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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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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냐.”
선배들이랑 같이 잡담을 떨다가 추워서 먼저 안으로 들어오자 테이블 분위기가 냉랭했다.
최이서는 턱을 괴고 유아린을 노려보고 있었고, 유아린은 생글생글 웃으면서 내 쪽을 쳐다본다.
마지막으로 서예린은 두 사람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또 뭔데.”
오늘 술자리에는 참 여러 가지로 일이 많은가 싶었는데 아무도 설명해 주진 않는다.
그저.
“우진앙 여기 와서 앉아.”
“김우진, 이쪽.”
둘 다 나를 쳐다보면서 자기 옆자리에 앉으라고 가리켰다.
아까는 유아린의 옆에 앉았었는데 그건 가슴으로 밀어붙여서 그랬던 거고.
다른 자리에 앉아도 별문제는 없는데.
둘이 기 싸움을 하는데 내가 끼게 되었다는 게 문제였다. 어쨌든 뭔가 일이 있었다는 건데.
“뭐지, 정찬우 된 기분이네.”
인기 있는 남자가 된 기분이라서 썩 나쁘진 않다. 양쪽에서 미인 둘이 나를 옆에 앉히려고 하는 상황을 도대체 언제 느껴보겠는가.
“우진앙?”
“…….”
두 사람이 동시에 다시금 나를 쳐다본다. 생글생글 웃고 있는 유아린이었으나 그 안에 담긴 은근한 압박이 있었고.
최이서는 아예 대놓고 나를 노려보는 중이었다.
“왜 이러는 거야.”
무슨 상황인지 몰라도 고민할 게 있나. 나는 곧장 최이서의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아무리 유아린과 오늘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고 해도 최이서와 비빌 수는 없으니까.
“흠.”
슬쩍 고개를 돌린 최이서는 손으로 입가를 가린다. 잘 보니까 희미하게 지어진 미소를 숨기려고 애쓰는 중이었고.
맞은편의 유아린은 나를 보면서 바로 중지를 들고 있었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왜 둘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지 모르겠어서 다시 되묻자 어느새 나온 감자튀김을 내 입에 쏙 넣어주는 최이서였다.
“몰라도 돼.”
“기분은 좋은 것 같아 다행이야.”
우물거리면서 감자튀김을 받아먹자 최이서는 말없이 입꼬리만 올리고 있다.
“더 먹어.”
그러면서도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으신지 나한테 계속 감자튀김 한 조각씩 입에 쏙쏙 넣어준다.
평소라면 왜 이러냐고 했겠지만 알딸딸하니 기분이 좋아 보이는 걸 굳이 깨고 싶지 않았기에.
“옴뇸뇸.”
소리까지 내면서 별말 없이 계속 받아먹어 준다.
“잘 먹네.”
“근데 감자튀김만 시켰어?”
짠맛에 혀가 텁텁해서 묻자 최이서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 수비드 삼겹살 팔거든. 그거 주문했어. 그건 밥도 같이 주문할 수 있어서.”
“오? 센스 좋은데?”
“조리돼서 나오는 거라 구울 필요가 없긴 한데, 일단 먹고 별로면 다시 좀 구워달라고 할 수 있어.”
“신기하네.”
최이서가 확실히 내 취향의 음식들을 잘 안다. 사실 취향이라기보다는 밥이랑 곁들여 먹는 거면 다 좋아하는 편이지만.
“근데 한식을 좋아하는 거야 아니면 쌀을 좋아하는 거야?”
“별로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그래도.”
뭔가 오늘따라 나한테 관심이 많으신 최이서 양이다. 그러니 나도 나름대로 고민해서 답해준다.
“쌀을 좋아하는 것 같아. 곁들여서 먹는 걸 좋아하니까.”
고기집에 가면 무조건 된장찌개에 밥까지 시켜서 먹는다. 쌀을 좋아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럼 리소토나 필라프는 어때?”
“리소토는 약간 죽 느낌이라 싫긴 한데, 필라프는 볶음밥이라 나쁘지 않아.”
“흐응, 그럼 나중에 필라프 맛집 같이 가자.”
“너 바프 찍는다고 다이어트 하잖아.”
얘가 갑자기 왜 이러나 싶었으나 최이서는 어깨로 내 어깨를 툭 치면서 중얼거린다.
“누구 씨가 점심으로 제육이나 돈까스 먹여서 이미 물 건너갔거든요. 겨울방학에 찍을 거야.”
“같이 가줘?”
“찍는 거 보려고?”
“어.”
“변태.”
사심을 듬뿍 담아 말하자 최이서는 팔꿈치로 내 어깨를 툭 쳤지만 그닥 아프진 않았다.
