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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할 때 약간의 해프닝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출근이 늦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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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비슷한 이름의 메뉴들도 헷갈리지 않고, 같이 나가는 반찬이나 사이드 메뉴들도 크게 어렵지 않아 정말 별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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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이라면 대리님들이랑 간단하게 잡담이나 떨거나, 유아린이랑 티격태격 거리면서 시간을 보냈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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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오늘 당직이 이찬송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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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노래방에서 이서아에게 듣기로는 어제 또 부장이랑 과장이 싸웠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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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때문인지 몰라도 우리가 조금이라도 쉬거나 설렁설렁 일하려고 하면 아주 쥐 잡듯이 닦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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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우리는 이미 차고 넘치는 냅킨이나 접으면서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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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는 앉아 있지도 말라고 해서 일어서서 일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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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왔을 때나 FM대로 하는 거지 지금은 괜찮은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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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거리는 유아린의 말대로였다. 처음에는 우리도 다 서서 일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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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장부터 우리가 너무 느슨해지면 안 되니까 그랬었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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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님들도 이제 우리가 잘하는 걸 인정해 줬고 특히나 새벽처럼 널널한 시간대에는 다소 풀어주는 경향이 있었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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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송 부장은 망설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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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줏대가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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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선배들 예민한 거 알잖아. 부장님도 당연히 예민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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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왜 우리한테 푸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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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어깨만 으쓱거리며 유아린의 투정을 받아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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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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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주문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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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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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거친 언행의 이찬송 부장을 노려보며 유아린이 대꾸했으나, 그는 이쪽은 쳐다보지 않은 채로 빌지를 건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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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쪽에서 음식을 만드는 사이 우리는 카트를 세팅하면서 어디서 주문이 들어왔는지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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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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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10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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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익숙한 숫자라서 되뇌고 있자니 미간을 팍 찌푸린 유아린이 생각났다면서 내 어깨를 툭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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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금발 여자분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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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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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볼 때마다 이것저것 썰 풀 거리가 생기는 건 좋다. 지난번에 속옷 차림을 본 걸 숙소에서 풀자 나는 영웅이 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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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볼 때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다 보니 개인적으론 그닥 반갑지 않은 객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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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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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 마음도 모르고 앙칼지게 노려보는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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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오긴 어딜 따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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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렇게 말했음에도 유아린은 강경했다. 단순히 나를 감시하기 위함뿐만 아니라 방금 막말했던 이찬송 부장을 골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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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키면 너 엄청 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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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상관이야. 어차피 잠깐 있다 오는 거라서 모를 거야. 그냥 화장실 다녀왔다고 하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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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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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빤히 쳐다보자 결국 유아린은 팔짱을 낀 채로 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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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이랑 같이 있으면 은근슬쩍 이것저것 묻는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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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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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몰라. 네가 괜히 걱정할 것 같아서 말 안 했는데. 나 말고 서아랑 봄이한테도 그런다고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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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냥 넘어가기 좀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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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표정이 어두워지자 유아린은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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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별건 아니고. 그냥 미묘한 성희롱 같은 거 있잖아? 요즘 애들은 발육이 좋다느니, 골드원 유니폼이 몸에 딱 달라붙어서 어울린다…… 이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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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말 안 했어. 계속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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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유아린의 반응을 봤을 때 그나마 가장 수위가 약한 것들로만 고르고 골라서 말했다는 게 뻔히 눈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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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나는 듣자마자 바로 그거 성희롱이니까 하지 말라고 짜증 냈지. 그래서 쟤가 나 더 싫어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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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잘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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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한테는 안 하는데 그래도 둘만 같이 있는 거 좀 기분 나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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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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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라린 숨이 흘렀다. 애들이 이찬송 부장을 특별히 더 싫어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아챈 스스로가 좀 싫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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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애들 말로는 이번에 고소 사건 터진 덕분에 좀 잠잠하다고 듣긴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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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해도 찝찝하기 그지없는 정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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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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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유아린의 동행을 허용했다. 여기 둔다고 해도 큰일은 안 생기겠지만 불편해하는 사람이랑 같이 두는 게 썩 내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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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이랑 같이 도착한 10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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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자주 못 올라오는 곳이다 보니 유아린은 여전히 이곳저곳 둘러보면서 흥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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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진짜로 깡패 같은 사람들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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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문신한 사람들은 엄청 많이 보긴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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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 보니까 호텔 근처는 싹 다 전당포더라. 시계, 금, 차키 같은 거 다 받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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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카지노겠니. 나도 험악한 사람들 있으면 눈 괜히 안 마주치려고 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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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여자 직원이 올라오면 끌고 가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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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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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일이 절대로 없을 거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실제로 사례가 있었다고 듣기도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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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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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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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두드리며 춤을 출 준비를 하자 짜게 식은 눈으로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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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진짜 재미없는 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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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나름 괜찮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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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하게 긁적이면서 손님을 기다린다. 유아린은 일부러 문 옆에 서서 손님에게 안 보이도록 빠져 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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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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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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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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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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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특이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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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쓰고 정장을 입어서 몸을 단단히 보호하고 계신 누님. 