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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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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도착한 골드원 호텔.

대충 봐도 200명은 거뜬히 넘을 숫자의 대학생들이 호텔 앞에 모여서 줄을 서고 있었다.

호텔이라고는 하지만 단순히 건물 하나 덜렁 있는 게 아니라 커다란 부지를 매입해서 여러 부대 시설과 호텔들이 같이 마련되어 있는데.

가장 대표적으로는 카지노.

사실상 카지노 고객들을 위해 호텔을 지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골드원은 카지노 고객들에게 진심이었다.

“내가 알아보니까 여기 워터파크랑 스키장, 쉬는 날에 직원은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던데?”

“와, 대박.”

호텔 밖에서 줄을 선 채로 쫑알쫑알 거리고 있는 디자인과랑 연영과.

이제 두 사람 이름도 슬슬 알아야 하지 않나 싶었지만 아까 일 때문에 거리만 더 벌어져 버렸다.

어쨌든.

두 사람의 말대로 골드원에서는 호텔 근처에 스키장과 워터파크를 운영하는 중이었다.

말만 들으면 카지노만을 위한 호텔이 아니라 리조트 같은 걸로 볼 수도 있겠지만.

“다 미끼지 뭐.”

코트 주머니에서 손을 푹 찔러 넣으면서 중얼거린다. 어제 최이서랑 산 코트였는데 뭔가 옷을 잘 입게 된 느낌이 들어서 만족스러웠다.

“뭐가 미끼야.”

내 옆에 서서 팔짱을 끼고 계신 주희 선배. 다른 버스를 타고 왔던 선배와 합류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평소에 입으시던 용 점퍼가 아니라 단아하게 입고 계신 걸 보니 그래도 카지노 즐기러 온 건달이 아니라 직원처럼은 보였다.

“스키장이랑 워터파크요. 둘 다 결국에는 미끼상품이거든요.”

“흠?”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셨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주희 선배에게 웃으면서 설명을 이어간다.

“그냥 카지노만 달랑 있어 봐요. 이미지도 별로고, 오는데 좀 거부감이 들 거 아니에요. 애들 있는 부모들도 못 오겠죠.”

“그, 그건 그렇지?”

당장에 골드원 근처만 가면 전당포나 대부업 하시는 건달 형님들이 즐비해 있다. 카지노에서 돈 꼴아박은 사람들을 위해.

“그쵸? 그러니까 여름에는 워터파크랑 물썰매장으로, 겨울에는 스키장이랑 온천, 실내 수영장으로. 애들이 즐길 거리를 만들어 준 거예요.”

“너무 과한 투자 아닌가?”

“장기적으로 보면 큰 것도 아니고…… 그만큼이나 카지노 수입이 빵빵하다는 거죠.”

애들이 여기 오고 싶다고 부모님들한테 먼저 말하게 한다는 게 생각보다 큰 영향을 끼치고.

스키장과 워터파크는 골드원으로 놀러 간다는 이미지를 카지노라는 부정적인 것에서 씻어 내준다.

스키 타고, 물놀이한 다음 뭐하겠는가. 밤에는 주변에 할 것도 없으니 카지노 한 번 스윽 들르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돈 많이 버는구나.”

뭔가 대단하단 표정으로 금칠이라도 되어 있는 것처럼 번쩍거리는 거대한 호텔 건물을 올려다보는 선배.

골드원은 산골에 위치한 호텔이다. 주변에 뭐 하나 볼 것도 없는 말 그대로 산골짜기에 덩그러니 놓여 있으나.

우습게도 대한민국의 어떤 호텔보다도 직원들을 위한 복지가 뛰어나고, 연봉이 높다.

다른 무엇도 아니라.

카지노의 존재 하나가 그렇게 만들고 있었다.

“뭐, 그만큼 들어오기 어렵겠죠.”

어깨를 으쓱이자 주희 선배도 고개를 끄덕이신다. 연봉이 세다는 소리에 혹한 듯 눈을 빛낸 주희 선배였으나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건 당연히 아니다.

그때 스스로를 대리라고 소개하신 인원 체크하시는 분께서 마이크를 잡으신다.

아마 인원들 확인이 끝난 모양이었고.

