다.

“김사장은 어때?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고개만 살짝 돌려 나를 올려다보며 묻는 서예린. 너무 눈에 뻔한 함정이었음에도 나는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면서 답했다.

“어휴! 우리 서회장님께서 드시고 싶은 거면 저는 뭐든 좋습니다.”

“아이참, 그래에?”

결국 돈은 내가 내는 거니까.

여기서 서예린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면 지갑이 거덜 나게 될지도 모른다.

“스테이크는 어때?”

“좀 헤비하지 않을까요?”

“피자?”

“양놈들 거 먹을 바에는 우리 고유의 파전을 먹어야죠.”

“……파스타.”

“잔치국수는 어떠십니까?”

“초오밥.”

“그거 먹을 바에 고등어조림 그냥 뜨끈한 거……!”

“넌 안 되겠다.”

대답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사심을 듬뿍 담게 되었는데 그게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이서야 너는 뭐가 좋아?”

옆에서 다리를 꼰 채로 우리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최이서는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운동했으니까 너무 살찌는 거 먹는 건 안 좋을 것 같긴 해.”

최이서라면 아마 풀떼기나 먹으러 가자고 하겠지. 최근 풀떼기도 비싸지긴 했으나 그래도 스테이크 같은 육류에 비해서는 가볍다.

“단백질 보충하러 스테이크 먹으러 가자.”

“근처에 인백 있어! 거기서 먹자!”

인? 아웃 아닌가?

뭐 어쨌든.

“아니! 잠깐! 고작 달리기 한 번 졌다고 스테이크를 사는 건 아니잖아! 단백질 보충을 누가 스테이크로 해!”

내가 억지를 부리며 외치자 서예린이 노려본다.

“그럼 속이지 말았어야지. 만약 정정당당히 해서 내가 이겼으면 나도 그냥 싼 거 아무거나 먹었을 거야.”

“근데 좀팽이처럼 이기겠다고 연기를 하니까 벌 받는 거지 뭐.”

어깨를 으쓱거리며 덧붙이는 최이서. 할 말이 없었기에 결국 나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스테이크 집에 끌려갔다.

“샐러드 바는 내가 살게.”

일말의 양심은 있는지 서예린이 샐러드 바를 사겠다고 나섰고.

“내건 내가 알아서 사 먹을 거니까 걱정 마.”

최이서도 옆에서 등을 두드려 주며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데.

“됐다, 이것들아.”

한 번 카드를 뽑았으면 남자답게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호기롭게 앞으로 나서면서 거절했다.

“이 정도 지출은 감수해도 괜찮아. 그렇게까지 궁핍한 삶을 사는 건 아니야.”

“오오.”

“흐응.”

두 사람은 나를 보면서 조용하게 박수를 쳐주었다. 어쨌든 테이블에 앉아서 다들 음식을 고르고 주문하려고 했는데.

“아…….”

익숙한 얼굴이 우리를 맞이했다.

자그마치 2학년의 한강 선배가 알바 복장을 한 채로 우리의 주문을 받으러 온 것.

“아, 안녕하세요.”

어색하게 서예린이 인사했고.

“여기서 일하셨어요?”

최이서는 나름 능숙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한강에게 말을 걸었다.

“…….”

당연하지만 나는 그냥 입을 꾹 다물고 있었는데 이전에 같이 술을 마시긴 했지만 아직 어색함은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 응. 중간고사도 끝났겠다 최근 시작했어.”

“아, 그러셨구나. 주문할게요.”

나랑 서예린이 불편해하니 주도적으로 말을 걸면서 주문까지 끝내 깔끔하게 선배를 보내버린 최이서.

역시 눈치도 빠르고 일도 잘한다.

“많이 불편해?”

추가로 나와 서예린에게 묻는 모습을 보니 꽤나 걱정한 모양인데.

“나는 별 상관없어. 애초에 누구 눈치 보는 성격도 아니라서.”

처음엔 조금 당황했을 뿐이지 선배 눈치나 보면서 밥을 먹을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서예린은 좀 다른 모양이었다.

“으응, 부, 불편하네.”

“지난번에 같이 술 마실 때 무슨 일 있었어?”

그때보다 더 불편해하고 있는 걸로 보이는 서예린. 표정이 어두워진 걸로 봐서는 아무래도 그때 뭔 대화가 오간 모양이다.

“나 화장실 가는데 선배가 따라와서는 좋아한다고 고백했어.”

