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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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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에이.”

(서예린)

“음?”

오다리를 우물거리면서 자신을 부르는 김우진에 서예린은 슬쩍 고개를 돌린다.

게임하다가 지쳐서 지금은 서로 각자 할 일을 하는 중이었다.

“오다리 하나만 더 줘.”

“다 먹었는데.”

“나 하나 먹었는데?”

“일찍 말하지.”

“이빨 겁나 튼튼하네.”

아쉬워하는 김우진을 보면서 서예린은 슬쩍 자신의 옆에 남은 마지막 오다리를 쳐다본다.

따로 안 줄 생각은 아니었고 그냥 장난을 치고 싶었는데.

‘…….

문득, 어제 최이서가 김우진의 입에 감자튀김을 넣어주던 게 떠오른다.

술을 마셨다고는 해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주고받고 하는 걸 보면.

‘두, 둘이 사귀는 건 아니라고 했지.

그러면 보통 친구 사이임에도 그런 걸 해도 문제없다는 뜻이라는 건데.

서예린은 침을 꿀꺽 삼키며 오다리를 그대로 아쉬워하는 김우진의 입에 쑤셔 넣었다.

“어억!”

바로 목을 부여잡고는 괴로워하는 김우진. 깜짝 놀란 서예린이 당황하면서 등을 쳐준다.

“아파!”

“목 많이 아파?! 토, 토할 것 같아?”

“아니 등이 아프다고!”

“아…….”

슬며시 김우진의 등에서 손을 떼는 서예린. 최근 운동을 해서 근력이 붙은 걸까 하고 자신의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서예린이 입에 물려준 오다리를 씹으며 김우진이 그녀를 노려본다.

“암살자냐? 오다리로 딥쓰롯을 시키네.”

“마, 말 좀!”

“살살 넣든가.”

그러면서 오다리를 우물우물 씹는 김우진을 보면서 서예린은 얼굴이 확 붉어졌다.

여러 남자들의 어필을 받아왔던 서예린이었으나 이렇게 대놓고 섹드립을 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애초에 서예린의 분위기가 섹드립이랑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청순하고 가련한 느낌이었으니까.

하지만.

‘디, 딥쓰롯.

솔직히 말해서, 방금 그건 꽤나 서예린의 취향인 드립이었다.

속에 섹x좌를 숨기고 있는 서예린이었기에 오다리를 우물우물 거리면서 먹고 있는 김우진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우진이 잘하네.

그런 드립을 쳐주고 싶었지만 서예린의 입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서예린과 섹x좌 사이에는 확실한 경계가 그어져 있으니까.

“허, 스벌.”

혀를 차며 오다리를 씹으며 마우스 휠을 내리는 김우진.

뭘 하고 있나 슬쩍 봤는데 김우진은 웹툰을 보는 중이었다.

학교에 관한 청춘물이었는데 김우진은 다리까지 떨면서 짜증 내는 중이었는데.

남자가 예쁜 여자들한테 둘러싸여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남자 새끼가 달려있으면서 제대로 하지도 못하네. 나였으면 바로 하나 데리고 호텔 간다.”

“너 진짜…….”

“아, 왜. 틀린 말 아니잖아.”

‘얘가 원래 이런 말을 자주 했나?

김우진이 이런 스타일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살짝 천박하게 말하는 게 솔직히 웃겼다.

하지만 이것도 김우진 나름대로의 배려라면 배려였다.

서예린이 이런 걸 좋아하는 건 이미 관리자라서 알고 있는 그였기에, 먼저 이런 말을 못 하는 그녀를 위해서 나름대로 한마디씩 툭툭 내뱉는 중이었다.

“너였으면 누구 고를 거야?”

여러 여자들 중에서 하나만 찍어보라는 서예린의 말에, 김우진은 오다리를 꿀꺽 삼키며 답했다.

“얘.”

마우스 포인터가 위에 멈춘 건 안경을 쓰고 있는 글래머 한 여인이었다.

겉으로 봤을 때는 청순하고 순수해 보이는 여자 캐릭터였다.

“걔보다는 저쪽에 있는 금발이 더 낫지 않아?”