“자, 이쪽 줄부터 저 따라서 연회장으로 갈 겁니다. 옆줄은 꼬리 물면서 계속 따라오세요.”

무슨 기차놀이라도 하는 것처럼 긴 줄이 형성되어서 우리는 함께 호텔로 들어갔다.

“챙기라고 했던 것들 다 챙겨왔지?”

슬쩍 돌아서 우리를 확인한 주희 선배.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가방에 있는 서류들을 다시 확인했다.

아마 지금부터 계약이랑 방 배정 같은 설명회를 한다고 하루가 훌쩍 지나가겠지.

‘지루하겠네.

입을 쩍 벌리며 하품하자, 뒤에 있던 서예린이 내 입을 손바닥으로 톡 쳤다.

“하붑!”

무슨 짓이냐고 따지려 했으나 볼을 부풀린 채로 그대로 나를 지나쳐 가버리는 서예린의 뒷모습에.

“어휴.”

지루하진 않겠구나 싶었다.


‘졸려…….

호텔에 도착했던 게 오후 3시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벌써 7시다.

거의 4시간을 연회장에 모여서 설명을 듣고 차례를 기다리고 했더니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

골드원에 있는 호텔 건물은 총 3개.

A~C동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번에 온 알바생들은 그중 C동에서 지내게 되었다.

직원들을 위한 건물은 따로 있지만 이번에 알바생들이 많이 온 덕분에 아예 호텔 방을 대신 쓰게 됐다는 건데.

처음에는 좋다고 떠들어댔으나 사실 C동은 가장 싸고, 카지노에서도 가장 먼 호텔이었다.

그러니까 카지노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있던 건물이라 지금 같은 성수기가 아니면 거의 예약을 안 받는 곳이라고 한다.

“많이 피곤해 보이네.”

옆에 있는 찬우가 웃으면서 물어왔다. 피부에 기름기가 좔좔 흐르고 있는 게 조금 고까웠는데.

얘는 나랑 다르게 연회장에서 아주 바쁘게 지냈기 때문이다.

“이 새끼야, 도대체 향수가 몇 개가 겹친 거야.”

“시, 심한가.”

연회장에서 찬우한테 찝쩍거리던 여자애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것들의 향수가 이것저것 섞인 냄새가 정찬우에게 나고 있었다.

유아린이라는 억제기가 깨진 찬우였기에 이제는 여성들의 관심도 은근 즐기고 있는 모습이 처음에는 보기 좋았지만, 그것도 과하니까 이제 짜증 났다.

‘누군 시달리기만 했는데…….

양옆에 앉은 서예린과 유아린 덕분에 잠도 못 잤다. 졸려서 자려면 계속 깨우며 쓸데없는 말을 걸어왔으니까.

서예린은 종종 섬뜩한 분위기를 풍겼고, 유아린은 계속 짜증이 나 있는 덕분에 아주 열심히 시달렸다.

‘……최이서 보고 싶네.

문득 최이서가 보고 싶어졌다.

‘가슴 만지고 싶어.

아예 얼굴을 파묻고 싶다.

시발, 여기 안 왔으면 최이서랑 오늘도 폭풍야스 하는 건데.

두 달 동안 찬우 포함해서 네 명이랑 같이 살게 되었으니 혼자만의 해피타임으로 성욕을 풀 수도 없게 되었다.

대략 60일.

강제금딸이 된 이상 아예 끝까지 참아줄 생각이었다.

‘최이서 뒤졌다.

돌아가면 그냥 죽을 줄 알아라.

“와, 여기야?”

드디어 도착한 C호텔 건물.

널찍한 홀에 들어온 반짝거리는 조명은 정말 이게 자주 사용하지 않는 호텔인가 싶을 정도로 호화스러웠다.

안내데스크에서 카드키를 받아서 가려고 했으나 이미 얼굴도 모르는 우리 방 사람들이 받아 갔기에 엘리베이터를 탄다.

우리가 머무는 객실은 801호.

8층이나 되는 높이에서 두 달 동안 지낸다는 게 생각보다 설렜다.

“아, 여기다.”

8층에 도착해 복도를 거닐고 있자니 활짝 열린 문을 발견했다.

