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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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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린과의 정사 이후.

나중에는 아무 의미 없던 수갑을 풀어주자 유아린은 바로 나를 두들겨 패왔다.

하지만 몸에 힘이 쭉 풀린 탓인지 딱히 아프지도 않았고 오히려 간지러운 수준이라고 할까.

그렇게 투덕거리던 와중 더러워진 침대 시트와 주변 탓에 우리는 일단 간단히 청소하고 씻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

자연스럽게도 유아린과 함께 호텔 욕조에 들어와 있는 상황.

남자로서 한 번쯤 해보고 싶긴 했는데 그걸 설마 유아린이랑 하게 될 줄은 몰랐다.

"히야, 우리 집엔 이런 거 없는데."

기분 좋다면서 내 허벅지 위에 앉은 유아린. 기대오는 게 전형적인 같이 씻는 방법이긴 했지만 이러면 또 밑에 힘이 들어간다.

"……이 새끼 진짜 짐승인가?"

그걸 보곤 유아린이 한마디 했으나 솔직히 나는 당당했다.

"생리현상이야."

"그렇게 해놓고 뭔."

질린다고 말하면서도 손은 아래로 가는 유아린. 뭔가가 시작됐지만 그냥 모른 척한다.

다만 조금 살살 잡아줬으면 좋겠다.

"오늘 일하러 가야 하잖아."

"그니까아! 다리 쑤셔서 진짜 너무 아프다고! 일 어떻게 하냐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 손은 안 쉬는구나.

기특하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흠칫 놀란 유아린이 좀 더 몸을 기대어왔다.

나한테 등지고 있어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입꼬리가 좀 올라간 듯했다.

'귀엽긴.'

얘가 평소에도 이 정도만 됐으면 아마 남자가 줄을 섰을 텐데.

'아닌가.'

줄 서고 싶었는데 찬우가 가장 앞에 서 있어서 다들 빠졌던 건가.

뭐 어쨌든.

"지금 몇 시였지? 그래도 좀 자고 가야 하는 거 아냐?"

내 물음에 유아린이 한숨을 흘리면서 끄덕였다.

"새벽 3시. 우리가 거의 저녁 시간에 들어왔으니까…… 몇 시간을 한 거야?"

"……그건 세지 말고."

"최이서랑 운동 작작 해라. 너 여기서 체력 더 좋아지면 큰일나겠다."

"자꾸 도발하는데 욕조에서 하고 싶다는 거냐?"

어이가 없어서 따지듯 묻자 유아린이 바로 몸을 돌려서 나를 마주 본다.

진짜 하자는 건가 싶어서 냉큼 손을 뻗으려 했는데, 내 손을 밑으로 밀어 욕조 안으로 집어넣은 후.

"후으."

입을 맞춰오는 유아린.

직접 이렇게 키스를 해오니까 또 감회가 새로웠다.

나 역시 그녀의 혀 놀림에 맞춰서 찐득하니 키스를 이어나갔다.

욕실 특유의 습한 내음과 함께 다시 이어가려 했으나.

"아, 방에 돌아가야지."

냉큼 일어난 유아린.

갈 곳을 잃은 내 손이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는 걸 보더니 혀를 낼름 내밀면서 깐족거린 다음 욕조에서 나갔다.

"야! 야! 진짜로 갈 거야?! 이거 이렇게 만들어두고?"

"어! 갈 거야 이 새끼야!"

저거 일부러 만지작거렸구나.

나 안달 나게 하려고.

벌써 수건으로 물기를 말리고 있는 그녀. 나는 한숨을 내쉬며 뒤따라간다.

"머리라도 말려주리?"

"어, 좋은데? 해주라."

이미 다 보였단 생각인지 수건으로 몸을 숨길 의지도 없는 모습.

아까부터 좀 괘씸해서 나는 헤어드라이기를 받아 들기 전, 군더더기 없이 예쁘게 자리 잡은 유아린의 엉덩이를 한 대 찰싹 때렸다.

유아린이 이쪽 취향이기도 했고, 아까까지 격한 행위를 했으니 이 정도는 괜찮겠거니 했는데.