“하긴, 사진 찍고 나서 막 먹을 텐데 누가 같이 가긴 해야겠다.”
“……진짜 취했구나?”
얘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많이 취한 모양이었다. 방금 유아린이랑 기 싸움한 것도 취해서 그런 거려나.
“야아, 음식 아직 안 나왔어?”
“크흠.”
민주희 선배와 한강 선배가 담배를 다 피고 왔는지 그대로 테이블에 앉는다.
주희 선배가 유아린 옆에 앉고 그 옆에 한강 선배가 앉으면서 3:3 구도가 되었다.
아까까지 나한테 욕을 하던 유아린도 민주희 선배와 서예린이랑 얘기를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풀려갔다.
* * *
“하암.”
다음 날 아침.
술집에서 술을 엄청 마신 편은 아니라서 숙취는 따로 없었다.
그래도 해장이라는 명목으로 국밥을 먹고 있는데 핸드폰으로 톡이 왔다.
- 서예린: 몇 시에 갈 거야?
어제 같이 PC방 가기로 약속해서 그걸 물어보는 모양이었다.
- 김우진: 지금 밥 먹어서 바로 갈 거임.
- 서예린: 나도 지금 갈게. 나 너튜브로 신챔 강의 봤음.
- 김우진: 새로 나온 챔피언하려고?
- 김우진: 왜 답이 없냐.
- 김우진: 야.
“이 자식이.”
입 꾹 다문 거 보면 내가 하지 말라고 할 거 예상하고 있는 거겠지. 국밥을 다 먹고 지난번에 서예린이랑 같이 갔던 PC방으로 향한다.
중간에 유아린한테 대나무숲 관련해서 문자가 왔는데, 어제 나를 짜증나게 만들었던 벌로 혼자서 오늘 관리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 유아린: 쉬운데? ㅋ
그래그래.
지금은 쉽겠지.
- 김우진: 너 어제 말했다. 일주일 동안 네가 일 다 하기로.
- 유아린: 알았다니까 김우진 호들갑 수준.
관리인 업무에 익숙해질 필요도 있었고, 어제 우리 집에 갑자기 찾아온 벌로 혼자서 일주일 동안 유아린 혼자 대나무숲 관리를 하기로 했다.
지금은 아직 이른 시간이라서 별문제 없겠지만 오늘은 주말. 그것도 일요일이지 않은가.
‘알아서 잘해봐라.
이제 막 관리하는 입장에 선 주제에 벌써부터 저런 걸 얘기하는 게 같잖다.
요령이 없으면 꽤나 고생할 테고 그걸 터득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테니까.
- 유아린: 나한테 일 넘기고 또 여자나 만나러 가겠지.
“…….”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살짝 머뭇거렸으나 그냥 답장하지 않고 PC방으로 향했다.
주말에는 계속 알바를 한다던 정찬우가 나를 맞이해 주었는데 슬쩍 손가락으로 구석 자리를 가리킨다.
“저기 예린이가 기다리고 있어.”
“고생한다.”
“일인데 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게임 재밌게 하라고 말해주는 정찬우를 보면 유아린이 왜 얘를 싫어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뭐, 그건 개인 사정이니까.
호기심은 들었지만 깊게 파고드는 건 또 선을 넘는 행위일 수도 있으니까.
일단 자리에 앉아 있는 서예린에게 간다.
헤드셋을 끼고 새로 나온 캐릭터를 연습하고 있었는데 나름대로 뭔가 보고 오긴 했는지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고는 있다.
“어휴.”
바로 헤드셋 양쪽을 잡고 쭉 당겨서 툭 놓아주자.
“엉?!”
뭔가 독특한 소리를 내면서 서예린이 나를 올려다보더니 환하게 웃는다.
“우진아, 왔구나! 옆자리 비워뒀어.”
“너 왜 이상한 거 연습하고 있어.”
“아니, 우진아 들어봐. 이거 진짜 좋은 캐릭터야. 나 연습 진짜 많이 했어.”
“제발 그런 거 연습하지 마. 그냥 잘하는 거 해.”
한 번만 믿어달라면서 내게 외치는 서예린을 보니 한숨을 내쉬며 옆자리에 앉는다.
“밥 먹었어?”
“아니, 라면 시킬 건데…….”
“그럼 시켜. 먹고 하자.”
“…….”
손을 꼬물거리면서 나를 쳐다보는 서예린.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였다.
“대신 시켜주면 안 돼?”
“사달라고?”
“아니! 돈은 내가 내는데…… 찬우랑 얼굴 보기 좀 그래서.”
유아린도 그렇고 서예린도 그렇고.
지난번부터 계속 정찬우를 피하고 있는 게 계속 거슬렸다.