말이 좋아서 청순이지, 사실 수수해 보이는 캐릭터였기에 서예린이 고른 건 다른 캐릭터였다.

기가 세 보이지만 또 자신의 사람에게는 잘해줄 것 같은 캐릭터.

츤데레의 느낌이라고 할까?

개인적으로 서예린의 취향이기도 했지만 캐릭터에 공을 들였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예뻤다.

“쯧.”

그런데 김우진의 반응은 극으로 치달았다. 또 혀를 차면서 고개를 젓는다.

“기센 여자랑은 사귀는 거 아니야. 고생할 게 뻔히 보이잖아.”

“그래?”

“어, 여자랑 얘기만 해도 무슨 얘기 했냐고 꼬치꼬치 캐묻고. 예의상 웃어주면 그거 가지고 뭐라 하고. 화났을 때 또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

“…….”

“한 번은 동아리 들어가겠다고 이곳저곳 보다가 밴드부? 거기 들어가려고 했는데 알고 보니까 여자만 있더라?”

“…….”

“그날 밤에 진짜 죽는 줄 알았다. 속옷만 입고 자취방에서 기다…….”

순간 김우진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슬쩍 옆을 보자 서예린은 뭔가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얘기가 흥미로워서 계속 듣고는 싶었지만 그게 김우진 본인의 경험담이라는 게 기분이 나빴다.

“계속해 봐.”

툭.

김우진의 손을 팔꿈치로 밀어내며 팔걸이를 차지한 서예린.

턱을 괴면서 계속 말하라고 압박을 주자 김우진은 어색하니 웃는다.

“라는 내용의 웹툰 추천 받는다.”

“…….”

억지로 시선을 피하며 김우진이 스크롤을 아래로 내리자 서예린도 괜히 꿍한 마음을 가지고 같이 웹툰을 봤는데.

“뭐야?!”

웹툰 속 캐릭터들이 갑자기 옷을 벗고 성행위를 시작한 게 아닌가!

“이, 이거 성인 웹툰이었어?!”

“나 성인인데?”

차분하니 대꾸해 오는 김우진.

당황한 서예린이 입을 떡 벌린 채로 화면을 주시한다.

“와, 와아.”

적나라하게 관계가 나오는 걸 보면서 손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손가락을 벌려 눈만 빼꼼 앞을 보고 있다.

떡하니 벌어진 입은 웹툰 속 야릇한 분위기에 취한 듯 보였으나.

“…….”

김우진의 마우스 스크롤이 내려가지 않자 휙 쳐다본다.

“뭐, 뭐해? 신음만 나오는데 다 못 읽었어? 얼른 내려.”

“이거 유료야.”

“…….”

“네 돈 주고 사서 봐.”

유료 작품을 어딜 공짜로 볼 생각이냐고 김우진이 짜게 식은 눈으로 쳐다보자 서예린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외쳤다.

“이름 알려줘. 전편 구매할 테니까. 그것보다 일단 스크롤 내려 봐! 다음에 뭐 할지 궁금하잖아!”

“넣고 흔들고 싸겠지. 니 돈 주고 보면 되잖아.”

“스크롤 내리라구!”

아예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김우진과 실랑이를 하기 시작한 서예린. 과하게 가까워진 거리에도 두 사람은 낑낑거리면서 서로 싸울 뿐이었는데.

“저기.”

뒤에서 들려온 중저음의 목소리.

대충 걸쳐 입어도 배우 뺨치는 정찬우가 우리를 보면서 어색하니 경고했다.

“PC방에서 성인 웹툰 보면 안 돼.”

“…….”

“…….”

결국.

두 사람은 입을 꾹 다물고 다시 자리에 앉았고 정찬우도 한숨을 내쉬면서 돌아갔다.

“그거 제목 뭐야.”

슬쩍 물어오는 서예린이었고.

“좋은 시간 보내세요.”

김우진이 심드렁하니 답하자 서예린이 바로 핸드폰으로 검색해 본다.

입술이 살짝 내밀어진 게 기대감을 품고 있다는 게 뻔히 보였으나.

“없는데?”

그런 제목의 웹툰이 없자 다시 김우진을 쳐다봤고.

“흐.”