"흐극?!"

몸이 앞으로 쏠리며 파들파들 떠는 유아린. 너무 격한 반응에 깜짝 놀랐는데 거울 속 나는 씨익 웃고 있었다.

"다음엔 이거다."

"씨, 씹새……!"

파앙!

앞으로 쏠린 유아린의 엉덩이를 다시 한 대 더 때리자 입술을 꽉 깨물면서 신음을 참아낸다.

"꺼져! 나가!"

더는 위험하다고 생각했는지 결국 나를 강제로 욕실에서 내쫓은 유아린.

수건 하나 휙 던져주고는 짜증 내는 게 어이가 없으면서도 어차피 서로 달아올랐는데 그냥 하면 안 되나 싶었다.


'김우진 미친 새끼.'

결국 씻은 다음에도 한 번 더 하고 온 유아린은 피로에 찌든 눈으로 방으로 돌아왔다.

옷이나 속옷 문제가 있긴 했어도 일단 거기서 자고 갈 생각이었는데.

김우진이랑 같은 방에서 자면 진짜로 밤 새면서 할 것 같아서 나온 이유가 가장 컸다.

'최이서 씨…….'

골드원에 오기 전에 김우진의 자취방에서 봤던 굉장히 지친 상태의 최이서를 떠올린 유아린.

설마 싶긴 했는데 지금 보면 정말로 밤을 새면서 했을 가능성이 농후했고.

자신도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망가질 수 있었다는 걸 생각하니 몸이 살짝 달아올랐다.

'미쳤어.'

만약 내일이 휴일이었다면?

아마 김우진이랑 끝까지 계속 이어갔겠지. 그저 서로만 생각하고, 탐하면서 이 시간이 쭉 이어지길 바라며.

'조, 조금 아프긴 했는데.'

오히려 그게 기분 좋았다.

게다가 김우진도 자신이 무엇에 느끼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챈 덕분에 자신의 취향에 맞춰 끌려다니듯 즐길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하아, 개자식.'

관계를 하면 다소 감정이 식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유아린은 역으로 불이 지펴진 것만 같아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러니 생각할수록 아쉬웠다.

내일이 휴일이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또 언제 할 줄 알고…….

'아니지, 그냥 바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보니까 김우진도 아직 할 수 있어 보였고, 오늘 일 끝나고 다시 호텔 방으로 들어가면 그만이지 않은가.

히죽거리며 멍청이를 어떻게 꼬실지 계획하며 방으로 돌아온 유아린은.

"어?"

"……."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있는 서예린과 눈이 딱 맞아버렸다.

이미 다 씻었는지 옷매무새를 점검하고 있던 서예린은 유아린을 보면서 입술을 꽉 깨물곤 따졌다.

"나빠!"

다행이다.

분위기가 험악해 질 정도로 화난 건 아니구나 싶어서 유아린이 능청스럽게 물었다.

"벌써 출근해? 오늘 빵 굽는 거 보조하는 날이야?"

"어…… 그래서 일찍 퇴근해."

"좋겠다."

"응, 그래서 우진이 데리고 가려고."

"……그건 안 되는데."

팔짱을 끼며 유아린이 게슴츠레하게 노려보자 서예린은 주먹을 앙 쥐고는 콧김을 뿜으며 외쳤다.

"왜! 왜에! 우지니랑 나도 할 거야!"

"걔 내가 쪽 빨아서 오늘 못함."

구라다.

이쪽이 탈진해서는 죽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런 구라도 유아린은 서슴지 않았다.

"김우진 지금 실신해서 쓰러져 있어. 아마 일주일은 하고 싶지도 않을걸?"

유아린을 멍하니 쳐다보던 서예린. 이겼나 싶었는데 오히려.

"풋."

서예린의 입가에선 비웃음이 흘러나왔다.

"……왜 웃어."

"네가 우진이를 그렇게 만들었다니까 웃겨서. 거짓말이잖아."

"아닌데? 진짜인데?"

"거짓말인 거 다 알아. 왜냐면."

