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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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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이랑 같이 잡담을 떨다가 추워서 먼저 안으로 들어오자 테이블 분위기가 냉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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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는 턱을 괴고 유아린을 노려보고 있었고, 유아린은 생글생글 웃으면서 내 쪽을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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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서예린은 두 사람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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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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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술자리에는 참 여러 가지로 일이 많은가 싶었는데 아무도 설명해 주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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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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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앙 여기 와서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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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이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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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나를 쳐다보면서 자기 옆자리에 앉으라고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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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는 유아린의 옆에 앉았었는데 그건 가슴으로 밀어붙여서 그랬던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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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자리에 앉아도 별문제는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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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기 싸움을 하는데 내가 끼게 되었다는 게 문제였다. 어쨌든 뭔가 일이 있었다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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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정찬우 된 기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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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있는 남자가 된 기분이라서 썩 나쁘진 않다. 양쪽에서 미인 둘이 나를 옆에 앉히려고 하는 상황을 도대체 언제 느껴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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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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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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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동시에 다시금 나를 쳐다본다. 생글생글 웃고 있는 유아린이었으나 그 안에 담긴 은근한 압박이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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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는 아예 대놓고 나를 노려보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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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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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상황인지 몰라도 고민할 게 있나. 나는 곧장 최이서의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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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유아린과 오늘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고 해도 최이서와 비빌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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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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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고개를 돌린 최이서는 손으로 입가를 가린다. 잘 보니까 희미하게 지어진 미소를 숨기려고 애쓰는 중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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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편의 유아린은 나를 보면서 바로 중지를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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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무슨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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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둘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지 모르겠어서 다시 되묻자 어느새 나온 감자튀김을 내 입에 쏙 넣어주는 최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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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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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은 좋은 것 같아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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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거리면서 감자튀김을 받아먹자 최이서는 말없이 입꼬리만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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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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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으신지 나한테 계속 감자튀김 한 조각씩 입에 쏙쏙 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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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라면 왜 이러냐고 했겠지만 알딸딸하니 기분이 좋아 보이는 걸 굳이 깨고 싶지 않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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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뇸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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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까지 내면서 별말 없이 계속 받아먹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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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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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감자튀김만 시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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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맛에 혀가 텁텁해서 묻자 최이서는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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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수비드 삼겹살 팔거든. 그거 주문했어. 그건 밥도 같이 주문할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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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센스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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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돼서 나오는 거라 구울 필요가 없긴 한데, 일단 먹고 별로면 다시 좀 구워달라고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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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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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서가 확실히 내 취향의 음식들을 잘 안다. 사실 취향이라기보다는 밥이랑 곁들여 먹는 거면 다 좋아하는 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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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한식을 좋아하는 거야 아니면 쌀을 좋아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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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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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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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오늘따라 나한테 관심이 많으신 최이서 양이다. 그러니 나도 나름대로 고민해서 답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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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을 좋아하는 것 같아. 곁들여서 먹는 걸 좋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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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집에 가면 무조건 된장찌개에 밥까지 시켜서 먹는다. 쌀을 좋아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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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리소토나 필라프는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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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소토는 약간 죽 느낌이라 싫긴 한데, 필라프는 볶음밥이라 나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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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응, 그럼 나중에 필라프 맛집 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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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바프 찍는다고 다이어트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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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갑자기 왜 이러나 싶었으나 최이서는 어깨로 내 어깨를 툭 치면서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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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씨가 점심으로 제육이나 돈까스 먹여서 이미 물 건너갔거든요. 겨울방학에 찍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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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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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는 거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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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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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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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을 듬뿍 담아 말하자 최이서는 팔꿈치로 내 어깨를 툭 쳤지만 그닥 아프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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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사진 찍고 나서 막 먹을 텐데 누가 같이 가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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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취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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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많이 취한 모양이었다. 방금 유아린이랑 기 싸움한 것도 취해서 그런 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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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아, 음식 아직 안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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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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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희 선배와 한강 선배가 담배를 다 피고 왔는지 그대로 테이블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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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선배가 유아린 옆에 앉고 그 옆에 한강 선배가 앉으면서 3:3 구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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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까지 나한테 욕을 하던 유아린도 민주희 선배와 서예린이랑 얘기를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풀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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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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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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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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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에서 술을 엄청 마신 편은 아니라서 숙취는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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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해장이라는 명목으로 국밥을 먹고 있는데 핸드폰으로 톡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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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린: 몇 시에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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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같이 PC방 가기로 약속해서 그걸 물어보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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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 지금 밥 먹어서 바로 갈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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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린: 나도 지금 갈게. 나 너튜브로 신챔 강의 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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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 새로 나온 챔피언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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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 왜 답이 없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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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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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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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꾹 다문 거 보면 내가 하지 말라고 할 거 예상하고 있는 거겠지. 국밥을 다 먹고 지난번에 서예린이랑 같이 갔던 PC방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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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유아린한테 대나무숲 관련해서 문자가 왔는데, 어제 나를 짜증나게 만들었던 벌로 혼자서 오늘 관리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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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린: 쉬운데?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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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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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쉽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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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 너 어제 말했다. 일주일 동안 네가 일 다 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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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린: 알았다니까 김우진 호들갑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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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인 업무에 익숙해질 필요도 있었고, 어제 우리 집에 갑자기 찾아온 벌로 혼자서 일주일 동안 유아린 혼자 대나무숲 관리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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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직 이른 시간이라서 별문제 없겠지만 오늘은 주말. 