슬쩍 안으로 들어가자 이미 짐을 풀고 있는 세 사람.

둘은 나랑 찬우처럼 친구로 보였고, 남은 하나는 나이가 좀 있는 듯했다.

“안녕하세요.”

인사하며 안으로 들어가자 세 사람의 시선이 우리 쪽으로 향했다.

그러더니 이미 친해 보이는 둘이 깜짝 놀라며 저들끼리 뭔가 수군거렸고.

“안녕하세요.”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푸근하신 분께서는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인사해 주셨다.

“다 모였으니까 간단하게 자기소개하고 방 어떻게 나눌지 정해보죠.”

능숙하게 사람들을 부르는 게 확실히 노련함이 있다.

빙 둘러선 채로 먼저 소개하는 형님.

“오대상이라고 합니다. 스물여섯이고 가현대 식품조리학과에서 실습하러 나왔습니다.”

스물여섯?

‘생각보다 젊네.

아마 여기 중에선 가장 나이가 많은 편이겠지만 그래도 겉보기보다 어렸다.

“제갈재민입니다. 성이 특이해서 기억하기 쉬우실 거예요. 세신강대 호텔경영에서 나왔습니다. 스무 살이고요.”

우리랑 동갑이구나.

머리를 왁스로 바짝 올린, 성이 특이한 남자. 마른 편으로 스스로를 꾸미는데 꽤나 관심이 많아 보였다.

“민동건입니다. 재민이랑 같은 과에 동갑이고요. 잘 부탁드립니다.”

살짝 덩치가 있는 민동건.

기본적으로 덩치가 있으나 운동은 하지 않은 그런 몸이었다.

“김우진입니다. 가현대 영어영문과에서 왔는데 실습은 아니고 그냥 알바입니다. 스무 살이고요.”

실습이 아니라니까 좀 놀란 모습.

마지막으로 찬우가 어색하니 경직되어서는 인사했다.

“가현대 건공과 정찬우입니다. 저도 스무 살이고 알바로 같이 왔습니다.”

찬우는 의외로 처음 보는 사람들한테 잘 말을 못 거는 모양이었다. 생각해 보니 PC방에서 나를 처음 만났을 때도 과묵한 느낌이긴 했었다.

“이러면 방 나누기 쉽겠는데요?”

제갈재민이 바로 제갈 행동, 천하삼분지계를 시전 한다.

방은 총 두 개.

딱 보니까 두 사람이 하나씩 쓰고 남은 하나가 거실에서 자야 하는데.

본인들은 둘이 친구니까 같이 방 쓴다는 소리. 그리고 나랑 찬우도 친구니까 같이 방을 쓰면 대상 형님이 거실에서 지내면 되겠지만.

“흠…… 제가 거실은 좀.”

대상 형님께서는 거실이 좀 불편하신 모양이었다.

“제가 거실에서 지낼게요.”

내가 바로 손을 들며 끼어든다. 아무리 그래도 연장자 형님께 대우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찬우가 괜찮나 싶었는데 어쩔 수 없다는 걸 아는지 별말은 없었다.

게다가 고작 문 하나 지나면 바로 내가 있기도 했으니까.

“거실이면 혼자 쓰고, 넓고 좋네요. TV도 보면서 잘 수 있고.”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지낼 곳이 정해졌으니 우리는 빠릿빠릿하게 짐을 풀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계속 찬우 쪽을 보는 세신강대 출신 두 사람.

뭔가 시선이 찬우에게 원하는 게 있어 보였는데 찬우도 그걸 놓치지 않은 모양이었는지 슬쩍 내게 다가온다.

“……저 두 사람, 계속 나 쳐다보는데?”

“너한테 관심 있나 봐.”

“뭔 소리야! 그건 대머리 아저씨면 충분해!”

“그러고 보니까 대머리 아저씨 너한테 연락 안 하시냐?”

웃으면서 묻자 찬우가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답해왔다.

“맞아, 그거 때문에 할 말 있었는데. 지난번에 나한테 이렇게 톡 왔거든?”

“……꺼져 똥게이야.”

“아니라고!”

투덕거리면서 찬우랑 놀고 있자니 세신강대 듀오가 방 밖으로 나오면서 묻는다.