천천히 다가온 서예린이 유아린의 어깨에 손을 얹고, 귓가에 속삭였다.

"우진이는 섹x 존나 잘하거든."

"……."

"아마 엉망진창으로 따먹히고 왔겠지. 괜찮아 그럴 수 있어, 나도 그랬거든."

뭐지.

왜 김우진이랑 밤을 지새우고 온 건 자신인데 진 것 같지.

"어쨌든 오늘은 내가 우진이랑 한다? 괜찮지?"

"안 괜찮지! 걔가 무슨 종마야? 돌아가면서 여자 따먹고 다니게?! 너 뭔가 성적 개념이 이상해진 것 같아 예린아!"

김우진 개새끼.

분명 그 자식이 순진하고 청순하던 예린이를 이렇게 만든 게 뻔했다.

특히나 자신을 조교 하듯 다루던 성관계를 겪은 유아린이었기에 더더욱 확신에 차기 시작했다.

'만약, 만약 예린이한테도……!'

자신에게 했던 걸 똑같이 했다면 어쩌나 싶은 감정과 함께 유아린이 조급한 질투가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예린아, 좀 진정해 봐. 김우진한테 뭘 교육 받은지 모르겠지만 지금 너 뭔가 성 관념이 이상해."

"……교육?"

"그래! 그 자식이 도대체 뭘 했는지 모르겠지……."

"너는 우진이랑 할 때 교육이라도 받았니?"

교육이라기보단.

"아니, 밤에 하는 거면 조교인가?"

"……!"

정곡을 찔린 유아린의 몸에 힘이 들어가며 쭈뼛 선다. 아까와는 다르게 서늘한 서예린의 시선이 꽂혀 들어왔다.

"흐응? 그런 플레이를 했다 이거지?"

나랑은 안 했는데.

서예린은 질투를 태우면서도 다음에 꼭 하겠다고 다짐했다.

"너, 너는 아니었어?"

개인적으로 속박당하고, 다소 강압적으로 원해오는 김우진의 모습은 자신만 보고 싶었던 유아린이었기에 조심스럽게 묻자.

서예린은 답하지 않고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며 제안해 왔다.

"우리 서로 경험 썰 풀기 할까?"

"뭐?!"

"뭐 어때. 어차피 우리 같은 사람이랑 한 거 다 아는데. 그냥 얘기나 좀 나누면 되잖아."

싫다.

당연히 싫었다.

특히나 유아린은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

소중한 첫 경험이기도 했으나, 김우진 말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오늘 보였던 모습을 알리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

솔직히 궁금하기도 했다.

도대체 서예린과 김우진은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나눴을까.

또한 도대체 김우진이 무슨 짓을 했길래 청순가련하던 서예린의 성적 개념이 이렇게 일그러져 버린 걸까.

만약 자신보다 더 격한 사랑을 나눴다면…….

그건 또 싫었지만 그래도 확인하지 않으면 계속 신경 쓰일 것 같기도 했기에.

"지, 지금?"

유아린은 조심스럽게 물었고, 당장이라도 하자고 서예린은 말하고 싶었으나.

"지금은 좀 힘들 것 같아. 퇴근하고."

"아, 그래. 그렇지."

이제 바로 출근해야 하는 애한테 그런 걸 풀어놓는 건 좀 아니구나 싶어서 유아린은 물러났지만 서예린은 좀 달랐다.

'들으면 큰일날 것 같아.'

아마 이야기가 길어질 텐데 그러면 달아오른 몸을 주체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럼 나는 출근할 게 아린아. 오늘 힘들 텐데 조심하고."

"그래…… 너도 괜히 이상한 곳으로 빠지지 마."

"……노력할 거야."

도대체 무슨 경험을 했을까.

본인도 이제 고작 두 번 한 서예린이었기에 아직도 호기심이 너무나 왕성했다.

당장이라도 김우진한테 달려가서 따먹어버리고 싶은 서예린이었으나.

"후우, 예린아 절제."

엘리베이터에 있는 거울로 평소와 다를 거 없이 청순한 스스로에게 주의를 주며.

나름의 절제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