김우진은 비웃음을 내걸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너 좋은 시간 보내라고.”

“…….”

어벙하니 김우진을 보던 서예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선언했다.

“마짱 까자.”


“그래서?”

어제 맥주를 마시고, 김우진에게 했던 행동들을 곱씹으며 이불을 열심히 차고 있던 최이서.

같이 사는 민지는 봉사활동을 갔기에 심심해하던 찰나, 김우진에게 온 연락을 받고 밖으로 나왔다.

놀랍게도 김우진은 헬스장에서 보자고 했는데.

“둘이 뭘 한다고?”

거기에는 서예린도 같이 있었다.

헬스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두 사람을 보면서 최이서가 되묻자 서예린이 각오를 다진 표정으로 답했다.

“마짱.”

“맞짱? 그니까 싸운다고?”

“하아, 최이서 좀 들어봐.”

이해를 할 수 없다면서 김우진이 바로 최이서에게 다가와서는 묻는다.

“네가 헤비급 챔피언인데 동네 꼬마가 싸우자고 하면 무슨 기분이야? 아주 가엽지?”

“…….”

“지금 내가 딱 그런 기분이야. 맷돌 손잡이 같은 기분. 어이가 없네?”

“덤벼 김우진.”

“너 그러다 죽어.”

“쫄?”

“쪼, 쫄?”

“김우진 쫄았넹.”

“후.”

바로 앞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김우진이 이를 으득 문다.

“들어와 이년아. 얼굴 반반하다고 세상살이 만만하지?”

둘 다 똑같은 수준이구나 싶었던 최이서. 어쨌든 싸운다고는 말했지만 헬스장에 온 걸 보면 진짜 주먹다짐을 하겠다는 건 아니고.

“근력 같은 건 아무래도 우진이가 유리하니까, 유산소로 하는 게 나을 것 같네.”

최이서가 나름의 절충안을 내밀었고.

두 사람 다 러닝머신 위에 섰다.

“속도 10으로 해서 오래 뛰는 사람이 이기는 걸로 하자.”

“나 이거 엄청 잘해.”

“인간병기 최이서랑 훈련한 나를 이기겠다고?”

“지는 사람이 오늘 저녁 사기?”

“저녁? 서사장 통이 그거밖에 안 돼? 내일 학식까지 사자.”

“고치돈에 쫄면 딱 대라.”

“……됐고 둘 다 뛰기나 해.”

잠깐의 기 싸움이 있었으나 어쨌든 둘은 뛰기 시작했다. 마침 심심했으니까 최이서도 같이 뛰고 있었는데.

“흐엑! 흐엑!”

고작 10분 정도밖에 안 뛰었는데 서예린 쪽에서는 헥헥거리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PT를 한다고는 해도 서예린도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무리가 있긴 하겠지.

체력이란 게 원래 단시간에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게 아니니까.

“하악! 하으앙!”

‘조, 좀 그렇네.

거의 신음을 흘리면서 뛰고 있는 서예린을 보자니 최이서가 괜히 민망해졌다.

주변에서 지나가는 남자들도 힐끗힐끗 쳐다보거나, 아예 노골적으로 근처 운동기구에 자리 잡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에 비해.

김우진은 꽤나 안정적으로 달리는 중이었다. 다리가 두 여인에 비해 길어서 그런지 성큼성큼 뛰고 있는 게 무슨 기린이 뛰는 느낌이 들 정도.

‘열심히 했나 보네.

10분을 이 속도로 쉬지 않고 뛰었는데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김우진을 보면서 괜히 최이서가 뿌듯해졌는데.

“…….”

타아앙!

김우진이 뛰는 걸 유심히 보던 최이서가 바로 러닝머신에 있는 긴급 버튼을 눌러서 김우진을 멈추게 한다.

“뭐야? 왜 그래?”

조금도 힘들지 않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김우진. 최이서는 자신과 서예린의 러닝머신도 멈춘 후 말했다.

“서예린 승.”

“뭐?! 왜!”

아주 뻔뻔하게 그지없는 김우진을 올려다보며 최이서가 입술을 깨문다.

“속도는 4인데 뛰는 척 되게 잘한다?”

“……연기 가산점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