“보니까 호텔 지하에 음식점도 몇 개 있던데 거기서 회식이라도 하면서 룸메이트끼리 좀 돈독해지는 거 어떨까요?”

제갈재민이 무슨 병법 소개하는 것처럼 자신 있게 말하자 옆에 있던 동기인 민동건도 세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대상 형님께서도 나쁘지 않으신지 알겠다고 답하고 옷을 갈아입으신다.

우리도 동의했기에 간단하게 겉옷만 걸치고 나가려는데 슬쩍 다가오는 제갈재민.

뒤에서 민동건이 콧김을 뿜어대면서 뭔가 흥분한 눈치.

“저, 저기…… 괜찮으시면 좀 꾸미고 가주실 수 있을까요?”

“네?”

당황한 찬우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섰지만 나는 무슨 의미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찬우가 낚싯밥이구나?

모여드는 물고기들 중 하나라도 어떻게든 낚아채겠다는 속셈.

찬우라는 떡고물의 가루라도 주워 먹겠단 너무나 스무 살 남자다운 욕심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남자 방에서 한창 방을 조율하고 있을 때.

여자 방, 403호에서는 이미 방을 나누고 짐을 푸는 데 한창이었다.

이쪽은 다섯이서 아는 얼굴들이니 그냥 다섯이서 같이 쓰기로 했다.

서예린과 유아린 그리고 디자인과 연영과. 이렇게 하면 넷에 추가로 민주희가 합류하면서 다섯.

민주희는 워낙 털털한 성격이었기에 넷만 아는 사이였어도 소외감 같은 건 크게 느끼지 않았다.

방 구조는 똑같았기에 민주희가 거실에서 지내기로 했고, 서예린과 유아린이 같은 방이었는데.

“아린아.”

짐을 풀고 있는 서예린이 부르자 간편한 추리닝으로 갈아입은 유아린이 슬쩍 고개를 돌린다.

“왱.”

수학여행 같은 거 외에 따로 여행 다녔을 때 정도 말고는 같이 지낸 적이 없기에 살짝 두근거리고 있는 유아린.

어깨를 들썩이고 있자니 서예린의 고심에 찬 눈동자가 유아린에게 닿는다.

“……우진이 좋아해?”

대놓고 쏘아온 묵직한 질문에 저도 모르게 턱하고 말문이 막힌 유아린.

하지만 서예린은 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버스에서 네가 우진이 손 만지작거리는 거 봤어.”

“아, 아니. 그건 그냥 장난……!”

“장난?”

고개를 살짝 갸웃거린 서예린이 성큼성큼 유아린에게 다가온다.

얘가 이렇게까지 무서운 아이였나?

유아린이 순간 겁이 질릴 정도.

분명 청순함의 대명사인 서예린인데 흐트러져 뺨이 눌어붙은 머리카락이 섬뜩함을 연출해 왔다.

“아닌 것 같은데.”

꿀꺽.

여기서 뭐라 대답해야 할까.

부정하려고 유아린은 가까스로 입을 뗀다.

“저, 절대 아냐! 내가 걔를 왜 좋아해!”

“좋아하는 거 같은데?”

“아니라니까!”

어떻게든 부정하는 유아린의 모습에 서예린은 잠시 고민하더니 옅은 숨을 흘리며 작게 속삭였다.

“아린아, 우리 이렇게 있으면…… 우진이 뺏겨.”

“안 좋아한다구우!”

“난 뺏기기 싫어.”

울상이 되어서는 친구한테 어떻게든 변명하는 유아린이었으나 이미 서예린에겐 들리지 않았다.

“협력하는 거 어때? 지금 마침 이서도 없잖아.”

“그니까아! 예리나아!”

“딱 골드원에 있는 두 달 동안만.”

협력하자 하고 유아린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 서예린은 그렇게 알겠다면서 몸을 틀었고.

“얘들아 치킨 먹으러 가자! 언니가 쏜다!”

“와아! 티킨!”

주희 선배가 치킨 사준다는 말에 다시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서예린의 뒷모습을 보며, 유아린은 저도 모르게 흐른 식은땀을 닦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