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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동에 있는 카트들을 끌고 내려오는 건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진 일이었기에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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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님이 말한 대로 숫자가 좀 많긴 했어도 어차피 몇 번이나 해왔던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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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금 내게는 일이 문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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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야, 시선이 다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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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본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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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유난히 앞에서 씰룩거리는 느낌이 드는 유아린의 엉덩이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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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선을 부담스럽게 느낀 유아린은 얼굴을 붉히고 투덜거리면서도 또 무작정 싫어하는 느낌은 또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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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전해,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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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가 허전하다면서 부끄러워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의 뭔가가 막 쿡쿡 쑤셔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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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거린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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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다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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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두근거림보다는 다른 것을 자극하는 유아린의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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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데 엉덩이를 슬쩍 손으로 가리는 가벼운 행동들도 지금만큼은 격하게 내게 와닿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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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읍, 이것들이 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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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닮는다고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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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도 그렇고, 유아린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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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 마음에 경각심을 불어넣는 요물들이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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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카트를 전부 옮기고, 유아린이랑 같이 돌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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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씨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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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를 끌려면 두 손을 다 써야 하는데 덕분에 엉덩이 쪽을 손으로 가릴 수 없던 유아린은 나를 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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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려줘, 가서 입고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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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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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고 줘라. 괜히 주변에서 보면 이상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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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미친 듯이 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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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휙휙 둘러보면서 얼른 내놓으라는 유아린은 분명 가슴의 무언가를 일깨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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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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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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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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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답이 나와 버린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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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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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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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자신이 제대로 들은 건지 모르겠다면서 빤히 나를 쳐다보는 유아린을 보니,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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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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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색하면서 쏘아보는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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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가 워낙 강렬했기에 당장이라도 주머니에 있는 걸 전부 내놓고 싶은 충동이 들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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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고삐는 이쪽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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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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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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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듯 카트를 끌고 이동하자 당황한 유아린이 다급하게 불러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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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시한 채로 그대로 사무실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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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를 끌고 오니 대기하고 있던 이서아와 한봄이 받아주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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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뒤를 따라오던 유아린을 보더니 깜짝 놀라면서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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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어? 우리가 도와줄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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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우리 아린이한테 너무 다 시킨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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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님이 양 많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좀 힘들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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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청스럽게 대꾸하는 나를 쏘아보는 유아린. 얼굴이 시뻘겋게 변해 있는 게 부끄러워서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보였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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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한테 속옷을 건네준 건 본인이었기에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분을 삭히면서 일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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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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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고 온 카트를 정리하는 유아린의 입에서 옅은 신음이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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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가 싶어서 쳐다보자 입술을 앙 물면서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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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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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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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풍구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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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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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좀 앉아서 쉬라고 제안하자 그게 좋겠다면서 냉큼 의자로 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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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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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촉이 평소랑 다른 게 마음에 안 드는지 여전히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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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허벅지를 손으로 비벼대며 이상 행동을 하는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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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그렇게 강하게 굴던 녀석이 묘하게 순종적이게 변하니까 음흉한 만족감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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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는 않았지만 대나무숲 관리자와 관리인으로서 갑과 을의 관계성이 이제야 완성되었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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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관리인 제압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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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대나무숲에 영양가 없는 글 하나 띡 하고 남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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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다들 대나무숲을 자주 보는 건지 답글이 금방금방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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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198: 관리인 엉덩이 때리는 중? 막 앙앙거리게 만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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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69: 섹x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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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90: 섹x 하고 싶다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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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243: 관리자님 지난번에 문의 보냈던 ‘폭주 2기’ 보셨나요? 감상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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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11: 미친 새끼. 관리자한테 그런 거나 보내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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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247: 198은 나중에 어디 뉴스 나오는 거 아니냐? 쟤는 취향 확고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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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307: 관리인한테 성희롱 고소당하는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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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198: 다들 꼴리면서 왜 아닌 척하는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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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신났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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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대나무숲에 익명69의 도배와 가끔 종교 동아리 권유 혹은 알바 제안과 홍보 같은 거만 올라오다 보니 심심했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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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끝나면 한동안 대나무숲 터져나갈 거 생각하면 벌써 골치 아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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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껴지는 따끔한 시선에 천천히 눈을 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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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핸드폰을 보면서 씩씩거리고 있는 유아린이 나를 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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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59(관리인1호): 관리자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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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한 경고문구가 올라온 걸 본 순간 나도 모르게 등줄기가 오싹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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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와 관리인을 싸움을 직관하기 시작한 대나무숲의 익명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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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11: 1호 응원한다. 저 새끼 좀 맘에 안 들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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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309: 왜 갑자기 둘이 싸우는 거임? 설명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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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291: 관리자가 관리인 조교 실패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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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198: 관리자야. 난 너 응원한다. 진심으로. 부탁이니까 1호 묶어서 엉덩이 때리는 거 좀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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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198: 신음만 줘도 괜찮음. 충분함. 