헤픈 몸가짐이던 지난번과는 다르게 어디로 봐도 유능한 커리어우먼의 느낌을 물씬 풍기고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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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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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야간근무 중이라는 것도 잊게 만들 정도로 그녀는 당장이라도 출근할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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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나를 안으로 들이더니 냉큼 문을 닫아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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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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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의 작은 탄성이 문틈 사이로 들려왔으나 그 이상 이어지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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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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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유아린이랑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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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잡혀 들어가는 이야기가 실제로 있는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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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여직원이 아니라 내가 그 당사자가 될 줄은 전혀 몰랐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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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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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긋 웃으면서 나를 이끄는 금발녀. 등을 떠밀어 그대로 안으로 잡혀간 나는 이대로 잡아먹히는 건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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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정말 잡아먹힌다면, 유아린이 조금 늦게 신고해 주길 바라면서 오늘 팬티 뭐 입었나 생각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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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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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있는 남자를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욕지거리가 터져 나왔고, 남자는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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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형한테 못 하는 말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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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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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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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앞에 있는 건 큰형, 김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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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을 입고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거만하게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게 아주 기분이 더러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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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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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카트에 놓인 포크와 나이프를 챙겨서 스테이크를 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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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거 한번 먹어보고 싶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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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우리는 시켜 먹을 수가 없으니까 좀 아쉬웠는데 큰형이 시킨 거면 차라리 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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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를 썰어서 한 입 먹고 있자니 뒤에 있는 금발 누님께서 당혹스러워하며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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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회장님 동생다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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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칭찬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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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짜증 내면서 대꾸하자 바로 고개를 푹 숙이고 죄송하다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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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까지는 여유로움이 몸에 한껏 배어있었는데 내가 스테이크를 써는 걸 보고 범상치 않음을 느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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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벽에 무슨 스테이크를 시키냐. 주방 고생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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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침대에 걸터앉아서 궁시렁거리자 큰형은 무뚝뚝하니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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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좋아할 만한 메뉴라서 시킨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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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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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내가 먹을 걸 알고 이걸로 시켰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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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형 생각대로 행동했다는 게 기분 더러워졌기에 카트를 옆으로 밀면서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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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왔어. 지금 형 눈치 본다고 직원들 엄청 고생하고 있는 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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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업 부회장님께서 오셨다고 아주 지랄 발광을 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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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흉이 내 앞에 있으니 솔직하게 투정을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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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형은 담담하니 대꾸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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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때문에 온 거다. 네가 이쪽에서 일하고 있다는 걸 들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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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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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때 정말 안 올 생각인 모양인데. 어머니 아버지랑 통화라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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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은 통화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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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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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형에게 나는 심드렁하니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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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야. 엄마한테 물어보든가. 그리고 뭔 어머니야. 형이 엄마엄마하면서 따라다니던 게 몇 년이나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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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금발 누님께서 웃음 참는 소리가 들렸다. 형의 눈초리가 날카롭게 변하더니 턱짓으로 나가라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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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있는 애한테 걱정 말고 그냥 내려가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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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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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이 걱정하고 있을 테니까. 혹시라도 신고할 수도 있으니 얼른 나가서 얘기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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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문 열렸다! 우진아! 김우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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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나 괜찮아! 누님 말하시는 대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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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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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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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에서 내 목소리가 들리자 그나마 좀 안심했는지 유아린의 목소리에도 힘이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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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말이 있었던 거 같은데 문이 닫힌 덕분에 묻혀서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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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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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휙 돌아보며 묻자 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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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네가 알바로 있는 거 보니까 가족관계를 별로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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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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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숨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 알릴 필요가 없어서 알리지 않은 거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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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비서한테 혼자 방을 잡게 하고 며칠 있다가 내가 들어온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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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비서랑 사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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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쓸데없는 말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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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귀는 거 아니면 사귀라고 하는 말이야. 형 때문에 작은형이 장가 못 가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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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말문이 막힌 듯 눈살을 찌푸리는 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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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형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이라는 거 알고 있었기에 일부러 말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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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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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할 말이 있으시니까 찾아오신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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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다. 솔직히 오윤지에 대해서 당장이라도 따지고 싶은 부분이 있었으나 일단 큰형이 찾아온 이유부터 들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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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칠 거면 저쪽에서 할 말 다 듣고 족치고 싶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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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의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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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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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형은 당차게도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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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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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 네가 잘 지내나 그거 하나 확인하러 온 거다. 어머니가 걱정하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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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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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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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형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로 나를 무뚝뚝하게 쳐다보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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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데 그런 말해도 안 봐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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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스럽게 인상을 찌푸리며 나는 큰형에게 따지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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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윤지랑 사귄 거 어떻게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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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명이든 혹은 변명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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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됐든 생각해둔 게 있으니까 내 앞에 나타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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