“우와.”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물론, 최이서가 노려봐서 바로 입을 다물었지만.

근데 이게 노려볼 일인가. 고백받았으면 축하해 주면 되는 거 아닌가.

“죄송하다고 분명히 거절했어! 하, 하지만 그래도 계속 생각해달라고 하셔서…….”

“하셔서?”

“기, 기다릴 테니까 마음 변하면 말해달라고 그러셨거든.”

“아하.”

그러니까 지금 고백을 거절했는데도 저쪽에서는 계속 기다리고 있는 나름 애달픈 상황이라는 뜻이지 않은가.

확실히 서예린 정도가 되니까 한강 선배 같은 사람도 번호표 뽑고 기다리는구나.

진짜 더럽게 잘생겼네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정찬우 수준은 아니지만, 한강 선배도 나름 과에서는 남신이라면서 여자애들이 추앙하는 분위기였는데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새삼 내가 참 대단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서예린뿐만 아니라 최이서까지도.

PC방에서도 그렇고, 헬스장에서도 마찬가지였으며 지금 여기도 똑같다.

여기저기서 두 여인을 쳐다보는 시선들이 쏟아지고 있었고, 나를 향한 시기와 질투 혹은 품평과 비교 등이 적나라하게 쏟아지는 중이었다.

나 같은 놈이 왜 이런 두 사람이랑 있냐면서 꿍얼거리는 사람을 실제로 보기도 했고 말이다.

“고생이 많네.”

최이서가 옆에서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리며 걱정해 주자 서예린도 나름 마음이 편해진 듯했다.

“근데 너무 거절하지는 마.”

그래서 내가 한마디 해주었다.

두 사람은 내 입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올 줄은 몰랐는지 살짝 당황한 표정이었으나.

나도 나름대로 서예린을 위해서 해주는 말이었다.

“객관적으로 따졌을 때, 한강 선배 정도면 나쁘지 않은 남자라고 생각하거든?”

주변에 매너 있다고 소문도 자자하고,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것도 어려워하지 않는다.

돈도 많다는 소문이 있으며 더불어서 잘생기기까지 했다.

이 정도 조건의 상대는 솔직히 보기 꽤나 드물다고 생각했다.

“단점이라고 하면 여자를 좀 밝힌다는 건데…… 그건 뭐, 너한테 문제는 없겠고.”

서예린이랑 사귀는데 다른 여자가 눈에 들어오겠는가. 아마 서예린 눈 밖에 나기 싫어서 알아서 쳐내겠지.

“너는 지금까지 연애 경험이 한 번도 없잖아. 남의 감정 가지고 실험하는 느낌이긴 해도 한 번 정도는 경험해 보는 거 나쁘지 않아.”

왜 웃어른들께서도 이 나이에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경험하라고 하시지 않는가.

지금이 딱 책임과 쾌락의 경계선에 있는 지점이었다. 사귄다고 무작정 결혼으로 가지도 않고, 학생 때의 풋풋함을 유지할 수 있는.

이맘때만 할 수 있는 연애라는 게 있기 마련이다.

“…….”

내 말에 서예린의 표정이 좀 더 어두워졌다. 나를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보고 있었는데 말을 잘못했나 싶기도 했다.

이야기를 전부 들은 최이서는 나의 의견에 좀 많이 놀란 듯했다.

“정말 객관적으로 봤구나?”

“그렇지?”

한강 선배랑 직접적으로 마찰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과에서 저격까지 당했던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신기하겠지.

턱을 괸 최이서가 살짝 미소를 흘리며 추가로 물어왔다.

“그럼 만약에 반대로 주관적이면서도 사심이 듬뿍 들어간 시선으로 말해준다면?”

“그러면…….”

두 여인의 시선이 내게로 쏠렸다.

특히나 서예린은 조마조마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게 뭔가 묘하게 느껴지긴 했으나.

어쨌든 솔직하게 답해준다.

“꺼지라고 해야지.”

“풋.”

이제야 웃는 서예린.

“어쭙잖게 깝치지 말고 군대나 가시라고.”

“아, 우진이도 군대 가야겠네.”

“맞다. 언제 가?”

“……왜 갑자기 나를 때리지?”

분명 한강 선배 뒷담화 신나게 하는 거 아니었나?

왜 갑자기 내가 아프지.

“가면 편지 써줄게 우진아.”

“요즘은 핸드폰도 쓸 수 있다는데? 톡하면 답장할 수 있는 거 아냐?”

