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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르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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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에 누운 채로 투정 부리듯 발버둥 치는 유아린을 보고 있자니 뭔가 가슴에서 막 올라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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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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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말은 있는데 간단하게 입에 담고 싶지 않았고, 함부로 내뱉기에는 다소 약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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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력이 딸린다는 생각은 평생 별로 해본 적이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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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니까 스스로의 국어 실력에 대해서 회의감마저 느껴지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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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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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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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더듬으면서 어정쩡하니 서 있자 유아린은 히죽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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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뜨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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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말하자 유아린은 누운 채로 슬며시 입고 있는 옷을 살짝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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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얗게 드러난 하얀 배꼽이 나의 뜨거운 머리를 더욱 가열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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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우지니 몸이 뜨거워요? 누나 보고 막 흥분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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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감정인지 잠깐 내 안에서 정리 좀 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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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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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들갑스럽게 부르르 떨면서 말하자 유아린은 당황했는지 슬그머니 소파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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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진짜 흥분한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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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해봐! 할 말 고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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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뜨거워서 유아린에게 다급하게 외치며 대꾸한다. 녀석은 괜히 옷을 추스르며 나를 경계하기 시작했으나 나는 심호흡하며 말을 고르고 고르다 결국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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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인다는 말보다 더 험한 말이 뭐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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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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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흥분? 흥분되지. 너를 아주 잔인하고 고통스럽게 죽이기 위해선 어떤 걸 떠올려야 될지 잘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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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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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휘가 부족해서 죽이고 싶다는 말보다 더 심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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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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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예린한테도 똑같은 말한 적 있는데. 부모님한테 감사해라. 너는 어렸을 때 태권도 안 배웠으면 여기서 나한테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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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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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어떻게 이렇게 머리끝까지 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그냥 속여서 들어오게 한 건 넘어갈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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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끓여오라면서 깔짝거린 순간 이성의 끈이 어딘가 날아간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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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옆에서 나한테 쨉 날리면서 “좆밥 새꺄, 내가 우리 반 짱인데 맞짱 까자.” 라고 까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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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그렇게 화를 낼 줄은 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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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긁적거린 유아린은 힐끔 나를 보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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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지 말고 일단 가서 너구리로 좀 끓여와. 계란 풀지 말고, 꼬들꼬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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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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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어디 있는지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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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둘 중 하나 죽자. 경찰에 신고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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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을 걷어붙이고 다가가자 녀석은 깔깔거리면서 곧장 내 쪽으로 양다리를 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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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주짓수 너튜브 최근 보고 있거든? 누워서 싸우는 게 나한테 유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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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수에서 자주 보던 자세이긴 했는데 막상 그걸 보니 살짝 야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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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개뿔. 넌 뒤졌다 유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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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유아린한테 달려들자 녀석은 냉큼 다리를 내 목에 걸면서 팔 하나를 잡더니 암바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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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명은 잘 모르는데 팔에 대롱대롱 매달려서는 꽤나 자세는 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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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전에선 처음 해봐서 그런지 제대로 기술이 걸리지 않은 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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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린의 몸무게가 가볍고, 나는 자그마치 홈트 한 달 차의 건장한 청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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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랴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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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팔에 힘을 줘서 매달린 유아린을 들어 올린다. 깜짝 놀란 유아린은 허벅지로 내 팔을 조이며 떨어지지 않으려 애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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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깐만! 스톱! 스톱! 알았어! 내가 미안해! 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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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쳐! 넌 이대로 떨어져 죽을 준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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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오빠! 주인님! 잠깐만요! 저 진짜 큰일 나요! 하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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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네가 끓여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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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에 파까지 넣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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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같아서는 바닥에 꽂아버리고 싶지만 일단 라면을 끓여온다니까 그냥 소파에 던져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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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는 푹신하니까 그대로 내리꽂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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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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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에 힘이 풀리면서 앞으로 몸이 쏠렸고 그대로 유아린의 위에 나도 같이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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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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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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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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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붉어진 채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유아린은 꼼지락거리다 주먹으로 내 옆구리를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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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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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끼 야동을 얼마나 봤으면 이런 식으로 작업을 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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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맞은 것도 억울하고, 너희 집에서 라면 끓이라고 들은 것도 억울한데. 너 꼬시려고 작업 쳤다는 게 진짜 세상에서 제일 억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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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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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움에 바닥을 나뒹굴면서도 할 말은 해주자 유아린은 씩씩거리면서 부엌으로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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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덕분에 혼자 있게 되어서 대충 몸을 추스른 다음 유아린이 끓여온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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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저런 러브코미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있었으면 서로 눈치 보면서 쭈뼛거리거나, 얼굴을 붉히는 게 왕도적인 전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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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식 젓가락 놀림 좀 봐라? 너 방금 한 젓가락으로 한 봉지는 가져간 거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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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걸 따지네. 우리 집 라면으로 내가 끓여서 먹는데 너한테 그런 소리 들어야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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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읍, 손님맞이를 제대로 해야지. 너 지금 혼자서 너희 가족에 대한 이미지를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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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엄마 부를까? 일본여행 중인데 지금 통화하게 해줘? 사장님 나오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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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즐겁게 여행 중이신 부모님을…… 야! 