상관하지 말기로 방금 다짐했건만 결국 그건 길게 가지 못했다.
“찬우가 싫어서 그런 거야?”
“그런 건 아니야. 그냥, 그냥 불편한 부분이 있어서.”
“불편한 부분?”
“응…….”
말할 수는 없다는 서예린의 반응은 이전과 똑같았다.
이렇게까지 숨기는 걸 보면 서예린 본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타인의 치부와 같은 거라서 말할 수 없는 거겠지.
“뭐, 돈을 네가 내는 거면 별문제 없지. 뭐 먹을 건데?”
“튀김우동.”
“맛잘알이네. 그거 하나면 돼?”
“응, 나 많이는 안 먹어.”
컴퓨터로 주문하려고 마우스를 움직이려던 순간 좋은 생각이 났기에 슬쩍 서예린을 쳐다본다.
“내가 시켜주는 대신.”
“대신?”
“신챔 하지 마.”
“찬우야! 여기 튀김우동 하나 가져다줘!”
“…….”
바로 손을 들고 정찬우를 부르는 서예린을 보며 나도 모르게 욕이 입 밖까지 튀어나올 뻔했다.
서예린의 단호한 의지로 결국 새로운 캐릭터를 랭크 게임에서 열심히 활용해서 3연패를 내리 꼬라박은 우리.
“하나만 물어봐도 되냐?”
패배라는 두 글자를 멍하니 쳐다보며 묻는다.
“가지 말라니까 왜 꼬라박는 거야.”
“……솔킬은 땄어.”
“상대 탑은 계속 바텀에 오는데 왜 너는 우직하게 탑을 미는 거냐고.”
“……솔킬은 땄다니까.”
“근데 cs는 왜 밀리는 거야.”
“솔킬은 땄잖아!”
“나는 너 모가지 따고 싶어! 이럴 거면 철권을 하러 가! 1:1로 이기면 뭐 하냐고! 팀이 지는데! 너 개인주의야!?”
서예린에게 도대체 왜 그러는 거냐고 따지고 들려던 찰나 타이밍에 맞춰서 톡이 왔다.
“뭐야 또.”
유아린에게 온 대량의 사진들이었는데.
- 유아린: 야, 이거 뭐야.
- 유아린: 미친놈들이 왜 자기 배변 사진이랑 똥꼬 사진 올리고 ㅈㄹ이야.
- 유아린: 나 진짜 속이 울렁거려서 못 하겠어.
- 유아린: 그리고 종교 동아리에서 지금 게시판 점령했는데 이거 맞아?
- 유아린: 계속 지우는데 10초에 3개씩 올라와!
- 유아린: 살려ㅈㅎㅊㅎㅂㅁㄴㅇㅍㅌ츋ㄱㅅㄹㅈㄷㄱ.
흐.
이제야 게시판 관리의 노고를 느끼고 있구나 신입.
익명69 같은 애들처럼 야한 짤을 올리는 건 너도 좋고 나도 좋은 편이지만.
종종 살면서 이딴 걸 왜 올리나 싶은 짤들을 올리는 놈들도 있고, 그걸 전부 보고 지워야 하는 게 바로 관리자였다.
게다가 일요일만 되면 종교 동아리에서 미쳐 날뛰는데.
그건 순리에 맞춰서 그냥 조용히 지나가게 둬야한다.
가만히 두면 몇 개 쓰다 마는데 오히려 삭제를 하는 순간, 종교탄압을 받는 순교자가 되어서는 난리를 쳐대기 시작하니까.
‘맞으면서 배우는 거다.
이제부터 일주일 동안 너는 아주 지옥을 맛보게 될 거다 유아린.
가지각색의 개소리를 성심성의껏 삭제하고 답변해야 할 테니까.
익명 속에서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더럽고 추해지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 될 테니.
부디, 비위가 좋은 편이길 바란다.
인기척을 느껴 컴퓨터 화면을 보자 어느새 게임이 시작되어서 로딩하는 중이었다.
뭔가 싶었는데 내가 유아린과 톡을 하는 사이 서예린이 게임을 시작한 것.
“야.”
“우진아, 게임 시작했어.”
“너 또 점화 들었지. 내가 텔 들라고 했지.”
“상여자 특 점화 듬.”
“상남자 특 여자 남자 가리지 않고 두들겨 팸. 따라 나와, 현피 뜨자.”
“상여자 특, 빼지 않음.”
“섹드립이냐?”
“…….”
내 말에 얼굴이 벌겋게 붉어진 서예린이 애써 화면을 쳐다본다.
“그, 그런 의미 아냐.”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이런 애가 어떻게 익명69로 활동하는지 참 신기하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