그것도 일요일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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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잘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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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관리하는 입장에 선 주제에 벌써부터 저런 걸 얘기하는 게 같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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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령이 없으면 꽤나 고생할 테고 그걸 터득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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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린: 나한테 일 넘기고 또 여자나 만나러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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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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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살짝 머뭇거렸으나 그냥 답장하지 않고 PC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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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계속 알바를 한다던 정찬우가 나를 맞이해 주었는데 슬쩍 손가락으로 구석 자리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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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예린이가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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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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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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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게임 재밌게 하라고 말해주는 정찬우를 보면 유아린이 왜 얘를 싫어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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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건 개인 사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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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은 들었지만 깊게 파고드는 건 또 선을 넘는 행위일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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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자리에 앉아 있는 서예린에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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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셋을 끼고 새로 나온 캐릭터를 연습하고 있었는데 나름대로 뭔가 보고 오긴 했는지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고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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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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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헤드셋 양쪽을 잡고 쭉 당겨서 툭 놓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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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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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독특한 소리를 내면서 서예린이 나를 올려다보더니 환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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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아, 왔구나! 옆자리 비워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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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왜 이상한 거 연습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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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우진아 들어봐. 이거 진짜 좋은 캐릭터야. 나 연습 진짜 많이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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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그런 거 연습하지 마. 그냥 잘하는 거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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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 믿어달라면서 내게 외치는 서예린을 보니 한숨을 내쉬며 옆자리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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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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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라면 시킬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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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시켜. 먹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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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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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꼬물거리면서 나를 쳐다보는 서예린.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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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시켜주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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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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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돈은 내가 내는데…… 찬우랑 얼굴 보기 좀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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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도 그렇고 서예린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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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부터 계속 정찬우를 피하고 있는 게 계속 거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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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하지 말기로 방금 다짐했건만 결국 그건 길게 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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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우가 싫어서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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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 아니야. 그냥, 그냥 불편한 부분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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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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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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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는 없다는 서예린의 반응은 이전과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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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숨기는 걸 보면 서예린 본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타인의 치부와 같은 거라서 말할 수 없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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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돈을 네가 내는 거면 별문제 없지. 뭐 먹을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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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김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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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잘알이네. 그거 하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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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나 많이는 안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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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로 주문하려고 마우스를 움직이려던 순간 좋은 생각이 났기에 슬쩍 서예린을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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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켜주는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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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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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챔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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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우야! 여기 튀김우동 하나 가져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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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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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손을 들고 정찬우를 부르는 서예린을 보며 나도 모르게 욕이 입 밖까지 튀어나올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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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의 단호한 의지로 결국 새로운 캐릭터를 랭크 게임에서 열심히 활용해서 3연패를 내리 꼬라박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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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 물어봐도 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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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라는 두 글자를 멍하니 쳐다보며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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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말라니까 왜 꼬라박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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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킬은 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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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탑은 계속 바텀에 오는데 왜 너는 우직하게 탑을 미는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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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킬은 땄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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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cs는 왜 밀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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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킬은 땄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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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 모가지 따고 싶어! 이럴 거면 철권을 하러 가! 1:1로 이기면 뭐 하냐고! 팀이 지는데! 너 개인주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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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에게 도대체 왜 그러는 거냐고 따지고 들려던 찰나 타이밍에 맞춰서 톡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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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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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에게 온 대량의 사진들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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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린: 야, 이거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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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린: 미친놈들이 왜 자기 배변 사진이랑 똥꼬 사진 올리고 ㅈㄹ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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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린: 나 진짜 속이 울렁거려서 못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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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린: 그리고 종교 동아리에서 지금 게시판 점령했는데 이거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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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린: 계속 지우는데 10초에 3개씩 올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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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린: 살려ㅈㅎㅊㅎㅂㅁㄴㅇㅍㅌ츋ㄱㅅㄹㅈㄷ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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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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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게시판 관리의 노고를 느끼고 있구나 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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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69 같은 애들처럼 야한 짤을 올리는 건 너도 좋고 나도 좋은 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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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살면서 이딴 걸 왜 올리나 싶은 짤들을 올리는 놈들도 있고, 그걸 전부 보고 지워야 하는 게 바로 관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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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일요일만 되면 종교 동아리에서 미쳐 날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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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순리에 맞춰서 그냥 조용히 지나가게 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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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두면 몇 개 쓰다 마는데 오히려 삭제를 하는 순간, 종교탄압을 받는 순교자가 되어서는 난리를 쳐대기 시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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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으면서 배우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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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일주일 동안 너는 아주 지옥을 맛보게 될 거다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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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각색의 개소리를 성심성의껏 삭제하고 답변해야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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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속에서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더럽고 추해지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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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비위가 좋은 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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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척을 느껴 컴퓨터 화면을 보자 어느새 게임이 시작되어서 로딩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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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싶었는데 내가 유아린과 톡을 하는 사이 서예린이 게임을 시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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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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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아, 게임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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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또 점화 들었지. 내가 텔 들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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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자 특 점화 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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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남자 특 여자 남자 가리지 않고 두들겨 팸. 따라 나와, 현피 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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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자 특, 빼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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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드립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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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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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얼굴이 벌겋게 붉어진 서예린이 애써 화면을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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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런 의미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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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이런 애가 어떻게 익명69로 활동하는지 참 신기하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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