계란 노른자를 혼자 다 가져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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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접시 국물에 풀어 먹어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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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런 풋풋함 없이 그냥 서로 누가 더 라면 많이 먹는지 가지고 싸우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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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게 먹은 후, 설거지를 끝내고 거실로 나오자 유아린도 나를 보더니 코트를 꺼내 입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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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나 배웅 나오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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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려는 걸 알았는지 배웅해 주나 싶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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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래. 편의점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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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뭘 기대하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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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를 차면서 밖으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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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근데 새벽 대나무숲에 이상한 짤 올리는 애들은 어떻게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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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어떻게 해. 다음날 차단하면 되지. 그런 짤 올라오면 애들이 저거 왜 삭제 안 하냐고 글 올리거든? 그럼 보지 말고 그냥 삭제해. 이거 꿀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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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애들 던져주고 나는 혐짤 안 보는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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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 그래서 나는 가끔 일부러 늦게 반응할 때도 있어. 혐짤 올린 애들이 먼저 보고 저거 왜 삭제 안 하냐고 발광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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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 꿀팁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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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고개를 끄덕이는 유아린. 오늘 관리자로서 또 하나 가르쳐줬구나 싶어서 어깨를 으쓱 올리자, 그걸 본 유아린이 바로 손바닥으로 찰싹 때리며 다시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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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편의점 앞에 도착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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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기다려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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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가려던 나를 둔 채로 편의점 안으로 들어간 유아린. 금방 들고나온 건 초코몽과 허시 초코우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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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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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뜬금없게도 나한테 초코몽을 건네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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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저게 내 꺼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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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시를 가리키며 묻자 유아린은 초코몽을 내 가슴팍에 던지곤 냉큼 빨대를 꽂아 허시를 마셔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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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게 땡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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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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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초코몽 먹어봐. 그거 맛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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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는 거니까 맛있게 먹을 순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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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초코몽을 마시면서 가려는데 유아린이 총총거리며 따라오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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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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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디 가나 싶었는데 유아린은 옆으로 슬그머니 다가오며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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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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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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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가서 과제 더 하려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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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긴 맞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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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가. 어차피 나 집에 혼자라 심심함. PC방에서 밤새우는 것도 해보고 싶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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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따라온다는 애를 굳이 보낼 필요는 없으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보고 있자니 유아린이 마시던 허시를 내밀면서 인상을 찌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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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거 맛없는데?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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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그냥 먹던 거 먹으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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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대만 바꾸면 되잖아.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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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내쉬며 나는 초코몽을 내밀었고 빨대만 서로 바꿔 꽂은 채로 다시 초코우유를 쫍쫍거리며 PC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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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밖에 잠깐 다녀온 사이 찬우가 알바를 하고 있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들어가는데 등이 떠밀려진 탓에 넘어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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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때문에 나 방금 머리 깨질 뻔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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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찬우가 있겠니? 걔 내일부터 풀인데 오늘 저녁에 들어오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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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말이 아니라 더 짜증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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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들어가 다시 자리를 잡으려 두리번거린다. 편집에 불이 붙은 지금 최대한 진도를 뽑기 위해 선택하긴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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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PC방에 오니까 이미 오늘 할 분량 거의 끝냈는데 꼭 다시 해야 할까 싶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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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이나 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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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 한다며. 얼른 자리나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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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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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한숨을 푹 내쉰 후,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스트레칭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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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좀 다 잡은 뒤, 대충 구석 자리로 가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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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우리 자리 뺏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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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유아린이 있던 자리에 검은 후드집업에 후드를 쓰고, 헤드셋까지 쓰고 있는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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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익숙한 실루엣이었기에 슬그머니 다가가자 얼굴을 꽁꽁 싸매고 있는 서예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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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왜 여기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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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예린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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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셋 때문에 우리말이 들리지 않는지 게임에 열중 중인 모습이 참으로 열정적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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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장난칠 거리가 없을까 싶어서 고민하고 있자니 유아린이 냉큼 달려가 의자 뒤에서 서예린의 눈을 손으로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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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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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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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셋 때문에 소리도 들리지 않고, 시야도 갑자기 보이지 않으니 당황한 서예린이 다급하게 얼굴로 손을 뻗었으나 내가 그걸 낚아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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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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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상한 소리를 내는 서예린. 당황해서는 허우적거리는데 우리는 킥킥거리며 그걸 보고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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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 더 있었으면 영상이라도 찍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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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알바 분! 누, 눈이 안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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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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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린 정도의 힘은 한 손으로도 제압 가능했기에 양 손목을 한 손으로 잡아두고 이번엔 입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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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틀어 막힌 서예린은 어떻게든 탈출해 보겠다며 내 손을 깨물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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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침 묻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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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라며 손을 빼자, 서예린이 환하게 웃으면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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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우진이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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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이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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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뭔 소리냐며 쳐다보는 유아린이었으나 나는 말문이 막혀서 뭐라 답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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