“왜 아직 아무것도 안 먹었는데 속이 쓰리냐.”

어라, 이상하네.

왜 갑자기 얘기가 이렇게 왔지.

“베레모! 나 베레모 써보고 싶어! 나중에 휴가 나오면 빌려주라!”

“소포 같은 거 보내줄 수도 있나?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나 아직 민간인이야 이년들아.”

왜 벌써 군대 갈 사람처럼 나를 대하는 건가.

두 사람은 장난이었다고 웃으면서 시시덕거렸고 그 와중에 우리가 시킨 메뉴가 나왔다.

샐러드 바에 가야 했는데 얘기에 열중하느라 가질 못했었다.

한강 선배가 굳이 서빙하러 와주셨는데 우리는 다시 군대 얘기로 꽃피우고 있었다.

“근데 내년이면 통일되지 않을까?”

“응, 통일돼도 넌 가야 해.”

“충성! 이병 김우진!”

“……스테이크 나왔습니다.”

중간에 한강 선배가 끼어들었으나 우리는 우리끼리의 대화에 열중했다.

일부러 선배에게 보란 듯이 구는 느낌도 있었다.

“우진아 내가 친구들이랑 다 같이 면회 가줄게. 내 친구들 중에 예쁜 애들 많아.”

“거기에 유아린이 포함되어 있으면 사양할게.”

“아린이도 예쁜데.”

목소리가 좀 특이한 편에다가 과일 향이 나는 게 통통 튀는 매력이 있긴 하다.

“토마호크 스테이크는…….”

“네, 저요.”

바로 스테이크를 받아 들면서 우리는 얘기를 계속한다. 한강 선배가 있으니까 아무 말이나 일단 막 내뱉는 중이었는데.

‘이 선배도 진짜 더럽게 독하네.

서예린을 향한 마음이 도대체 얼마나 큰 건지 서빙이 느릿느릿하다.

게다가 서예린을 또렷이 쳐다보고 있었는데 이런 게 바로 훈남의 어프로치인가 싶었다.

도대체 얼마나 스스로가 잘났다는 걸 알고 있으면 저렇게 구는 걸까.

내가 했으면 바로 눈 깔라면서 욕먹었을 텐데.

“아, 아린이가! 옛날에 태권도 선수였던 거 알아?”

그리고 그런 시선을 받는 서예린은 마치 입에서 풍선 쏟아내는 광대처럼 호들갑스럽게 계속 말을 뱉는다.

“태권도 선수?”

이건 또 처음 듣는 말인데.

“응! 태권도 선수! 예전에 유망주라면서 엄청나게 말이 많았거든! 대회 나가서 상도 타왔어!”

“호오, 그렇구나.”

어쩐지 다리가 예쁘게 쫙 뻗었더라.

“엄청 유연해! 나는 못 하는 동작 쉽게 하더라!”

“확실히 유연해 보이긴 했어.”

딱 봐도 애가 유연하다는 느낌이 들긴 했다. 몸짓이나 행동들에서도 그랬고, 지난번에 우리 집에 와서 다리로 내 등 두들기는 것도 그렇고.

“모, 몸도 짱 좋아! 근육도 있어! 아, 그래도 전반적으로 몸이 부드러워서 안고 있으면 기분 좋아!”

“음, 부드럽긴 하더라.”

가슴이 참 말랑했었지.

“…….”

토마호크 스테이크를 어떻게 먹을까 고민하며 설렁설렁 대답하던 나는 방금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다시 곱씹으며 슬쩍 고개를 들었고.

말을 꺼낸 서예린과 옆에서 잠자코 듣던 최이서.

그리고 서빙하던 한강 선배까지.

하나 같이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흠, 오해할 수 있게 말했군.”

여기서 가만히 있으면 끝장이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척 차분하게 쥐고 있던 포크와 나이프를 놓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방금 내가 말했던 건…….”

내가 또 나름 임기응변의 달인이다.

전 여친에게 시달리면서 이것저것 변명을 내뱉던 경험이 있어서 이런 상황에서 말을 잘한다.

지금 할 말은.

할 말은…….

그러니까.

우웅!

때마침 울려온 핸드폰.

슬쩍 화면만 확인하니 거기에는 유아린의 톡이 와있었다.

  • 유아린: 살려줘! 대나무숲 터지겠어!

“시발.”

유아린 개색갸.

나부터 살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