돈 지불 의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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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247: 198은 진짜 밴 좀 먹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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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59(관리인1호): 이미 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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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하루 밴 당해버린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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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본인도 관리인을 계속 건드리면서 언젠가 저렇게 될 걸 알고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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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방학 기간이니 하루 밴 당한다고 해도 별문제는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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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69: 섹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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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90: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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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부터 익명69의 반응이 좀 거슬리기도 했고, 당장이라도 죽일 듯이 나를 노려보고 있는 유아린이 무섭기도 했기에 일단 여기서 일단락시킬까 싶다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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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75: 1호한테 먹혔냐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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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17: 이제부터 여긴 1호가 접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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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117: 관리자 수준ㅋㅋㅋ 지난번에 후타퍼리짤 올린 거 가지고 밴 할 때부터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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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11: 이 새끼는 영구차단해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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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154: 이거 보니까 관리자가 일 잘하는 거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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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98: 한 번만 더 올려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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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밀어내려는 놈들이 보여서 살짝 거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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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러다가도 허전함에 양다리를 오므리고 허벅지를 비벼대고 있는 유아린을 보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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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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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나를 보면서 거칠게 숨소리를 흘리는 유아린. 이런 취향은 따로 없었는데 저런 흠칫거리는 몸짓을 보니까 가학심 같은 게 차오른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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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익명198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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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계속 관리인 엉덩이를 때리라지 않나, 묶어서 괴롭히라는 말들을 내뱉으니까 내가 이렇게 되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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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평소에 기가 센 유아린을 굴복시키고 있다는 감각이 썩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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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내 기분을 읽기라도 했다는 듯 유아린은 남들 보지 못하게 슬며시 나를 향해 중지를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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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힌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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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꺾이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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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며시 녀석의 옆자리에 앉자 뭔가 당할 줄 알았는지 유아린의 몸이 순간 움찔 떨렸으나,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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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음흉한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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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그것도 마음에 안 든다는 뉘앙스를 풍기는데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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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좀 있다가 진짜 뒤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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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갈면서 주먹을 꽉 쥐고 있는 게 이거 진짜 자칫 잘못하다가는 오늘 퇴근하고 죽기 직전까지 처맞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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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약간 야동에 나오는 여자 조교 하는 남자가 된 기분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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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냥 철장 밖에 있는 사자를 입마개 씌우고 있는 정도의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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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무서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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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지금이라도 건네줄까 싶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와중 아까부터 계속 싱글벙글하신 과장님께서 시계를 확인하시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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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만 퇴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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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우리에게 퇴근을 명령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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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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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30분 정도 근무 시간이 남아서 퇴근하기에는 좀 애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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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애초에 원할 때 막 퇴근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리더기에 퇴근 시간대가 찍히기 때문에 일이 없다고 갈 수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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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휴게실 가서 쉬든가 아니면 좀 많이 이르지만 저녁이라도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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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우는 처음이라서 떨떠름하니 있자니 과장님은 괜찮다며 다독여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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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부서 알바 애들은 한 번씩 이런 경험 있을걸? 고작 30분인데 부담스러워 하지 말고 얼른 가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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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거절하는 것도 머쓱해지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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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감사히 가보겠다고 말씀드린 후, 퇴근 시간 전까지 호텔에 있는 가게들이나 한번 쭉 둘러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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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유니폼 입고 다닐 필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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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 갈아입고 앞에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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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야기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으러 가는 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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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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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목소리로 다급하게 나를 부르는 유아린. 무슨 일이냐고 묻기도 전에 녀석은 내게 바짝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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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오옷! 줘야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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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정 부리듯 속삭이면서도 울상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유아린. 이런 그녀는 정말 처음 보는지라 살짝 어깨가 우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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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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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고 싶은 게 아니라 내꺼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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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준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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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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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높여서 쌍욕을 박으려다가 주변을 둘러보고는 가까스로 참은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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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이마를 툭 치면서 자신의 지난 행동을 후회하다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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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뭐야…… 원하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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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참 빠른 게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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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치노팬으로는 옷을 갈아입다가 친구들이 이상하게 볼 수밖에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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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더라도 지금 기회를 놓치면 계속 노팬티로 있어야 할 가능성이 농후했으니 유아린에겐 절대로 지금 팬티를 챙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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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를 너무 무시하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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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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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거리듯 찡얼거리던 유아린은 결국 핸드폰에 뭔가를 토독토독 적더니 슬쩍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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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59(관리인1호): 관리자님께 굴복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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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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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됐지?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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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주르륵 달리는 댓글들은 실로 달콤한 승리의 과실이었으나, 아직 내 주머니에 있는 팬티는 나올 생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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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공손하게 부탁하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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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청스럽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유아린에게 말하자 파르르 떨리는 주먹은 당장이라도 내 명치를 조지고 싶어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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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상이 되어, 볼이 살짝 부푼 그녀는 씩씩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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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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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악물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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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합니다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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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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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제 팬티 주세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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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오는 걸 겨우 입가를 손으로 가리며 참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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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주면 안 때릴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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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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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말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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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다시 몸을 틀자 다급한 유아린이 양손으로 나를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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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 때려요! 지, 진짜 안 때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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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말로만 하는 건 좀 신빙성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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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요오! 진짜 안 때릴 거예요! 제발요! 패, 팬티 주세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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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등바등 달라붙어 오는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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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아와 한봄이 왜 안 오냐며 유아린을 부르기 시작했기에 나는 결국 선심 쓰는 척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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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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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팬티가 다시 유아린에게 갔고, 녀석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증오와 분노로 얼룩지며 이글이글 타오르려는 걸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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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이 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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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 쟤들이 부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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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른 이서아와 한봄을 가리킨 다음 남자 탈의실로 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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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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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어서 즐기긴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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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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